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예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일부일처제가 일종의 문화적 매트릭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도 매우 충격적으로 말이다. 대니얼 불런은 다섯 쌍의 예술가 커플을 통해 사랑과 연애 그리고 예술적 창조성에 대한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런 가십은 철저한 문헌 조사에 의거한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커플은 살로메와 릴케, 스티글리츠와 오키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리베라와 칼로, 밀러와 닌이다. 이들 예술가 연인들은 보헤미안의 삶을 철저하게 살았다. 이들은 연애와 예술 모두에서 지적인 낭만주의와 실험적인 쾌락주의를 선보인 셈이다.
내게도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연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유학 시절 그런 로망을 품은 적이 있다. 그것도 은밀하게 말이다. 왜소하고 못생긴 사르트르가 부럽지는 않았다. 단지 그가 이성에게 그토록 인기가 많았다는 점과 자유분방한 성생활이 놀라웠다. 올가, 반다, 미셸 비앙, 에블린 레, 레나 조니나 등 사르트르는 수많은 후궁을 거느린 현대판 철학왕이었다. 보수적인 꼰대들 가운데는 보부아르를 상아탑의 뚜쟁이로, 사르트르를 문화계의 스폰서로 비판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 문제는 결국 당사자가 아닌 이상 남의 일에 왈가왈부할 것은 못된다.
유명한 철학자들 가운데 바람둥이가 꽤 많은 편이지만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처럼 자그마한 가족 공동체를 꾸리면서 계약결혼과 화려한 성적 편력을 자랑한 이들은 드물었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상대방의 연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였고 그중 몇 명은 실제로 가족이었다고 한다. 과연 프랑스적인 삶이다. 이들이 성자가 아닌만큼 사랑과 배신에서 오는 질투의 감정도 피하지는 못했다. 급진적인 '연인 만들기'에서 오는 인지적 충격파는 '한시적 도덕률'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들의 인지부조화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글에서는 고지식할 정도로 도덕적 태도를 유지했다고 한다. 둘이 주고 받은 편지에는 다른 연인과의 연애 관계를 노골적으로 토론하고 분석한 흔적들이 넘쳐난다.
실존주의 페미니즘의 대표작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다. 1949년에 발표한 [제2의 성]은 6, 70년대 제2기 페미니즘 운동의 경전이다. 제2기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에 대한 억압조건과 해방의 조건을 보다 깊이있게 해부한 시기다. 문화 페미니스트들이 '모성'을 여성들의 자연스런 본성과 기질로 규정하는 것에 반해서, 실존주의 페미니스트 보부아르는 초월성과 고정성이라는 양축을 기준으로 여성의 '모성'을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체험으로 정의한다. 보부아르의 철학사상은 헤겔, 후설 , 마르크스와 엥겔스, 프로이드, 루소 등의 영향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