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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는 우선 읽는 내내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소설이다. 그래서 사실 더 공포감이 스멀거렸다고 할까. 소설은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야금야금 공포를 풀어놓고 있다. 배경은 강남 한복판의 특급호텔의 옥상으로 그곳에서 수도권 영공방어를 위한 대공포진지를 지키고 있는 21살의 청년 제훈을 주인공으로 한다. 얼마 전까지 예쁜 여자 친구 영주와 행복한 시절을 보내가 군대에 온 제훈은 하루하루가 고달프다.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화려한 강남 호텔 옥상에서 근무하니까 편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더 고달프고 상급자들에게 시달리고 고문관 같은 후임자에게 진저리가 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차이나플루가 누그러드는 시기인가 했는데, 오히려 차이나플루 백신의 부작용으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좀비증후군'이 발병하고 도심은 순식간에 공포의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좀비'영화의 핏빛 장면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폐쇄적인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과 그 속에 속한 사람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고립된 공간 옥상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제훈을 비롯한 군인들은 좀비들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호텔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감염되지 않은 자들과 좀비가 되어 버린 자들 간의 치열한 핏빛 싸움이 전개된다.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평범한 일상을 습관처럼 살아왔던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이기에, 좀비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도 감염되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도 생 지옥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사실감 있게 표현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세상의 종말을 생각하게 되고 선택권이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 상황을 자포자기로 받아들이는 자와 끝까지 생존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결심하는 자들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속에서 제훈을 비롯한 생존한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투쟁을 결심하게 되고 맞서고자 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살짝 아쉬움이 감돈다. 너무나 좀비 영화, 소설에서 많이 봐서 익숙한 전개와 열린 결말은 '낯설게 하기'가 생명일 수도 있는 장르, 호러소설에서 익숙함을 주고 있기 때문에 중, 후반부터는 결말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좀 더 강한 결말을 준비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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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운 소설의 재미는 바로 캐릭터에 있다. 캐릭터가 중심을 잡고 이야기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제훈과 고문관 인호가 바로 그들이다. 이 둘이 보여주는 활약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대단하다. 이 대단함이 엄청난 활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행운과 대담함과 의지가 함께 작동하면서 힘을 발휘한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비교적 간결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몰입도를 높여준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단숨에 달려가게 만든다.
종말과 좀비를 다룬다. 우선 좀비를 다루는데 소설이 품고 있는 종말론적 상황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모두 읽은 지금 머릿속에는 좀비와 종말을 다룬 두 권의 소설이 생각난다. 한 권은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이고, 다른 하나는 스티븐 킹의 <셀>이다. 바이러스라는 소재를 택한 것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원인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알지 못한다는 것이 죽음과 이어질 때 그 공포는 더 깊고 넓어진다. 생존을 위한 노력은 상황이 더 힘들수록 더 처절해진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왠지 모르게 그런 처절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김전일 시리즈에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죽지만 김전일과 그의 여자 친구는 무사한 것처럼 말이다.
제훈은 일병이다. 그의 여자 친구 영주는 예쁘다. 우연과 행운이 겹치면서 그녀와 사귀게 되지만 이 행복은 군입대로 사라진다. 그런데 그의 부대가 강원도 산골 오지가 아니다. 서울 시내다. 시내면 쉽게 만날 것 같은데 아니다. 그의 부대는 특급호텔 옥상이다. 옥상에 군부대가 주둔한다는 것을 얼마 전 회사 직원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예쁜 여자 친구를 둔 군바리가 걱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상하다. 그녀가 보낸 편지 한 통은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여친을 위해 금연까지 하면서 휴가를 기다리는데 그놈의 인플루엔자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세계는 알 수 없는 인플루엔자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새로운 약이 개발되어 완치의 길이 열리지만.
작가는 이 소설의 설정에서부터 패러디와 풍자로 가득하다. 인플로엔자가 돌 때 불과 몇 년 전 신종플루 사태를 비튼다. 여기에 예방약까지. 그런데 이 소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예방접종을 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좀비들이 처음 나타난 곳이 미국과 한국과 일본이란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인호의 입대 전 이력이 종말을 바탕으로 한 게임임을 감안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작가의 전작 <게임의 왕> 시리즈에 등장한 세 소년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카메오처럼 등장하는데 강한 인상을 준다. 물론 이 소설을 읽은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갑작스런 좀비의 공격과 고립된 군부대란 설정은 결국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좀비가 인간을 공격해서 먹고 감염시키는 것처럼 인간도 음식을 먹어야 산다. 고립된 공간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식수가 제대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런데 옥상에는 먹을 것이 부족하다. 당연히 내려가서 식량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서울의 현실에서 여친을 걱정하는 제훈은 어떻게 해서든지 그녀에게 가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새로운 기회가 되는 동시에 좀비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살기 위해 사랑을 위해 일병과 이병의 힘겨운 탈출과 도전이 시작한다. 그 끝은 다른 종말과 좀비를 다룬 소설과 별 차이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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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 한상운 지음 톨
한상운 작가가 대학 동문이라 반갑게 읽었다.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이……. 작가 설명을 읽으며 이 책 이전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게임의 왕』을 분명 읽었는데……, 뭐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그 내용이 벌써 가물가물하다. ㅠㅠㅠ, 나이를 탓하랴? 모자란 내 머리를 탓하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대한민국 열혈 형사 정태석 「미스터리 소년추격전」은 학교 폭력, 온라인게임, 섹스, 주식, 도박 등등 매일같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들을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끌어들인 갱스터액션소설이다. 라는 설명을 찾아보고야 살짝 기억이 돌아온다. ㅠㅠㅠ. 이 인플루엔자는, 강남 한복판 특급호텔 옥상에 설치된 대공포기지에 갇혀 지내는 일병 이제훈은 군생활도 갑갑하고, 애인인 강영주가 까탈을 부려, 탈영이라도 하고픈 마음이다. 높은 감염률과 치사율로 전 세계가 차이나플루 공포에 떠는 탓에 휴가도 중지되고, 급기야 미국이 주도적으로 보급된 차이나플루 백신 부작용으로 말도 안되는 '좀비증후군'이 일어나는데……. 뱀파이어를 능가하는 좀비들은 끝없이 다시 살아나 닥치는대로 사람을 물어뜯는다. 게다가 이 좀비에게 물어 뜯기면 바로 좀비로 다시 살아나게 되어 삽시간에 핏빛 지옥으로 변해버린 도시. 대공포기지의 부대원들은 이 사회를 상징하는 인물들로 그들의 삶의 방식을 표방하고 있으며, 전쟁보다 훨씬 더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이 상황은 결국 지구의 종말로 치달을 것인지? 한 영웅에 의해 지구는 구원을 받을 것인지? 과연 제훈은 군을 이탈해, 좀비들을 물리치고 편의점에 피신한 영주를 찾아낼 수 있을까? 영주 또한 좀비들의 살육전을 이겨내고 무사히 제훈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까?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게임 세계에서나 가능해 보이는 이런 상황이 만일 실제로 일어난다면, 우리는 각자 어떻게 이를 이겨낼 수 있을까? 모든 상황에서 모두 각자가 주인공이니까~ 특급호텔 옥상에 대공포기지가 있다는 설정에서 부터 시작하여, 신종플루를 떠올리게 하는 차이나플루의 치사율이나 설상가상으로 일어나는 좀비증후군 설정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주가 되어 제훈이 되어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젊은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가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 얼마전에 입대한 배우 이제훈과 이름이 같아서, 그 배우 이제훈을 연상하며 책을 읽었더니, 곧곧에서 영화로, TV로 보았던 이제훈의 영상과 대비되어 오히려 책을 읽기가 더 흥미로왔다는 점. 강영주는 끝까지 제대로 그 캐릭터가 잘 안잡히기는 했지만……. 2012.12.10. 동문이라 더 반가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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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소설이다. 한상운 스타일의 좀비 소설이다. 한국에는 유명한 좀비 소설이 별로 없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읽어본 것이라고는 서양의 것들 뿐이다. 왠지, 자극적이고 유치한 B급 소설이거나 세계관의 두께에 치중하는 소설들이 많았다.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를 계속 끌고 나가거나. 이 책은 한상운 스타일의 좀비 소설이다. 예전에 '특공 무림'을 읽고 '한상운'이라는 이름에 상당 기간 빠져있었는데, 그 이유를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짧은 단 권이지만 한상운이 썼다는 걸 계속 상기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동어 반복만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내 탓이다. 뭐랄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한상운'스타일이라는 것을. 그저, 한상운의 다른 작품들(이라고 해봤자, 사실 나는 사서 모으기만 했을 뿐 끝까지 읽고 기억하는 건 특공무림 정도 밖에 없다. 우스운 일이다. 왜 그렇게 열심히 모았었을까?)을 재미있게 읽고, 뭔가 그만의 매력을 느꼈다면 아마 이 책에서도 그런 매력을 느낄 거라는 말을 전할 수 있을 뿐이다. 제훈과 영주, 그리고 진욱이라는 세 명의 트러블은 '좀비 인플루엔자'로 미쳐가는 서울 한 복판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 준다. 마지막 영만의 챕터 직전의 에필로그 격인 이야기가 심각한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은 어딘가 몽상가스러운 결말인 것도, 저자 특유의 스타일 같다. 뭔가 반어적인... 이런 느낌, 특공무림에서도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단 권이라 더 강렬하게 느꼈다. 농축된 듯. 그나저나, 마지막 결말 챕터를 맡았기 때문일까. 병만이라는 캐릭터가 의외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이걸 '반전'이라 해야 하나. 큰 반전 없이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가는 소설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병만'의 모습이 더 오랫도록 기억에 남는다. 굉장한 반전인 것처럼 써놓았지만, 쓰면서 생각해 보니 이런 상황에 익숙한 사람들은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을 지 도 모르겠다. 어쨋거나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인상 깊다. 뒷 이야기는 굳이 상상하고 싶지 않다. 깔끔한 결말 덕분에, 후유증도 비교적 덜하다. 생각해 보면, '제훈'의 목표는 사실 '영주'를 구하는 것이었고 어쨋거나 (스포일러지만) 만나지 않았는가. 그 과정에서 별의별일이 다 있었고, 사라지거나 죽은 것들도 많았지만. 어쨋거나, 독자에겐 편한 결말일 지도. 한상운식 소설이었다. 매니아들에겐 추천을, 초심자에게는 흩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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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에 좀비가 출현했다고 하면 과연 어떻게 살아질까? 그 공포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강남호텔의 옥상에서 좀비들과 싸워야 한다는 설정. 과연 그것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21세의 남자주인공 제훈은 서울 수도권 영공방어를 해야 하는 업무를 가진 군생활을 해내야 하는 대한의 남아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이별을 선언하기 일보직전에 도달한것을 알고 그녀를 붙잡기 위해 탈영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래서 군대가는 남자들에게 여자친구는 기쁨일수도 있지만 고뇌와 번민의 대상이 되기도 하나 보다. 제훈은 여자친구 영주를 달래주기 위해 그녀가 헤어지자는 소리를 하기 전에 어떻게든 만나 감동시킬 이벤트와 함께 달콤한 사랑의말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청천벽력도 유분수지. 높은 감염률과 치사율로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차이나플루때문에 외박은 커녕 외출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마 이때 제훈에게는 차이날플루보다 여자친구의 이별선언이 더 무서운 대상이지 싶다. 3년전인가, 우리나라에 휘몰아쳤던 신종플루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렇지만 이 차이나플루는 대단한 위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모두들 몸을 웅크리게 했다. 제훈의 기도가 통했을까, 앙무튼 세계적인 제약회사가 개발한 백신의 접종으로 인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소리와 함께 휴가를 재개하게끔 된다. 그렇지만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휴가의 순번이 후임인 제훈에게 돌아올리 만무하다. 그런 그에게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오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수 없는 제훈.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순간 깐깐하고 원칙주의자인 호텔지배인인 박은수와 마주친다. 박은수는 고객전용의 엘리베이터를 제훈일행이 사용한것이 못내 못마땅한것이다. 제훈은 영주에게 호텔근처로 오라고 전화까지 했는데 난데없이 호텔로비 중앙에 사람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좀비의 출현임을 깨닫게 된다.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좀비와의 생존싸움에 빠져들게 되는 제훈일행. 좀비는 죽었지만 죽을수 없는 존재이고, 생존자들은 좀비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숫적으로 열세다. 옥상에서 생존싸움을 하는 제훈과 지하에 갇힌 영주와의 만남은 이뤄질것인지, 좀비와의 싸움에서 생존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마침내 성공할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빠져들게 되는 책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좀비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거기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이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내용이라 섬뜩한 기운이 감돌아 얼른 결말이 나왔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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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영화에 빠져 지낼때였다. 좀 명성있는 영화 잡지를 구독하면서 빽빽하게 적혀있는 기사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일단 개봉하는 영화가 있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필름이 잘려나가기 전인 개봉 첫 날 첫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고 달려가곤 했었다. 그때는 취향과 관계없이 내 시야를 넓힌다는 생각으로 많은 영화를 봤었는데 괜히 친구들을 데리고 갔다가 구박을 받았던 영화들도 있었다. 그 중에 한편이 쿠엔틴 타란티노의 `황혼에서 새벽까지`였는데, 사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친구들이 뭐라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뒤집어지는 속을 달래기 위해 맛있는 밥을 사줬던 기억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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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니 몇년전 인플루엔자가 한창 사람들의 골머리를 썩힐때가 생각난다. 사전적 의미로는 인플루엔자란 인플루엔자란 독감을 가리킨다고 한다. 이 독감은 주로 겨울철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며 주로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전염되며, 1∼5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열과 함께 심한 근육통이 생기는 등 전신증상이 나타난다. 콧물이 나고 목구멍이 따갑고 기도가 막히며 가래도 나온다. 특히 팔, 다리. 허리 등의 근육통과 소화불량과 같은 위장관 증상이 동반된다고 한다. 또한 후유증으로 경련, 혼수상태, 급성기관지염, 폐렴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상하게 이런 사전적 의미를 보면 굉장히 무섭다. 독감이라고 하면 며칠 앓다보면 곧 나을 가벼운 병같지만 인플루엔자라고 하면 극소수이긴하겠지만 사망까지 결론이 이미 몇 번 나기도 한다. 그런데 둘이 거의 비슷한 말이라니 생각해보니 오묘한 느낌도 든다. 어쨌거나 사망까지 갈 수 있다는 인플루엔자 최근에는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난 신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기존의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을 가진 더 무시무시한 슈퍼 인플루엔자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런 기사글을 보면 어쩔때는 가끔은 안전불감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책도 약간 그런 분위기가 풍긴다. 인플루엔자라는 제목과 달리 이야기속에서 주로 활동하는 것은 좀비인데 그 이유가 인플루엔자를 피하려고 만든 백신의 부작용때문이란다. 약간 급진전하는 느낌도 있지만 그러면서 내용은 갑자기 하드코어로 치닫으면서 오락실에서 혹은 요즘은 굳이 오락실에 가지 않아도 게임앱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피묻은 좀비가 등장하고 이를 정신없이 소탕하는 내용이다. 책에는 그림은 없지만 워낙 좀비에 대한 게임을 눈동냥으로 많이 봐온터라 잔인하게 사람을 공격하고 또 반대로 무기력하게 그리고 역시 잔인하게 당하는 좀비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다만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저자는 여기에 군대이야기를 같이 묶었다는 것이다. 인플루엔자고 좀비고 뭐건간에 애인의 변심이 더 두려운 주인공의 이야기나 군대에서는 비록 고문관이나 마음씨는 착한 다른 등장의 인물의 이야기가 꽤 한국식이면서도 공감이 갔다. 이런 군대 이야기와 좀비의 만남이 썩 어울리지는 않는데 의외로 작가는 재미나게 녹여냈다. 그리고 좀비만 들으면 하드코어가 생각나지만 중간중간 꽤 위트있는 전개로 웃음이 나는 부분도 있었다. 처음 만나는 작가지만 그의 다른 소설도 궁금해져 조만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은근히 묘한 중독성이 있는 재미있는 작가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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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좀비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외국사람들은 특히 서양사람들은 귀신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귀신인데 일용할 양식이 필요한 것을 보면 말이다. 문제는 그 일용할 양식이 좀비들에게는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과 좀비의 밥이 된 사람들 역시 좀비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살아있는 사람은 하나도 안남게 되고 사람을 먹어야 하는 죽지않는 좀비만 남게 되어 지구가 멸망한다는 그런 결말? 좀비도 먹지 않으면 죽으려나?
여하튼 중국은 강시, 서양사람들은 좀비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좀비를 한국무대로 끌어들였다. 무시무시한 좀비가 들끓는 곳은 다름 아닌 강남인 것이다. 그러나 등장한 무대만 강남일 뿐이지 여타 다른 나라 좀비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원래 사람이었다가 좀비가 된 사연 그리고 사람을 찾아 마구잡이로 물어뜯는 괴물로 변한다는 이야기는 말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좀비역시 비슷하다. 다만 그 시작이 차이나플루 백신의 부작용으로 ‘좀비증후군’이 발병한다는 것이 약간 다르다. 병을 예방하고자 한 것이 도리에 병든 것보다 못한 일을 초래하게 되었고 도시는 잔인한 좀비들로 피빛으로 물들고 아수라장이 된다.
그런 좀비영화를 보면서 느끼는건데 어차피 망할거라면 차라리 매도 빨리 맞는다고 좀비가 어서 되버려서 좀비계열에 합류하는 것이 살아남아서 공포에 떠려 좀비에 쫓기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가도 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뇌를 잃은 아니 영혼을 잃은 좀비가 되어 생판 남은 물론이거니와 인면수심이 되어 자신의 지인을 일용할 고기로 본다면 뭐... 조금 끔찍한 상황이긴 하다.
이 책의 또다른 재미는 좀비와 군대이야기를 합쳤다는 것이다. 비록 몸은 군대에 속해 있지만 자신의 아리따운 애인에게 일편단심의 마음은 변하지 않은 주인공 제훈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좀비 세상이야기가 아주 뜬금없지는 않다. 가끔은 어제와 내일이 다르지 않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 희망에 무덤덤해지고 그냥 이대로 증발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형편없이 재미없는 요즘 이 책으로 묘하게도 그리고 어쩌면 뻔하게도 두려움을 통해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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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작가의 이름이라 약력을 살펴보니 반가운 책 이름이 보인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작가의 이름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과학수사보다는 직감을 더 중요시하고 직감하나 믿고 무대뽀로 밀고 나가는 캐릭터가 인상적이었기에 작가의 신작 또한 기대가 컸다.
책 제목을 보면서 2년전 전세계를 공포의 도가니에 빠지게 했던 신종플루가 생각난다. 돼지에 생긴 인플루엔자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변이를 일으키면서 급속도로 번져나갔던 질병이었는데 이 책은 신종플루에서 영감을 얻은것 같았다.
주인공 제훈은 수도권 방어를 위해 대공포 진지가 설치되어 있는 강남 한복판의 특급호텔 옥상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 매일매일 초긴장 상태로 근무하는 전방도 아니고 특급호텔의 옥상에서 화려한 수도서울을 매일매일 볼 수 있고, 호텔 식당의 메뉴가 배식으로 제공되는 곳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다면 행복한 일 아닐까? 하지만 제훈은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좁은 옥상 공간에서 지루한 일상을 반복하는것도 괴로운데 차이나플루의 영향으로 몇 달째 휴가나 외출은 금지된 상황, 첫휴가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언제 휴가가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여자친구가 토라져 있다.
부대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여자친구는 모든 것을 제훈의 탓으로 돌리며 이별을 선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한 제훈에게 드디어 예방접종의 효과로 차이나플루가 진정기미를 보이므로 휴가, 외출이 허락되었다는 상부명령이 내려온다. 하지만 위계질서가 확실한 군대에서 휴가는 선임의 차지가 되어버리고 제훈은 밀려나고 만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제훈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부대에 기름이 떨어져 외출이 허락된 것, 영주와 짧은 만남을 위해 호텔근처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넣고 후임병 인호와 함께 호텔 1층으로 내려왔는데 이게 뭔일이람.. 바닥에 고인 흥건한 피와 쓰러진 사람들 부서지고 파괴된 호텔의 집기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모처럼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제훈이 부대 복귀와 이대로 외출을 감행해야하나 망설이는 사이에 죽은 사람이 살아나 살아있는 인간의 목에 이빨을 박고 피를 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놀란 제훈과 후임병은 다시 부대로 복귀하고 뉴스를 통해 좀비가 전세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그때서야 영주에게 문자를 보낸 기억을 떠올린다. 영주가 누군가를 만난다고 나갔다는 영주어머님의 말에 제훈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자신때문에 영주가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영주를 구해야만 하는 제훈..제훈은 영주와 다시 재회할 수 있을지..어리벙벙한 제훈의 활약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갑자기 등장한 좀비로 전세계는 혼돈에 빠진다. 원인도 모르고 해결책도 찾지 못한체 우왕좌왕하는 인간들..결속력을 다지고 헤쳐나가기보다는 살고자 도망치기에 급급한 모습들, 아예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사람들, 그래도 그 속에서 희망을 잃지않고 서로 독려하고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본성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할까? 고뇌에 빠져보기도 하지만 적절한 방안을 찾지는 못했다. <무심한듯 시크하게>도 막힘없이 술술 읽었던 것처럼 참혹하고 잔인한 사실적 표현들때문에 속이 울렁거림에도 이 책도 빠른 속도로 책장은 넘어가는 즐거움이 있다. 인간의 본성이 여실히 드러나 씁쓸함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이 살아볼만한 이유는 제훈, 후임병 인호처럼 순수하고 착한 심성으로 세상을 인도하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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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한국형 좀비소설의 효시가 아닐까 합니다.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사실 ‘좀비’는 일찍이 조지 로메로의 일련의 시체시리즈에서 지금 갖고 있는 이미지들이 완성된 터라 영화에서 해석하는 좀비에 대한 사회적인 함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냉전체제의 해석은 좀 달랐지만 현대의 좀비영화는 에이즈나 사스 등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그리고 사회적으로 몰락할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를 형상화했다고 해석되고는 합니다. 이를테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말미암아 벌어진 중산층의 연쇄적인 몰락에 대한 공포같은 것이겠지요. 최근에 좀비를 소재로 한 영상물이 많아진 데는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작용했다고 보입니다.
우리사회도 현재 어려운 경기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같은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 북한, 여기에 정부에의 불신으로 막연한 공포감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여러 무차별 살인 범죄 등 흉악범죄가 많이 보도되며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구요. 우리 사회에서 좀비물이 젊은 층을 기반으로 인기를 얻고 이렇게 한국형 좀비소설이 등장하니 소재의 다양이 반갑기도 하면서 좀비가 사회적인 요구인가 싶어 씁쓸하기도 합니다.
또 강풀 작가의 웹툰인 ‘당신의 모든 순간’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거짓입니다. 같은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비교해볼 수 있겠으나 좀비라는 대상에 대한 해석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비에 대한 ‘공포’가 주가 되었던 인플루엔자가 세기말의 분위기와 보다 가깝습니다.
인플루엔자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강남 한복판 특급호텔 옥상에 설치된 대공포기지에서 군복무중인 21살 제훈은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가 이별을 암시한다고 생각하며 초조함을 금치 못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전염병인 차이나플루 때문에 몇 달째 휴가나 외박은 중지된 상태. 제훈은 차이나플루가 잦아들고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지만 곧이어 백신의 부작용으로 ‘좀비증후군’이 발병하게 됩니다. 점점 좀비증후군이 확산되어 가는 세계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자 움직이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생생한 생활형 대화체가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소설 속에만 있는 문어체 대사가 있습니다. 가령 하오체 같은 것이지요. 생활 속에서 들으면 오글거릴 것만 같은 하오체도 소설 속 남자주인공이 하면 상당히 진중하고 젠틀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릅니다. 드라마의 대사로 그대로 옮겨도 무리가 없을 듯한 생활형 대사가 나옵니다.
"뭐야, 사정 뻔히 알면서 휴가 나오면 얘기하자고 그런거야? 내가 언제 나갈 줄 알고?"
또한 묘사한 장면이 생생하게 연상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치 이미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소설을 읽은 듯 장면이 스쳐지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이런 부분이었지요.
반대쪽 차선에서 컨테이너를 달고 있는 대형 트럭이 앞서가던 차를 들이받고 있었다. 승용차 몇 대가 납작하게 깔리거나 좌우로 밀려나갔다. 트럭은 속력을 늦추지 않고 계속 내달려 그대로 십여 대의 차량을 부수고 가로수에 부딪쳐 멈춰 섰다. 순간적으로 거리가 고요해졌다. 잠시 후 사방에서 비명 소리와 고함 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부서진 차량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내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찌이이이익. 강철이 찢어지는 소음과 함께 트럭 뒤에 붙어 있던 컨테이너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밀려나왔다. 천천히, 하지만 부딪치는 모든 걸 밀어내며. 차들이 부딪칠 때보다는 훨씬 느리게 느껴졌지만 훨씬 위압적이었다.
결말부분은 좀비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색다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성을 잃지 않는 사람과 삶에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괜찮은 결말이었습니다.
단순히 숨을 쉬느냐 쉬지 않느냐로 인간과 좀비를 구별해서는 안 된다. 인간적인 행동을 하기에 인간이고,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기에 좀비인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300여 페이지로 길지 않습니다. 더구나 생생한 묘사 덕분인지 정말 빨리 읽힙니다. 좀비물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한번쯤 접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대사도 그렇고 장면들이 이미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읽은 후 작가약력을 보니 작가분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시는 분이더군요. 혹시 영화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