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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조금 더 젊었을 때, 나는 혼자인 것이 싫었다. 그래서 밥도 술도 혼자서 먹고 마시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그러다 회사생활의 마지막 십년을 지방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혼자 생활했다. 처음엔 혼자 먹는 저녁이 싫어 매일같이 온갖 이유를 붙여 술자리를 만들었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면 불이 꺼져있는 것이 싫어 아예 아침에 나오면서 불을 켜두고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적응이 되어가기도 했지만 밥만은 혼자 먹기보다는 차라리 굶는 편을 택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유별난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혼자서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궁상스럽고 처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회생활 혹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 아직도 밥은 혼자 먹는 것에 적응이 되진 않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마치 축복받은 시간인양 느껴진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일을 하러 논밭으로 나가면 온 동네가 정적에 빠진다. 경운기 지나가는 소리, 이웃집에서 개짓는 소리만 들려올 뿐 인공의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인공의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새소리, 바람소리, 그 바람에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대신하고 있다. 그럴때면 창문을 열고 정원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지거나, 햇볕 잘 드는 쪽마루에 앉아 멍 때리거나, 그저저도 싫증이 나면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다. 간혹 사람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모두들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전화한통화로 대신하고 있다.
이 책 [혼자가 혼자에게]는 책 제목이 맘에 들어 진즉에 구입했지만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야 읽었다. 그러고 보니 저자의 책은 의외로 많이 읽은 것 같다. 시집은 차치하고라도 그가 펴낸 여행 산문집은 대부분 읽었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오래전에 읽은 책들이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산문집에 실려 있는 글들 자체가 한편의 시처럼 느껴지기도 했었고, 사진이 글만큼이나 많은 여운을 주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는 특별히 정해놓지도 않고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자신이 여행지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써내려간 글들은 예전에 그가 썼던 산문집의 제목마냥 ‘끌림’이었다. 아마 그래서 이 책도 선뜻 구입하였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혼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상에서든 여행지에서든 오직 ‘혼자’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수없이 만날 수 있는 혼자들을 향해 혼자 여행하고, 혼자 걷고, 혼자 있는 저자가 말을 건넨다. 그것은 첫눈이나, 첫사랑, 처음 해외여행처럼 처음에 관한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첫 눈이 오는 날, 그 첫 눈을 밟으며 당신이 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하지만 아름다운 가능성’을 혼자서 생각하고, 우리가 했던 첫사랑처럼 ‘태어나서 처음 하는 일이라면 굉장한 떨림과 엄청난 신기함이 주는 들끓음’에 혼자서 마음 졸인다. 그런가 하면 우리가 혼자하지 못하는 것은 ‘혼자라서 닥치는 현실의 이런저런 문제가 아닌 혼자서 직면하는 고독 앞에서의 자신 없음이 무서운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그러나 ‘혼자인 채로 태어났으면서 애써 고독을 모른 체한다면 인생은 더 어렵고 더 꼬이며 점점 비틀린다’며 ‘고독의 터널 끝에 가보고 고독의 정점과 한계점을 밟고 서서 웃는 자’만이 세련되어질 수 있다고 따뜻하게 격려한다.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하는 것을 쓰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만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혼자인 그가 혼자인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충고처럼 읽힌다. 이처럼 그는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들에 집중하며 자신이 그곳에서 혼자 느끼고 누렸던 것들을 적어나가고 있다. 그가 이전에 펴냈던 책들 마냥 독특한 시선이 담긴 풍성한 사진들은 ‘혼자’를 생각하는 사이사이마다 말을 걸어오며 여백을 메워준다.
우리는 혼자이면서도 때때로 사람들 속에 함께 일 때가 있고, 지금은 모두 함께 있지만 또 때로는 혼자가 되기를 희망하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의 탐구를 이어가지만, 나는 그와는 다른 혼자를 생각한다. 어떤 공간을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익명의 존재로 있는 것 또한 ‘혼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여유나 게으름 혹은 마음의 편안함이 바로 그것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혼자인 것이 우리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란 것은 나 역시도 잘 알고 있지만, 우리는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것이기에 나는 오늘도 ‘혼자’이기를 소망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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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시간이 좋다. 아무도 나에게 말 걸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내가 독서에 빠져있든, 음악에 빠져있든, 생각에 빠져있든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는 곳. 그 시간이 좋다. 누군가와 있게 되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친구들과 있는 시간도 좋지만, 오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어쩐지 마음이 허하다. 너무 많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와 있게 되면 그 자리에는없는 사람의 이야기도 한다. 굳이 안해도 될 말을 하게 된 날은 심한 자책에 빠진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말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줍잖은 충고 같은 건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본다.
오래전 혼자서 불쑥 여행을 떠나곤 했다. 동해안이며 대구, 혹은 부산을 다녀왔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오로지 홀로인 나 자신을 즐겼다. 많이 생각하고 많이 걸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부산 자갈치 시장의 한 여관 방의 이불과 쟁반에 받쳐진 주전자와 컵이 있는 모습이다. 마치 그림처럼 선명하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남편과 가족과 함께 떠나고 있다. 어딘가를 여행하는 건 좋아하지만 이제는 혼자인게 어색한 게 되었다.
이병률은 시인이지만 처음에 산문으로 만나선지 산문이 좋다. 그의 산문을 읽고나면 멀리 있는 나를 상상한다. 낯선 장소에 있는 나.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 모든 게 낯선 곳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시간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에 수록된 사진과 그의 글에서는 짙은 외로움이 보이지만, 실제로 다가서는 감정은 다사로움이다. 혼자가 혼자에게 보내는 글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작가에게서 따스함이 느껴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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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혼자 있는 시간은 분명 당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혼자인 당신에게 위기가 없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 막막함으로부터 탈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혼자 시간을 쓰고, 혼자 질문을 하고 혼자 그에 대한 답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닥쳐오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당신은 그 외로움 앞에서 의연해지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면서 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목숨처럼 써야 한다. 그러면서 쓰러지기도 하고 그러면서 일어서기도 하는 반복만이 당신을 그럴듯한 사람으로 성장시킨다. 비로소 자신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다. 물론 자기 안에다 주인을 '집사'로 거느리고 사는 사람이다. (16페이지)
사람을 좋아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감성들이 좋다. 여행지의 어딘가에서 주방에서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그. 홀로 걷지만 곁에 앉은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는 마음. 혼자이나 혼자가 아닌 것 같았다. 익숙한 사람이든 낯선 사람이든 사람과 함께 부딪치며 살아가는 존재다. 무인도에 낙오되었다고 치자. 사람이 그리워 동물에게 혹은 공에게도 말을 걸지 않나. 외롭기 때문이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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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해라. 세상의 모든 나침반과 표지판과 시계들이 내 움직임에 따라 바늘을 움직여준다. 혼자 여행을 해라. 그곳에는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더군다나 여기에서도 들었던 똑같은 이야기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된다. (217페이지)
책을 읽고 났더니 마음이 따스해진다. 우울했던 마음도 어느새 해소가 되었다. 혼자인 사람이 혼자인 사람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같았다. 이렇게 마음이 좋아지는 걸 보면.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가만가만히 위로를 건네는 글들이었다. 앞서 밝혔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진심이 느껴져서 일 것이다. 일년의 삼분의 일 가량을 여행자로 살고 있는 작가의 진심어린 마음을 받아서일까.
그럼에도 다시 혼자 여행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내면의 나와 대화하고 싶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앞으로도 괜찮을거라고 나를 다독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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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일까? 20대엔 혼자라는 시간을 외롭다고만 느꼈었다. 혼자일 때는 누군가를 불러 시간을 보내려 했고, 주말에 약속이 없는 걸 참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혼자인 시간을 얼마나 사랑하고 좋아하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이 나는 좋다. 멍 때리는 것도 좋고, 밀린 드라마를 보거나 예능을 보는 것도 좋다. 혼자서 커피를 홀짝이는 것도 좋고, 책을 읽는 것도 좋고, 청소하거나 요리 하는 것도 좋다. 알고 싶었던 것들을 검색하는 것도 좋고, 잠을 자는 것도 좋고, 혼자서 운동하는 것도 좋고, 혼자서 쇼핑하는 것도 좋다. 이런 혼자의 시간을 즐기지만 아직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혼자 여행하기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 혼자 여행하기.
그 누구의 간섭이나 규칙 혹은 눈치 없이 자유롭게 하는 여행. 하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아직은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혼자 여행하기다. 혼자가 되어 철저히 외롭다 느껴 보는 것. 하지만 혼자가 되었을 때엔 그 자체에 심취해 외롭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나는 그런 시간들이나 순간이 좋다. 물론 지금은 온전히 혼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당신이 특별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당신이 한 일들이 증명해 줄 것이고. (102)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 (217)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사랑의 꼴도 다르다. 누구를 사랑하느냐에 따라 내가 얼마만큼의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 또한 누구를 어떻게 떠나보냈는지가 남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성장시킨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 (230)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삶에 나는 반대한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사는 삶 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도 알게 된다. 눈물은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270)
요즈음 내 마음은 이런 형태의 것인가 보다. 이런 글들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니. 혼자라는 시간은 단순히 멍 때리는 것도 있지만 천천히 나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물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인 시간이 길어지면 나에게 집중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가 뭘 싫어하는지. 사실 나도 혼자인 시간에 익숙하거나 오래 집중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점점 혼자인 시간에 익숙하고 그 시간 자체를 즐기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어떤 삶을 살아야 내가 행복한 것인지,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지 내 안의 소리를 듣는 그날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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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나는 도전엔 소심하고 뭉그적거리는 반면 포기하는 데 있어서는 꽤 신속한 사람이다. 14, 5년 전(?)이었나? 신춘문예 한 번, 모 출판사 신인작가 발굴 프로젝트 공모 한 번, 이 두 번의 공모전에서 탈락한 뒤 나는 등단의 꿈을 접었다. 물론 그토록 빠른 포기를 한 이유는 있었다. 나는 출판사 공모전에서의 탈락을 인정할 수 없었다. 연재 형식으로 진행된 그 프로젝트 최종 평가의 하나인 독자 투표에서 1위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사 쪽 심사위원들의 평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책이란 모름지기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최종 평가에 반영하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독자 투표를 하지나 말던가. 여러 날 고심해 쌓은 공든 탑과도 같은 그 글을 모두 삭제할 정로 나는 그 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감당할 수 없는 분노로 오래 괴로웠다. 추억하기 싫은 내 개인사를 굳이 들춘 것은 이병률 시인이 우체국에서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신춘문예에 작품을 투고하러 온 모 출판사 직원. 이내 저자는 자신의 지난 응모와 낙방 이력에 대해 회고하며, 나의 어리석음에 일침을 가하는, 하지만 직언과도 같은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낙선된 다음에 쓰는 글은 태도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어딘가에 떨어져보지 않는 우리는, 어디에선가 망해보지 않은 우리는 결코 성장할 수 없다.”
그랬다.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나는 아주 조금 겸손해진 듯하다. 범사에 감사하고 겸손해지자고 주문처럼 외우며 살고 있다. 다시 등단과 아예 자비 출판을 해버릴까 하는 마음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그냥 다 포기하고 편하게 읽고 쓰는 삶이 좋겠다 싶기도 하고.
<혼자가 혼자에게>는 어떤 측면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나’로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론처럼 느껴졌다. 수없이 부서지고 깨지는 데서 상처받고 아픈 마음을 스스로 다독이며 인내할 수 있는 삶. 그럼으로써 한층 더 성숙해진 나를 발견하는 삶. 고꾸라지고 다친 삶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뭔지를 시적으로 풀어낸 에세이. 일상에 숨겨진 주옥같은 깨우침은 그렇게 시가 됐을 것이다.
문득 아이들에게 자장가로 많이 들려주곤 했던 동요 ‘섬집아기’가 떠오른다. 그 노래엔 조용조용 소곤대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구슬픔이 묻어난다. 돌연 그것의 기원을 부모와 자식 간의 정으로 비유해보게 된다. 굴 따러 간 엄마 없이 홀로 공포와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아기의 심정이나 그 어린 자식을 집에 혼자 두고 생활 전선에 나가야만 하는 엄마의 심정이나 매한가지인 것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나 부모의 보호 아래 사회 구성원으로 살다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독립적인 주체로 거듭나야 하는 삶. 혼자로 태어나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하는 삶. 그 과정에서 숱하게 부닥치게 돼 있는 애로를 하나씩 헤쳐 나가야만 하는 인간의 비애와 숙명이 나는 왠지 동요 <섬집아기>에 내포돼 있다고 믿게 된다. <섬집아기>를 불러주던 나도 듣는 몇몇 아이들이 울었던 이유도 그게 아니었을까. 어리다고 인생을, 슬픔을 모르지 않는다. 그들도 우리 어른처럼 그냥 안다. 괜히 먹먹하고 눈물 나는 순간을.
그래서, 그런 이유로 목차의 문장들이 다 詩다.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사람은 나 자신’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가 혼자’ ‘바람에 동백나무가 잠시 흔들렸습니다’ ‘나는 능선을 오르는 것이 한 사람을 넘는 것만 같다’ ‘언젠가 그때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것으로’ ‘왜 쓰느냐 물으시면 혼자니까 쓴다고 대답하리라’ ‘우리는 결핍 때문에 결국 슬프다’ ‘우리 서로가 아주 조금의 빗방울이었다면’ ‘바람이 통하는 상태에 나를 놓아두라’ . . .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삶이기에 실컷 사랑하고 이별하고 웃고 울다 마침내 혼자인 나를 제대로 인정하고 만끽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우리 서로가, 아주 조금의 빗방울’로 강이 되고 바다가 된 우리가, 당신이, “당신도 찬란했다면 나도 당신 덕분에 찬란했다고” 시인 이병률은 그렇게 적는다. 삶 속의 우리를, 당신과 나, 뭉친 혼자 속의 혼자에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삶과 달리 詩는 얼마든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詩로 억겁을 사는 기분이랄까.
가을이다. 노란 <혼자가 혼자에게> 푸른 하늘을 열어 보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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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끌림 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글보다 사진이 많았는데 사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좋아서 글도 별로 없는 그 책을 끝까지 읽고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괜시리 심란한 이번 연말 책이라도 사볼까 장바구니를 뒤적거리다 #이병률 작가 신작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길래 한번 사 보았다. #혼자가혼자에게 제목은 참 좋았다. 나 자신에게 내가 대화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고 혼자인 누군가와 혼자가 아니고 싶어서 대화를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책을 펴고 초반 몇장만 읽었을 뿐인데 아.. 이건 좀..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의 담백하고 깔끔한 느낌은 사라진 채 나 글 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비유도 멋드러지게 합니다, 이런 표현 보셨나요, 이런 느낌이 들게 하는 억지스러운 문장들이 너무 자주 등장했다. 산문을 읽는 이유는 작가의 일상에서의 생각을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서였는데 이건 뭐 난 혼자지만 이렇게 멋지게 살고있어 이런 인스타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내가 너무 메마른걸까 싶어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지만 책의 전반에 걸친 잔뜩 꾸며진 힘들어간 문장이 오히려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안타까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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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날: 2020.07.28~2020.08.23 지은이: 이병률 출판사: 달
P. 25 바람에 동백 나무가 잠시 흔들렸습니다. 나를 많이 오해했던 사람. 그래서 한쪽으로 내가 많이 미워했던 사람. 바람에 동백나무가 잠시 흔들린것뿐인데 그 사람이 온것처럼 바람향이 나를 툭 치는 것 같아 나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바람의 향기 보다 더 좋은 향기는 세상에 없다고 내가 언제 당신에게 나지막이 말했었다. 바람부는 날을 제일 좋아한다고 당신도 말했었다.
P. 110 도시락 싸서 어디 갈래요? 어느 날은 도시락을 열다가 와락 울어버린 적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도시락에 연루된 익명의 감정 때문이 아니라, 골목에서 야채장사를 하는 아저씨가 내는 확성기 소리가 슬퍼서가 아니라, 몇달전 헤어진 사람의 부재 때문이었다. 헤어진 사람이라고 쓰고 보니, 사랑한 사람이라고 쓰지 않는 나도 참 이상하지만서도. 나는 칙칙한 골방에서 혼자 먹어치우는 도시락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게 먹는다면 더없이 좋을 것만 같은, 말도 안되는 기분이 파도를 쳐대는 바람에 그리 서럽게 울었던것 같다. 나는 그 무렵 사랑이라는 인생의 소나기를 흠뻑 맞고 심한 감기에 걸려 있을 때였다.
P. 248 사랑을 시작하라는 말 후배에게 사랑을 옮기라고 말했다. 이 좁은 세상은 좁은 것으로도 모자라 아주 짧게 구성돼 있따. 사랑하지 않을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새장의 면적과 시간의 덩어리는 점점 좁고 작아져만 간다. 한번 태어난 인생인데 몇번이나 사랑을 한다고 사랑앞에서 사랑을 참아야 하는 건지. 그러니 사랑을 시작하라고 말했다. 사랑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락, 단지 사랑을 시작하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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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란 제목을 이해하고 느끼게 되었다고 할까... 이병률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거지만.. 참 제목을 잘 지으시는거 같다. 그래서 작가이신거지...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이 떠올려지고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할까? 이책을 읽기전에 바로 읽었던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읽을때도 그랬는데 뭔가 책 제목, 그리고 소제목이 다한듯한 느낌.. 나만 그런가? 사실 책 내용보다(작가님 죄송...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는 제목이 더 맘에 들어요. 그래서 책의 소제목들만 쭉 써놓고 싶었다. 아직 작성하지 못했지만.... 담에 리뷰에는 이병률 작가님의 책을 한권 골라 책속의 작은 제목들만 적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네..
외롭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고, 설레이며 또 사랑하는.... 이라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난 그랬다. 인간이 만나는 관계안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과 삶의 이야기를 이병률 작가의 섬세한 표현이 난 참 좋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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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위로를 받고싶어 착을고르다가 제목이 맘에 와닿아서,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라서 더더욱 그랬고,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ㅋ) 산 책. 늘 혼자인 나에게 주고싶은 책인것 같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웃고 혼자 울고 그리고.. 혼자 요즘 힘든일을 겪고 많이 지쳐있었는데 마음이 조금은 따듯해졌다 그동안 책읽으면서 리뷰는 처음 써본다 그만큼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본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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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무지무지 이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병률작가님의 글 들. 책장을 넘기는 게 아쉬울 정도여서 아껴가며 오래오래 천천히 읽었습니다. 생각이 닮은 점이 너무 많아서 속으로 캬야~~~ !!를 연발했습니다. 책이 출간된 걸 알자마자 구매했는데역시나 마지막 페이지까지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네요.자기 전 한번씩 더 읽고 하루의 힘듦을 말랑말랑 순하게 바꿔야겠어요. 작가님 , 좋아합니다많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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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혼자냐고요.괜찮아서요.. 당신이 지금 있는 그 곳..바람은 잘 통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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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혼자 여행을 자주 가지만 이병률님의 여행을 보니 느낌이 또 다르네요. 혼자가서 철저히 혼자있다 오는 편인데 다음엔 친구를 만나고 그곳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것을 어려워하지 말아야겠어요. 근데 그 날이 언제 올까요. 여행기록들을 보며 여행가고싶은 마음을 달래보았습니다. 다음 책도 기다려져요. 특히 중국에 식당에서 일하신 에피소드가 기억에 마니 남습니다. 그런 선택을 하는게 쉽진 않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