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는 노년기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나이듦의 품격』 이 책을 읽으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치매와 파킨슨으로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내가 이 책을 조금만 더 빨리 읽었더라면 부모님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께서 이 책을 미리 읽으셨더라면 큰 도움을 받으셨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이듦을 영성 훈련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는 조금씩 쇠약해져 가면서 나이듦도 영성 훈련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나이듦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은총을 들여다보는 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이듦의 영성 훈련을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검불은 걸러 내며, 금방 타버리는 불꽃에는 주의 하고, 우리의 성장을 도와준 것들은 꽉 붙잡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체험에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현존하시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사람의 모든 체험에는 거룩함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나이듦에 관하여 이야기하면서 더 큰 의미와 더 충만한 평화를 찾는 일에 함께 하자고 독자들을 초대한다.

저자의 삶의 태도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는 일상적인 것들에서 거룩함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 곳곳이 거룩함으로 채워져 있음을 본다는 것이다. 그는 각자의 역사를 이루는 모든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거기서 거룩함에 대한 갈망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삶의 이야기 곳곳에 하느님의 존재가 박혀 있습니다. 우리 삶의 이야기들을 회상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하느님 사랑의 표지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기 삶의 역사를 돌아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영적인 체험이 됩니다. 우리의 과거를 살펴본다는 것은 내적인 여정을 위한 항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성장하였는지를 점검하는 것이고, 우리의 성공과 실패를 끌어안는 것이며, 용서와 화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매순간을 경축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기억과 친밀, 감사와 쇠약, 수용이라는 프리즘을 통하여 나이듦이라는 주제에 접근했다.

이 중에서 나에게 특히 와닿았던 내용은, 감사와 수용이라는 부분이었다.

감사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영성 훈련을 통하여 길러지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감사의 태도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제시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당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시오. 그 이야기를 실패의 관점이 아니라 성공의 관점에서 하십시오.

2. 손자 손녀들과 대화를 나누십시오.

3. 당신의 모든 가족을 늘 마음과 정신에 담아 두십시오.

4. 매주 시작할 때마다 감사하고 싶은 대상을 대여섯 개 선정하십시오. 그리고 주중에는 그 목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숙고하고 성찰하여 보십시오.

5. 열심히 일했던 시절을 돌아보고, 그것을 통해 얻게 된 보상이 무엇인지 찾아 보십시오.

6. 자선을 행하는 것이야말로 감사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7. 기억은 사람과 사건, 경험에 대한 일종의 관찰 일지입니다.

8. 긍정적인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십시오.

9.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곧 아내 혹은 남편과 자녀들, 정신적 스승들과 공무원들, 군인들과 우리 곁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현할 시간을 가지십시오.

10. 감사는 기도의 한 방법입니다.

11. 감사는 경탄을 통해 길러집니다.

수용에서는 세 가지 종류의 받아들임 즉, 자기 삶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 죽음을 적절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함을 배우게 되었다.

아름답게 보였던 것은, 지적 장애와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그런 장애를 갖지 않은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라르슈 공동체'에 대한 소개 내용이었다. 거기에서는 도움을 주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로서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으며" 산다는 것이었다. 진정한 인격 존중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감동을 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의 내용이 내 마음에도 와닿았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선하다. 삶도 죽음도, 거룩함도 죄도, 지혜도 어리석음도 모두 선하다. 모든 것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나의 동의, 나의 승인, 나의 애정에 찬 이해만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모든 것이 나를 잘 대해 줄 것이며, 아무것도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이 책의 일관된 주제는 영적 성장에 대한 충실성과 인격 통합이다. 그는 "영성은 우리 삶의 모든 수준을 포함하는 것이고, 가장 넓은 의미에서 마음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하여 노년기와 관련하여 몇 가지 도전을 받기도 할 것이라고 한다. 아름답게 나이들기 위해서는 친밀함을 키우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쇠약해짐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야 하며,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데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