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딱지 파는 선생님이 ‘시 줍기’를 한 결과물 이무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개불알풀 꽃 이름을 알려주고(25쪽), 꽃 보고 인사하라고 하며(52쪽), 주머니에 든 열쇠, 주사위 따위를 흔들어 소리 알아맞히기 놀이를 한다(31쪽). 친구 괴롭히는 아이는 짝 없이 지내게 하고(126쪽), 공부 시간에 떠들면 오후에 남아서 공부하고 가라고 하며(127쪽), 벌 같지 않은 벌을 세운다(118쪽). 초코파이를 혼자 먹는 아이에게 꿀돼지라고 놀리고(132쪽), 혼자 신나서 노래 부르며(120쪽), 코딱지 파고 귀도 파며 애들이랑 똑같다는 평가를 받는다(51쪽). 아이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유도하되 아이들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다름없는 행동을 한다. 선생님은 일부러 시를 가르쳐 보겠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다만 아이들이 제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이 그대로 글이 되고 시가 된다고 말한다. 보잘것없이 뵈는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을 놓치지 않고 말해 보고 써 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런 시도 있고 저런 시도 있다고 들려준다. 어디 얽매이지 않고 쓴 아이 글이 보이면 “와, 이건 시다.”하고 짝짝짝짝, 손뼉 쳐 준다. 그게 다다. 여전히 이렇게 쓰면 시가 된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다.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만만하게 말을 걸고 글을 쓴다. 똥도 누지 않는 선생님이라고 환상을 갖는 대신 선생님이 교실 들어오기 무섭게 우르르 쫓아 나와 왁자하니 제 말들을 쏟아 낸다. 아이들에게는 이제껏 겪어 보지 못한 일투성이인지라 여간 심각하고 진지한 일이 아니지만 선생님에게는 그 일이 그 일인 이야기들. 선생님은 아이들 말을 들으며 아이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보태거나 뺄 게 없는 시라고 여긴다. 이러한 감동을 혼자만 느낄 것이 아니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손바닥만 한 종이를 꺼내 주고는 지금 했던 말을 좀 적어보라고 한다. 선생님은 따로 “시를 써 보자”하고 마음먹고 시를 쓴 일은 그다지 없다. 국어나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같은 시간, 아침이나 재량활동 시간 같은 때에 “나도 몰라. 그냥 지금 겪은 일을 말하고 싶은 대로 써 봐!”하고 말해 준 게 전부라고 한다. 그렇게 “시 줍기”를 한 결과물이 바로 이 시집이다.
자신의 얼굴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내 얼굴 이준혁 나는 맨 왼쪽 이랑 맨 오른쪽 이가 빠졌다. 그렇지만 얼굴이 멋지다. 준혁이는 이가 두 개나 빠졌다. 윗니인지 아랫니인지 시에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맨 왼쪽 이랑 맨 오른쪽 이가 빠졌다. 어금니가 두 개나 빠졌으니 얼마나 어색하고 이상할까. 새로 이가 날까 불안하기도 하겠다. 그렇지만 자신의 얼굴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시집에는 유독 ‘내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많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밝은 마음과 한참 세상을 알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이 담겨 있다. 혜빈이는 머리카락이 짧다고 시를 썼지만 그림에서는 머리카락이 어깨에 닿고(15쪽), 서영이는 반달 꽁지머리를 늘어뜨렸으며(17쪽), 주영이는 한쪽 눈을 찡긋, 윙크한다(21쪽). 하나같이 귀엽다. 아이들 손은 까맣다. 어렸을 때는 안 까맸는데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까매졌다. 뛰놀아서 그렇다(75쪽). 시골 아이들이라고 하여 날마다 손이 까맣게 되도록 놀기만 할까. 학교가 끝난 뒤 피아노, 구몬, 또 컴퓨터, 공학 조립 같은 데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다(152쪽). 노는 게 자신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엄마 아빠는 계속 나를 위해 공부하라고 한다(148쪽). 성적표를 받으면 손이 마구마구 떨리고 다리는 후들후들거리고 눈물이 글썽글썽하다(146쪽). 우리나라 아이들이라면 예외 없이 겪는 공부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렇더라도 손이 까만 삼척 서부초등학교 35명 어린이들은 시인들이다. 코딱지 파고 귀도 파며 애들이랑 똑같은 수준의 선생님에게 저마다 제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말을 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냉큼 그것을 주워 시가 되었다고 칭찬한다. 그러니 시집에는 어느 특출한 아이의 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고만고만한 말을 하고 시를 쓴 결과물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놀라운 시가 되었다. 아, 이 놀라운 시편들이라니! 올챙이가 막 헤엄치면 꼭 비 오는 논 같다. (56쪽) 아파트는 목이 긴 기린 같다. / 옥상에 가면 시원한 하늘이다. / 멀리 다 보인다. (64쪽) 농구대 아래 돌은 / 오랫동안 앉아 있어서 / 아주 단단하게 잠이 들었다. (65쪽) 토끼풀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주면 더욱 잘 자란다. / 바람이 불면 서로서로 더 크게 자라라고 고개를 든다. (67쪽) 하늘이 바람을 산에 감추어 놓고 안 준다. (82쪽) 잠자리가 비행을 하네. / 비행하면서 쏟아지는 빗속을 날아가네. (92쪽) 비 오는 날은 우산이 악기가 된다. (106쪽) 내가 점수를 어떻게 받든 내 실력대로 받는 건데 왜 점수를 잘 받으라고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145쪽) 즐거운 생활에서 점수를 하두 깎아 먹어서 하나도 안 즐거운 생활이다. (146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