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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아빠,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얼마나 노여우셨어요
"[아버지]-아빠,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얼마나 노여우셨어요" 내용보기
<<아버지>>를 처음 읽은 것은 17여년 전이었다. 1996년 즈음에 출간되었던 작품이었으니 아마 그 때가 맞지 싶다. 나름 혼란스러웠던 십대를 보내고 이십 대에 들어선 지 얼마되지 않았던 그 때,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무능하고 고지식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찾지 못했던 부성애를 느끼게 했고,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 때 당시 작
"[아버지]-아빠,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얼마나 노여우셨어요" 내용보기

<<아버지>>를 처음 읽은 것은 17여년 전이었다. 1996년 즈음에 출간되었던 작품이었으니 아마 그 때가 맞지 싶다. 나름 혼란스러웠던 십대를 보내고 이십 대에 들어선 지 얼마되지 않았던 그 때, 이 책은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무능하고 고지식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찾지 못했던 부성애를 느끼게 했고,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 때 당시 작품에 대한 큰 호응에 힘입어 배우 박근형 주연으로 영화로 제작된 바 있었는데, 사실 영화는 소설에 비하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이 작품에 대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2012년 자음과모음에서 재출간된 사실을 얼마 전에 인터넷서점을 둘러보다가 알게 되었다. 문득 그 당시 내가 아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감정들이 솟구치면서 다시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른만큼 나의 아버지는 더 나이가 드셨고,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병을 앓게 되면서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요양병원에 계신다는 지금의 상황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더욱 간절하게 했는지 모른다. 친정 아버지는 딸인 나를 기억하지 못했고, 그렇게 예뻐하시던 손주도 기억하지 못했다. 뒤늦게 딸인 나를 알아보셨다는 사실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온 터라 이 책이 눈에 밟혀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처음 읽어봤던 당시보다 더더욱 나를 슬프게 했으며 더더욱 나를 아프게 했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슬픔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묵직함이 나를 짖눌렀다. 자신의 죽음 앞에서도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내 아버지와 진배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힘겹게 했나보다.

 

이름 없는 지방대학 늦깍이 1년생의 인간승리적 행정고시 합격에도 불구하고 동문, 동향, 혈연 그리고 의도적으로 이어지는 인맥 어느 울타리에도 얽혀 들지 못했던, 야심에 날뛰고 그것을 위해 연을 찾아 쫓아다닐 성격 조차 되지 못했던 정수는 동기들에 뒤처지면서 승진에 누락되고 한직에 맴돌기만 했다. 누구보다 맑고 아름다웠던 아내 영신과의 행복했던 시절은 조금씩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하게 되면서 어느 덧 각방을 쓰기에 이르렀고, 언제나 이른 출근, 늦은 귀가,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의 정수와 아이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멀어졌다. 대개의 동년배들이 겪는 증상인 소화불량, 식욕부진, 체중감소, 무기력, 위경련 같은 복부통증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정수는 친구인 남박(남박사)로부터 췌장암진단을 받고 앞으로 남은 인생이 5개월 뿐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정수는 죽음에 대한 미움, 분노, 거부의 욕망, 삶에 대한 체념, 아쉬움, 남은 시간에 대한 초조, 인생에 대한 허탈, 허무....등으로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정수는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술에 의지하게 되지만, 이를 알 리 없는 가족은 술에 쩔어있는 정수의 모습에 경원해하는데, 딸 지원은 그런 아버지에게 실망과 분노늘 담은 편지를 보낸다. 점점 외로워져가는 정수는 일식접에서 만난 소령이라는 여인와 사랑하게 되면서 허전한 마음을 기대게 된다. 정수의 인생 어느 부분을 뒤져도 가슴속 가장 큰 자리에 그 아내와 자식을 비워 둔 적이 한 순간도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남박은 정수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사실을 알리게 되고, 가족은 뒤늦게 정수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을 깨닫게 된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남은 가족에 대한 걱정과 안위만을 생각하는 정수는 끝내 가족을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리게 된다.

 

"자존심이라고? 내게 남은 자존심이 어디 있는데? 이미 자네에게 죽음을 사정할 때부터 난 다 무너진 거야.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니야, 사랑해. 자넨 몰라, 더는 괴롭힐 수 없어. 그만 갈래. 그게 사랑하는 마지막 방법이야. 내가 남아 있어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이제 아내 앞에서, 자식 앞에서, 그토록 사랑하는 지원이, 희원이 앞에서 이렇게 무릎 꿇고 애원할 일만 남았어...아내는 힘들게 밤을 지새며 쓰러지고, 자식 또한 편히 한 번 눕지 못하는데...나만 약에 취해 편안히 드러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뻔뻔함 또한 견딜 수 없네." (본문 301,302p)

 

표현에 서툰 우리네 아버지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가족 사이에서 늘 외톨이가 되어간다. 언젠가 읽어본 인터넷 기사에서 현 사회를 살아가는 40~50대의 아버지들은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혼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무뚝뚝함 속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한없이 깊고 넓게 자리잡고 있음에도 말이다. 자식을 위해 밤낮으로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투쟁을 벌어야 했던 아버지, 그러나 편히 쉬고 싶은 가정에서도 그들은 홀로 외로움을 느껴야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의 아내, 그리고 자녀들에게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따져 보면 아무것도 아닌, 그야말로 공허한 것이라 해도 그것은 외로움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그 자신에게만 미루지 못할 무엇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설령 그들의 지나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비단 정수뿐만 아니라 남 박사 자신도 그러한지 모른다. 또 대부분의 남편, 아버지들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본문 140p)

 

<<아버지>>는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가족들 안위를 걱정한 한 중년의 남성과 그것을 알지 못했던 가족들의 화해와 사랑을 담아낸 지금 우리 시대의 아버지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누군가로부터 정을 느끼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살아 있음을 느끼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정수를 통한 심리 묘사를 통해 너무도 절절히 그려졌다. 아버지를 향한 딸의 경원과 분노에도 그것이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아버지들의 넓고도 깊은 마음이, 사람 냄새가 너무도 그리운 우리 아버지들의 마음이 정수를 통해 전해진다. 지금쯤 홀로 병원에서 지난날을 그리워하고 있을 친정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눈가에 맺힌 눈물이 여전히 내 가슴을 맴돌고 있다. 아버지를 향한 지원의 편지 속에 내 마음을 담은 듯한 글귀가 있어 옮겨본다. 그 마음이 홀로 계실 아버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아빠,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얼마나 노여우셨어요.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셨어요? 얼마나 허무하셨어요?

아빠를 사랑해요.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아빠를 사랑해요. (본문 211,212p)



s*****2 2013.10.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버지
"아버지" 내용보기
김정현의《아버지》는 1990년대의 아버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2010년 대의 아버지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 그때만도 약간이나마 살아있던 아버지의 권위는 2010년 대에 이르러 찾아볼수 없을만큼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돈을 벌어오는 것이 아버지의 몫이요, 가정을 꾸리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던 시절에서 맞벌이를 통해 함께 가정을 유지해가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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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아버지》는 1990년대의 아버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2010년 대의 아버지를 보여주고 있다. 1990년 그때만도 약간이나마 살아있던 아버지의 권위는 2010년 대에 이르러 찾아볼수 없을만큼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돈을 벌어오는 것이 아버지의 몫이요, 가정을 꾸리는 것은 엄마의 몫이라던 시절에서 맞벌이를 통해 함께 가정을 유지해가야 한다는 것도 그간 바뀐 사황이랄까. 그렇게 살펴보면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것들이 바뀌어져 갔다. 가장의 권위가 무너진 시대, 무능력한 아버지(가장)는 대접받지 못한다고 말하는 시대가 되버린 것이다. 남편 또한 어린 자식에게 관심을 쏟고 있는 나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올해 들어 우리집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작년 연말에 큰 형님(동서)이 돌아가셨고 올 2월 둘째 형님(둘째 동서)의 상을 치러야만 했다. 큰 형님이 겨울철 눈길 낙상이 원인이 되어 돌아가셨다면 둘째 형님은 앓고 있던 지병이 악화되어 돌아가셨다고 보는 쪽이다. 현재 셋째 형님(동서)이 병원에 계시니 그나마 몸이 성한 사람은 나뿐이던가? 연다라 치뤄진 두 분의 상을 지내고 지친 가운데 읽은 책이기에 더욱 이 책속의 내용이 가슴을 파고 들어왔다. 행정고시에 합격 평탄한 길을 걷어왔던 중년의 나이의 한정수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름다운 아내(영신)와 딸과 아들 남매를 둔 행복한 가장, 그럼에도 정수는 보통의 중년의 남자들이 그러하듯 자신이 가족들 사이에서 외면당하고 있어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소화불량이라 여겨 병원을 찾게 된고 의사의 권유에 따라 정밀검사를 했던 결과로 암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물론 암이 반가운 손님은 아니지만 여기까지는 보통 있을수있는 이야기다. 단 수술을 통해 완치된다는 가정하에 하는 말이지만서도. '췌장암에다 위는 물론 십이지장과 간에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상태' 이것이 친구 남신우 박사가 내린 진단이다. 말기이기에 수술로 치료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죽을 날을 받아놓은 사람이랄까. 몸이 아파 병원을 가게 되면 가족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곤 가족(보호자)과 동행하게 되고 병원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에 따른 진단은 보호자에게 알려준다. 의사가 친구였던 덕분(?)인지 정수는 직접 친구를 통해 병명을 듣게되지만 왜인지 가족들에게 그것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아버지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힘들어도 힘들다는 소리 않하고 묵묵히 일을 다니며 가족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는 아버지. 책속의 아버지 한정수가 바로 그런 가부장적인 사람이었다. 일을 하느라 가정의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자식들과 함께 해오지도 못했다. 아이들과 아내는 그런 아버지와 남편의 뒷모습만을 지켜봐야 했고 그렇게 그들은 멀어져 갔다. 가족들이 나(아버지)를 믿고 이해할것이란 믿음은 산산히 부서졌고 가족들의 위로가 필요해 뒤돌아 보았을때 그가 기대하던 따스함이 아닌 냉대와 증오의 눈길만을 받아야만 했다면? 각자 자신의 상처에 아파하느라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상대를 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맞춰놓고 그에 미치지 못한다 하여 실망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뒤돌아 보게 된다.

 

오래전에 읽고 10년이 지나 다시 읽어본 김정현의《아버지》당시 30대였던 내 나이와 지금 40대 인 내 나이 탓인지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읽었을때 그때는 아내와 자식들(딸 지원과 아들 희원) 입장에서 생각했다면 지금은 중립적인 입장이 되어 그들 모두의 사정을 아우러 볼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연륜이라는 것이겠지? 지금 남편이 바로 책속의 주인공인 한정수와 비슷한 나이 아닐가 싶은데. 남편도 그(한정수)처럼 집안에서 외토리 느낌을 받고있는 것은 아닐런지 물어봐야겠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제는 조금의 배려가 더 필요한 시기가 되었는지도, 자신의 사후 문제를 고민하고 그 방안을 마련해주려 노력하는 그를 보며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래, 잘났다, 잘났어! 그래, 송별주 하자! 네가 예수냐? 최후의 만찬이야? 망할 자식……." (p.295) 조창인의《가시고기》이후 이렇게 눈물나는 부성애를 진하게 느껴보기란 오랜만이다. 아닌말로 중병이란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특히 가족들)을 괴롭히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무수히 보아왔다. 자신의 죽음마져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아버지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빠,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얼마나 노여우셨어요.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셨어요? 얼마나 허무하셨어요?" 자식을 위한다지만 자신의 병마져 숨기고 가려는 그에게 원망의 마음이 안드는 것은 아니다. 진정 가족들을 위한다면 아픔을 함께 나눌 시간도 주셨어야지. 그들에게도 헤어지는 것에 대한 이해의 시간은 필요하답니다. 아듀~

 

데메롤 : 마취를 하기 전에 사용되는 모르핀의 대용약제. 메페리딘·메페리딘염산이라고도 한다. 분자식 C15H21NO2HCl이다. 미세결정으로 쓴맛이 나며, 물에 잘 녹는다. 아트로핀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자극감수성과 대사(代謝)를 저하시키고 가벼운 오심(惡心)을 수반하나, 모르핀의 대용약제로서는 효능이 우수하다.



s*******1 2013.03.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