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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없을 때 책을 읽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된다. 서사를 따라가는 게 버거울 만큼 뇌가 지칠 때면 에세이가 좋다. 첫 문장을 마지막 마침표까지 끙끙 끌고 갈 필요가 없으니까.
편당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았음 좋겠고, 평소와 달리 행간도 넉넉하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뻔한 조언 나부랭이 같은 걸로 내용이 겉돌지 않았음 좋겠다. 바라는 게 많은가 싶기도 하지만, 에세이란 장르가 그렇다. 철저히 딴 사람 얘기이면서도 완전히 딴 세상 이야기면 눈에 들어오지가 않고, 웬만해선 다 괜찮아일 것 같지만 세세한 부분까지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되는 일이 없어 어디로든 나가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지금의 나 같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나랑 관련 없는 이야기를, 내 취향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시간을 들여 읽을 만큼 여유가 있는 게 아니니까. 사실 이건 평소에 에세이를 고를 때도 거의 비슷하게 적용되는 일이기도 한데, 이 타이밍에 이 책을 들고 온 이유는 다들 알겠지.
문보영 시인의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은 시인이 블로그에 기록했던 일기를 모은 책이다. 갓 20대가 되었을 때 쓴 일기가 주를 이룬다는데 나이를 의식하며 읽은 구간은 별로 없었다. 시인의 글이라서인지 가슴을 푹푹 패는 문장들이 많았고 그만큼 또 으잉?스러운 장면도 있었는데, 모든 면에 마음이 가닿을 순 없었어도 시인 고유의 색감이 어린 풍경을 함께 걷는 듯한 기분이 좋았다. 이 안에서 시가 나왔겠지, 라고 생각하면 어떤 일상도 무심하게 넘겨 볼 수 없었다. 하기야 고구마를 먹었다는 문장에서 “태어날 때부터 온몸이 멍색이다(34p)”이라는 문장으로 껑충 뛰는데 눈을 뗄 수도 없었겠다. 시인의 산문은 이래서 참 좋아한다. 특히 이 산문집 같은 경우는 제목이 곧 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시인의 답이므로, 결국 시를 읽는 일이 됐다. 시인이 시가 되어가는 시간을 읽는 일이 됐다. 시로 쓰지 못할 내 시간은 저만치 미뤄둘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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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시인의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어 찾아봤더니 이 책이 있어서 구매했다. 최근 김수영문학상을 받은 여성시인이라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시집도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한게 계기였다. 유튜브에서 다양한 것들을 하며 살아가는 그를 보며 받았던 느낌을 책에서 똑같이 느꼈다. 일상을 말하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글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나도 살아가는 순간을 되새김질하며 당시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걸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작가의 감수성이 묻어있는 이 산문집을 굉장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구절을 기록해둔다. '미안해, 친구들아. 나는 문학 때문에 너무 편협해졌어. 나는 시를 쓰느라 우물 안에 들어갔고, 들어갔는데 우물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우물 안에 우물을 또 만들었고, 그 우물을 파서 기어이 더 깊은 우물 안으로 들어간 슬픈 개구리가 되어버린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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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사람을 작가라 부른다.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라 부른다. 그는 시를 쓰는 사람이지만 시인이라 하기엔 심심해 하는 표현 같다. 시보다 피자가 좋다는 문작가의 신간은 너무나 재밌게 봤다. 산문집으로 구성된 이책은 블로그의 내용과 일기의 내용을 모았다고 한다. 읽고나면 일기를 쓰고 싶다라던지,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책이다. 두말한 필요가 없다. 바로 사서 보자. 참 피자는 한판 주문해놓고 책을 보자. 50분이 되야 집으로 배달되는 피자가 금방 도착했다고 느낄지 모를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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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보영 시인 에세이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e B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