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리뷰 총점
Book of the Thousand Nights and a Night Part 1
"Book of the Thousand Nights and a Night Part 1" 내용보기
천일(千一) 야화는, 물론 아랍 민중의 상상력과 풍부한 표현력의 집결체입니다만, 이를 현대의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형태로 각색하고 다듬어서 전해 준 공로는, 영국인 귀족 리처드 F 버턴 경에게 돌아가야겠습니다. 시대가 시대였느니만치, 또, 그가 속한 신분과 계급의 이해관계가 존재했던만치, 그의 작품에는 현대인의, 그리고 비 서양인, 비 코카서스 인종 소속의 눈으로 보면 불편한
"Book of the Thousand Nights and a Night Part 1" 내용보기

천일(千一) 야화는, 물론 아랍 민중의 상상력과 풍부한 표현력의 집결체입니다만, 이를 현대의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형태로 각색하고 다듬어서 전해 준 공로는, 영국인 귀족 리처드 F 버턴 경에게 돌아가야겠습니다. 시대가 시대였느니만치, 또, 그가 속한 신분과 계급의 이해관계가 존재했던만치, 그의 작품에는 현대인의, 그리고 비 서양인, 비 코카서스 인종 소속의 눈으로 보면 불편한 점이 적지 않게 발견됩니다. 그러나 이 빛나는 문화적 업적의 적극적인 성취는, 그런 사소하다 할 부정적 요소를 일거에 압도하는 볼륨과 무게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은 대략 20년 전쯤 범우사에서, 김병철 교수님의 솜씨로 전 10권이 완역되어 나왔습니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그저 재미있는 설화집 정도로 생각했던 독자들은, 그 방대한 양과 다루는 소재의 노골성, 색정성에 질겁을 했을만합니다. 그런가 하면 책의 상당 부분은, 아랍화, 이슬람화한 기술과 인문 지식의 끝없는 현학적 퍼레이드에 할애되어 있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눈으로는, 고대, 중세인의 성생활이 그처럼이나 개방적인 모습이었나, 그 뜨거운 사막 한복판에서 살아가던 이들이, 고유의 숙명 한 자락에 짓눌려 받는 스트레스를, 그처럼이나 방종한 양상으로 동족과 자연을 향해 분출해야 했었는가 하는 생각에, 책장을 넘기던 손놀림을 더디하고 잠시 생각(음탕한 생각이 아닌)에 잠기기도 합니다. 또한, 오늘날의 우리들로는 그 진위와 당부를 검증하기조차 힘든 다방면의 인문, 종교, 철학, 의학 지식의 끝없는 퍼레이드를 두고, 구전 대중 설화의 형식 속에 이처럼이나 기술 사항이 촘촘히, 그리고 결정적인 주역을 차지했는가 하는 생각에, 건강한 위화감으로 잠시 생각의 사슬 그 팽팽한 긴장을 늦추기도 합니다.


우리말 번역본(범우사판 말고도 다른 책들이 있습니다)은 대체로 한국 독자의 취향을 생각해서 쉽게 다듬고 윤문을 한 편입니다만, 영어 원문(아랍어가 아니고, 버턴 경의 모국어인 영어입니다)은 읽어 나가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는 버턴 경 같은 귀족이 구사한 언어가 대단히 까다롭고 세련된 부류이기도 했던 데다, 당시 영어의 감각과 현대의 그것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있고, 무엇보다 버턴 경은 아랍어의 느낌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영어가 비문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장 원문에 근접한 모습을 창조하려 애썼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창조"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흔히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 말도 합니다만, 버턴 경의 이 작품은 단순히 구전 문학의 채록이나, 완벽한 아랍 문학의 서투룬 전사에 긒치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은 차라리, 아랍 문화로부터 영감만 적절히 받았을 뿐, 버턴 경의 창조주적 손길과 재능이 더 두드러진 의의를 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버턴 경은 이 빛나는 작업으로, 영문학에 새로운 경지와 채색을 더한 공을 인정 받습니다. 그는 외국어 습득과 구사 능력이 탁월했는데, 아랍 어 역시 당대 영국인 중 최고의 전문가였습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이 책의 문장은, 당대 영시의 룰이 허용한(천일야화 뿐 아니라, 많은 구전 문학은 지배적인 비중의 산문 사이사이에, 그 내용을 압축하고 요약 대표하는 운문이 끼워 넣어져 중요한 역할을 해냅니다) 파격의 범위를 살짝살짝 넘어가며, 현대의 독자들로서는 머리가 아플 만큼 어법의 일탈 미수를 시도하는 문장이 대단히 잦은 빈도로 보입니다. 시크릿 가든의 유명한 히트곡 중 You Raise Me Up에서,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란 대목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가장 불만을 가지는 건, 왜 여기서 도치가 이뤄졌으며, be라는 동사의 문법적 mood가 무엇이냐는 점인데요. 만약 이 버턴 경의 난해하고 생경한 문장에 어느 정도 훈련이 된 분이라면, 팝송 가사의 가벼운 시적 허용 정도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여유 있는 태도의 미학적 평가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v*****7 2015.07.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