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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와 진수의 어린시절을, 가족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려내던 1권의 sd 캐릭터는 이제 sd와 극화체의 중간정도로 넘어왔다. 정수 가족은 서울로 올라왔지만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윽고 아버지의 사업은 IMF의 영향으로 부도를 맞게 되었고, 너무나 정직해서 모든 것을 그 자신의 탓으로 여겼던 아버지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되었다.
정수와 진수는 이제 정말로 세상과 자신에 대해서 조금씩 질문하게 되는 나이에 들어서게 되었다. 정수와 진수 모두 둘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학업에 열중 하였다. 하지만 어릴적에 그랬던 것 처럼, 정수가 정말로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또래 남자아이들이 으레 갖는 호기심과 노는 시간이 지난 후였고, 그 후에 물론 열심히 하긴 했지만 결과가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다행이 인서울 대학에 들어간 정수의 고민은 의무교육을 졸업하며 막 세상에 대해 맛보기로 눈 뜬, 대학시절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처음으로 술을 마시게 되며,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렇게 사랑하고 아껴주고 싶은 이와 함께 하는 데에 있어 돈의 위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며,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그전과는 다르게 정말로 자신의 꿈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수는 어릴때부터 영특했던 대로, 입시준비에서 정수와는 확연히 다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정직하고 선했지만, 결국 가장으로서는 부족하기만 했던 아버지와, 그 때문에 늘 힘들어 했던 어머니, 그 모습들을 보며 정말로 좋은 대학에 가야만이 집안을 변화시킬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깊게 새겼던 진수는 괜찮은 남자아이의 고백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정수와 진수가 세상을 바라보고, 준비하고, 고민하는 방식은 각각 다 달랐지만, 모두가 다 청춘에서 겪게되는 우리의 고민이자, 모두의 지난날의 고민이었다. (사실 나는 아직까지도, 혹은 한심하게도 나는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지만) 아직 세상을 제대로 경험하진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하고 실천했던 진수와, 이제 막 세상에 대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현실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하나둘씩 고민하고 배워가며 혼란스러워 하는 정수. 똑같진 않더라도, 거의 비슷한 고민과 질문들이 그들의 하루하루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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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가 어릴 적, 햇님보다 해맑게 웃던 날이 많았던 시절. 정수네 가족은 가난했지만 단란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서울로 이사 온 후, 정수와 진수가 커갈수록 부모님의 다툼은 늘어만 갔고 정수는 외톨이가 되었으며, 진수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 사람 좋고 정직한 정수의 아버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사업을 하다가 부도를 내고 결국 수감되는 신세가 되었다. 정수는 대학생이 되었다. 왠지 멋있어 보이는 아웃사이더 주석이 그의 유일하다시피 한 친구였고, 놀라운 일이지만 예쁘고 밝은 여자친구도 생겼다. 이름은 소동현. 고등학생 진수는 그저 죽어라 공부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 꿈. 어쩌면 정수와 진수에게는 사치와도 같은 그 단어. 과연 그들은 무엇을 꿈꿀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 때까지 죽어라 공부만 하다가 대학생이 되자마자 세상에 무방비 상태로 내팽개쳐진 학생들을 향해 정수의 교수님은 이런 말을 한다. "얼마나 막막하냐. 그 광활한 자유가. (중략) 허나 어쩌면 너희들은 스스로 선택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선택해본 적이 없으니 '나는 성공했쏘오, 부자됐쏘오' 하는 사람들의 말을 넙죽넙죽 따르는 게야. (중략) 그럼 불안하지 않아도 되거든. 그 무책임한 자유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 그게 편한 거다. 정해진 길이 있다는 게."
터질 것같이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를 찾기에 우리는 너무나 살기가 힘들고 팍팍하다. 그리고 조급하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후배에게 진수는 이렇게 말한다. "너 100억을 가져라. 난 100억 있는 남잘 원해." 후배를 떼어내기 위한 방편이었겠지만 어쩌면 이 말에는 진수의 진심이 섞여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랑보다는 돈이 중요하고, 당장 가난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삶 속에서 과연 마음을 뒤흔드는 무언가를 찾아낸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정수와 진수도, 그 반짝이는 10대와 20대의 짧은 순간을...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허덕이며, 혹은 멍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2012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1999년의 이 아이들을 보면서 도저히 웃을 수 없는 것은 만화에 개그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때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삶은 팍팍하고, 꿈은 멀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