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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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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늘... 무거운 숙제를 가슴 안에 담고 있는 것과 같다. 아직 문학적 견해가 짧은 내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는다는 것은 무거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모두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 전직 투포환 선수였으나 지금은 팔십 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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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것은 늘... 무거운 숙제를 가슴 안에 담고 있는 것과 같다. 아직 문학적 견해가 짧은 내 입장에서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는다는 것은 무거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읽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모두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1.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

전직 투포환 선수였으나 지금은 팔십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살덩이를 자랑하는 여자. 그녀는 아파트 단지에서 돌멩이를 던지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여자의 조용한 일상을 깨뜨리는 일이 발생했으니 바로 옆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이다. 옆집 사람은 무슨 이유로 장기간 집을 비웠을까? 그를 찾는 방문객을 보면 여자는 옆집 사람을 추리해 나가기 시작한다. “사람이라도 죽여야 관심을 가지려나?” 이웃. 그 누구에게도 관심 없는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여자는 관심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 나는 나를 가둔다.

63번. 수면 체험실에서만 안락한 잠을 잘 수 있는 남자. 오피스텔이라는 자신의 공간이 있음에도 남자는 그곳에서는 잠을 잘 수 없다. 수면 체험실에서 그녀의 눈과, 그녀의 독특한 냄새로 잠을 잘 수 있는 사람. 남자는 자신의 고독함을 꿈이라는 것을 이용해 여자와 소통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3.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이 단편은 지난번 ‘비’라는 테마 단편 소설에서 소개 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4. 찾아가는 도서관

찾아가는 도서관 버스를 운행하는 남자. 그는 가슴 한 쪽에 유서를 넣고 다닌다. 그건 친구가 남기고 간 유서다. 친구는 자신의 딸을 만나면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남자는 찾아가는 도서관을 운전하면서 그 어린 딸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에게는 아파트 마다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죽은 친구의 아내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안 순간 남자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5. 나쁜 이웃

404호에 사는 할머니가 며칠째 보이지 않자, 신문 투입구를 통해 403호 여자는 이웃집을 상상한다. 할머니가 죽은 것은 아닌지 상상하며 여자는 아파트 사람들로부터 인정 많고, 이웃을 생각하는 멋진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생각했던 결론(?)을 바라면서 여자는 할머니가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기를 바라는데...

 

6. 페이지들

책의 중요한 페이지를 찢고, 그 자리에 포스트잇으로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적어 놓는 남자. 남자는 그러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추리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추리하기를 바란다.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그는 어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7. 나무인형

말하고 싶어 하는 여자. 그녀는 차에서 책을 파는 여자(여자는 나무처럼 한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에게 접근해 그녀에게 말을 하려고 한다. 책을 파는 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여자. 그녀는 책 파는 여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해 달라고 한다.

 

이 세상엔 외로운 사람들도 많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누군가 혼자 있는 나를 무리에 끼어들 수 있도록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에 있는 나를 손잡아 밖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전화가 있고, 스마트 폰이 있고, 컴퓨터도 있고, 텔레비전이 있다. 언제든지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를 수 있고,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더 외로워진다.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빠른 교통과 언제든지 목소리 들을 수 있는 전화가 있음에도 우리는 마음속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 속에서 이렇게 외로운 것일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집에 있음에도 우리는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산다. 하지만 이제 자존심을 버리고 먼저 두드리면 안 될까? 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내가 힘드니 나의 손을 잡아 달라고 먼저 손을 내밀면 안 될까? 혼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소통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서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편에서는 혼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그 안에서는 혼자가 되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인 사람들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내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하라고 이야기 한다. 혼자 있는 안의 시간이 중요하듯, 같이 있는 밖의 시간도 중요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 문을 두드릴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 아닐까? 마음의 문을 열고 더 넓고 환환 세상에 웃어 보이면 어떨까?



YES마니아 : 로얄 k*****3 2013.01.26. 신고 공감 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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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두드리다...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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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치원 입학을 하기 한 해 전 겨울, 우리 가족은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두 동이 마주보고 있던 작은 맨션에서는 이웃 할머니며 옆집 언니 앞집 오빠 가릴 것 없이 맨션 앞 공터에서 늘 함께 지냈었는데, 새로 지어진 이 큰 아파트는 내게 손바닥만한 복도를 선사했다. 처음에는 입주민이 많지 않아 뛰어놀 친구도 사귀지 못했던 나는 우리 동의 경비실에서 대부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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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치원 입학을 하기 한 해 전 겨울, 우리 가족은 대단지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두 동이 마주보고 있던 작은 맨션에서는 이웃 할머니며 옆집 언니 앞집 오빠 가릴 것 없이 맨션 앞 공터에서 늘 함께 지냈었는데, 새로 지어진 이 큰 아파트는 내게 손바닥만한 복도를 선사했다. 처음에는 입주민이 많지 않아 뛰어놀 친구도 사귀지 못했던 나는 우리 동의 경비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경비 아저씨 옆 자리에 앉아 아파트 입구를 바라보면서 하염없이 얘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옛날이야기도 들으며. 그마저도 아저씨가 교대근무로 출근하지 않으신 날은 심심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얼마 있지 않아 무료함을 깨트릴 놀이를 찾았다. 하나는, 복도로 소리가 나가는 인터폰 방송. 손님이 찾아와 초인종을 누르면 “누구세요?”를 전하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였던 인터폰은 나 못지않게 외로워 보였다. 나는 인터폰 송화기를 들고 방송을 시작했다. 노래도 했고 인터뷰도 했다. (물론, 인터뷰라는 건 내가 또 다른 목소리를 내어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웃집이 하나둘 이사를 들어오면서 이웃에게 소음공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엄마는 내 방송을 금지시켰다. 애청자가 생기길 바랐던 나는 크게 실망했다.

나는 또 하나의 놀이로 복도에서 소리지르기를 선택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우리 층 복도에 아무도 나와있지 않을 때, 소리를 꺅-지르는 거였다. 목청이 좋아서였는지 바로 앞에 다른 동이 마주보고 있어서였는지 내 소리는 두 동 사이를 가로질러 멀리 퍼지곤 했다. 그런데 이 놀이는 5~6년이 다 되도록,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나만이 아는 비밀같은 이 놀이에 나는 푹 빠졌지만 한편으론 ‘사고가 나서 구해달라고 소리를 지르게 되면 누가 오기는 할까?’하는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가 장은진이 보내는 지속 가능한 짝사랑에 대한 일곱 개의 안내서!

 

<빈집을 두드리다>는 내가 살던 그 아파트를 떠오르게 했다.

계단 청소는 잘 되어 있는지 입주민들이 쓰레기 분리수거는 잘 하고 있는지 옆집에 사는 할머니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한 아줌마(‘나쁜 이웃’)나 아무도 보지 않는 때 돌멩이를 던지는 여자('빈집을 두드리는 이유‘), 한 번도 쓰지 않은 화장지를 허공에서 뿌려대는 사람(’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 혹은 아파트 어귀에서 책들을 늘어놓고 장사를 하는 여자(’나무 인형‘), 예쁜 그림 동화책들을 싣고 아파트로 찾아와주는 아저씨( ’찾아가는 도서관‘), 책의 중요 페이지만을 티나지 않게 찢어가는 사람(’페이지들‘)들이, 때로는 자신만의 꿈(夢)을 찾고 싶어 하며 잠드는 사람(’나는 나를 가둔다‘)들이 우리 아파트 단지를 들락날락 거렸을 것만 같다. 그래, 아파트의 꽉 짜여진 잔잔한 일상에 파란(波瀾)의 일렁임을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 분명 살았다. 가만가만히 훔쳐보면서 천천히 다가가 의미있는 사람이 될 때를 노리는, 마음앓이의 소심한 주인공같은 우리가.

 

지붕에 앉아 아파트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휴지 조각을 바라보던 남자가 기억에 남는다. 무엇 때문에 지붕에 앉아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아버지에게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놈으로 말로 쥐어박히면서 그는 뭘 생각할까. 부모님과 한 집에 살면서도 굳이 지붕에 외떨어진채 지내는 것이 궁금했다. 그러다가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목덜미와 발 부분만 하얀 그 고양이를 보면서 남자가 그녀를 생각하는 것을 엿보았다. 고양이의 습성을 가진 그녀, 결혼은 했지만 ‘아내’나 ‘집사람’으로 불리기 싫어한 여자. 그녀 때문에 힘든걸까. 화장지에 립스틱 자국을 남기기도 하고 메모를 남기기도 하는, 십사층의 ‘새로운 그녀’를 사랑하게 된 걸까. 소설 속의 티슈와 고양이에 넋을 놓고 빠져 소설이 끝나가는 줄도 모를 때쯤, 소설 속의 장치를 부지런히 숨겨둔 작가의 손길을 발견했다. 그의 -누구를 향한? (읽으면서 파악해보세요) -짝사랑 속에서 머리를 콩 쥐어박는 작가의 장난을 발견한 순간,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궁금해한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그게 증오든 미움이든. 나는 나를 찾는 사람에게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이 내 페이지를 궁금해하듯 나 또한 그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난 나와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장은진 소설집 <빈집을 두드리다> 중 ‘페이지들’ 일부 p.179

‘페이지’ 속의 그처럼, 한 권의 책 안에서 몇장 정도를 찢어도 된다면 나는 <빈집을 두드리다>의 192쪽을 살짝 찢고는, '나무인형'의 떠돌이 책장수-그녀가 늘어놓은 책들을 만지작거리며 P가 다가와 이야기를 늘어놓기를 기다리곤 할 것이다.

 

아파트 복도엔 가끔 비둘기가 놀러오곤 했다. 가끔이라도 꾸준히 찾아와주는 비둘기와 친해지려고 마음먹었다. 먹이가 있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나는 비둘기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몇 권의 어린이 도서를 뒤척이던 나는 드디어 방법을 알아내었다. 어렵지 않다, 비둘기들이 구구거리면서 먹이를 찾고 있을 때 너무 성급하지 않게 그리고 그들의 주의를 흩트리지 않게 다가가면 된다. 내가 하던 동작이나 말, 그것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심조심. 네 평화로움을 깨트리지 않는다는 걸 인식시키면서 천천히. 그렇게 다가가면 비둘기는 푸드닥거리며 요란스레 날아가버리지 않는다. 거리는 그렇게 좁혀가는 것이다.

 

어쩌면 나와 비슷한 무료함을, 빈 마음을, 허전한 눈길을 가진 그들을 나는 짝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속 가능한 짝사랑에 대한 여덟 번째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

 

블로그 동시 게재: http://ohho02.blog.me/100173854975

o****2 2012.12.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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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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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단잠을 깨우는 소음들은 쌓인 눈 속으로 묻혔는지 사위는 고요합니다. 이 계절 장은진의 『빈집을 두드리다』라는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 관심이 간 건 그 집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문을 두드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밀린 대금을 받기 위해, 누군가는 뭔가를 전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연락되지 않는 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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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렸습니다. 단잠을 깨우는 소음들은 쌓인 눈 속으로 묻혔는지 사위는 고요합니다. 이 계절 장은진의 『빈집을 두드리다』라는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 관심이 간 건 그 집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 문을 두드리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밀린 대금을 받기 위해, 누군가는 뭔가를 전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연락되지 않는 그 사람이 걱정돼서 문을 두드렸겠지요. 어떤 이유건 기본적인 마음은 ‘나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이거나 ‘나는 당신과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가 아닐까 합니다.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와 「나쁜 이웃」은 빈집에 관심을 둔 두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세상과 분리된 삶을 사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전직 투포환 선수이고, 후자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인정받고 싶은 열혈 아줌마입니다. 전자가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이 타인에 관한 관심으로 변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관심을 두는 척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관계를 욕망 실현의 도구로 사용합니다. 타인에 관한 관심이 다른 관심거리가 생기면 사라질 순간의 호기심이라는 사실은 아주 씁쓸합니다.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의 ‘나’는 자신의 집에서 나와 빈집의 개를 돌보며 주인 없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빈집을 두드리는 소음이 싫어 옆집 우편물과 물건을 받기 시작한 여자는 사라진 옆집 사람에 단편적인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녀는 그렇게 조금씩 옆집 사람에 대해 알아갔습니다. 잠이 들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리는 사람인지라 머리맡에 베개만 있으면 잠을 자는 사람들이 신기합니다. 「나는 나를 가둔다」의 수면 체험실은 잠을 자려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들은 각각의 사연들로 집에서는 잠을 잘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수면 체험실은 도피처이자 마지막 안식처입니다. 악몽 같은 현실을 살아가는 목판화가나 프런트 여자에게 잠은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입니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집에서 잘 수 없는 건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수면 체험실을 찾은 사람들은 꿈 해석을 부업으로 하는 프런트 여자에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꿈에서조차 미래가 없기에 꿈조차 꾸지 않는 프런트 여자가 좋은 꿈을 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판화가가 자신에게 어떤 꿈을 꾸는지 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는 마음의 상처 탓에 방에서 살지 못하고 지붕에서 사는, 가족과의 부딪힘이 불편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밖을 나오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아파트에서 누군가 날리는 티슈와 발끝이 하얀 도둑고양이를 통해 절박한 현실이지만 하찮은 삶이 아닌 제대로 살고 싶다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나’는 비로소 비록 자신을 이용했지만 새로운 삶을 찾고 싶었던 아내를 이해하게 됩니다. ‘나’의 말대로 ‘삶이란 마음먹기에 따라 가벼울 수도 상쾌할 수도 있겠다’(102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찾아오고, 내가 찾아가면, 우린 계속, 만날 수 있어요.”

(119쪽, 「찾아가는 도서관」)

 

관계를 맺으려면 여기의 ‘나’와 거기의 ‘너’가 존재해야 합니다. 짝사랑이 힘든 건 일방적인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의 ‘하이힐’이 옆집 남자에게 관심을 둔 것은 자신과 같은 왼손잡이였기 때문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왔지만, 그는 그녀에게 오지 않았습니다.「찾아가는 도서관」에서 ‘찾아가는 도서관’ 버스를 운전하는 남자는 늦은 새벽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것은 친구와의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남자는 자신이 자주 찾아갔더라면 녀석은 죽지 않았을까, 자신에게 묻습니다. 답은 죽은 남자의 친구만 알겠지요. 다만 그랬더라면 친구의 세상살이는 덜 무서웠고, 덜 외로웠을 것입니다.

 

「페이지들」에서 ‘나’가 도서관과 대형서점의 책 페이지를 뜯은 후 페이지가 궁금하면 자신에게 연락하라는 내용의 포스트잇을 남긴 것은 누군가와 미치도록 얘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의 전직 투포환 선수였던 ‘나’가 몰래 자동차에 돌을 던진 것도, 「나무인형」의 P가 떠돌이 책 장사인 여자의 책을 훔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여기 있다’였을 것입니다. 이야기를 마친 P가 하는 말은 언제나 “잊지 말고 기억해주세요.”(219쪽)였습니다. 『빈집을 두드리다』는 잊히고 싶지 않아 타인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이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그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면 말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m****6 2012.12.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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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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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안에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밖에 있다. 어떤 사람은 안에서 밖을 갈구하고, 또 다른 사람은 밖에서 안을 갈구한다. 뭔가가 결핍이 되어 있는 사람들.. 뭔가가 부족한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포함된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한 내 이야기들이 내 허락도 없이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아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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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안에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밖에 있다.

어떤 사람은 안에서 밖을 갈구하고, 또 다른 사람은 밖에서 안을 갈구한다.

뭔가가 결핍이 되어 있는 사람들..

뭔가가 부족한 사람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포함된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한 내 이야기들이 내 허락도 없이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아빠 살아계실 때 엄마를 어떻게 부르셨는지를 궁금해하며 잠 못 들기도 했고,

책 속 주인공이 먹는 컵라면에 내 입 안에서도 침이 고여 무지 난감하기도 했었고,

누군가와의 소통이 하고 싶어 책 속의 중요 페이지를 찢은 주인공에게 괜히 분노하기도 하고,

(공감은 되지만 용서가 안돼~!!^;;;ㅋ)

너무 많은 꿈을 꾸는 내가 얼마나 피곤해하는지.. 하루에도 몇 번의 꿈을 꾸고, 기억하고 있는지.. 그게 얼마나 피곤한지.. 알려주고 싶기도 하고..

...

...

그랬었다.

 

희한한 책이었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자꾸 대꾸를 하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었다.

 

 

p.51

하지만 꿈은 그렇지 않다. 어디서든 내가 존재하고 내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체험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죽지 않듯, 꿈에서의 나 또한 절대 죽지 않는다. 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특히 나는 꿈에서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움직이는 내 몸을 느낀다. 내 의지대로 그곳에서는 뭐든 할 수 있고 분명하게 나를 의식하고 인식한다. 꿈에 나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을 주도하고 이끌어나간다. 그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꿈의 스토리를 유리한 쪽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일하게 내 맘대로 되는 것. 누구도 끼어들 수 없고 훔쳐볼 수 없는 나 혼자만의 공간체험. 이상한 사건이 당연시되는 곳. 무엇보다 꿈은 부조리하지 않다.

-[나는 나를 가둔다] 중에서

 

p.160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저들이 그녀의 잔잔한 가슴에 파문을 일으킨다. 무수한 확신, 불확신으로 인한 숱한 의심, 몰려드는 사람들, 시뻘건 소방차, 정복 차림의 경찰, 119대원, 그녀를 향한 눈초리들, ……그녀를 향한 수군거림. 두 달 후에 치러질 자치위원장 선거. 아파트 최초의 여성 자치위원장. 대원의 손놀림을 지켜보던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추위 때문인지 가슴 안에서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불안감 때문인지 그녀는 알 수 없다. 노인이 정말 저 안에 없다면…… 무슨 망신인가. 이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지금껏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 이웃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영웅이 되느냐, 아니면 졸지에 호들갑스럽고 경박한 여편네로 추락하느냐. 저 대원이 쥐고 있는 연장 하나에 모든 게 달려 있다. 감정상태가 극에 달한 듯 그녀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속으로 외친다.

"썩을 놈의 노인네! 날 위해 좀 죽어줘야겠어. 이젠 늙어서 살날도 얼마 안 남았잖아. 여기 모인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당할 순 없다고.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데. 신뢰를 쌓기 위해 어떻게……"

-[나쁜 이웃] 중에서

 

p.179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궁금해한다는 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그게 증오든 미움이든. 나는 나를 찾는 사람에게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이 내 페이지를 궁금해하듯 나 또한 그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난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페이지들] 중에서

 

YES마니아 : 로얄 j*******7 2013.07.12. 신고 공감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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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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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을 덮자마자 구매한 장은진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단편집인지도 모른 채 제목만 보고 선택했는데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은 후의 느낌이라면 인간은 지독하게도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것이다. 그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기 위해서 비도덕적인 순간을 이용하거나 즐기기도 한다. 내가 예전처럼 FM대로 각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욕 한 바가지 퍼부어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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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사랑>을 덮자마자 구매한 장은진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단편집인지도 모른 채 제목만 보고 선택했는데 일곱 편의 이야기를 읽은 후의 느낌이라면 인간은 지독하게도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한다는 것이다. 그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디기 위해서 비도덕적인 순간을 이용하거나 즐기기도 한다. 내가 예전처럼 FM대로 각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욕 한 바가지 퍼부어댈 인물들이 더러 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단편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속 주인공이 바깥을 향해 돌을 던지는 행위에 대해, <페이지들>속 주인공이 책 속 페이지를 찢는 행위에 대해, <찾아가는 도서관>속 주인공이 유기견을 잡아다 도살자에게 넘기는 행위에 대해 나름의 변명을 찾게 된다.

 

전도 유망했던 투포환 선수였던 '나'는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여 점점 괴팍해져 가고 있다. 남의 집에서 개를 돌봐주며 빈집을 지킨지도 한 달째.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이라면 돌을 던지는 일과 말라뮤트를 골려먹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을 두드리는 소리에 그녀의 신경이 깨어난다. 그녀는 그들이 <빈집을 두드리는 이유>를 모아 모아 집주인의 실체를 추리해간다. 그녀인 줄 알았는데 그였던 그를 사려 깊은 사람으로 둔갑시킨 이유가 엉뚱스럽지만 미운 오지랖이라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나 역시도 그가 걱정이 되었기에.

다이어트를 결심하며 줄어든 장바구니에 대신 돌멩이를 채워 온 '나'는 다시 던진다. 고요한 일상과 편견에 찌든 세상을 향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까. <나는 나를 가둔다>에서 '나'는 그 잠이라는 행위에 도달하지 못해서 수면 체험실을 찾는다. 판화가인 그에게 꿈은 곧 돈이다. 꿈은 오로지 자신만의 것이다. 그는 꿈속에 자신을 가두는 일을 즐긴다. 희한하게도 그가 특정한 방에서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자 오로지 혼자만의 행위인 이 잠이라는 것도 음양의 조화가 필요한 것이었나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주파수가 맞는 상대를 만난 건지도.

 

아버지의 눈밖에 나버린 '나'는 지붕에서 머물다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지던 티슈의 정체에 호기심이 인다. 그에게 멀쩡히 흩날리는 티슈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된다. 티슈와 함께 화단으로 몸을 던진 '그녀'가 '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녀'에게 가버린 전처를 떠올린다. <티슈, 지붕, 그리고 하얀 구두 신은 고양이>덕에 '나'는 위로와 용서와 이해가 작용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방법이 없어서 지붕에서 지내던 그는, "누가 방법을 알려준다면"이라는 문구를 외면하지 못한 순수한 오지랖 덕에 티슈처럼 마음이 가벼워질 수도 있음을 알게 된다.

 

보통 사람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삶의 방법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사람이므로, 그래서 다른 삶의 방법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알려줄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쉽게 생각하고 비난하고 감싸지 않고 또 이해하지 않음으로써 상처 주는 것뿐이다. -p.97

 

자살한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찾아가는 도서관>을 운영 중인 '나'는 그다지 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애초부터 그의 목적은 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떠돌이 개를 잡아 팔아치우고 차 안에서 성욕을 해소하는 역겨운 행동을 일삼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차 안에 어린 비글을 버리고 간다. 그의 양심이 꿈틀댄걸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도살업자를 찾은 그는 애초부터 책이 목적이 아니었다던 그의 말에 정곡을 찔린다. 그렇게 찾으려던 목적은 이루었지만 정작 찾아주어야 할 유서는 전하지 못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만남에 반전이 있을 줄이야.

 

<나쁜 이웃>은 참말로 뜨끔하다. 어쩜이리도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예리하고도 흥미롭게 끄집어 냈을까. 고독사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하에 신고를 감행한 그녀와 이웃 주민들, 그리고 경찰과 열쇠수리공 등의 속마음이 재미나게 드러난다. 중요한 건 할머니의 죽음이 아니다. 각자의 역할이 중할 뿐이다. 그녀에게는 체면이 더 중한 것이고.

 

책을 찢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분노가 일던 <페이지들>에서는 책의 중요한 페이지를 찢은 뒤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 놓는 것에 의미를 두던 한 남자가 등장한다. 남자는 어떤 이유였든간에 그렇게 연락오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을 즐긴다. 그렇게 만난 <페이지들>과의 만남이 무모해 보이지만 신선한 구석도 있다. 어쩌면 당장에 멱살을 잡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다가도 호기심이 발동하게 될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도 통하지 않는 자가 있었으니 호감 가던 그녀에게는 반전의 결과를 선사하고 만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년이 있을 줄이야.

 

자신의 이야기를 기억해달라고 부탁하는 P는 말로 일기를 쓰는 게 취미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P앞에 <나무인형>같은 떠돌이 책방 주인을 발견하고는 미친듯이 이야기를 쏟아낸다. 책방을 차려놓은 채 하루종일 죽어라 책만 보는 그녀의 사연이 기구? 해서 ㅋㅋ 안쓰러운 것도 잠시, 헤밍웨이를 모르는 게 부끄러운 일인가. 모를 수도 있지 않나?

암튼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진짜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한 여자는 이제 P의 역할대행 도우미가 된다. 일기장이라는 역할을.

역할 대행 도우미의 삶을 살던 P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못한 자신이 후회스럽고 이제는 정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차지도 넘치지도 않는 인물들이 갈구하는 외부로의 세상.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문을 두드리고 있음을 보았다. 마지막 단편의 P처럼 좀 더 적극적이고 귀여운 두드림이라면 나도 귀를 기울여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표지그림처럼 두드렸을때 열릴 세상이 저렇게 시원한 바다만 같다면 또 얼마나 좋을꼬.

z******5 2021.08.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