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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줄줄이 사탕'이 있었다. 그 CM 송은 지금도 기억한다. '아빠 오실 때 줄줄이, 엄마 오실 때 줄줄이, 우리집은 줄줄이 사탕' 간장으로는' '닭이 운다, 꼬끼오. 아침마다, 꼬끼오. 맛을 낼 땐 ○○간장, 꼭 낀다고 꼬끼오.' 그후에 기억나는 카피로는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예요'.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 등. 단 한 줄, 아니면 몇 줄, TV 광고를 15초 광고라고 하니 그 짧은 시간에 어떤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 카피라이터와 소비자의 동행은 결국 소비자와 광고주의 동행을 만듭니다. 한번 인정받은 동행의 자격은 쉽사리 깨지거나 버려지지 않지요. 좋은 기억을 함께 한 길동무는 평생의 반려가 됩니다. 어떤 상품이나 기업이 누군가의 인생에 으뜸가는 파트너가 되는 것보다 더 이상적인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p. 62) 그런 카피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담겨 있는 책이 <카피는 거시기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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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 참 거시기하다. 그런데, 이것은 저자가 카피, 시 혹은 아이디어를 위한 메타포 50개를 소개하는데, 그중의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카피는 ~~이다' 이것이 책 속 꼭지의 제목이고, 그것을 저자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담아서 카피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이런 메타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중의 몇 가지를 소개한다면, '카피는 걸어다닌다, 카피는 구름 속의 부엌칼이다, 카피는 돌밭의 버팔로다, 카피는 놀라움의 기록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바로 카피를 말해주는 것들.
이 책의 저자인 '윤준호'는 그동안 광고회사를 두루 다니면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 '윤제림'이란 이름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하다. 30 년간의 카피라이터의 생활 속에서 건져낸 이야기들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광고에 대한 이해와 카피,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 카피의 착상이나 표현방법'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흔히, 우리는 카피라고 하면 광고문안이나 광고를 구성하는 일체의 문안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지도록 해준다. 인간이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든 방법과 도구를 두루 활용하는 것을 카피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유능한 카피라이터는 상품들에 숨겨져 있는 것을 찾아내야 하고, 그 속에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밀의 문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딱정벌레에 비유하였을 때에 회사 관계자나, 이 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폭스바겐에서는 과감하게 이 표현을 수용하였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처럼 광고의 게임은 소비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벗어나는 극적 반전인 것이다.
카피에 대한 50개의 메타포 중에 '카피는 거시기다'을 생각해 보자, '거시기'는 대명사도 될 수 있고, 명사도 될 수 있고, 동사, 부사, 형용사도 될 수 있는 괴상한 말이다. 모든 언어를 대변하는 말이다. 말하는 사람이 '거시기'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거시기'가 무엇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종합 대행'의 말인 것이다. 그러니, 카피는 거시기다. 이 책 속에는 그동안 저자가 쓴 카피 문구가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 정찬주의 <암자로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책의 광고 헤드라인이 " 9시 뉴스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라고 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금방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암자를 돌아다니면서 쓴 시인의 감성 에세이집이니. 카피란 이처럼 진술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닌 요약, 함축, 상징, 비유, 암시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카피라이터는 활을 쏘는 사람인 동시에 과녁인 소비자를 끌어 당기기 위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화살이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게을리하고 있다.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아니고, 이메일보다도 더 편리한 카톡이나 문자로 소통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날리는 한 줄의 문장을 카피처럼 날려보면 어떨까? 분명, 그 글을 받는 사람은 한 줄의 문장에 매료되어서 당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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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이름을 바꾼 사람들을 만난다. 번거로운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수고로운 일을 감내하며, 그렇게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뭘까? ‘○○○’라는 이름이 ‘나’라는 인간에게 붙어 죽을 때까지 뗄 수 없는, 아니 죽은 후에도 달라붙어 있는, ‘나’라는 인간을 수식하는 최초의 ‘카피’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인간도 자신에 대한 최초의 ‘카피’인 이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좀 비약해서 말한다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지점은 ‘카피라이트’를 한다는 것에서 나온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그 사람을 잡기 위해서, 싸늘히 식어버린 그 사람과 관계를 쿨하게 끝내기 위해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많은 생각들을 가장 효과적이면서 가장 울림 강한 한 마디의 말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던 그 순간, 우리는 내추럴 본 프로페셔널 카피라이터였다. 『카피는 거시기다』는 그렇게, ‘카피’가 TV와 신문, 잡지의 광고 속 문안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마트에 그득한 상품들의 포장지 위에 인쇄된 단순한 활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조건임을 알려준다. 그리고 제목의 ‘거시기’ 혹은 표지의 ‘○○○’이라는 구멍은 결국 인간의 입이자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찬란한 카피들의 메타포가 된다.
○○○라는 구멍을 통해, 입을 통해 나온 말들은, 그것이 ‘카피’의 그것이기를 의도하는 순간부터 마법을 가진 주문이 되고, 그 몇 개의 글자 속에 세상의 모든 산천초목과 삼라만상이 다 들어가 오롯이 앉아 있게 되는 황홀경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대한민국 모든 독자들이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그 멋진 한 줄의 카피를 쓸 수 있는 궁극의 비결을 얻겠다는 나의 목적은 그저 몹시 거시기스러운 것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장강에 큰비가 내려 홍수가 지더라도 결국 물은 길을 만들고 길을 뚫어 흘러간다. 그것이 사람을 위한 길이 아니고 사람을 쓸어가는 길일지라도. 그렇게 홍수가 지나가면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져 있다. 나의 거시기스러운 의도는 홍수에 쓸려갔지만, 내 생각은 새로운 지형으로 구축된다. 그곳에서 나는 진정한 ‘거시기’를 찾기 위한 50개의 새로운 길을 만난다. 그 길은 온통 새로움이고 온통 즐거움이다. 멋지다, 이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