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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씀드리지만, 절판된 책입니다! ㅠㅠ- 대신, <사랑의 물리학>이란 개정판이 출간되었군요. ^^)
누군가는 <신통한 다이어리>가 리뷰를 쓸 때, 시를 부분적으로만 본다고 싫어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 미안해, 마음은 알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나, 한 편의 시를 이해하려면 몇 달은 걸려. 그래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리뷰를 바로 쓸 수가 없어. 리뷰는 어떻게 쓰는 거냐고?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아무나 그렇게 못한다는 거야. <신통한 다이어리>라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나의 희망사항이지. 어쨌든, 시를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이야. 부분적으로 봐도, 전체적으로 봐도 좋은 시는 좋아. 날씨 좋은 날, 어딘가로 놀러가고 싶은 것처럼, 좋은 시는 부분만 봐도 좋고, 그러다가 읽고 싶어지는 생각이 들면, 전체를 보게 되고, 그러다가 시집 전체가 좋아지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 보면, 시가 점점 좋아지고, 그러다가 시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상한 마음,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명약이 되기도 하지.
"돌아보지 마라 / 울지는 더욱 마라 / 단풍잎 같은, / 여린 손 흔드는 이별의 행적은 / 나의 이력이 아니다" - <입적> 일부
누구가 그런 말을 할 지도 몰라. 쟤 또 저런다! 시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잔뜩 늘어놓고, 뭐 하자는 거야! 사실, 나 이러면서 시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거야. 시가 시 속에서만 존재할 때, 이미 시는 시가 아니게 된다고 누군가 한 것 같은데. 시는 생활 속에 침투하고, 마음 속에 침투하고, 그리고 때로는 사회 속에 침투되기도 하지. 시가 "나, 시니까, 너랑 거리를 둘래!" 이러고 있으면, 누가 시를 좋아하겠어. 그렇지 않으니까, 시가 있겠지. 아마도, 그렇다고!
"세상은 가끔 진품과 짝퉁을 혼동한다 // 열아홉에 가방끈을 놓고 나서 / 오십이 되도록 / 가방만 만들었다는 짝퉁 가방 기술자 우씨 / 세상 사람들, 욕되게 그를 부르듯 / 우씨~ 우씨~ / 제 불만 함부로 내뱉지만 / 짝퉁 가방 우씨는 / 짝퉁 같은 세상, 욕하지 않는다" - <짝퉁 우씨>
사실, 이 시집, 좋은 시들이 많은데, 절판이라니, 조금 아쉽네. 그렇다고, 절판된 세상을 욕하면 안 되지. 희망적인 소식은 있지. <신통한 다이어리>가 세상에 나오고 있거든. 왠 자기자랑? 나, 오늘은 나를 실컷 자랑하고 싶어! ㅎㅎ. 왜냐구? 6월 첫째주 우수리뷰 선정이 되었었거든. 이제, 간판에서 내려졌으니 자랑질 좀 할게. <많이 본 글>란에서도 <신통한 다이어리>가 쓴 리뷰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네. 그런데, 난 그게 좋은 게 아니라, 그럼으로서 시를 보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어려운 시들을 쉽게 보는 방법을 나는 항상 생각하지. 내가 시에 대한 리뷰를 쓰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야. 나의 시선 리뷰를 널리널리 알리고 싶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
"녀석은 가난하므로 모든 것이 공짜다 / 학교수업료도 공짜 / 방과 후 특별수업도 공짜 / 점심식사도 공짜 / 수학여행까지도 공짜 / 가난하므로 수업료쯤이야 그냥 면제받는다 / 밥값은 당연히 면제받는다 / 너무 가난한 그는 / 최신식 일상이 무료로 수신된다 / 그의 구걸은 당당하다 / 당당해서 역겨움이 삐질삐질 땀처럼 새어나온다" - <아이러니 가계> 일부
밥값조차 없어서 사발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대학시절, 나는 그때 시를 마구 써댔지. 그때의 시는 지금 아주 일부만 남아있고, 대부분은 소멸되었어. 그만큼 형편없는 시들이 많았지. 지금? 아! 모르겠어. 지금은 그때만큼 어리석은 시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주 잘 쓴 건지는 모르겠어. 시인도 월급쟁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하곤 하지. 대학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알게 모르게 나를 도와줬던 많은 사람들. 그때의 인연이 지금으로 이어진 아주 소수의 인연. 그것보다 나를 버티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시들.
"깽판이다 / 끗발이고 뭐고 필요없다 / 네깟 놈들 / 장땡이라고 거들먹거리지 마라 / 나는 49 깽판이다" - <49 깽판> 일부
뜬금없이 깽판은 뭐냐고? 사실, 나의 과거는 어지러워. 물론,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의 과거가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해.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시적 감상문을 쓸 수 있는 거고 또 나름 인정받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지. 사실, <인정>이라는 거창한 표현은 좀 낯설지? 그런데, 나는 나의 글을 보아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인정>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지.
"사내는 매운 강술로 자신을 적시고 있다 / 어둑어둑 치욕이 숨어드는 저녁 / 붉게 술기운이 달처럼 오른다 / 젖는다, 사내 / 살어리 살어리릿다 청산으로 / 도망간 여우 / 중심을 잃은 빈 술병이 / 젖는다 / 일렁이는 동공 가득히 / 화악, 휘발유 냄새가 난다" - <포장마차에서> 일부
청산으로 도망간다면 좋은 걸까, 안 좋은 걸까. 가끔, 내가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곤 해. 그런데, 예전이었다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라고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책을 읽는 건,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과 부딪히고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야. 시를 읽는 것도 마찬가지지. 시를 읽으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거든.
"심장이 / 하늘에서 땅까지 /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 첫사랑이었다" - <사랑의 물리학> 일부
사랑을 하면, 아찔한 진자운동이 계속되지. 그것이 첫사랑이든, 마지막 사랑이든. 조금, 미안해. 여기에서 <신통한 다이어리>가 말하는 사랑은 "시와의 사랑"이거든. 시를 사랑하다 보면, 매일 시와 데이트를 하게 되지. 끝까지 나를 믿는 시들. 그 시들을 사랑하게 되지.
"나는 늑대다 고독한 전설이다 개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개가 아니다 딱 한 번 개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개처럼 애절하게, 당신 앞에서의 일이다 그러나 분명 개가 아니다 우우우 달을 보고우는 연유를 당신은 알까? 나는 뜨겁게 당신을 포옹하고 싶을 뿐 가벼이 꼬리를 살랑이지 않는다 나는 개가 아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짖어대지 않는다 개는 짖지만 나는 운다 하늘을 향하여 운다 우우우 달을 보며 운다 울더라도 절대 고개 숙이진 않는다 그래서 내 눈물은 빰을 타고 흐르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심장을 적시며 흐른다 우우우 심연 속으로 뜨거운 빗물이 되어 내린다 나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 당신, 나의 본능은 모두 당신 때문이다" - <나는 늑대다> 일부
쓰다 보니, 왠지 <신통한 다이어리>의 말이 너무 많아지는 듯한 생각이 드는데, 계속 쓰다보니, 뭘 써야 할지 나도모르겠어. 이제 슬슬 정리할 때가 된 것 같아. 시에 대한 사랑 본능.
"그래, / 가다가다 지치면 / 쉬기도 해야지 / 빙글빙글 어지럽기만 한 세상 / 돌다돌다 지치면 잠들면 그만이지" - <누이의 시계>
또, 부분적인 것만 잔뜩 올려놓고, 리뷰를 썼다고 자랑질 해대는 저 <신통한 다이어리>란 놈!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내가 시를 이해하는 방식은 이해가 아니라, 느낌이라서. 그 느낌이 세상에 나오면, 어떤 방식으로 이해가 될까. 나는 몹시 궁금하기도 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봤으면 좋겠고, 시를 좋아해줬으면 좋겠고, 시를 느꼈으면 좋겠어. 그래서, 나는 오늘도 또 시에 대한 리뷰를 <단상들>로 올려놓지. 김인육 시인의 이 시집은 개정판이 출간되었네. <사랑의 물리학>이라는 책이더군.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길 바랄께. 의외로 좋은 시들이 많이 발견되거든. 마지막으로 이 시집의 제목인 <잘 가라, 여우>의 부분으로 나의 감상이야기를 마칠께.
"꼬리가 긴, 그녀는 틀림없는 여우 / 나의 간을 빼내어 호호 갖고 놀던 여우 / 바람이 부는 저녁 / 긴 머릿결의 여우가 날아오른다 / 살랑대며 바람을 타는 유연한 꼬리 / 나, 홀딱 홀리어서 죽음도 두렵지 않던 마법의 긴 꼬리 / 빙글빙글 바람을 굴리며 재주를 넘는다" - <잘 가라, 여우> 일부
<신통한 다이어리>도 시적 감상문이라는 재주를 뛰어넘으며, 또 내일을 기약하지. 홀딱 홀리어서 무엇도 두렵지 않은 마법의 리뷰로 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어. <신통한 다이어리>의 마법에 그대도 흠뻑 빠져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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