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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만든 세계/ 빈스 베이저/ 배상규/ 까치 /2019 모래라고 하면 백사장에 깔려 있는 모래와 건설 현장에서 쓰는 건설용 모래만 떠올리다 그래도 반도체의 나라이고 반도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다 보니 비싼 산업용 모래가 거기에 쓰인다는 것은 대충 알았었지만 이 책을 일고 보니 진짜 이 세상이 모래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도 건축을 할 때 흔히 시멘트를 사용했으며 이때의 시멘트는 주로 석회에 석고를 섞은 것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물과 섞었을 때 경화되어 무기질 접착제로 쓸 수 있는 재료로서 영국의 포틀랜드의 이름에서 따온 포틀랜드 시멘트라는 걸 주로 쓰는데 주 성분인 석회에 실리카, 알루미늄, 산화철 등을 원료로 하여 녹인 것에 적당량의 석고를 넣어 굳힌 것이라고 하네요. 별 차이가 없죠? 이런 시멘트에 석회, 모래, 물 등을 섞어서 만드는 것이 보통 벽돌담 쌓을 때 충진하는 것으로 쓰이는 모르타르이고, 모르타르 원료에 자갈은 물론 골재 및 기타 혼화 재료까지 넣은 것을 콘크리트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 대부분 현대 건축물인 빌딩과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래로 만든 세상에서 살고 있고, 모래가 없이는 도시는 만들어 질 수 없으며 따라서 모래성을 쌓는다라던가, 사상 누각이라든가 하는 말도 어찌 보면 본래의 뜻과는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예전에야 나무와 돌로 집을 지었다지만 콘크리트 없이 일반적인 건축물을 짓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우리가 매일 차를 몰아서 가는 거리에 깔린 아스팔트도 석유 추출물인 코커스로 인해 시커멓긴 하지만 그건 표면일 뿐이고 주 구성원은 모래와 자갈입니다. 다리에도 댐에도 활주로에도 모두 모래가 가득 들어간 산업용 콘크리트로 차있죠. 건물과 도로가 가득한 도시가 하나 생길 때 마다 이름모를 해안의 모래가 사라집니다. 싱가포르라는 도시 하나가 생기면서 인도네시아의 무인도 4개가 사라졌다고 하네요. 유명 관광지의 아름다운 백사장은 비싼 값을 주고 사온 모래로 한번씩 새로 깔리고, 중동의 고급 골프장에는 눈부시게 하얀 최고급 모래가 깔립니다. 모래가 귀한 줄 모르고 국가가 제대로 돌보지 않은 사이 해변은 황폐화됩니다. 이제는 제염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바다 속 모래도 밤새 몰래 버가는 해적?들이 버글거리는 시대. 재밌는 것은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의 그 많은 모래는 순도 높은 석영이 거의 없어서 산업용은 고사하고 마모가 많이 되어서 건축용으로도 그다지 좋지 않은 지라 사우디 아라비아는 해마다 많은 양의 모래를 수입하고 자국의 모래를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감시한다고 합니다. 역시 흥미로운 것은 모래로 만든 일상의 유용한 물건 - 안경입니다. 모래의 주성분은 실리카, 즉 이산화 규소이며 유리는 70% 정도가 석영 즉 이산화규소로 이루어져 있죠. 유리로 만든 안경이 등장하면서 노안이 온 뒤에도 지식인들이 계속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저작물을 남겨서 후대에 보탬이 되었다고 하네요. 서구가 동양을 앞서게 된 이유 중에는 안경의 보급도 한 몫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에는 안경만 있는게 아니죠, 망원경, 현미경 등등... 여러 경이 있습니다. 물론 거울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또 지층 깊이 있는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수압파쇄기법에도 모래가 다량 필요한 등 최첨단 기법에도 다량 사용됩니다. 반도체는 말할 것도 없이 값비싼 고순도의 석영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최고품의 비싼 산업용 모래를 녹여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모래는 매우 높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어지간한 용기에 담아서 녹일 수도 없죠. 모래를 녹일 만한 그릇 역시 고순도 석영으로 만든 솥이라는데 2천도가 넘는 어마어마한 온도라고 하네요. 이쯤 되니 모래로 만든 집에서 모래로 만든 기계를 사용해서 사는 게 현대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래 가공 공장은 아무래도 시멘트나 콘크리트 공장과 연결되어 있고, 그러다 보니 오염물질도 많이 배출하는 공장이라 환경 이슈도 많습니다. 모래 자체를 퍼 나르면서 그 주변의 해안이나 해저 생태계가 급속도로 파괴되는 일도 많고 분쟁도 많다고 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저자의 개인적인 관심 역시 피력하고 있습니다. 매우 흔하고 친숙한 소재로 이토록 다양하고 흥미롭게 현대 산업 시대를 조망해 본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