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청(淸)나라 여성주의 소설?
제한된 삶 속에서 오랜 인내를 요구하는 책 읽기는 그리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과 맞바꾸도록 유혹하는 책들이 있다. 120회 차, 3,000여 쪽의 분량을 지닌 18세기 중국 청나라(淸朝)의 작품이자 ‘몽(夢)’자가 들어간 이야기는 오늘의 급한 속도와는 다른 느림을 요구하기에 유혹과 단념의 갈등을 오가게 한다. 유혹이 마침내 이겼다. 제 1권의 책장을 다시금 펼치는데 『대중지성, 홍루몽과 만나다』의 저자 ‘김희진’ 작가의 글이 결정적 안내자였다고 해야겠다.
사실 120회 차, 총 7권으로 이루어진 작품 중 일부분(제1,2권)을 읽고 성급히 감상을 남기는 것은 언제 모두 읽게 될지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렇게 매 1권을 읽을 때마나 남겨두는 작업을 통해 기억에 조금이라도 휘발되지 않고 남아있기를 바라는 목적도 있다. 이 작품은 주인공 가보옥(賈寶玉)의 십여 년에 걸친 성장기이기도 한데, 매일의 같은 듯 다른 일상사가 쌓여 어느새 어른이 되는 것과 그 이치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 조설근이 “자신이 쓰지 않으면 사라지고 말 기억 속의 그녀들을 되살리기 위해 붓을 들었”듯이 기억을 되살리는 데는 글쓰기만한 것이 없는 듯하다.
어쩌면 우리네 인간사란 “백년도 되지 않는 인생에 늘 천년의 시름을 안고(生年不滿百 上懷千年憂) 한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처럼 인생의 본질이란 덧없는 꿈과 같은 속절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은 작품의 연원으로 시작되는데 『석두기(石頭記)』라는 ‘신령한 돌(通靈)’의 이야기를 빌어 행동거지와 식견이 남자보다 뛰어났던 여인들과 돌멩이 자신의 반평생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히 전하여 독자의 눈을 일깨워주고자 함이라고 선언한다.
하늘을 보수하기 위해 단련된 돌중에서 쓰다 남아 선계의 산 청경봉 아래에 버려진 한 개의 돌(石)이 속세의 부귀영화란 것을 누려보고 싶어 신령을 졸라 환생한 곳이 가문의 영화(榮華)가 정점을 향해있던 가(賈)씨 가문이고, 이름은 입에 오색영롱한 옥구슬을 물고 태어났기에 가보옥(賈寶玉)이다. 사실 이야기란 것이 집안과 규방에서 먹고 마시는 것과 같은 세세한 일상사의 서술이고, 가문과 관련된 인물들의 명멸에 따른 대소사라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지만, 이들 매일의 이야기들, 등장하는 인물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주목하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생의 의미들을 발설하고 있음을 문득 문득 깨우치게 된다.
다소 특별한 보옥의 됨됨이는 시선을 끄는데, 그의 일곱 살 시절 들리는 소문인데, 아이가 얼마나 총명하고 영리한지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인데, “난 여자를 보면 기분이 상쾌하지만, 남자를 보면 더럽고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1-56)”라는 말처럼 남성적 권위와 속세의 영달을 차지하는 인간에게는 애초에 관심이 없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소설 속 배경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유교적 질서와 봉건제의 엄격한 위계의 분위기에 대한 파격이라 할 수 있다. 보옥은 남녀의 자유롭고 평등한 소통, 신분의 높낮음에 대한 거부다.
외사촌 남매지간인 임대옥(林大玉)이 보옥의 통령보옥(通靈寶玉)을 희귀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했을 때, 보옥이 무슨 희귀한 물건이라 그래? 라며 통령보옥(태어날 때 입에 물고 있던 옥구슬)을 내던지려 하는 행동은 그대로 위계의 차별에 대한 강한 불식이다. 이렇게 이 소설의 비극적 사랑의 삼각관계를 이루는 외사촌 누이인 대옥이 등장하고, 가씨 가문의 또 다른 인척인 설씨 가문이 가모의 보살핌으로 가문의 일원으로 살게 됨으로써 설보차라는 보옥의 사촌벌 누이가 가세하여 보이지 않는 시기와 질투의 환경을 구축한다.
이 작품에 대해 여러 해설이 지적하는 것처럼 『홍루몽』의 핵심 키워드는 정담(情談)이며, 음란(淫亂)이기도 하다. 보옥은 조카 며느리인 진가경의 내실에서 잠이 들어 꿈속에서 신선계를 거닐며 “인간 세상의 사랑과 속세의 남녀들이 품고 있는 사랑의 원한과 열정을 관장”하는 신선 경환선고를 통해 홍루몽(紅樓夢)이라는 신선의 노래 열두 가락을 듣게 되는데, 이는 보옥의 삶과 그의 가문에 대한 일종의 암시이지만 돌멩이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아름다움은 설보차 같았고, 요염함은 임대옥을 떠올리게”하는 가경(可卿)이란 미인과 한바탕 그윽한 꿈 속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나눈다. 이 장면은 대옥과 보차의 모든 장점을 지닌 현실의 조카며느리인 가경(可卿)이 보옥과의 속세에서의 역할이 끝났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가경은 이후 어떠한 치료와 약제로도 병이 낫지 않은 채 시름하다 죽게 되는데, 이는 가문 여인의 새로운 권력자의 부상으로 이어진다. 갓 쓴 남자들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여걸인 보옥의 사촌 형수인 왕희봉은 가경의 장례를 주관하는 책임을 맡아 완벽하게 소임을 마무리하며 가씨 가문의 대소사는 물론 재산 관리의 중추가 된다. 작가 조설근의 의도처럼 실로 여성 천하의 질서가 가씨 가문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책 1권의 가장 빛나는 이야기는 황제의 후비(后妃)로 책봉된 보옥의 누이인 귀비 가원춘이 혈육의 정과 천륜의 지극한 본성을 누리도록 사택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이에 앞서 궁중에서 요구하는 규모(호수와 여러 가옥 등등)의 정원을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재화의 투입이 이루어지는 대목이다. 가경이 죽기 전에 희봉에게 가문이 성세(盛勢)를 누린지 백 년이 다되어간다며,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들도 흩어진다(樹倒 散)’는 속담과 같이 후일의 어려움을 대비하는 살림의 계획을 말하는 것과 달리 거대한 낭비가 되는 정원 공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귀비가 아버지 가정과 어머니 왕부인 등 가문일족을 방문하는 행차가 도착하는 시각을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어둠이 내리는 저녁 시간이다. 『대중지성, 홍루몽과 만나다』의 저자 ‘김희진’작가가 지적하였듯이 이는 어둠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상징하는 차별화된 부와 영예의 기호로 뚜렷하게 부각된다. 밤을 환히 밝힐 수 있는 그 거대한 부귀영화.
이렇게 본격적으로 귀비를 맞이하던 정원은 그녀의 명칭 하사로 인하여 ‘대관원(大觀園)’의 시대가 열린다. 책 2권은 귀비의 명에 의하여 가씨 가문 여인들과 유일한 사내아이인 보옥의 거처로 지정되어 규방 속 여인들의 사랑과 열정, 슬픔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사실 책의 전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귀비의 대관원 행차가 지니는 의미를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만 홍루몽 열두 가락의 암시로 미루어 가씨 가문의 영화가 정점을 찍고 가문안의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을 향한 매일의 미세한 일상들을 통해 그 하강을 재촉하는 인간들의 양태를, 인간 개개인의 사소한 언행을 주시하게 된다. 태허환경의 경환선고는 보옥을 ‘의음(意淫)’한 존재라며, 천하제일, 고금제일의 음란한 사람이라 말했다. 즉 보옥의 음란은 단지 여색을 좋아하는 음란이 아닌 정(情)을 아는 것이라며, 정을 알면 그것이 가장 음란한 것이라 정의한다. 이 정(情)이란 말이 오늘 우리네가 이해하는 친근한 사람에게 느끼는 사랑하는 마음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보옥이 여인들에게 느끼는 존경과 배려, 보살핌의 마음은 실제 육체적 탐닉과 같은 음란과는 무관한 것임에는 분명하다.
어쩌면 대관원에 분산되어있는 보옥, 대옥, 보차를 비롯한 그들의 수발을 드는 시녀 및 하녀 등은 대체로 신분의 위계가 무너져 있다. 보옥은 자신의 몸처럼 그를 보호하고 시중을 드는 습인이란 하녀를 누나로 부르며, 모든 이들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한다. 2권의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어머니 왕부인의 몸시중을 드는 금천과 희롱하다 어머니에 들켜 금천이 쫓겨난 후 억울함에 자살한 사건과 한량들과 어울리다 알게 된 연극배우와 허리띠를 교환하며 정을 나눈 사건이 아버지의 귀에 전달됨으로써 죽도록 맞는 대목이다.
선조들을 뵐 면목이 없다며 아들 보옥을 죽이겠다고 덤비는 가정의 혹독한 매질이 어머니 왕부인과 가모 태부인의 가문의 유일한 적통자인 보옥의 목숨 보전을 위한 하소연이 아니었다면 그는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18세기까지 유교의 이 엄혹한 가부장적 질서의 야만성의 적나라한 고발인 것만 같다. 초주검으로 기절해 들것에 실려 대관원 이홍원 자신의 거처로 옮겨진 보옥은 대옥, 보차 누이들과 숙모, 형수, 어머니, 할머니를 비롯한 주변 여인들의 병문안과 보살핌에 대해 헤벌쭉하여 죽도록 맞아 죽음의 경계를 오갔던 아픔의 기억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희희낙락한다.
“그저 매를 몇 대 맞은 것뿐인데 다들 이렇게 동정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존경할 만 해. (....) 평생의 사업이 물거품이 된다 해도 애석할 게 없지.” - (2-342)
보옥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경환선고가 말한 의음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이 돌멩이는 정작 쏟아진 국이 자신의 손에 떨어졌음에도 국을 쏟은 하녀의 손이 데지 않았는지 먼저 살피고, 비를 맞아 자신의 옷과 온 몸이 쫄딱 젖었음에도 되레 남들에게 어서 비를 피하라고 보살핀다. 이런 그를 세상은 바보이고 우스운 인간이라 조롱한다. 어린 하녀들의 신경질까지 모두 받아주는 하늘을 찌르는 영예의 거대가문 속 사내아이를 보는 것은 어쩌면 오늘에는 불가능한 전경이기에 더욱 애정이 가는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가문의 몰락을 부추길 암시된 무수한 인물들의 행보, 그리고 보옥과 대옥, 보차의 심화되는 사랑의 비극적 상황이 예견되는 3권으로 옮겨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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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대 기서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금병매가 있는데 금병매는 절판 되어서 새 책을 구입할 수 없어서 좀 더 알아보니 홍루몽이 금병매 대신 4대 기서에 들어가야 해야 한다라고 할 정도로 추천을 하는 책이라 대신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홍루몽은 다수의 작중 인물들이 등장하며 인간사를 보여주고 있다. 책 디자인도 강렬한 붉은색이라 눈에 띄고 예쁘고 솔 출판사의 번역도 훌륭하기 때문에 홍루몽을 구매하려면 솔 출판사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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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작가님이 소개해준 고전이라 바로 구매했어요 한 번에 여러권 구입하는 것 보다 한권읽고 다음권 주문 하려구요 ㅋㅋ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고 아마 전반적르로 인생사 허무를 다루는 내용일 듯 해요 현재 반 정도 읽었어요 책 검색해보니 모택동은 이 책은 5번 읽어야 했다고 하던데 그럴만한 고전 인 것 같아요 삼국지 책에 비해 왜 이책은 덜 알려져있는지 아쉽네요 중고등학생때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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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출판사의 홍루몽을 읽었을 때는 도데체 뭔소리인가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교수님한테 솔 출판사의 홍루몽을 추천받아서 읽어보니 그동안 왜 그 고행을 하며 읽었나 싶었어요.홍루몽 읽으실거면 꼭 이 책으로 읽으세요. 그림,주석,이름 설명,도면까지 섬세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북으로 나오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바로 살텐데...그래도 종이책이 가격대비 페이지수가 많아서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