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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 24채의 한옥여행
"[19-56] 24채의 한옥여행" 내용보기
한옥을 감상하는 법 ‘한옥’이라고 하면 흔히 조선시대의 양반집, 즉 사랑채, 행랑채, 안채 등을 갖춘 일련의 단층 기와집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옥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살림집이 한옥의 전부는 아니다. 성당, 절, 향교, 서원 등 다양한 용도로도 한옥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잠깐, 한옥성당이라고? 언뜻 생각하기에는 성당과 한옥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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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감상하는 법

 

한옥이라고 하면 흔히 조선시대의 양반집, 즉 사랑채, 행랑채, 안채 등을 갖춘 일련의 단층 기와집을 떠올린다. 그러나 한옥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살림집이 한옥의 전부는 아니다. 성당, , 향교, 서원 등 다양한 용도로도 한옥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잠깐, 한옥성당이라고? 언뜻 생각하기에는 성당과 한옥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강화도에 간다면 한옥으로 된 성당을 볼 수 있다.

성공회 강화성당

대문채

 

성당 외부

 

성당 내부

 

성공회 강화성당은 겉으로는 사찰, 안으로는 바실리카 양식의 성당이라는 독특한 건물이다. 성공회의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시도지만, 사찰의 일주문(一柱門)과 불이문(不二門)을 모방한 문 안의 문이라는 독특한 구도는 그 한계를 보여준다.

당시 사제들이 조선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을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그들의 시도는 대체로 실패한 듯 보인다. 안타깝게도 성당을 마주할 때 경건함보다는 답답함이 앞선다. 마당다운 마당이 없어서다. 한국의 건축은 마당을 매개로 하여 다양한 축과 비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아름다움과 경건함을 성취해 낸다.

(아마도) 서양에는 마당이라는 공간이 없으니, 성당 건축을 주도한 주교나 사제가 이를 고려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p. 59]

 

강화 온수리 성공회 성당

성당 외부

 

가운데 칸을 높여 종탑을 대신한 문간채

 

강화도의 또 다른 한옥성당은 강화 온수리 성공회 성당이다. 일반 신도가 중심이 되어 건축했기에 규모는 작지만 신앙을 담는데 굳이 외부의 치장을 가져오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내적 확신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한옥의 용도는 살림집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한옥 24채 중 17채가 살림집이다. 아마도 한옥을 구경하러 가면 그 집이 그 집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그런 것이 원인이 아닐까? 여기에 우리가 건축물을 겉모습만으로 보는 경우가 많으니.

하지만 저자는 한옥은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겉모습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 건물과 달리 한옥은 사는 사람을 중시한다. 때문에 한옥을 제대로 보려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 그 집에 사는 사람처럼 대청에 올라 먼산바라기도 하고, 방에 앉아 머름(문턱보다 높은 창턱)에 팔을 얹고 마당도 내다봐야 한다. [p. 211]

! 이걸 몰랐으니 한옥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을 수 밖에.

 

운조루의 누마루

사진출처 :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 p. 271

 

예를 들어 보자. 저자는 전라남도 구례의 운조루(雲鳥樓)에 조선 선비의 로망이 숨어 있다고 한다. 운조루는 넓은 대지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여 개방적으로 짓는 전라도 한옥과 높이를 강조한 경상도 한옥이 잘 조화를 이룬 건축이다. 영남 사람으로 호남에 뿌리내린 건축주 유이주(柳爾胄, 1726~1797)의 삶이 녹아 있는 셈이다.” [p. 267]

운조루의 중심인 누마루에 앉아 사랑채 주변에 심은 소나무, 대나무, 매화 [세한삼우(歲寒三友)]와 더불어 누마루 난간에 새긴 연꽃을 만끽하다 보면, 유유자적(悠悠自適) 하는 고고(孤高)한 선비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건축주도 이를 위해 굳이 누마루 난간에 군자를 상징하는 연꽃을 새긴 것이 아닐까?

연암 박지원의하풍죽로당기(荷風竹露堂記)>

새벽이면 촘촘히 숲을 이룬 대나무에 이슬이 구슬이 되어 점점이 맺히고, 아침이 되어 난간에 기대면 맑은 바람이 불어 셀 수 없는 연꽃의 향기를 실어 온다. (중략) 저녁이 되면 아름다운 손님과 함께 누마루에 올라 달빛 아래 깨끗함을 다투는 나무를 살핀다. 이제 한밤중이다 주인이 휘장을 드리우고 매화와 함께 야위어 간다.” [pp. 272~273]라는 글이 실려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운조루의 누마루에는 유이주 뿐 아니라 조선 선비들의 일반적인 로망이 잘 녹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한옥 디자인의 핵심, 비대칭

 

건축 디자인의 기본은 대칭이다. 이는 서양 건축물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동양의 중심이라고 하는 일본과 중국의 건물도 크데 다르지 않다. 건축물만 아니라 사람이 만드는 거의 모든 물건이 대칭을 기본으로 한다. 그뿐이 아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디자인 역시 대칭이다. 때문에 디자인에서 대칭은 매우 오래된 전통이며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한옥에는 대칭이 거의 없다. 대웅전이나 근정전같이 의식을 행하기 위한 권위건물이라면 대칭으로 짓지만,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라면 대칭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p. 233]

여기에는 다른 나라의 건축과 달리 한옥이 민초에 의해 개발되고 발전된 구들을 장착했다는 점이 큰 작용을 했다. “구들이 안채 옆으로 붙으면서 한옥의 외형은 매우 독특해지는데, 일반 부엌을 건물에 붙여 짓게 되면 건물은 부엌-의 형태가 된다. 이 형태를 기본으로 하는 한 건물은 도무지 대칭이 될 수 없다.” [pp. 239~241]

 

이용욱 가옥

대문채

사진출처 :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 p. 232

 

안마당에서 바라본 곳간의 벽면

사진출처 :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 pp. 236~237

 

이러한 비대칭을 전면으로 내세운 한옥이 바로 전라남도 보성군 강골마을 이용욱 가옥이다. 들어가는 대문채부터 대칭을 포기하고 있다.

 

한옥을 테마로 하는 1 2일의 여행코스

 

한옥에 관심이 있고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 책의 ‘1 2일 추천 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저자가 소개하는 24곳의 한옥과 그 주변의 볼만한 곳을 묶어 여행코스로 만든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이라는 책 제목에 가장 부합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현학적인 전문용어를 몰라도, 불타는 소명의식을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한옥을 즐길 수 있다. 그저 편안히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되니까.

w******f 2019.10.10. 신고 공감 11 댓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