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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차갑고도 뜨거운 열정『단순한 열정』
"이토록 차갑고도 뜨거운 열정『단순한 열정』" 내용보기
아니 에르노를 알게 된 건 『칼 같은 글쓰기』라는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였다. 단지 제목에서 전해지는 반듯하면서 냉철한 느낌의 글을 쓰는 작가일 거라는 멋대로의 기준을 정하면서. 그런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열정에 관해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내심 궁금했고 단순함과 열정이 결합하면 또 어떤 글이 탄생할까 같은 호기심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언젠가 읽어야지, 라는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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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를 알게 된 건 『칼 같은 글쓰기』라는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였다. 단지 제목에서 전해지는 반듯하면서 냉철한 느낌의 글을 쓰는 작가일 거라는 멋대로의 기준을 정하면서. 그런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열정에 관해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내심 궁금했고 단순함과 열정이 결합하면 또 어떤 글이 탄생할까 같은 호기심도 있었다. 오래전부터 언젠가 읽어야지, 라는 계획만 세워두고,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던 책이었다. 책을 읽은 후의 감상을 한마디로 평하자면 '단순한 열정'이라는 제목이 전하는 강렬함만큼 짧지만 묵직함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다고 해야겠다. 미치도록 뜨거운 열정을 동반한 사랑에 빠졌던 한 여자의 시니컬한 회상, 자조적인 고백적 글쓰기 앞에서 멈칫하는 것도 잠시,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그렇지'로 귀결되는 수순만이 책을 손에서 놓은 후 내게 남았을 뿐이다.

 

아니 에르노는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적, 자전적 글쓰기를 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단순한 열정』 역시 자신이 겪었던 '사랑', 당시의 '열정', 그리고 사랑이 지나간 후의 상태를 비교적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출간 당시 프랑스 문단계를 시끌시끌하게 만든 이유는 아마도 이 소설이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자전적 체험이었다는 까닭일 것이다. 아니 에르노 그녀의 사랑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비밀은 감추었을 때만 비밀이지 세상에 드러난 비밀은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연하의 남자 A는 유부남이었고 작중 화자인 작가와 A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고 탐했다. 자신 안에서 타오르는 사랑에 대한 열망, 열정에 데일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히면서까지 그녀는 A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관심에서 시작된 감정은 사랑으로 발전할수록 집착과 광기를 넘나들며 불안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뜨거운 사랑에 빠져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할 때만큼 내 안에서 샘솟는 열정이 미치도록 충만할 때도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한 불륜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떠나버린 혹은 지나간 사랑 앞에서 여자는 자신의 사랑을, 그랬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단조롭고 담담하게 술회한다. 그녀의 고백을 듣다 보면 사랑의 충만함을 잃어버린 사람의 상실감이 무미건조한 문체로 이행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법하다.

 

그러나 아니다. 화상을 입지나 않을까 우려될 만큼 뜨거운 온도의 사랑을 퍼붓고 난 후의 허기를 겪어본 사람은 그녀의 회상이 결코 단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으리라. 상처받은 사람은 아프다. 사랑 후에 남겨진 사람은 더욱 아프다. 처음에는 아파서 미칠 것 같고 시간이 흐르다 보면 사랑을 사랑했던 나를 뒤로하고 상대를 사랑했던 내가 보이는 법이다. 그때에는 작중 화자인 그녀처럼 프리즘을 통해 가장 많이 굴절된 빛만을 반사하는 것 같은, 불순물을 모두 걸러 내버린 감정의 '핵'만을 조명할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몇 년이 지나고 난 후에 사랑을 돌아보면 가끔은 웃을 수 있는 것처럼. 당시에는 내 사랑의 온도에 내가 데일 것 같은 아픔을 동반하지만 말이다. 사랑한 당시를 회상하고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반추하고 돌아와 보면 사랑이라는 걸 멈춰버린 내가 보인다. 사랑하는 상대 외에는 무엇도 체감할 수 없었던 시절에 비해 지금의 나는 애처롭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동안 장밋빛으로 보였던 세상은 지금은 지극히 현실적인 컬러풀의 색상 그 자체다. 이렇게 사랑한 시절을 돌아보다 보면 사랑을 하지 않는 지금의 나는 냉소 혹은 무덤덤함의 전형을 보여주는 실체가 된다. 그러니까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로맨티스트가 되고 사랑하지 않을 때는 그냥 사람인 거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쇼핑을 하고 화장을 하며 그를 만나기 전까지 애타하며 기다리던 주인공의 심정은 사랑에 빠진 대부분의 여자를 대변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온종일 그의 연락에 집착하는 모습 또한 사랑과 이별을 통해 정의되는 일면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함께했던 기억, 사랑에 빠진 나의 행복한 얼굴, 함께했던 우리, 우리, 우리...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남은 나.

 

홀로 남아서 사랑을 되돌아보는 시간은 어쩌면 강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는 여기서 의문을 품기도 한다. 『단순한 열정』에서 보이는 분위기는 결코 이별의 후유증에 잠식된 비련의 여주인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이별의 후유증을 글을 씀으로써 순화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기억이라는 이름 혹은 추억이라는 전유물에서 자유롭게 해방되는 자신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랑이 끝난 걸 안다고 말하면서도 그를 기다렸다. 더이상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 말하면서도 본능은 그를 향해있었다. 사랑하고 사랑이 지나가고,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받는 관계였다고 해도 그들의 사랑은 아니 그녀의 사랑은 자신에게만큼은 숭고했다. 처음부터 함께 끝까지 갈 수 없는, 사랑의 미완성으로 끝날 관계라는 것을 알던 그녀였다. 어쩌면 미완의 사랑으로 남을 것을 알았기에 그에게 집착했던 걸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이 소설은 참 슬픈 작품이다. 남김없이 정열을 쏟아부은 사랑이 끝난 후, 그에 대한 열정을 대신할 대체물이 결국은 '쓰기'였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면에 활자로 남은 사랑은, 그 안에서는 영원불멸일 테니까. 비록 그들의 관계는 끝났지만, 사랑의 시절을 돌아보며 천천히 고하는 안녕 뒤에 활자의 기억이라는 매개로 남은 그들의 열정은 남게 되는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 에르노, 그녀가 바라마지 않는 건 그런 게 아니었을까...

 

 

 

 

 



w*****8 2013.12.06. 신고 공감 12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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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단순하고 진하게 느끼는 열정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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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두번을 읽었는데처음 읽었을때는 한 사람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성의 감정을 솔직하게 묘사한 내용으로만 읽었다. 그것도 책 자체가 짧아서 몇시간 안에 후루룩 다 읽었고 무엇을 이야기하는걸까 싶은 마음, 작가 아니 에르노를 아무리 애정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마음을 쓴 내용으로는 음... 뭔가 부족하다는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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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두번을 읽었는데

처음 읽었을때는 한 사람과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성의 감정을 솔직하게 묘사한 내용으로만 읽었다.

그것도 책 자체가 짧아서 몇시간 안에 후루룩 다 읽었고 무엇을 이야기하는걸까 싶은 마음, 작가 아니 에르노를 아무리 애정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마음을 쓴 내용으로는 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책 내용 중에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건, 혹시 그 남자가 에이즈라도 남겨두고 떠난 것이 아닌가 싶어서 에이즈 검사를 했다는 부분이었다 (그걸 에이즈 걸렸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으로 검사를 한게 아니라, 그것이라도 자기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가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한 것이다).

두번째 읽었을 때는 책이 조금 다르게 읽혔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느껴지는 설레고 좋은 감정 뿐만 아니라 사랑에 반드시 따라오는 조바심, 외로움, 공허함, 슬픔, 질투까지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태도, 그리고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다 쏟아부은 다음 그 끝의 결과까지 다 책임지고 받아들이겠다는 (열정 = 고통) 그 자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할때 그렇게 했던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99프로의 사람들이 그렇듯, 좋을땐 좋은 것만 느끼고 싶어하고, 헤어질땐 원망하고 미워하고... 이런 마음이지 않았던가.
어쩌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 크게 와닿지 않고 공감이 안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c*******m 2024.1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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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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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들을 더디게 만지며 읽어가다가 나도 몰래 헛웃음을 흘렸다. “미쳤네.” 낮게 읊조리곤 과감히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그러나 얼마 못가 다시 앞으로 넘어와야 했다. 내 헛웃음이 흘러간 곳으로. 그곳은 바로 여기였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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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들을 더디게 만지며 읽어가다가 나도 몰래 헛웃음을 흘렸다. “미쳤네.” 낮게 읊조리곤 과감히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그러나 얼마 못가 다시 앞으로 넘어와야 했다. 내 헛웃음이 흘러간 곳으로. 그곳은 바로 여기였다.  

 

 

   그 사람과 함께 있던 어느 날 오후, 펄펄 끓는 물이 들어 있는 커피 포트를 잘못 내려놓는 바람에 거실의 카펫을 태워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불에 탄 자국을 볼 때마다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다. 24p  

 

   제 정신이야? 이 정도면 미쳐도 한참 미친 거 아니야? 카펫 타버린 게 좋은 일이야? 신날 사건은 아니었잖아?

      

 

   홀려도 제대로 홀렸다. 콩깍지가 씌어도 제대로 씌인 거야. 내가 뱉은 ‘미쳤다’라는 말은 비정상적인 몰입 상태를 가리켰다. 무엇이든 자신이 보고 싶은 것으로만 해석이 된다. 펄펄 끓는 물로 벌어진 화재사건마저도 특별한 일 같다. 아찔한 사건의 순간을 증명하고 있는 카펫을 보며 오히려 행복해하고 있다. 왜? 그 순간 그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이 관련되었기 때문에!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런 아니 에르노여서 나는 굳이 페이지를 거슬러 왔다. 다시 봐도 마찬가지 결론이다. 이 여자는 미쳤다. 그리고 억울하게도 나는 그 심정이 무언지 알고 있었다. 이를 테면, 전 애인이 내 몸에 상처를 냈을 때 - 고깃집을 나서다 이쑤시개로 내 팔을 깊고 길게 주욱 그었다. 물론 실수였고 저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라 힘 조절할 것도 없이 몸을 돌리는 그 회전력 그대로 내 몸을 그었다- 점점 붉게 부풀어오르는 상처를 보고, 그 틈새로 점점 더 많이 비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는 “괜찮아, 견딜만해, 흉지면 더 좋겠다, 볼 때마다 너 생각나게” 라고 말했던 것과 비슷하겠지. 결국 내가 지껄인 “미쳤네”는 내게로 돌아온 셈이다. 

 

 

   <단순한 열정>은 이런 과정의 연속이었다. 한 남자에게 미쳐있는 여자를 보고 놀라고 그 여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내 마음에 놀라고, 여자와 닮은 나를 떠올릴 때면 정말 ‘헉’소리까지 내며 놀라고. 1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이 짧은 소설이 나를 이토록 뒤흔든 것은 아마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했다. 특히 홀로 오랜 시간 누군가를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바로 그 사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기엔 일기와 가까워 보이는 텍스트는 보다 더 현실감을 주었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아니 에르노이기에 현실감을 언급하는 것이 의미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허구 없이(소설인데도!) 있는 그대로를 그저 기술할 뿐인 그녀의 방식은 인상 깊었다.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11p) 며 ‘나’는 본격적인 ‘그 사람’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사람은 A로 외국인이고 연하의 유부남이다. 불륜도 놀랄 일인데 그 불륜에 빠진 ‘나’는 유명작가이자 문학교수라니. 이 충격적인 일을 ‘나’는 오히려 여러 가지 제약이 바로 기다림과 욕망의 근원이었다(32p) 고 말한다. 그리고는 숨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나’가 그 사람을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15p)나와의 관계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29p)어 불안해 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명히 그려졌다. 그녀의 안타까운 기다림은 지난 내 모습을 환기시키며 더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나’의 열정은 -사랑이라면 으레 그렇듯-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했다. 기다림과 외로움은 광기로 변하곤 했다. 그 사람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이전에 즐기던 독서나 외출 따위의 모든 활동을 자제했다(35p)니,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가. 그러나 이건 약과였다. 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46p)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런 나에게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아니 에르노는 말했다. 나는 내 열정을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정당화되어야 할 실수나 무질서로 여겨질 수도 있다. 나는 다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27p) 라고.  도대체 이 여자는 뭘까?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궁금해졌다.

 

 

   가끔, 이러한 열정을 누리는 일은 한 권의 책을 써내는 것과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면 하나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필요성, 세세한 것까지 정성을 다한다는 점이 그랬다. 그리고 몇 달에 걸쳐서 글을 완성한 후에는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이 열정이 끝까지 다하고 나면 - ‘다하다’라는 표현에 정확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다ㅡ 죽게 되더라도 상관없을 것만 같았다. 20p

        끝난 후에는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마음. 그렇게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소진해버리는 것. 오직 하나에 가진 전부를 다 쏟아 붓는, 제목 그대로 단순한 열정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랑만큼 단순하고 뜨거운 열정도 없지. 그런데 뒤에 덧붙여진 이재룡 교수의 해설을 보면 그런 내 감상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닌 것 같다. 뜨거운 열정은 뜨거운 고통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니까. 

 

 

   ‘passion’은 남녀 간의 절절한 애정이란 뜻에서 우리말로 ‘열정’이라 번역하지만 이것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겪은 ‘고통’을 지칭하기도 한다. … 작가는 사르트르의 용어에서 형용사만 바꿔 그녀가 겪은 한 시절의 체험을 ‘단순한 수난’으로 명명했으리라. 82p 

   짧지만 정말 굉장한 소설을 읽었다. 이야기도 좋았지만 다 읽고 나니 이야기보단 작가가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살아 있는 텍스트였던 그것들은 결국은 찌꺼기와 작은 흔적들이 되어버릴 것이다. 언젠가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겠지(59p)라는 걸 알면서도 글쓰기를 통해 그것들을 붙잡아두려고 했(16p)던 그녀의 열정이 좋았다. 무엇보다 그녀와 나는 그 사람이 하지도 않은 말에 대답하고, 보내지 않을 편지에 답장을 하기도 했 (48p)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아니 아르노는 이제 내게 멀리 있지 않았다. 왜인지 아는 사람.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花 

 

 



 
 
o*****i 2013.12.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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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첫번째 리뷰] 단순한 열정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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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외국인 유부남과의 불륜을 그린 이야기라고 설명하기에는 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묘사와 문장이 가장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공통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이전 사랑에 대한 연상이거나, 공허감과 외로움에 잠식 되고 싶어하지 않는 욕구일 수도 있다. 작가의 여성의 성적 욕구와 관계에 대해 다루는 솔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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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외국인 유부남과의 불륜을 그린 이야기라고 설명하기에는 많은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묘사와 문장이 가장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공통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때로는 이전 사랑에 대한 연상이거나, 공허감과 외로움에 잠식 되고 싶어하지 않는 욕구일 수도 있다. 작가의 여성의 성적 욕구와 관계에 대해 다루는 솔직함이 오히려 해방에 가까워 보였다. 마찬가지로 군더더기 없는 감정과 상황에 대한 묘사 (가끔은 다른 이들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것 같은 우월감, 사랑에 빠져서 다른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비일상성) 등이 오히려 더 불륜 관계라는 비도덕적 특성에 대해 심리적 거부감을 낮췄다.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글을 통해서 작가 본인 또한 그 단순하고 열정적이었던 사랑의 순간의 향수를 떠올리고, 독자도 각자 해당됐을 열정의 향수를 어느 순간 눈으로 쫒게된다.
s******0 2023.02.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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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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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하게 읽기 시작하면 2~3시간 만에도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미사여구는 찾을 수 없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장들로 솔직하게 말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상당한 여백을 느꼈다. 그 여백은 단순히 글을 읽는 물리적인 시간보다 읽는 이의 지나간 사랑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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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득하게 읽기 시작하면 2~3시간 만에도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미사여구는 찾을 수 없다. 간결하고 직설적인 문장들로 솔직하게 말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상당한 여백을 느꼈다. 그 여백은 단순히 글을 읽는 물리적인 시간보다 읽는 이의 지나간 사랑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할 것이다. 단순히 사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고뇌하는 여성의 복잡한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 사랑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작가가 건네는 문장들은 순간순간 튀어나와 가슴에 박힌다. "나는 나를 관통하여 지나가는 시간 속에 살고 있을 뿐이었다. (p.17)" "현재를, 행복을 향해 열려 있던 과거로 바꾸어 놓고 싶었다. (p.49)" "언젠가 그 사람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겠지. (p.59)" 그 문장들은 책장을 넘기는 내 손을 자꾸만 붙잡는다.

 

제목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주인공의 내면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열정은 어떤 것을 오로지 그 사람과 연관 지어야 온전히 의미 있는 것으로 기억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존재하여야만 사고회로를 완성할 수 있으며, 온 세상이 그 사람으로 가득한, 지극히 단순한 것이리라.



s*****s 2015.03.2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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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만 나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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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광고해 대서 읽어봤다. 매우 얇다. 1만원 하는 것은 비싸다. 5천원 이면 족하다. 내용은 한 여자가 연하의 외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부남을 사랑하고 하루종일 그 남자의 전화만 기다린다는, 처음부터 마지막장까지.  집착이랄까?   우리네 정서와는 안 맞는 여자다.  작가는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 했기에, 아마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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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광고해 대서 읽어봤다. 매우 얇다. 1만원 하는 것은 비싸다. 5천원 이면 족하다.

 내용은 한 여자가 연하의 외국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부남을 사랑하고 하루종일 그 남자의 전화만 기다린다는, 처음부터 마지막장까지.  집착이랄까?   우리네 정서와는 안 맞는 여자다.  작가는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 했기에, 아마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을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대단하고 이상한 작가라 생각된다. 이해불가.

m******s 2016.09.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