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행불행은 기대와 비교에서 비롯된다. 행복한 여행을 위해선 그 중심에 '나, 자신'이 있어야 한다. 기대를 접고 비교를 버려야 한다. 기대와 비교의 자리에 나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_프롤로그 중에서 첫 해외여행은 끔찍했다. 친한 친구 한 명과 함께 떠났던 첫 여행지 런던에서 우리는 눈치를 봤고, 마음이 상했으며, 결국 다퉜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설렘을 너머 어설픈 욕심을 심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니었는데, 그때는 그랬다. 뭔가 더, 더더, 더더더 봐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첫 여행지에서 뽑으려고 했던 뽕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로부터 7년이 지나고 다시 런던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그때 함께했던 친구 대신 몇 권의 책과 함께 말이다. 혼자 간 런던에서 내가 한 여행은 일상 그 자체였다. 아침에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걷고, 숙소에 들어가 아점(브런치?!)을 먹었다. 그리고 영국도서관에 가서 하루종일 있거나, 돗자리를 들고 공원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게 다였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도 몇 장 없었고, 비행기 값이 아깝다며 쯧쯧거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꽤 괜찮은 여행이었다. 나는 내 나름 그 여행의 뽕을 뽑았다고 생각한다. "별과 같이 많은, 별보다 더 빛나는 우주의 셀 수 없이 많은 시인들 중에서 런던에 동행한 시인은 권기만. 가벼운 여행의 동반자로 그를 선택한 이유는 가벼움 때문이 아니다. 무거움이 이유였다."_p.167 다시 간 런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건 온몸에 힘을 다 풀고 간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부산에 있든, 런던에 있든 나는 변함이 없었다. 그 일상스러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건 바로 가져간 몇 권의 책이었다. 이국적인 장소에서 친근한 작가들의 문장들을 읽으며 나는 꽤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강병융 작가의 에세이 <도시를 걷는 문장들>의 출간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런던 여행에서 읽었던 책 중 그의 소설집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가 있었고, 나는 그 책 한 권으로 이 작가의 팬이 됐기 때문.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를 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뒷표지에 적힌 '일상의 행복'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너무 많은 여행서 중에서 강병융 작가가 쓴 에세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겠구나, 그리고 재밌겠구나. 그리고 팝업창이 떴다. "구매가 완료됐습니다." 추억을 기억하게 하는 건 남겨진 사진만이 아니다. 거리에서 흘렀던 이름 모를 음악도, 그때 읽어던 한 줄의 문장도 모두 추억의 공간 속으로 나를 데려간다. 강병융 작가가 걸었던 많은 도시들은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어느 작가의 삶과 예술의 걸음을 함께하며 말이다. 책을 넘기고 넘기다 나는 그 동행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다정하고 섬세하고 낭만적인 도시 산책, 독서 산책이면 기꺼이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골의 작품 <코>도, 고골이 살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도 나의 코를 시큰거리게 한다. 요즘도 가끔씩 고골의 <코>를 읽으면, 코가 시큰거리는 듯하다. 상트페테르부르트가 떠오른다. 그러면 자연스레 네바 강의 찬바람도 느껴진다. 여름의 찬란함이 아닌."_p.292 <도시를 걷는 문장들>에 대한 나의 마음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많은 사람들과 이 따뜻한 도시와 책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또 다른 하나는 도시와 책과 여행의 단맛을 나만 알고 싶은 마음. 그래도 전자여야겠지? 그래야 강병융 작가님이 또 이런 달달한 책을, 따뜻한 책을 써주시겠지? 그러니, 다들 꼭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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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는 문장들이라는 제목으로 대강 짐작은 했지만 사실 이 책은 굉장히 염장을 지르는 책이다. 유럽의 도시를 방문하여 산책하는 것도 엄청 부러운 일인데, 어울리는 책을 가지고 가서 읽는다는 컨셉이라니. 아 부럽다 부럽다를 연발하며 읽었다. 가을이다. 직장에서 3년 전부터 시행한 유럽 연수. 세번째를 맞이한다.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번엔 프라하. 프라하라니. 직장 동료와 함께 떠나는 패키지 여행이라 별 의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냥 떠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았는지. 책을 들고 다닐 여유는 없겠지만 다들 무사하게 다녀오길. 소설가 강병융이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슬로베니아 류블랴냐에 거주하고 있단다.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가르치는 그는 류블랴냐가 유럽의 각 도시로 가기 좋은 위치라고 말했다. 훌쩍 떠나 친구를 만나거나, 업무를 보거나, 휴가를 즐기거나. 그가 떠난 이유는 다양했지만 항상 그의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다. 그 도시에 어울리는 한 권의 책을 선택한 그는 그렇게 그는 유럽 20개국 22개 도시에서 22권의 책을 읽었다. 이 책은 그 문장, 그 느낌, 그 장소의 기록이다. 무언가를 읽었던 유럽의 어딘가, 그 어딘가를 같이 걸었던 문장들을 여기에 공유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내가 갔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면, 내게 감동을 줬던 책들을 읽고 싶어진다면 저자로서 더없이 행복할 테지만, 더 바라는 바 여행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여행법을 찾는 것이다. 또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는 것이다. 책의 종류는 무척 다양했다. 시집에서부터 소설, 철학서, 동화책, 만화책까지. 한국작가, 일본작가,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가의 책을 읽으며 도시의 풍경을 책과 함께 멋지게 그려냈다. 만약 일상에서 '뭉클'이 사라지고 있다면, 당신도 떠날 때가 되었다고 충고하고 싶다. 여행은 그곳에서는 감동을, 돌아와서는 '뭉클'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가 떠나는 이유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읽은 마스다 미리의 <뭉클하면 안 되나요?>는 훨씬 더 뭉클했다. 플리트비체의 그 옥색 물들이 오버랩되면서. 마스다 미리의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필자는 그 중에서도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골랐다. 그가 사랑해마지않는 도시 플리트비체에서. 나는 가본 적 없는 플리트비체를 가장 잘 기억하게 만들어준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었던 것이다. 그의 시를 번역하는 작업에 참여했던 나는, 그런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시인이 아니었다. 그는 그 자체로 완벽한 '시'였다. 나는 완벽하게 틀렸다. 그때 나는 이렇게 썼어야 했다. 그는 시인이 아니었다고.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완벽한 '거짓'이었다고. '고은태', 그는 시도, 시인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고. 그래서 너무 슬프고도 화가 났다고. 항상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고은 시인과의 추억을 더 이상 아름답게 기억할 수 없는 그를 보니 그를 향한 많은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직도 해외언론과 자신은 떳떳하다는 인터뷰를 하는 그를 보니 진실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나도 여행을 떠날 때 책을 가지고 가곤 했지만 많은 경우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다시 가지고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어리석었다. 뭐하러 그렇게 "많은 책"을 읽으려고 했을까. 그리고 그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내가 그때 읽고 있었던, 또는 평소 읽으려고 했던 책을 기어이 챙겨갔을까.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도시와 어울리는 책을 떠올려 보는 것, 그리고 도시를 거닐며 한 권의 책을 읽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 그 두 가지를 깨닫는 것으로 충분한 책, <도시를 걷는 문장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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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사유의 깊이가 생각보다 깊다. 먼 타지 슬로베니아에서 교수를 한다는데 글의 느낌, 쓰기의 세련됨이 철학자 못지않다. 처음엔 도시 vs 문장이라는 제목이 잘 와닿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궁금했다. 들춰보니 여행한 도시마다 읽었던 특정 책을 산문형태로 적었다. 지난 해에 그래도 재밌게 읽었던 유럽 맥주 견문록(이기중 저, 2009년, 즐거운상상)과 유사한 패턴이다. 도시를 다니면서 유명한 맥주를 소개하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패턴의 글 양식이다 다만, 이번 책은 도시(여행)와 책이 엮이다 보니 단순 여행기하고는 느낌과 차원이 다른 면이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느낌의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처음엔 조합이 좋다고 생각했다. 여행 & 책! 여행은 가지 못할 때는 동경이고 갈 때는 설레임이며 가서는 각자의 느낌이 각자에 각인된다. 책은 의미성이고 사유이다. 여행에서 읽는 책은 어쩌면 감정, 느낌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발화제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애초에 "나는 가난하지만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만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P167)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 저자 안내를 보니 이미 발표한 소설이며 에세이가 다수다. 역시나 범상치 않은 이유는 있었다. 저자는 "여행지에 와서 우리는 잠시 평화로운듯 하지만, 어차피 삶은 매순간 어렵고 불편하고, 그 불편함에 우린 이미 익숙해져서 또 괜찮은 것일 지도 모른다"(P85)고 말한다. 여행에 대한 자세인데, 다르지만 다르지 않을 수 있음을 더 강하게 강조한다. 이런 의식은 페루 여행과 관련한 내용에서도 반복된다. 말하자면 이렇다. ▷ 눈에 보이는 것 : 처음 아름다움 --> 그 뒤의 현실 [이방인의 눈앞에 펼쳐진 페루의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아름다웠으며 단 하나의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신비로 가득했지만 그 땅의 일산은 지쳐 보였다. 그 땅의 사람들은 힘들어 보였다] [슬픈 치열함, 행복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보이는 골목골목에서 빈과 부의 골] (P198) ▷ 이면 [가난한 사람들은 친구들과 행복 / 학교는 못가지만 축구공 하나로 행복한 아이들 / 빈민촌에 지붕은 없지만 '햇볕'이 있는] [그렇게 그들은 다른 각자의 무언가가 있었든] (P203) ▷ 깨달음 - 내가 본 모든 것은 껍질 / 내가 생각한 모든 것들은 껍질일 수도 (P203) - 얼핏보면 아름답지만 들춰보면 뒤틀려 있지만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그것 (P242) 당연한 성찰이지만 그 것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은 가늠할 수 없다. 그 시간이 결국 성찰과 느낌의 깊이일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래서, 작가가 들고 다녔다던 책을 가능한 많이 주문했다. 집에서 읽는 것과 여행지에서 읽는 느낌이 당연히 다르겠지만 그 내용만이라도 공유해보고 싶었다. 그러면 좀더 작가와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지않을까하는 작은 바램으로. 아뭏든 이런 생각도 해봤다. 만약, 가능할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책을 쓴다면 이 정도의 느낌으로 써보고 싶다고. 머 상상이야 자유니, 안될 것도 없지 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