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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3편에서는 나름 열과 성을 다한 준비 끝에 종합 무역상사 원인터의 2년간 계약직 직원인 인턴 시험에 합격한 장그래가 직장 상사 및 동료 인턴들과 얽히는 과정에서 겪는 애환이 담겨 있다. 3편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을 몇 가지만 써보겠다.
첫째, 어머니의 교훈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장그래의 어머니는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 이런 말로 격려한다.
"어른이 되는 건 지 입으로 '나, 어른이오.'라도 떠든다고 되는 게 아냐. 꼭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할 수 있어야지. 넥타이도 잘 맬 줄 알고……. 검소하지만 항상 깨끗한 구두, 구멍 늘어나지 않은 벨트. 네 아버지의 철칙이셨다. (9쪽)"
그러면서 어머니는 넥타이를 매어준다면서 아들의 넥타이를 매만지지만, 결국 매어주지 못했다. 출근하는 남편의 넥타이는 매어준 적이 있었겠지만, 벌써 오래전이다. 잊은 것이다.
그러나 맞는 말이 아닌가. 요즘의 나는 넥타이를 맬 일이 거의 없고, 구두도 신지 않는다. 걷는 것이 좋으니 늘 운동화를 신으면서도 신기 전에 먼지를 털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10년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교훈일 것이다.
둘째, 인턴사원 교육을 보면 새삼스럽게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직장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장그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안영이, 무엇이나 하려고 하는 장백기, 내근보다는 현장 활동을 즐기는 한석율이 인턴 입사 동기이다. 그들이 인턴 생활을 하면서 회사의 교육을 받고, 상사들에게 배우는 과정을 보면서 나의 신입 시절을 떠올렸다.
나는 신입사원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갔고, 제대하자마다 교사로 발령받았는데, 가자마자 전임자의 교과, 담임, 업무를 그대로 인계했다. 모르는 것은 선배 교사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상사도 신규인 나를 배려하기는 했으나 일선 학교의 평교사가 해야 할 일을 그대로 했을 뿐이다. 신규 교사를 위한 교육은 없었다. 신규 사원 교육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종합상사를 보면서 대기업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배우려고 하는 장그래, 빈틈없는 업무능력으로 오히려 선배들을 전전긍긍하게 하는 안영이, 배우려고 하지만 무관심한 듯한 상사로 인해 불안해하는 장백기, 여러 면에서 좌충우돌하는 한석율……. 나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아마도 장그래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에 대해 애정을 느끼는 이유 중에 하나인 듯하다.
셋째, 모든 일은 통한다, 라는 생각을 했다. 상사와 동료들은 장그래의 정체를 궁금해한다. 고졸 학력에 이렇다 할 특기도 없는 장그래가 어떻게 해서 대기업에 계약직 직원이 될 수 있었는가? 회장의 친인척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풍문도 떠돌았다. 직속 상사인 김대리는 진농반농으로 이런 말도 한다.
"당신은 정말 모든 걸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회사에 들어온 것 같단 말이야. 이건 말하자면……. 출소한 장기수 같달까? (209쪽)"
약간의 충격을 받은 장그래는 김 대리를 집으로 초대하여 자신의 과거를 들려준다. 어린 시절부터 바둑만 바라보고 생활했지만, 결국은 포기하고 새 출발하게 되었다면서 자신이 두었던 기보와 회사에서 일기를 보여준다. 기보를 복기하면서 잘잘못을 검토하듯이 일기를 보면서 역시 그렇게 하고 있단다. 바둑에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과 동시에 바둑을 두는 다면기가 있는데, 직장 생활 역시 그렇더라고. 단, 바둑은 대개 고수가 여러 명의 하수들과 다면기를 두고 대부분 고수가 승리하지만, 자신은 상수인 상사 및 동료들과 대결을 하고 대부분 패배를 하고 있다고……. 이를 통해 김 대리와 장그래는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어찌 바둑과 직장 생활만 공통점이 있겠는가? 글쓰기의 퇴고도 복기와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글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판을 대비하는 것이 복기가 아니겠는가? 바둑이나 직장 생활에서 다면기가 있듯이, 여러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글을 시도하는 것도 다면기일 것이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교사와 교사가 1:1로 바둑을 두듯이 대치할 때도 있다. 또한 학생이 여러 교사 또는 친구들과, 교사가 여러 학생이나 동료들과 대치하는 다면기의 상황도 있다. 부모와 자식, 마을 사람들, 절친하거나 소원한 지인들과의 만남도 넓은 의미에서 바둑이고, 다면기일 것이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세상을 사는 이치는 모두 통하는 듯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1~2편에서 썼던 추천사를 그대로 쓰겠다.
"발간 당시 직장 생활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직장인들의 호응을 받은 책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평가는 유효하다. 성별이나 연륜은 물론이고 어떤 직장 어떤 위치에 있던 관계없이 직장인의 필독서가 아닌가 싶다. 고교생이나 대학생에게도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