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권을 읽고서
시간이 흘렀다. 당초 서구문화의 원류를 알고 싶다는 욕심, 아니
그것이 아니래도 고전으로서의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아래 시작된 신화읽기가 1권을 읽으면서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불현듯 내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려는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1권에서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 열쇠를 스스로
찾으라고 했다. 신화를 이해하는 열쇠는 상상력이고, 그런
신화는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라는 저자의 말에, 나 또한 신화읽기의 방향을 바꾸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결국 그리스 로마 신화 전체를 이해하고 싶어 시작한 신화읽기가 저자의 말마따나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신화읽기로 방향이 틀어진 셈이다.
2권의 부제는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이다. 이제부터
주제별 신화읽기가 시작된 셈이다. 신화는 당초 인간이 남성, 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이 아니라 거기에 양성을 가진 인간을 더해 세 개의 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간들의 오만과 무례에 화가 난 제우스가 이들 인간들을 반으로 쪼개 반쪽이로 만드는 바람에, 인간은
항상 자신의 반쪽이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남성 반쪽이는 남성 반쪽이를 찾고, 여성 반쪽이는 여성 반쪽이를 찾으며, 양성 반쪽이 중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찾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삶의 진실, 사랑의 진실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늘 아름답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2권에서 말하는 사랑의 테마는 수간, 근친상간, 동성애, 강간, 자기애, 도착증, 매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 등 일탈로 가득 찬 신화 속 성과 사랑이다. 신화 속 성과 사랑은 어떤
금기도 없고 도덕과 윤리로 재단되지도 않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금기는 깨지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판도라가 상자를 열고, 오르페우스가 이승으로 나오기도
전에 뒤를 돌아보고, 라이오스가 신탁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오카스테와 동침하여 오이디푸스를 낳았듯 깨지지
않는 것은 금기가 아니란 것이다. 또한 신화가 전하는 이야기는 도덕이나 윤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기
이전의 이야기이기에 그것을 우리의 윤리와 도덕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신화 속에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원초적이고 적나라한 이들 신화 속 사랑이야기들은, 신화 속 신들 역시 우리 인간의 모습과 하등 다를 바 없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에게는 파시파에라는 왕비가
있었다. 파시파에는 어느 순간 자신의 반쪽이 미노스 왕이 아니라 포세이돈의 황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해도 눈으로만 보고 촉감으로만 만족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이달로스가
만들어준 모형 암소 속으로 들어간 파시파에는 다가온 황소를 거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머리는
황소이고 몸은 인간의 모습인 미노타우로스이다. 미노스는 다이달로스를 불러 그 자신도 빠져 나올 수 없는
미궁을 만들라 하고 미노타우로스를 그곳에 가두었다. 파시파에의 부적절한 욕망이 불러일으킨 희비극이 훗날
바로 이 미궁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미궁은 그 곳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 역시도 그 의미를 읽으려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화라는 미궁 속에서 그 상징적인 의미를 읽는 것은 힘들다.’ (1권 들어가는 말 중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신화 속 성과 사랑이라는 미궁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 나선다. 아테나이의 왕자 테세우스가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가 준 실타래를 들고 미궁
속에 들어갔다 빠져 나왔듯이, 우리 역시 사랑이라는 실타래를 들고서 그것이 주는 의미, 다시 말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 신화를 읽는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마치 신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면을 들추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신화는
비록 어떤 금기도 없고, 도덕과 윤리로 재단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부적절하고 패륜이라면 복수의 여신 에리뉘에스의 눈을 피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욕망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면 도덕과 윤리가 생겨나기 이전의 모습, 아니 신화 속에서 일탈로
가득 찬 신들의 모습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처제를 강간한 트라키아의 장군
테레우스나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나 전쟁에서 돌아온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하는 클뤼타이메스트가 바로 그런 우리들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비단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니래도 신화를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본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삶이라는 미궁 속에서 신화가 알려주는 상상력을 실타래 삼아 인간이 무엇이고,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고 알아가는 시간이 바로 신화읽는 시간인 것 같다. |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의 이윤기 작가님의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제가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책으로밖에 안 읽어서 제대로 글로 읽어보고싶어서 서점에 가서 찾아보다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책 중에서 가장 흥미로워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도 적절하게 있어서 읽기 좋았습니다. |
|
(1권에서 5권까지 이어서 리뷰를 씁니다.)
이후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였으나 살다보면 종종 단편적으로 듣고는 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기 위해 이 책을 찾았다. 시중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책이 나와있었지만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책이 이윤기 저의 이 시리즈였다. 사실 이윤기 님께서 번역하여 옮기신 몇 권의 책을 지금껏 집어들었으나 나와는 맞지 않는지 난독증세가 있었다. (평소에 난독증은 없다)
(3권에서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