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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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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 중 일본은 결코 좋아한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수개월씩 다녔어도 가까운 일본은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아마도 내 남은 인생 동안은 갈 일이 없을 것 같다.하지만, 그 좋아하지 않는 나라에서 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가 태어났으니 이또한 모순이 아닌가.그가 바로 후지와라 신야이다.'인도 방랑'의 그 한계 없고 자유로운, 생각의 고정관념과 합리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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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 중 일본은 결코 좋아한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수개월씩 다녔어도 가까운 일본은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아마도 내 남은 인생 동안은 갈 일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좋아하지 않는 나라에서 내 삶에서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가 태어났으니 이또한 모순이 아닌가.

그가 바로 후지와라 신야이다.

'인도 방랑'의 그 한계 없고 자유로운, 생각의 고정관념과 합리성을 뒤짚는 놀라운 사상과 자연에 대한 명상적인 시선을 보여준 후지와라 신야는, 그 책을 읽은 이후 내게 한 명의 가장 닮고싶은 작가가 되었다.

그 후에 '티벳 방랑'도 읽어보고, 다른 책들도 찾다가 최근 가장 내 손에 넣고 싶었던 책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이다.

다른 책들처럼 해외 여행기가 아닌 일본에서 쓴 에세이라서, 일본의 정서나 상황이 잘 나와있을 것이란 예상대로 일본의 사찰 순례와 작가의 가족들 등 일본이 주요 배경으로 나오지만, 이 작가는 결코 '일본인'이라고 한계지을 범인이 아니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라서 단지 좋다거나, 일본 사찰, 일본 종교만이 옳다고 여기는 편협한 사람이 아니라 '세계인' 또는 '범자연인 내지 합리성의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의 일본에서의 사찰 순례, 형의 죽음, 어느 예술가의 죽음, 형과 기르던 개의 죽음 등을 바라보고 슬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우리가 같은 하나의 인간이기에 공감하고 수긍하게 된다.

후지와라 신야는, 결코 말로써 영성이나 신, 종교, 또는 '~해야 한다'를 부르짖지 않는다.

의식의 자연스런 흐름 안에서 한 인간이 하게 되는 감정과 생각의 과정, 그 속에서 용해되고 사라지는 무엇, 그의 사진기법이 그러하듯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잎들이 명료하지 않은 초점 안에서 눈송이처럼 뿌려지는, 전체 안으로 화하는 듯한 그 무엇을 보여준다.

결국 그것이 죽음이 아니겠는가.

슬픔도 아름다움도 유도 무도 아닌, 존재가 형체를 갖추었다가 전체적 배경으로 화하는...

 

'인도방랑'과 같이 두껍고 투박하지만 사진의 여러 빛을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종이질이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불평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라는 경건한 마음가짐을 담아낸 제목과 거친 두 손 끝으로 빚어내는 한 점 불꽃의 어두운 사진 앞에서 차마 목소리를 벼리지 못하고 떨궈지고 만다.

m****9 2020.10.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