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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작가 '우타노 쇼고'를 참 좋아한다. 특히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와 "밀실 살인 게임 2.0"은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두 번이나 그에게 안겨 준 작품이자 나에게는 일본 추리소설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그 이후 국내에 정식으로 정발된 작품들의 수준이 기대 이하여서 관심이 줄어들고 있던 시기에 등장한 것이 일본 미스터리 및 환상소설계의 어버지인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작들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다시 풀어 쓴 이 작품이다. 처음에는 '에도가와 란포'만의 그 기괴함, 몽환적인 분위기에 눌려 제대로 되살려낼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다행히 그 걱정들은 기우로 끝나고 기존 작품들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나 독특하고 약간 뒤틀려 보이기도 한 욕망을 잘 살려냈고, 지금에 맞는 트릭이나 배경으로 제대로 변주해냈다. 특히 란포의 대표적인 단편인 "인간 의자",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 "D 언덕의 살인사건", "음울한 짐승" 이 재해석되어 등장한 것이 너무나 반가왔다. 수록 작품들의 수준도 대체로 상향 평준화를 보여 어떤 작품을 고르더라도 만족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작품은 "의자? 인간! (원작 인간 의자)"와 "「오세이 등장」을 읽은 남자 (원작 오세이 등장)" 그리고 "음울한 짐승의 환희 (원작 음울한 짐승)" 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들과 비교해서 읽어보는 재미도 크겠지만, 오래 전 작품이 주는 부담이 싫다면 지금 이 소설집만이라도 접해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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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자? 인간! 먼저 원작인 '인간의자'에 대해서는 저는 원작을 (사물과 다르게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인간이 의자가 하던 역할을 대신하였을 때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서술하면서, 의자가 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이상야릇한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 뒤틀린 형태의 에로시티즘 소설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걸 단지 소설 소재라 생각한다면 의자를 뒤집어보는 게 어때? (p.48) 반면에 그러한 원작을 재창조한 '의자? 인간!'은 스릴러에 가깝다고 봅니다. 특히 연락 수단이 익명의 이가 보낸 편지에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바뀌면서 대화체 위주의 작품으로 변모되다 보니, 늘어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은 더 좋아졌으며 의자 속에 있을 남자를 상상하는 화자와 독자에게 선사하는 오싹함과 긴박감 또한 더 커진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한해서만큼은 원작의 작품성이 더 높았다고 봅니다. 2.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는 (엄연히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라는 원작이 있긴 합니다만) 읽고 보니 원작에서 큰 틀만 빌려왔을 뿐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작은 설정이 기괴하기는 했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스토리였던 것에 반해, 이 작품은 뭐랄까.. 원작에서는 그렇게 강조되지 않았었던 인간의 이기심과 추악한 욕망을 보여주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작품 역시 앞서 읽은 '의자? 인간!'에서와 마찬가지로 원작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소재 및 줄거리였다는 점에서, 작가의 역량이 아직까진 제대로 발휘가 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작가이다 보니 그만큼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원작의 대단함에 대해서만 자꾸 알아가게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3.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① 원작과의 비교 각 작품을 식당에 빗대어 표현을 하자면, 원작인 'D 언덕의 살인사건'이 깔끔하고 맛있긴 하지만 양으로 승부하는 곳은 아닌 반면에,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은 애피타이저와 갖가지 양념으로 메인 디시를 빛나게 하려는 한편으로 음식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② 명탐정 코난? 명탐정 아케치 고고로가 처음 등장하는 기념비적 작품이었던 원작. 그러한 명탐정의 후계자로 우타노 쇼고 작가가 선택한 탐정 캐릭터는 놀랍게도 초등학생 히다카 세이야입니다. 처음에는 그가 내뱉는 대사들이 하나같이 도저히 초등학생의 입에서는 나오기 힘든 이야기들뿐이라 설정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마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초등학생 캐릭터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 일대는 애들이 별로 없어서, 파출소 순경 아저씨들이 다들 날 알고 있고 내가 부탁하면 이것저것 가르쳐주기도 해. 어린애의 특권 같은 거지. 사인도 상세히 알려줬어." (p.147) 하나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고, 다른 하나는 위와 같이 작가가 명탐정 코난처럼 삼엄한 경계 속에서도 사건 현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존재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③ 과연 표제작 솔직히 말해 앞선 두 작품이 에도가와 란포의 원작의 설정과 소재를 단순하게 빌려오는데 그쳤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 되도록이면 작품의 원전이 된 란포의 작품을 함께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저자의 말에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원작을 읽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 더더욱 좋게 평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이 작품만큼은 '란포의 작품을 현대식으로 해석해 다시 쓰는 작업했다'라는 설명에 상당히 부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원작을 읽은 이들에게 주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습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이 사람은 이 집 뒤쪽 골목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는데요, 범인이 뒤쪽으로 도망쳤다면 막다른 골목이라 반드시 이 사람의 눈에 띄었을 겁니다." D 언덕의 살인 사건 中 "그쪽 길에는 CCTV가 없대." "그럼 경찰은 어떻게 출입을 확인한 거지?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이 사람들이 지나가는 걸 계속 보고 있기라도 했대?" (p.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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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리메이크라는 기법? 장르?가 있다면 과연 소설에도 그와 방식의 창작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인 것 같다.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이라는 이 소설집은 에도가와 란포의 일곱 단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재창조해 낸 소설들이다. 원작을 변형하긴 했으나 원작의 제목 그대로를 사용하진 않았다. 표제작 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의 경우 란포의 D언덕에 살인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렇듯 이 작품의 모든 소설은 에도가와 란포의 전작들과 관련돼 있으니 란포의 원작을 찾아보는 것 또한 이 소설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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