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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다.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였다. 돈을 주는 직장에 들어갔고, 아내를 만났고, 아이가 태어났다. 빚도 얻었다. 남들처럼 싸우고 화해하고 하면서 평범하게 살았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다. 예쁘고 잘 웃던 아내는 눈초리가 매섭다. 이직한 회사는 구조 조정이 끝난 뒤 의욕이 없다. 육아는 기쁘지만 고통이 더 크다. 재미없는 회사를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갔다. 내일도 가야 한다. 집에는 끝없는 집안일이 기다린다. 재미없다. 지루한 하루가 또 지나간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2는 2말3초 여성의 우울증 이야기라면, ‘마흔의 우울’은 40대 아저씨의 우울입니다. 젊은 여성의 이야기에는 위로가, 아저씨의 이야기에는 공감이 먼저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내 또래 아저씨 얘기구나...’라며 가볍게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출근을 한다. 퇴근하고 들어온 집은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집안일이 쌓여 있다. 해도 해도 끝없는 집안일이 기다린다. 몸이 축난다. 몸만 힘들면 괜찮다. 긴장을 늦추면 큰 싸움이 벌어진다. 긴장하면 작은 싸움으로 막을 수 있다” ‘이게 뭐람? 노예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컥합니다. 저자는 하루내내 일하고 돌아와서 열한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 장난감을 치우고 방을 정리하고, 빨래를 갭니다. ‘월 천을 벌어다 드릴 때까지 아침에 마나님이 깨시지 않도록 뒷꿈치를 들고 출근해야 한다’라고 말하던 저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게 됩니다. 심지어 전업주부인 아내는 남편을 억누르고 비아냥거립니다. “이런 삶을 원하지 않았다. 상상 속 40대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안정된 삶을 꿈꿨다.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없으면 안 되는 사람. 많은 연봉.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 웃으며 반기는 아내와 아이들. 지금의 나하고는 거리가 멀다. 빚은 늘고, 불안한 미래는 더 불안하다. 아내하고 관계는 심상치 않다.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마음을 터놓고 말할 친구도 없다. 부모님은 고마운 존재이지만 불편하다. 뭐 하나 든든한 것이 없다. 불안하고 불편한 일상이다. 무미건조한 삶이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이렇게 건조해지다가 마른 오징어가 되겠다.“
아내를 원망하는 저자의 모습은 후반에 들어갈수록 희미해집니다. 아내를 그렇게 만든 자신에 대한 반성과 원망도 비칩니다. 고장난명, 부창부수 분명 두 부부 사이의 문제는 아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명확했더라면 ‘우울증’이 일어나게 된 ‘외부환경’과 함께 ‘저자의 마음 속’까지 알게 되어 읽는 독자가 좀 더 자세히 비추어 보고, 좀 더 공감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어쩌면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며 꼬일대로 꼬여버린 저자 자신을 위로하고, 복잡한 가슴 속을 문자로 풀어내고 정리하여 머리 속에 담기 위한 ‘조촐한 시도’를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아직도 바다를 떠도는 중이고 등대는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노를 저으면 언젠가는 보이겠지. 뭔가를 찾을 수 있겠지. 이기적일 수 있다. 이기적이어야 한다. 먼저 나부터 찾은 다음에 생각하자.”
저자는 엄청난 근성의 소유자입니다. 믹스커피를 끊고, 술을 끊고, 그림을 그리고, 매일 팔굽혀 펴기와 윗몸 일으키기를 합니다. 게임을 끊고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읽은 책이 374권. 그리도 드디어 책 말미에 희미하게 아내도 바뀌고 있음을 말합니다.
“감정에 사로잡혀 ‘나는 착한 놈 너는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글로 옮기고 나니 아내도 보이고 나도 보였다. 아내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첫 번째 노트가 부끄러워졌다.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았다. 알게 됐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숙제다. 무엇이 답인지 모른다. 지금도 답을 찾는 과정이다. 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의미가 생겼다. 독서, 그림, 운동처럼 손에 잡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런 경험이 우울증과 불안증에 빠진 나를 꺼내줬다. 저 깊은 곳에서 빠져나오니 아내가 서 있고 아이들이 보인다. 힘들어 하는 중년들이 눈에 띤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주저 앉기에는 책임질 것이 많고 가진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직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당신. 30대의 활력을 그리워하는 40대 아재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유려한 비유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깨달음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대로 작은 ‘도움’이 됩니다. 위로가 됩니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저자는 ‘근성’으로 스스로를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성공’이 아닌 ‘성장’하는 습관을 더 넓히고 있습니다.
저자의 다음 책이 ‘쉰의 우울’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 전에 저자의 ‘성장’ 습관이 더 멋진 책으로 엮어지길 기대합니다.
[저도 우울증 덕분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기에 더욱 공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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