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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요리책을 읽고 나면 허기가 졌다. 온갖 요리의 향연들을 눈으로 쫓다보면 정작 내 식탁 위의 음식들은 하찮게 여겨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요리를 만나다>에서도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한꺼번에 만났다. 닭가슴살 샐러드부터 감자전, 해산물 빠에야, 일본우동 시식 릴레이, 광둥식 생선찜.... 프랑스요리부터 싱가포르, 태국, 일본요리까지... 동서양을 아우르는 요리문화와 간간히 곁들여지는 레시피까지 종횡무진했다. 그런데 생소한 음식들이 이어졌으나 낯설기만 한 게 아니었다. 주인장이 손수 차려낸 음식을 대접받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맛깔난 음식냄새를 풍기는 그런 요리책이랄까.
첫장을 넘기면 '매일 뭐해 먹어요?'라고 친근하게 물으며 요리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요리가 닭가슴살 샐러드였다. 그동안 요리프로그램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단골 메뉴였으나 직접 만들고 싶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새 닭가슴살을 어디서 살까 생각하고 있었다.
"여유 있는 날 장을 봐다가 닭 가슴살에 소금, 후춧가루, 와인이나 청주로 밑간을 해둡니다.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면 일주일 정도는 문제없죠. 라면 스프와 비슷한 맛이 나는 케이준 시즈닝(월계수 잎, 오레가노, 파슬리, 후추, 카이엔 페퍼, 양파, 마늘 등을 건조하여 혼합한 양념)이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없어도 상관없어요. 신선하고 탱탱한 닭가슴살은 소금, 후춧가루, 술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으니까요. 냉장고에 남아 있는 상추랑 겨자 잎이랑 치커리 같은 채소를 씻어 물기를 빼는 동안 프라이팬을 달궈요. 올리브 오일을 살짝 두르고 닭 가슴살을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냅니다. (...) 커다랗고 널따란 볼에 채소와 과일, 닭가슴살을 수북이 담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뿌려주면 드레싱도 따로 필요 없어요."(13-14P)
이야기책인지 요리책인지... 엄마처럼 "한번 만들어봐. 어렵지 않아. 이렇게 저렇게....하면 돼."일러주는 정겨운 목소리가 책 밖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허기보다 이 요리를 누구에게 만들어 줄까, 어떤 이의 허기를 달래줄까. 함께 행복을 나누어줄 식탁을 먼저 떠올리게 됐다. "난 요리하는 건 좋아하지만 간을 맞출 줄 몰라."라면서 요리를 두렵게 생각했는데... "한번 해볼까? 재미있겠다."로 바뀌었다. 저자의 식견을 내세우며 요리실력을 뽐내는 여느 요리책이 아니었다.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요리를 즐기고, 음식으로 행복을 요리를 할 수 있을지를 함께 나누고 싶어 안달난 요리사였다. 자연히 요리를 하고 싶게 만들었다.
또 하나. 뛰어난 미식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반가웠다. "뛰어난 미식가란 도대체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른바 흘륭한 식당들을 다니면서 격조 있고 맛있는 요리를 맛보고 즐기며 음식을 평론하는 사람? 그저 그런 음식과 훌륭하게 만들어낸 요리를 구별해 낼 줄 아는 미각을 가진 사람? 그렇다면 '뛰어난' 미식가가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경제력과 미각이라는 말일까?"(126p)
막연하게 고급 레스토랑의 문턱을 높게만 생각했고, 미각을 즐기려면 경제력이 필수가 아닐까. 두꺼운 지갑이 미식가가 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순히 눈요기거리로 그치며 입맛만 다시게 하는 요리책이 불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미식가들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먹는 일이 즐겁다고 해도 하루 다섯 끼 이상을 먹으며 분석하고 비교, 평가하는 것은 어쩌면 고역일지도 모른다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소하게 녹인 버터에 달걀을 익히는 냄새에 이끌려 길모퉁이 식당에서 오므라이스를 맛있게 먹었다면, 그것이 그날의 미식이 되는 것입니다. 누구도 미식가가 될 자격은 충분합니다."(129p)
<요리를 만나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행복한 고민이 생겼다. 닭가슴살 샐러드를 만들까, 오므라이스를 만들까... 닭가슴살을 굽다가 태우면 어때, 오므라이스 계란이 잘 안말리면 어 때. 요리책에 나온 요리를 겁없이, 즐겁게 만들고 싶어졌으니까. 시장에서 식재료를 장보고 한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제라도 도란도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선물처럼 찾아왔으니까. "밥 먹는 시간이 때우는 일이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이 나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니 그많은 레시피와 요리사진을 보고도 허기지기는커녕 배가 부를 수밖에. 누군가를 위해 진정으로 요리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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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해 먹는 요리에 지치는 날이 있다. 아이들 맛나게 해 먹이는데 신나는 날도 있지만, 매일 매일 무언가를 만들어 먹여야 하는 일이 곤역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즈음 만난 책이어서 인가? 완전 신선하다. 저자는 남편 밥 해먹이다, 우울증에 빠지고 아이러니하게도 요리로 다시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한다. 서울에서 배울만큼 배운 여자가 미국에서 요리사가 되어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다. 나도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더 치열해 져야 겠다고 결심하게 해 줬다. 또 하나, 매일 해 먹는 요리가 지겨운 것이 아니라 멋지고 매력적인 일이라는 새로운 깨닫음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 사는 게 뭐 있나.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먹는 것! 그 두 가지만 있으면 행복한 가정이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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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낸 글쓴이의 우여곡절 인생처럼 매일 주어지는 재료와 정성을 더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요리를 나누고 싶 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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