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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주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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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멘붕’이라고 했다.어떤 이들은 당연한 결과라고도 하지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은, 그래서 충격적인 결과라고 했다. 지난 대선 얘기다. 이 시점에 코리 로빈의 『보수주의자들은 왜?』를 읽었다. 이 책을 골라놓은 시점은 대선이 끝나기 전 시점이었으니, 대선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고, 결과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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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멘붕’이라고 했다.

어떤 이들은 당연한 결과라고도 하지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은, 그래서 충격적인 결과라고 했다.

지난 대선 얘기다.

이 시점에 코리 로빈의 『보수주의자들은 왜?』를 읽었다.

이 책을 골라놓은 시점은 대선이 끝나기 전 시점이었으니, 대선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고, 결과가 그렇게 끝나지 않았어도 꼭 알아보고 싶은 면도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대선 시기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건너편 길에 붙여졌던 현수막을 보고 놀랐었다.

“4대 중증질환 전액지원”

이게 이른바 보수 후보라는 이의 공약이 될 수 있나 싶었다.

내 상식으로는 (아주 거칠게 보아) 보수 쪽은 작은 정부, 세금을 덜 걷고 그 돈으로 소비를 활성화해서 경제를 살리는 쪽이고, 진보 쪽은 큰 정부, 세금을 더 걷고 그 돈으로 복지에 쓰면서 아래쪽을 끌어올려 경제를 살리는 방향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다. 과연 이런 공약이 보수 쪽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될 수 있나 싶은 것이다.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가 있다.

첫째는 그게 사기일 가능성이다.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 말이다. 어차피 공약(公約)이라는 것이 나중에는 다 지키기 힘든 것이니까 인기 위주로 하는 거라고 한다면 ‘사기’라고까지는 볼 수 없겠지만,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는 것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 후보가 처음부터 사기칠 생각은 없다고 보는 것이 내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판단일 듯 싶으니까 일단 제껴두자.

두 번째는 스스로의 자리 매김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다. 즉, 보수 후보라는 것은 언론이나 측근들이 하는 얘기고, 스스로는 보수 후보라 여기지 않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박근혜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아닐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행보를 보면 그가 보수쪽이 아니라고 판단할 근거도 없고, 스스로 그렇게 자리매김하지 않았다는 근거도 없다.

세 번째는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TV 토론에서의 여러 말실수(그걸 말실수라고 인정한다면)를 보면 보수가 무엇을 지켜야하고, 무엇을 버려야하는 것인지 공부가 충분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공약은 그 후보 한 사람의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박근혜라는 브랜드만을 가지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를 둘러싼 날고 기는 브레인들이 만들어낸 공약인 것이다. 그렇다면 후보가 보수의 가치를 알고, 알지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바로 보수가 진보의 용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무상 보육’이니 ‘무상 급식’이니 하는 정책에 호되게 당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물러나게 된 계기도 그렇고, 그래서 한나라당의 위기가 찾아오고, 그래서 당 이름까지 바뀌게 되지 않았나. 그 이후 새누리당은 재빠르게 ‘복지’를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 쪽이 ‘우리도 원래부터 복지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얘기할 순 있지만, 그건 사실 말장난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그런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관심의 정도와 정책의 우선 순위와 내세우는 표어의 문제다. 그들은 배운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쉽게, 빨리 배울 수 있었을까? 이게 의문인 것이다.

놀랍게도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보수주의자들은 왜?』가 하고 있다.

바로 보수주의의 기원과 특성에 대한 책에서 말이다.

원제가 “The Reactionary Mind"다. 바로 반동의 정신. 코리 로빈은 보수주의가 기본적으로 ‘반동’적 성격을 지녔다고 본다. 아니, 그게 전부라고 본다. 프랑스 혁명 시기에 태동한 보수주의는 프랑스 혁명을 비롯하여, 노동운동, 흑인운동, 성평등 운동 등의 모든 평등과 자유를 확대하는 운동에 대한 반대 급부로서 자신들의 논리를 만들어왔고, 에너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정부와 자유에 대한 신념, 또는 변화에 대한 신중함, 점진적 개혁이나 덕의 정치에 대한 믿음 같은 것’(29쪽)은 단지 보수주의의 부산물일 뿐이며, 역사적으로 특수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보수주의는 수시로 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표현 양태들 중 하나뿐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달성해야할 유토피아라는 것을 설정하지도 않고, 미리 청사진을 펼쳐놓지 않는다(진보 쪽을 보라. 그렇지 않다!). ‘환경과 상황’을 읽고, 모방과 적응을 통해 모습과 구호를 달리한다. 지속적으로 진보주의로부터 전략, 전술을 수혈받으며...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여러 좌파적 공약들이 이해가 된다.

박근혜는 좌파적 공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수이며 지키려는 가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양보하는 내용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50대 이상의 경이적인 투표율도 이해가 된다.

보수주의가 무언가에 대한 반응이라면, 그들은 무언가에 분명 반응했다는 얘기다. 그게 이정희가 되었든, 노빠가 되었든, 아니면 20,30대의 발호였든 말이다.

 

다분히 논쟁적인 책임에 분명하다.

보수주의를 이렇게만 이해하는 것이 전부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보수주의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힘든 일이다(정말 힘든 일이다!).

보수주의를 이해하기에, 또 누구는 ‘멘붕’이라고까지 하는 우리 대선 결과를 이해하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2013. 1) 

YES마니아 : 로얄 n*****m 2015.11.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