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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자베르가 번역한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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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속이 안 좋다. 역겨움과 메스꺼움이 울화를 끓어올린다. 사람 때문이다. 그것도 세상을 깔보고 문학을 욕보이는 어떤 사람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게 필요한 한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수십 년 전 내 어린 영혼으로 입에 달고 다니기도 했던 온갖 상스러운 욕을 꺼내는 것이다. 그러면 참 시원해질 것 같을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 그걸 해낼 수 없는 나이가 됐다. 욕설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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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속이 안 좋다. 역겨움과 메스꺼움이 울화를 끓어올린다. 사람 때문이다. 그것도 세상을 깔보고 문학을 욕보이는 어떤 사람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게 필요한 한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수십 년 전 내 어린 영혼으로 입에 달고 다니기도 했던 온갖 상스러운 욕을 꺼내는 것이다. 그러면 참 시원해질 것 같을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 그걸 해낼 수 없는 나이가 됐다. 욕설을 입에 담은 지 너무 오래됐다. 게다가 그 사람은 노인인 까닭이다. 노인을 상대로 욕을 해대봤자 젊은 놈이 손해지. 

그는 서울대 명예교수이다. 불어교육과란다. 흥미롭지 않다. 그는 번역가이다. 이게 중요하다. 그는, 젠장, <레미제라블> 번역자에 자기 이름을 새겨버렸다. 펭귄클래식 코리아의 판본이다. 웅진씽크빅의 임프린트 출판사이다. 오, 친구들이여, 그대들이 내 이야기를 경청한다면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을 권한다. 그것이야말로 빅토르 위고에 대한 예의라고나 할까. 나를 믿어도 좋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다면 부끄러움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는 용감함. 나는 그 용감함에 술 한잔 올린다.

번역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근원적인 문제. 번역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번역을 했다는 것, 그게 문제다. 비유하자면 이러하다. 이슬람교도가 기독교 성서를 번역한 다음에 그 말미에 이슬람 교리를 은근히 강조하는 번역자 후기를 써두는 것이다. 이는 이슬람교도가 기독교를 의도적으로 모독하는 행위다. 염치가 있다면 그런 번역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자기 입장과 철학에 반대되는 책을 ‘학문’적인 목적으로 번역할 수는 있겠다. 그렇지만 번역자의 권능도 원서에 대한 예의를 초월하지 않는다. 원서에 대한 존경심과 관심이 없다면 번역해서는 안 된다. 특히 그것이 인류사에 큰 영향을 미친 문학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돈과 명예가 중요하다고 한들 최소한의 염치는 있어야 한다. 

펭귄클래식의 <레미제라블>의 제5권 뒷부분에 번역자 이형식의 <옮긴이의 말>이라는 게 있다. 한 자베르주의자의 명령이다. 찢어버렸다. 자베르는 고뇌하고 죽었지만 이형식이라는 번역자로 되살아났다. 그는 적은 분량의 글에서 많은 물음기호와 느낌표를 동원하면서 외친다. 

“자베르 형사가 숭고한 경찰이며 진정한 순교자임을 간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어설픈 자비 혹은 사랑에 이미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형식 자베르는 이렇게도 선언한다.

“이제 우리의 주변에, 미리엘 주교나 장발장을 닮은, 혹은 닮은 척하는 이들은 상당히 많다. 또한 앙졸라처럼, ‘진보’라는 어설픈 깃발을 휘두르며 가난한 사람들 편인 양 스스로를 내세우는, 별로 정직하지 못한 지진아들도 지나치게 많다. 그리하여 충분히 훈훈하다. 어찌 보면, 불쾌할 만큼 후덥지근하여 사회 전체가 혼곤히 미망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자베르와 같은 인물을 경원시할 만큼 우리 사회가 추한 병에 결려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일부 사랑 장사치들을 우군으로 삼아, 이 나라를 송두리째 뒤엎거나 삼키려 하는 집단들이, 어느 구석에선가 음험한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로마 제국을 무너뜨린 요인들 중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이 무엇일까? 법치의 근간을 뒤흔들어 하나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수단으로, 자비와 관용을 앞세운 위선과 선동만 한 것이 있으랴!”

번역자는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을, 그것도 자기 나이보다 두 배나 더 나이를 먹은 다른 나라의 소설을 번역하면서 “국가의 존립”을 내내 걱정하고, 그러면서 “자베르”를 이 소설의 중심으로서 자기 마음 속에 갖다 놓으면서, 숭고한 사랑과 자비가 법치를 위협하게 되는 끔찍한 세상에 공포를 느낀다. 다시 부활한 자베르는 자살할 당시의 고뇌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후기에서 “원작의 위험성”을 자베르처럼 단호하게 그리고 자꾸 강조한다. 이형식 본인은 자기 생각이 원작에 대한 정통적인 시각과 감상과는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원작과는 무관한 자기 철학을 저렇게 태연스럽게 후기로 붙이는 용맹함. 이 정도이면 천의무봉의 기세다. 하지만 너무나 보잘것없고 흉측할 정도의, 저게 과연 서울대 교수라는 수준에 어울리는 생각인가 의문이 들 정도의 얄팍한 내용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저런 정도의 싸구려 글을 위대한 고전의 이어서 함께 붙일 수 있다는 용기가 사라진 염치만큼 빛이 난다.

일단 후기는 찢었는데, 결코 반성한 적이 없는 “자베르”가 번역한 펭귄클래식 <레미제라블>을 굳이 소장하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 정도의 기분이랄까. 편집자는 도대체 뭘 했을까? 이게 비극인지 유머인지 알 길이 없네.

m*******i 2013.05.23. 신고 공감 4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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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길지만, 꼭 다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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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나온 빅토르 위고의 다른 작품, <웃는 남자> <93년>을 통해 이형식의 번역을 접하고 망설임 없이 펭귄클래식으로 택했다. 역시 번역이 마음에 쏙 든다. 정감있는 구어체이다.   영화를 먼저 볼까, 책을 먼저 볼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인물형이 고착화된 상태로 책을 보는 것보다 책을 통해 내 마음껏 인물들을 상상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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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나온 빅토르 위고의 다른 작품, <웃는 남자> <93년>을 통해 이형식의 번역을 접하고 망설임 없이 펭귄클래식으로 택했다. 역시 번역이 마음에 쏙 든다. 정감있는 구어체이다.

 

영화를 먼저 볼까, 책을 먼저 볼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인물형이 고착화된 상태로 책을 보는 것보다

책을 통해 내 마음껏 인물들을 상상해 보고 싶었다.

 

책을 먼저 읽으면, 필시 영화에 실망하는 법이지만,

생략보다는 정석대로 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책 다섯 권 다 읽기 전에 영화가 내리면 어쩌나..

 

o*****3 2013.01.02.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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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고통이 써낸 시대극..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고통이 써낸 시대극.." 내용보기
레미제라블.. 2권의 절반 정도까지를 읽었다.   지금까지의 진도는 장발장이 테나르디에의 집에서 코젯을 구출(!)해내고, 여전히 장발장이 생존해 있음을 알게된 자베르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밧줄로 코젯을 묶어 담벼락을 넘어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까지다. 그 장면에 대한 묘사만 50페이지 가량이다. 그 50 페이지에 1800년 대의 파리의 건축양식과 골목길, 의복형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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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2권의 절반 정도까지를 읽었다.

 

지금까지의 진도는 장발장이 테나르디에의 집에서 코젯을 구출(!)해내고,

여전히 장발장이 생존해 있음을 알게된 자베르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밧줄로 코젯을 묶어 담벼락을 넘어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까지다.

그 장면에 대한 묘사만 50페이지 가량이다.

그 50 페이지에 1800년 대의 파리의 건축양식과 골목길, 의복형태, 당시의 세느강의 다리모양, 길을 지날 때의 통행료, 골목의 가로등 점등 시간 등

아주 세세한 장면까지 묘사해 두어 당시의 역사기록으로도 손색이 없는데,

그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교한 묘사가 당장이라도 자베르에게 잡힐 듯한 긴박함과 기이할 정도로 어우러진다.

 

하지만 더 감탄스러운 것은 그 일련의 사건들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신 아래의 미약한 인간)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저 마다의 신념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발장, 자베르, 판틴, 떼나르디에와 그의 처, 주교 등등 모든 등장인물들의 제 각각의 고집과 생각은 다르고 각자의 이기심에 따른 선택을 하지만

그 모두가 1800년 대의 프랑스의 생활과 그에 따라 만들어지는 사상을 담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빅토르위고가 나이 마흔대에 되서야 쓰기 시작한 작품이며, 육십이 되서야 탈고가 된 이 작품.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담기 위해서, 그 흐름을 표현해 내기 위한 계속된 고통과 아픔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것에

그 괴로움이 느껴져 절로 마음이 시리다.

 

빅토르 위고 신이시여.

이런 역작을 써내기 위해서는 육십 세월을 겪어내야 하는 것입니까.

서른 다섯.. 아무것도 써내지 못한 소시민이 묻습니다.

 

 

ps. 이제야 당신의 작품을 품어 읽는 것을 용서하소서.

또한, 이제라도 당신의 작품을 품어 읽게 만든 시대에 감사합니다.

c*****g 2013.01.1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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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완역, 펭귄클래식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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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격적인 면에서도, 영화사와 함께 기획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펭귄클래식에 눈이 갔다. 여러 출판사들의 <레미제라블> 속에서 펭귄을 선택한 이유는, 무비위크에 실린 이형식 역자님의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 국내 최초 완역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가 출간 예정이라는 점에 신뢰가 갔다. 구매한 지는 조금 지났지만 책으로 읽는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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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격적인 면에서도, 영화사와 함께 기획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펭귄클래식에 눈이 갔다.

여러 출판사들의 <레미제라블> 속에서 펭귄을 선택한 이유는,

무비위크에 실린 이형식 역자님의 기사를 보고 나서였다.

국내 최초 완역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가 출간 예정이라는 점에 신뢰가 갔다.

구매한 지는 조금 지났지만 책으로 읽는 <레미제라블>은 감동이 달랐다.

영화에서 배경, 세트, 옷차림으로만 그려진 부분들의 의미를 알 수 있었고

원서 발음 그대로의 문장, 단어들은

마치 프랑스 혁명을 지내고 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했다.

그들이 왜 혁명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시기에 <레미제라블>인지 알게 되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2 2012.12.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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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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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장은 미리엘 주교의 생애를 찬찬히 훑어보고, 그 후 미리엘 주교가 살아온 온화한 삶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은 장 발장이라는 비참한 도형수가 주교의 선한 영향을 받아 차차 감화돼 가는 걸 보여 준다. 그 장면은 한 사람의 선한 의도가 자신이 이제껏 살아온 비참한 삶 전체를, 그리고 그를 이렇게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세상을 비관하는 증오뿐인 마음에서 다시금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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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장은 미리엘 주교의 생애를 찬찬히 훑어보고, 그 후 미리엘 주교가 살아온 온화한 삶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만 같은 장 발장이라는 비참한 도형수가 주교의 선한 영향을 받아 차차 감화돼 가는 걸 보여 준다. 그 장면은 한 사람의 선한 의도가 자신이 이제껏 살아온 비참한 삶 전체를, 그리고 그를 이렇게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세상을 비관하는 증오뿐인 마음에서 다시금 새 삶을 살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으로 돌려 놓을 수 있단 걸 직감하게 만든다.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역사의 한 구석을 관통하면서 그 사이에 끼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이들이 그래도 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고된 일상의 단면을 보여 준다. 장 발장, 자베르, 판틴, 코제트, 테나르디에 부부, 에포닌, 가브로슈, 마리우스, 질노르망, 앙졸라를 위시한 아베쎄의 벗 등 실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작중 인물 스스로가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을 만든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장 발장과 완전히 정반대에 서 있는 듯싶은 자베르란 캐릭터다. 그는 시장 마들렌을 도형수 장 발장으로 내내 의심하고 끝내 붙잡고 싶어 하는 경관인데, 법과 질서를 철두철미하게 지키고, 원리원칙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그로서는 도형수라는 자신의 가치관으론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사회악이 버젓이 시장으로 위장하고 사람들 사이를 거니는 것을, 아니, 감옥에 가야 마땅한 그가 되레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는 위인으로 우뚝 선 걸 위선적이라 하여 불쾌히 여기는 게 무릇 당연한 일일는지도. 이 둘은 작품이 진행되는 내내 도형수와 경찰, 도망치는 자와 붙잡으려는 자로 나타나 서로 닿을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는 듯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하고자 하는 마음에 있어서 그 둘은 실상 똑같다.
 
 
시간이 흐르고 자베르의 의심이 (독자들은 마들렌이 장 발장인 걸 알지만, 작품 속 자베르는 아직 모르는) 작품 속에서 잠깐 사실이 아닌 걸로 판명되었을 즈음, 자베르는 2류 등장인물이라면 결코 하지 못할 놀라운 결심을 한다. 그는 무고한 시장을 의심한 죄로 자신을 고발하라며 장 발장에게 그를 의심했던 자신의 내면을 이실직고한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은 타인에 대하여 엄격하였는데, 그것은 정당한 일이다. 왜냐하면 자기는 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만약 자기에 대하여 엄격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위는 전부 부정한 것이 되고 만다. 자기가 잘못을 범하면 자신을 벌하여야 한다.' 사실 자베르는 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장 발장에게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그렇게 한다. 바로 뒤에 장 발장이 자신과 똑같은 생김새로 인해 억울하게 붙잡힌 상마튜를 두고 고뇌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그러한 고뇌를 겪지 않았을까.
 
 
자베르의 이러한 거짓을 모르는 대쪽같은 면은 후에 시민혁명 발발 도중 밀정으로 위장하고 앙졸라가 지휘하는 바리케이드 안으로 잠입했을 시 가브로슈에 의해 정체가 들통이 났을 때에도 드러난다. 그는 앙졸라의 '당신, 밀정인가?'란 물음에 결코 거짓으로 답하지 않는다. 마리우스를 구하러 바리케이드 안으로 온 장 발장은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삶 내내 자신을 붙잡으려 쫓아다녔던, 어찌 보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인 자베르를 아무런 조건 없이 풀어준다. 다시 한 번, 법과 질서, 원리원칙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화신 자베르로서는 자신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자신이 이제껏 지켜온 신념이 무너지는 걸 알 듯 모르게 느끼는 듯. 일개 도형수에게 자신의 목숨을 빚졌는데, 그것도 그 도형수가 다름 아닌 장 발장이었던 것이다. 자베르가 죽어라 쫓아다니던 원수 장 발장은 마침내 자신의 원수를 사랑하란 말을 막 행하던 차였다.
 
 
자베르는 장 발장의 행위로 꼼짝없이 죽을 운명이었던 바리케이드에서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장 발장을 낮춰 부르지 않고 '당신'이라고 부르는 데서부터 그의 깊은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철석같이 믿고 있던 법과 질서, 그 법과 질서가 쫓으라고 명령하던 일개 도형수가 오히려 그의 목숨을 살려주었다. 자신을 19년 동안 복역하게 만들고 평생을 도망자로 살아오게 한 것은 법과 질서였고, 그 법과 질서를 대변하는 이가 바로 자기 자신 자베르이니 자신을 증오할 만도 할 텐데 말이다. 얼마 후 하수구 위에서 다시금 재회하게 되는 장 발장과 자베르. 장 발장의 부탁으로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함께 옮기고 난 뒤, 자베르는 법과 질서의 명령, 즉 장 발장을 체포하라는 마음의 소리를 뒤로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이번엔 자베르 자신이, 평생 추구하던 법과 질서를 무시했던 것이다. 장 발장이 항시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던 것처럼 자베르를 풀어준 것에 반해, 자베르는 평생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도형수를 풀어주다니. 장 발장이 1권에서 상마튜로 인해 고뇌하던 것이 이번엔 자베르에 의해 펼쳐진다. 장 발장을 쫓으라는 원리원칙의 소리와, 장 발장이 자신에게 베푼 호의가 자베르의 내면에서 부딪치면서 그는 고뇌한다. 앞서 마들렌을 장 발장으로 오인했을 때 그가 장 발장에게 했던 말, 즉 '자신은 타인에 대하여 엄격하였는데..'가 훨씬 더 큰 진폭으로 자신에게 적용되는 듯하다.
 
 
장 발장이 미리엘 주교의 호의로 거칠고 사나운 도형수(장 발장)의 세계에서 탈출해 새사람이 된 반면, 자베르는 (미리엘 주교의 신념을 따르는) 장 발장의 호의로 거칠고 사나운 법의 화신(자베르)의 세계와 장 발장이 보여 준 새로운 세계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지도 못하고 탈출하지도 못한다. 내면에서 두 세계가 거세게 싸우는 와중 자베르는 어찌하지 못하고 결국 센느 강에 몸을 던진다. 자베르가 자살하는 이 대목에서는 어떤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는데, 아마 그것은 자베르란 인물이 추구했던 최상의 가치가 족쇄처럼 자신을 옮아매고 가장 비하했던 최저의 인물이 구원자로 떠오르는 데서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비애감 때문일 것이다.
 
 
장 발장은 자베르에게 이러한 사랑의 한 형태를 베풀고, 자살하기 직전의 자베르 또한 미약하게나마 마리우스를 옮기고 장 발장을 체포하지 않는 등(이것이 무의식에서 나온 행위일지라도), 일종의 보답을 한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역할은 다를지언정, 이러한 사랑의 형태를 각 다른 인물들에게 미약하게나마, 혹은 전연 상관없을 듯 보였던 악인마저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랑이란 형태로 다른 이들을 보듬는다. 판틴은 짧은 인생이었지만서도 평생 코제트를,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서로를, 에포닌은 마리우스를, 정치적 견해가 서로 달라 잠시 등을 돌렸지만 질노르망 외할아버지와 마리우스도, 아베쎄의 벗들은 민중과 공화주의를 위해, 차갑고 엄격한 자베르 또한 법과 질서에 투신한 것이 결국은 사람들을 위해서였을 뿐. 심지어 돈만을 사랑하는 질긴 악당 테나르디에도 결국 마리우스가 품고 있던 장 발장의 의혹을 일소하는 데 의도는 달랐을지언정 본의 아니게 도움을 주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서로 다른 사연이 겹겹이 쌓여 내는 유장한 울림은 결국 화해와 용서, 사랑의 가장 숭고한 형태를 보여 준다.
YES마니아 : 로얄 p*****6 2016.10.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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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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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1789년 7월 14일에 시작되어 1794년 7월 28일까지 100년을 넘게 이어온 사상혁명이다.  그 100여년에 걸친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2권의 초반부에는 1815년 6월에 시작된 워털루 전투에 관해 생생한 기록이 전해진다. 아마 여느 역사책에서 보다도 당시의 상황을 실감 나게 느낄 수는 없을 것 같다. 혼전과 반전을 반복했던 역사에 대해 내 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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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은 1789년 7월 14일에 시작되어 1794년 7월 28일까지 100년을 넘게 이어온 사상혁명이다.  그 100여년에 걸친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건들로 채워져 있다. 2권의 초반부에는 1815년 6월에 시작된 워털루 전투에 관해 생생한 기록이 전해진다. 아마 여느 역사책에서 보다도 당시의 상황을 실감 나게 느낄 수는 없을 것 같다. 혼전과 반전을 반복했던 역사에 대해 내 짧은 식견이 속속들이 알 리는 만무하지만 부패한 프랑스 왕정에 맞선 유럽 연합국의 민족주의, 자유주의의 발로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쟁은 황폐와 가난을 낳고 약탈과 도둑질을 서슴지 않게 만든다. 힘없는 자를 학대하고 매춘을 양산한다. 전쟁이라는 어둠이 잉태시킨 온갖 종류의 낙오자들을 위고는 '베스페라틸리오'(밤의 새, 박쥐) 라 표현했다. 낮 동안의 영웅들이 밤이면 흡혈귀로 변해 전사자들의 소지품까지 털어 전투 다음 날의 새벽은 항상 벌거벗은 시신들 위로 밝아오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자들에 대해서는 어떤 군대도 어떤 국가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베스탈리오들 속에서 떼나르디에가 있다.

 

세월은 흘러 1823년 겨울 작은 시골 몽훼르메이유,  전쟁의 낙오자 떼나르디에가 운영하는 싸구려 음식점이 있다. 팡띤느의 어린 딸,맨발의 꼬제뜨가 모진 학대를 이유도 모른 체 감내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그동안 쟝 발쟝은 다시 체포되어 이름없는 도형수가 되었다. 하지만 같은 해 전함 '오리온' 선상에서 쟝 발쟝에게 다시 기회가 온다.  사역 현장에서의 사고로 목숨이 위태로운 선원 한 사람을 구하고 바다로 몸을 던져 탈출을 한다. 그 후 쟝 발쟝은 사망이라는 자유를 얻고 팡띤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린 소녀 꼬제뜨를 찾아 몽훼르메이유로 향한다.

어두운 숲 속에서 마주친 어린 소녀가 꼬제뜨임을 알게 되었을 때의 쟝 발쟝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나이 겨우 여덟살인 아이의 표정에서 늙은 여인의 침통하고 구슬픈 모습을 본 쟝 발쟝의 침통함은 무엇에 비유해야 할까? 일찍이 그 무엇을 사랑한 적이 없는 쟝 발장에게 꼬제뜨와의 만남은 어떤 의미일까?

 

"그가 꼬제뜨를 보았을 때, 그녀를 넘겨받아 데리고 나와 해방시켰을 때, 그는 자기의 창자들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그의 내면에 있던 열정적이고 다정한 것이 몽땅 깨어나 그 아이에게로 와락 달려들었다... 사랑하기 시작하는 심장의 위대하고 기이한 꿈틀거림 만큼이나 모호하고 달콤한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가엾은 늙은 심장이었다!

                                                                                            p.198

 

어린 꼬제뜨를 절망의 늪에서 구출하고 새로운 보금자리에 머물기도 잠시, 끈질긴 쟈베르에게 다시 쫓기게 되고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쁘띠-삑쀠스 수녀원으로 피신한다. 예전 목숨을 구해 주었던 수녀원의 정원사 포슐르방의 도움으로 또다시 숨어서 지내게 된다.

 

<그가 전에는 도형자의 일원이었으되, 이제는 이를테면 수녀원의 구경꾼이 된 지라, 그는 그 둘을 뇌리에 떠올려 불안한 마음을 대조하게 되었다. 속박의 두 장소, 하지만 첫 번째 것에는 언제나 가능한 해방, 언제나 엿보이는 합법적 한계, 게다가 탈출도 있다. 두 번째 속박의 장소에는 종신형밖에 없다. 첫 번째 속박의 장소에서는 누구나 오직 쇠사슬로만 묶여 있는데, 두 번째 속박의 장소에서는 각자 자신의 믿음에 묶여 있다....

그의 의식 속에서 음성 하나가 대꾸하였다. "인간의 너그러움 중 가장 신성한 것, 즉 다른 이를 위한 속죄라네.">                                                     

                                                                                            p.386

 

그렇게 형벌의 장소가 아닌 속죄의 뜰 안에서 꼬제뜨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끝나지 않는 쟝 발쟝의 고된 삶 속에도 희망의 싹은 피어 나고 있었다. 그것은 꼬제뜨를 향한 사랑이다.

미리엘 주교로 부터는 용서와 구원을 배웠다면 꼬제뜨로 부터 쟝 발쟝은 소중한 사랑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절망 앞에서 만난 첫 번째 구원에 이어 두 번째 구원을 꼬제뜨를 통해 느끼고 있다.

읽는 내내 등장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묘사하는 위고의 탁월한 문장력에 감탄사는 저절로 따라 오게 된다. 슬플 땐 가슴이 아려 오고 화가 날 땐 통쾌함을 주는 빅토르 위고의 위대한 표현력에  나도 모르는 사이 책 속으로 빠져들어 함께 번뇌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j*******0 2013.02.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레 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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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번호: 86769095 동생이 도서관에서 읽고 추천해줘서 구입하게 되었어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프랑스의 역사 철학 사회 등의 서사가 많아 그당시 프랑스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알수 있다는데... 그래서 책을 사기 전 좀 더 이해하기 쉽고 보기 쉬운 책을 찾느라 인터넷에서 번역에 대해서 이것저것 조사한다음에 "펭귄클래식"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 한 권으로된 장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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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번호: 86769095

동생이 도서관에서 읽고 추천해줘서 구입하게 되었어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프랑스의 역사 철학 사회 등의 서사가 많아 그당시 프랑스 전반에 대해 심도 있게 알수 있다는데... 그래서 책을 사기 전 좀 더 이해하기 쉽고 보기 쉬운 책을 찾느라 인터넷에서 번역에 대해서 이것저것 조사한다음에 "펭귄클래식"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 한 권으로된 장발장밖에 읽어보지 않아서 책자체도 기대되고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도 기대되요 ♡ 동생이 문학 소년이라서 함께 읽고 싶은 마음에 꼭 전집을 받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 읽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추천하고 이벤트에도 당첨되면 펭귄카페랑 블로그에 리뷰도 많이 남길게요!! 앞으로도 좋은 번역 부탁드려요~

g*****u 2012.12.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