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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우리 그림책을 만났다. 책을 처음 받자마자 훑어 보고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밀어 두었던 책을 오늘 아침에서야 찬찬히 넘겨봤다. 처음에 읽을 때 중간 부분까지는 그냥 술술 넘아가다가 그 이후부터 조금 생각할거리가 있는 듯해서 미뤄두었던 참이다.
먼저 목판화의 나뭇결을 바다로 연결시킨 게 눈에 들어온다. 겉표지는 무심코 넘기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장에서야 나뭇결이 보인다. 목판화라도 어떤 것은 나뭇결이 느껴지지 않게, 그냥 부드럽게 표현되던데 이것은 나뭇결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바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썩 마음 편치만은 않다. 일단 눈먼 어부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온다고 하니 이들의 험난한 인생이 느껴져서일 게다. 어부를 따라가는 강아지 한 마리는 보기만 해도 정겹고 귀엽고, 눈먼 어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게 느껴진다. 둘은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천진난만하게 뛰어가는 강아지의 모습과 뒤에 어부의 고기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그물을 쳐놓은 곳까지 늘어선 줄을 따라가는 어부와 그 어부를 일정한 거리만큼만 앞서가는 강아지. 강아지들은 주인을 앞서가면서도 시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뛰어가다가도 꼭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럴 때 일부러 다른 길로 접어들면 다시 되돌아오곤 한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우리집 강아지도 어느 정도 가다가는 꼭 뒤를 돌아본다. 어부의 강아지가 꼭 그 모습이다.
새가 그물을 물고 날아가자 그것을 지키기위해 애쓰고 결국 어느 순간 새가 되어 날아가고 있는 강아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다 물속으로 뛰어들어 어느 순간 물고기가 되어버린 어부. 기껏 그물줄을 찾아와 보니 커다란 물고기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주인을 만난 강아지는 주인과 함께 그물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어, 그런데 그물에 신경쓰다 보니 물고기를 놓쳐버렸다. 어부의 식량이자 유일한 돈벌이일 텐데,하고 안타까워하는 순간 어망에 들어있는 물고기가 보인다. 다행이다. 물고기가 언제 거기 들어갔는지는 모르나 도망가지 않아서.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며 보니 어딘가 달라졌다. 분명 어부는 노란 모자에 노란 장화, 강아지는 빨간 목줄에 빨간 뒷다리였는데 나중에는 둘이 반반씩 섞여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갈 것이다(내가 이해한 부분은 여기까지다). 내일은 또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 그리고, 그것이 삶일 테고. 특별한 사건이 없는 듯한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가슴 뭉클하고 흐뭇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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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보림 공모전 및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에서 주최한 공모전에서 각각 우수상과 일러스트레이션 상을 수상한 책이다. 역시 공모전 수상작은 예술성과 실험성에 높은 가치를 두기 때문인지 아름답고 재미있긴 하지만 편안하게 다가오는 책은 아니었다. 아름다움과 편안함이란 사실 함께하기 힘든 요소이긴 하다. 하이힐처럼 예쁜 것들은 불편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어린이 그림책의 위대함은 사실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아름답고 편안한데에. 어쨌든 이 책은 중간부터 글 없이 그림으로만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평소에도 글 없는 그림책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조금 짜증을 느끼며 보아야했다. 하지만 눈이 멀었음에도 근면하게 그물을 수선하며 살아가는 할머니와 그녀의 곁에서 함께 걷는 검정 개가 엮어가는 환상적인 이야기가 무척 아름답게 펼쳐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약간씩 어긋나게 찍혀 더욱 묘미가 있는 판화기법이 거기에 빛을 더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리고 내일 또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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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그림을 보고 좀 낯설지 않다 싶더니 이 책은 [어느 바닷가에 눈 먼 어부와 강아지가 살았습니다]라는 책의 개정판으로 이번에 새로 판형과 제목이 바뀌어 출간되었네요. 예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한 번 본 적이 있긴 하지만 표지 그림과 색채가 달라 첨엔 긴가민가했습니다.
'어느 바닷가, 어스름한 새벽이면 눈먼 어부와 강아지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날마다 이들은 집에서 바다까지 둘 사이에 놓인 길을 따라 갑니다.' 라고 시작되는 이 책은 맨 앞 장과 맨 뒷쪽에만 글이 있고 다른 페이지엔 글자가 없어요. 아이들과 그림을 더 유심히 살펴 보거나 이야기를 만들어 우리만의 글을 얹어 보기도 하는데 이 책은 그림을 관찰하듯 살피며 읽게 되더군요.
'집에서 바다까지 둘 사이에 놓인 길'이란 무엇일까요? 눈이 먼 어부는 고리가 달린 지팡이를 밧줄에 걸고 바다로 나갑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부에게 이 밧줄은 길이고 생명줄인 셈이지요. 그리고 바다에 도착한 어부가 그물을 손질하는 동안 강아지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갈매기가 그물의 줄을 물고 달아나자 강아지는 컹컹 짖으며 쫓기 시작하고,,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그 사이 어부도 커다란 물고기와 실랑이를 벌이다 뒤로 넘어지면서 물고기로 모습이 바뀝니다. 신기한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할머니의 노란 모자와 강아지의 붉은 목줄은 이들에게 새로운 마법을 부리고 이들은 그들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눈 먼 어부와 강아지의 하루는 현실과 환상사이를 오가며 변신의 순간순간을 보여 줍니다. 어부의 일상을 담은 사실감 넘치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극적인 상상이 펼쳐지는 장면도 있고요.. 강아지와 어부,, 이 둘은 '나'와 '너' 따로가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나'가 되는 존재란걸 느끼게 되네요.
목판화 그림으로 그려진 이 책은 판화라는 기법을 활용해 앞에 출간되었던 책과 그림은 같지만 살짝 변화된 색을 쓰고 있어요. 하얗던 어부의 모자와 장화는 노랑색으로, 핑크빛이었던 강아지의 목줄과 장화는 자주색으로 바뀌어 있답니다. 이 책은 처음 볼 때랑 느낌이 많이 다르고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볼 때마다 보이는 것들이 더 많은거 같아요. 어느 바닷가의 하루, 어부 대신 내가 주인공이면 어떨까 싶게! 보면 볼수록 멋진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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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02 《어느 바닷가의 하루》 김수연 보림 2012.11.19. 바다에 가면 바다가 있어요. 숲에 가면 숲이 있고요. 들에 가면 들이 있답니다. 매우 마땅해서 어이가 없을 만한 이야기일까요? 서울에 가면 서울이 있을 텐데,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날 시골 읍내나 면소재지에는 무엇이 있고요? 더구나 오늘날에는 바다에 갈 적에 참말 바다만 있을까요, 아니면 바다를 뒤덮은 쓰레기라든지 갖가지 가게가 줄줄이 늘어서나요? 오늘날은 들에 가는 길이 막히거나 비닐밭이 되지는 않았을까요? 오늘날 숲은 송전탑에 치렁치렁 전깃줄로 으스스하지는 않나요? 《어느 바닷가의 하루》는 바닷가 하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따로 어디라고 콕 찍어서 가리킬 바닷가라기보다, ‘아하, 바닷가라면 으레 이처럼 바다벗을 만나고 바닷물이랑 노닐고 바다를 품은 하늘이랑 어우러지는구나’ 하고 느낄 만한 바닷가 이야기입니다. 우리 하루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참말로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단하지 않기에 대단합니다. 대단하지 않게 날마다 새로 맞이하는 하루인 터라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할 만하구나 싶어요. 해가 뜨고 해가 집니다. 별이 돋고 별이 잠듭니다. 어느 하루가 가만히 흐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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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바닷가의 하루 』 “ 내일도 눈먼 어부와 강아지는 이 길을 따라 함께 집으로 갈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루를 기다릴 것입니다. 어스름한 새벽 이들이 바다로 나설 때 ” 이 책은 ‘글이 없는’ 순수한 그림책입니다. 오직 그림만으로 눈 먼 어부와 그를 지키는 강아지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우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판화를 찍어 만든 작품인지 새벽의 어두움과 고요함이 잘 표현되었고,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느낌은 마치 그들의 삶의 무게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눈 먼 어부와 강아지는 하루하루 서로를 지키고 사랑하며 만족해하며 살아갑니다. 이 책에는 신기한 장면이 있는데 바로 강아지가 새로 변신하고, 눈 먼 어부가 물고기로 변신하는 장면입니다. 왜 그들은 변신을 했을까요? 바로 서로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내 몸이 변할지라도 너를 지키고 싶다는 순수한 우정과 바람을 ‘몸바꿈’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순수한 믿음과 우정으로 내 곁을 지켜 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요?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메시지를 글을 배제하고, 색채 등을 절제하여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그러한 절제미를 통해 더욱 강하게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단 두 가지의 색깔만으로 어부와 강아지의 소통과 교감을 그리는 모습이 대표적입니다. 모든 독자들이 한번에 이해할만한 쉽고 친절한 작품은 아니지만, 독자 스스로 쉽고 찬찬하게 그림에서 메시지를 찾는 시간은 텍스트에만 너무 익숙해진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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