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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이야기를 잔잔하게 읊조리다가도 기억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바람에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듣기로는 복잡한 서울생활을 마치고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정착을 하셨다하는데, 참으로 내가 원하던 삶이다. 그런 삶속에서 다음에는 더 멋진 시구가 떠오르기를 바래마지않는다.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시집을 덮으면서 내 머리에 각인되어 떠나지 않는 한 구절은 '사는 게 별거 있간디'-잘못 든 길도 길이다 中 그래, 그리 거창하게도 말고 하지만 그리 하찮게도 생각하지 말고, 나는 오늘도 내 하루를 잘 살아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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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든 길도 길이다 어느 골목 모퉁이에서 / 너의 손을 놓았던가 / 그 몽환의 안개 길을 따라/ 수없이 접질리던 발모가지 (중략) 푸른 너울 넘실대는 안개 더미에 / 자꾸만 헛발을 내디뎠다 검불 같은 안개를 털어내며/ 어머니는 입속말로 중얼거렸다 / -사는 게 별거 있간디/ 모시 고를라다 삼베 골르는 거제 꿈꾸던 자의 빛나는 개안 / 효색이 안개를 밀어내고 있다 잘못 든 길도 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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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품으면 오래오래 향기로 남는 사람이 있다 ... 두고두고 가슴에 품으면 빛이 되는 사람이 있다 ... 그대만큼 날 아프게 한 이도 없다 잘 벼린 칼 한 자루 정수리에 내리꽂혔다 바람은 오래오래 삭히면 꽃대궁 흔들지 않아도 늘 향기로만 남아 약이 되는 사람이 있다.
마음 혹은 마음 먹기에 따라 의 형상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인의 마음 세계 일면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 아닌가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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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걸음이 무거운 날이 있다. 하루, 이틀 은연중에 퇴적된 삶의 고갯마루에서 한숨이 길게 터져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김여옥의 시 「등을 토닥이듯」을 읽어서는 안 된다. 다 읽기도 전에 눈시울 붉어져 남세스러울 테니. 터벅터벅 보금자리로 돌아가 더운물 콸콸 틀어서 바깥 먼지도 씻어내고 뭉친 근육도 풀어내자. 한 평짜리 따뜻한 이부자리에 신산한 육신을 눕혀 놓고 스스로에게 느긋이 읽어주자. 오늘도 잘 버텨주어 고맙다고 등 쓸어주듯 가만가만 읽어주자. '욕 많이 봐부렀다'고. 어쩌면 ‘잘 벼린 칼 한 자루’가 ‘정수리에 내리꽂’히듯 아픈 순간도 닥치겠으나 함부로 무릎 꿇지 말자고 주먹 한 번 꼭 쥐어주자. 내일, 또 내일 ‘공글려 올린 영혼의 꽃대’가 싱그럽게 피어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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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워 노래 불렀다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노래가 되었다 그날 나는 거기에 있었고 그날 나는 거기에 없던 노래만 불렀다
- 시인은 5월을 생각하며 부른 노래이지만, 내게는 4월의 비겁함을 떠오르게 한 구절이다.
- 시인의 마음에 쌓인 응어리와 한이 작품마다 응축되어 있다. 시인은 그 한을 거부하고 부정하지 않고, 성찰과 반성을 통해 나아가려 한다. 시집 제목 '잘못 든 길도 길이다' 역시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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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옥 시인의 신작 시집 『잘못 든 길도 길이다』는 제목부터 인생을 관조하는 지혜가 느껴진다. 잘못 든 길도 바로 든 길도 전부 자기 인생의 궤적이기에 전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달관으로 읽힌다.
그런 저자의 시선은 개인의 삶에 그치지 않고 사회와 역사, 나아가서는 우주와 자연까지 관통한다. 주마간산 식 유람이 아니라 아주 낮게,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관여한다. 시 한 편을 인용함으로써 장황한 설명을 대신하겠다 -------- 슬픔도 진하게 달이면(p.94) 슬픔도 진하게 달이면 아린 향 풍기는 꽃이 되지 약초가 약이 되는 건 독이 있기 때문이듯 밤새 개 짖는 소리에 분분한 매화 이파리 깊은 잠 못 들것다 저눔의 징상시런 안개 땜시 꽃바람 든 에미는 또 길 잃것다 천지에 마음 둘 곳 없것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