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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강한자에게 허용되는 것들은 너무나 많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약자에게 허용되는 것은 너무나 작다. 강자가 약자를 짖밟는 것을 어느순간부터 당연하게 받아들일 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강자들을 위한 세상으로 변해있다. 내가 별 볼일 없는 소시민에 약자이기에 한번씩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내용을 담은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접하면 나도 모르게 희열을 느끼게 된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 역시 일본의 전통동화를 각색하여 강자를 이기는 약자들의 이야기라 책에 대한 문구만 읽고서도 어떤 내용일까? 기대감을 안고서 보게된 책이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약자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마담, 호스티스, 호스트, 야쿠자, 휴학생 등 참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한 사람을 위해 뭉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혀 정치판에 끼기 힘든 인물을 당당히 정치판에서 뼈대가 굻은 베터랑 의원을 눌러 이기도록 나름의 방식으로 고분분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들 각자의 가슴에 담겨져 있는 웅어리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낀다는 이야기.. 솔직히 재미를 기대하고 읽었던 것에 비해서 다소 약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살면서 이런 드라마틱한 일이 한번쯤 생겨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해보게 한 책이다.
우연히 목격한 뺑소니 사고를 통해서 여러 인물들이 모이게 된다. 지겨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어리숙한 두 인물은 뺑소니 사고의 진범이 뒤바뀐 것을 알고서 다른 마음을 먹게 된다. 허나 다른 사람을 협박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두사람은 오히려 곤경에 빠지게 된다. 너무나 다양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들이 순차적으로 풀어내는 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의도하지 않았던 하나의 목적이 세워지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면서 그들 스스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위험속에 놓여도 뒤돌아보지 않고 기꺼이 발을 들여 놓는다.
솔직히 나쁜 강자를 이기는 착한 약자의 이야기는 아니다. 착한 사람이 누구인지 책을 읽다보면 헷갈린다. 약자면 다 착한사람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등장인물들은 약자 아니 약자보다 한단계 아래의 인물들이란 느낌은 받는다. 그들이 가진 사연을 토대로 보면 착한 약자는 술집을 운영하는 마담이나 나이드신 할머니, 세계적인 첼로연주자의 형, 아이엄마 정도랄까.... 이 사람들도 어떤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서는 착한 약자가 아닐수도 있다.
책에서 내걸었던 거창한 말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인물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뭉친 사람들이 자신안에 가지고 있던 마음 속 웅어리를 털어 낼 수 있는 힐링을 가져다 주는 이야기라는 말이 더 맞을거 같다. 나역시도 그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높은 점수와 재미를 느꼈다. 저자 요시다 슈이치의 다음 책은 이보다는 좀 더 짜임새 있고 스토리도 박진감 넘쳤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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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활한 원숭이가 게를 속여서 재산을 빼앗고 죽여버리지만 게의 새끼들이 원숭이를 죽여 복수한다는 내용의 일본의 전래 동화에서 따온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힘 없는 약자들이 힘을 합쳐 강한 자를 쓰러뜨린다는 내용을 기본 골자로 하고 있다.
책을 펼친 순간 시골 호스티스인 미쓰키가 남편 도모키가 연락이 되지 않자 갓난아기 업고 남편 도모키를 찾아 도시로 상경하여 남편이 일하고 있는 신주쿠 가부키초의 한 어스름한 뒷골목에서 땀에 젖은 채 더위와 싸워가며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오 온다. 도모키의 친구인 바텐더 준페이는 우연히 두 모자를 발견하게 되고, 이들에게 자신의 숙소에 하룻 밤 쉬어 가도록 한다. 준페이는 자신이 목격한 뺑소니 사건에 대해 털어놓으며 사고를 낸 진범이 아닌 엉뚱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자수했으니 진범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자고 도모키에게 말한다. 하지만 사건은 이들이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얽히고설키게 되고, 사고 당시 죽은 사람이 갖고 있었다는 비밀 문서를 찾기 위해 폭력배들까지 등장하면서 주변인들의 인생마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정치계에 입문하는 게 꿈인 음악가의 비서, 세계적인 첼리스트, 신주쿠의 술집 마담, 뺑소니 사고로 수감된 아빠를 둔 여대생, 시골에서 혼자 사는 90대 할머니 등, 니이나 직업도 제각각인 여덟 명의 주인공은 현대 대도시의 소시민으로 딱히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니지만 늘 약자의 편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게 된다. 실제로 어디선가 만나게 될것 같은 평범한 이들이 모여 서로 도와 거대한 사회 권력인 기득권층에 맞선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일자리를 찾아 시골에서 도시로 온 젊은 부부와 간난 아기,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바텐더, 단란했던 가족이 헤체되고 꿈을 잃은 대학생과 살아 갈 날이 얼마 안남은 고령의 할머니, 뒷골목 야쿠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뜻하지 않게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평범한 이들이 힘을 모아 정치 베테랑과 대결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잊고 살앗던 소중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각자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
책의 첫머리를 펼쳐보며 뺑소니 범인을 밝혀내는 범죄 미스터리 소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긴장감과 더불어 소시민들의 순박한 이야기와 더불어 대학생들의 픗픗한 사랑이야기도, 철없는 젊은 이에서 어엿한 가장으로 성장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평범한 바텐더에서 얼덜결에 정치신인으로 등장해 비리와 연루된 베테랑 정치가와 한판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에선 한 편의 정치 드라마를 보는듯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동화가 현실이 될 수도 있을까? 동화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선인지 경계마저 뚜렷치 않은 혼탁한 사회를 살면서 늘 손해만 보고 속고만 살아 온 힘없는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보통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편의 동화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끗끗하게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는 행복한 결말의 동화처럼 작은 힘이 모여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어른을 위한 동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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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다. 이처럼 깔끔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요즘 픽션의 추세는 많건 적건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 재미는 있을지라도 시원하지 않은 뒷맛이 남는데, 요시다 슈이치의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상쾌한 느낌이다. 호스티스, 호스트, 바텐더, 야쿠자, 심부름꾼, 정치인 등의 등장인물로 봐서는 더럽고 추잡한 비리와 뒷거래가 예상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저 직업이고 시민일 뿐이다. 내 주위에 있는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그러고 보면 사회적 편견이 머릿속에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 스스로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의 본성은 큰일을 겼었을 때 드러나는 법. 사실 실제상황에서 위급한 사람에게 힘을 주는 건 그런 ‘보통’ 사람들 아니던가. 무엇보다 빛이 나는 작가 특유의 섬세함은 등장인물들의 독백에 있다. 무슨 큰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안 좋은 행동을 하면 어쩌나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유쾌하고 흐뭇하게 다독여주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상적인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한다.’ 이것도 소설을 쓰는 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요시다 슈이치-
직업도, 나이도, 성격도 각양각색인 사람들. 인생에서 전혀 마주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의외의 만남으로 엮이며 씨줄 날줄을 엮어간다. 나가사키 인근 섬 출신으로 아기를 키우며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호스티스 미쓰키. 호스트 일을 하지만 인기도 없고 주변머리도 없는 인물인 남편 도모키. 술집 바텐더로 별 볼일 없는 청춘이지만 밝은 성격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남자 준페이. 아닌 척해도 정에 약한 가부키초의 고급술집 마담 미키. 뺑소니 사건으로 전전긍긍하는 첼리스트 미나토 게이지. 정치가를 키우고 싶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매니저 소노 유코. 뺑소니 사건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간 미나토의 형과 그의 대학생 딸 도모카. 아키타현에서 살고 있는 미나토 형제의 할머니 사와.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천성이 착하다는 것 정도? 뺑소니 사건 목격으로 사소하게 시작한 협박이 의외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그렇게 맺은 인연은 ‘정치 신인 vs 5선 현역 의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대결 국면으로 접어든다. 승리한다고 해도 뭐가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는 건 알지만, 그동안 참아온 자잘한 인내 속에 찌들어있던 마음이 시원해질 것만 같은 작은 성취감을 위해 모두들 힘을 모은다.
“이 작품이 완성된다고 해서 뭐가 변하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이 작품을 완성시킨 나와 완성시키지 못한 나는 분명히 달라. 그래, 달라. 나는 작품 하나를 완성시켰어. 단지 그것뿐일지도 몰라. 그래도 역시 뭔가가 다를거야.”
“도시에도 맴씨 좋은 사람은 있게 마련이라 울고 있는 여자에게 낯선 남자가 말을 걸었단다. 도시에 홀로 남아 어쩔 줄 모르고 불안에 떨던 여자는 기뻐서, 너무 기뻐서 주저앉아 있던 길바닥에서 가까스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게지....... 그려, 가까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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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 이 제목이 주는 의미를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시작부터 암울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한 중반까지 미래가 불확실한 암울한 이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야기가 품고 있는 줄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소설은 한 편의 동화와 같다. 비록 내용은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겠다. 공감하고, 가슴 아파하며 그들의 승리에 기뻐하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어린 시절 아름다운 이야기 책을 읽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비록 때 묻은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때를 지워나가는 과정이라 할까. 하여튼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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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는 '악인'이란 소설로 유명하지만.. 저는 '원숭이와 게의 전쟁'으로 첨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본 작가인데...인연이 없어서 말이에요^^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일본의 전래동화이야기입니다... '원숭이'가 어미게를 죽이자.. '새끼 게'들이 힘을 합쳐, 원숭이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인데요..
책을 읽다보니...제목의 의미가 많이 와닿더라구요..
등장인물들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상경한 호스티스 '미쓰키' '미쓰키'의 남편이자, 호스트인 '도모키' 한국 술집 '란'에서 바덴터로 일하는 '준페이' 한국 술집 '란'의 마담 '미키' 야쿠자 출신의 건설회사 사장 '고사카'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미나토' '미나토'의 비서이자, 정치인의 비서를 꿈꾸는 '유코' 아버지가 뺑소니범으로 몰린 미대생 '도모카'등...
평범한 직업의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련의 인생도 아니고.. 나름 자기인생을 즐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주인공들입니다
첫장면은.. 아들인 '에이타'를 데리고 상경한 '미쓰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미쓰키'는 연락두절된 남편 '도모키'를 찾으려 '신주쿠'로 옵니다
그러나..'도모키'는 일하던 술집에서 그만둔 상태... 우는 아이를 달래며, 어떡해 해야될지 모르던 '미쓰키'는 한국인 술집 '란'에서 일하는 '준페이'를 만나게 됩니다.
'준페이'는 '도모키'와 같은 술집에서 일해 친했었고 '미쓰키'를 하룻밤 재워준뒤..집으로 돌려보냅니다..
'도모키'는 가게를 그만두었지만, 마땅히 할일이 없어 '준페이'를 찾아왔다가 자신의 아내가 찾아왔음을 알게 됩니다.. 결국 아내와 연락하여...'미쓰키'는 '란'에서 일하게 되지요
가게를 그만두고 마땅히 할일 없는'도모키'는 '준페이'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음을 알고 그에게 자신도 껴달란 말을 하고..같이 일하게 되는데요..
그사건이란 바로.. 얼마전 '준페이'는 뺑소니 현장을 목격했고... 잡힌 사람이...실제 뺑소니 사건의 범인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탐정을 고용하고 조사한 끝에.. 실제 범인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미나토'라는 것을 알게 되죠..
'준페이'와 '도모키'는 '미나토'에게 협박전화를 걸어 삼천만엔을 요구하고 '미나토'는 완전범죄가 걸려 당황하는 가운데..
정치인의 비서를 꿈꾸며..'미나토'를 정치인으로 키울 야심에 들떠있던 '유코'는 '미나토'에게 무슨일이 있음을 알고 중개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초보 협박범인 '준페이'와 도모키'의 일 또한 순탄치 않고 그들이 아마추어임을 알아본 '유코'는 그들에게 색다른 제안을 하게 되지요
제목이 '원숭이와 게의 전쟁'인 것처럼.. 사실 '새끼 게'처럼 서민이고 평범하고 힘없어 보이는 그들이 주인공이지요.. 그들은 힘을 합쳐...'강력한 원숭이'를 물리칩니다..
그런데..문득..실제로도 이게 가능할까? 싶더라구요.. 소설에서나 가능할까? 이 세상의 원숭이들은 교활하고 강하고 야비하기까지 하니까요..
마지막에 해피엔딩이라 좋았던거 같아요.. 등장인물들이 다...잘되는거 같아서 말이에요....
전작인 '악인'은 상당히 무거운 내용의 소설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은..상당히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활극 느낌도 나오고...ㅋㅋㅋㅋ 무척 잼나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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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책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의가 무시당하는 이 뒤틀린 세상을 향한 보통 사람들의 통쾌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이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보통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소신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수많은 주인공들이 나쁜 사람들에 의해 함정에 빠지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만 결국에는 나쁜 짓을 했던 이들은 벌을 받고 착하게 살아온 주인공들은 행복해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의 통쾌한 복수극, 그것도 뒤틀린 세상을 향한 복수라니 이것은 지금까지 어느 곳에서나 지향했던 권선징악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특정한 인물이 아닌 세상을 향한 복수이기에 스스럼 없이, 그 어떤 결과라도 통쾌함을 느껴도 된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세상은 그대로이지만 준페이를 중심으로, 세상을 향해 통렬한 복수라도 한 듯 사람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서 내려놓으며 조금은 편안하게 안도하게 되며 마지막까지 "내가 옳다!"고 큰 소리로 계속 외쳐 대는 자가 이긴다고 여기는 유코도 지금은 자신이 가는 길이 옳은지 판단할 수가 없지만 그저 의심하는 시기를 지나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미쓰하루의 이유 있는 복수, 그러나 이 책의 사건의 전개방식은 그에게 동정심을 느낄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그 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자신을 돌봐준 형이 무고한 죄를 뒤집어 쓴 사건조차 유야무야 처리되니 도모키가 느끼는 감정들까지도 나에게까지 절절하게 전해져 오지 않는다. 그러나 아침마다 시부모님, 남편, 아들과 며느리의 영정사진을 앞에 두고 염불을 외우는 사와 할머니,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을 상처와 아픔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그녀가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모든 것이 그녀와 함께 한 긴 세월의 흐름 속에 고요하게 녹아들어 더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하고 그녀에게는 복수조차 아무 것도 아닌 듯,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듯 보인다.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어서는 안 돼!"라고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선과 악, 정의, 권선징악 이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다. 그러나 준페이만은 이 모든 것이 비껴간다. 미쓰하루가 저지른 뺑소니 사건을 목격한 준페이가 돈을 뜯어내기 위해 도모키와 함께 미쓰하루를 협박하면서 그와 그의 매니저 유코와 인연을 맺게 되지만 미쓰하루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을 받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결말에 이르렀어도 준페이의 잘못은 그 어느 곳에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준페이와 유코 모두에게 지난 날의 잘못을 물을 것이다. 미쓰하루의 죄를 알았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아무렇지 않게 덮은 유코, 그녀는 이것을 기회로 개인적인 복수를 통쾌하게 마무리 한다. 보통 사람들의 통쾌한 복수극은 이렇게 유코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렇기에 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들의 복수극에 통쾌함을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가슴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을 느낀다. 대체 누구를 위한 복수냐, 는 멋 없는 대사까지 떠오를 정도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삶을 바꿔 보려고 노력하게 되며 세상을 달리 보게 된 것으로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역시 작위적인 느낌이 강해서 나는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주인공들이 온갖 역경을 딛고 행복한 결말을 맞는 내용이 더 좋다. 나쁜 사람들도 죄를 뉘우치며 소소한 행복을 맺으며 끝이 나는 그런 내용 말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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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선거 때마다 투표는 했지만 투표 결과에 대해선 크게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투표권이라고 해봐야 보잘 것 없는 권리처럼 여겨졌고(유일한 권리라 하더라도), 나의 한 표가 나라의 중대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치른 대선은 선거 이전부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동안 스스로를 가장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이번 대선에는 왜 그토록 열을 내며 관심 갖고 지켜봐야만 했을까요. 어떤 위기의식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어렴풋이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아니라고 크게 말하고 싶었나 봅니다.
지금까지의 독서 성향을 돌이켜 보면, 사람들이 죽는 내용의 소설이 꽤나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소설들을 대개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시간대별로 죽어줘야 뒷 페이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죽지 않아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은 모처럼 만에 만난 듯합니다. 엄밀히 따져 말하자면 누군가가 죽지 않았다곤 할 수 없지만, 아무튼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원숭이와 게의 전쟁』을 읽으면서 사람이 죽지 않았는데도 느낄 수 있는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죽은 사람이 없는 소설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니, 역시 묘한 느낌입니다.
원숭이와 게의 전쟁. 일본 고전 민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교활한 원숭이가 착한 게를 속이고 게를 죽인 후 재산을 갈취합니다. 이에 훗날 증오심을 품은 게의 새끼들이 힘을 모으고 계략을 세워 원숭이를 향한 복수에 성공합니다. 크게 보면 소설『원숭이와 게의 전쟁』도 민화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다방면에서 각계각층의 구성을 이루고 있던 사람들이 소설 속에서 작은 무리를 이루고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맺습니다. 그들은 술집 마담, 남녀 접대부들, 야쿠자, 화가, 음악가, 비서, 백수, 교도소 수감자, 할머니, 아버지, 형제, 딸 등… 전혀 다른 세상을 살며 서로가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영향을 받고 하나로 뭉치며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게 떼처럼 응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들이 어떤 연유에서든 서로 얽히고 돕게 되는 과정들이 꽤나 재미있습니다.
소설은 평범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들은 드러내놓고 어떤 권력에 맞서거나 저항했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맞서야 할 권력의 대상이 어딘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고, 권력이 자신들 주변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그동안 자신들을 억압해왔는지 알 길이 없는 소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여곡절 속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하려던 복수의 내용이 조금씩 명확해지고,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 재미있어지는 것입니다. 대립을 이루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어떤 구분이 보이진 않지만, 어느 한 편에 속해서 그저 우리 편이 이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껏 응원하게 되는 묘한 맛. 선거가 보통 그런 느낌의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세상의 흔들림에 정신을 잃고 한참동안 어딘가에 휩쓸려 다니다 보니, 뭐가 옳고 그른지 구분해서 생각하고 판단내리는 것조차 버거워진 느낌…….
어떤 싸움이든 자기가 옳다고 끝까지 더 크게 소리 지른 사람이 결국엔 이기는 듯합니다. 승자는 자기 자신의 능력 때문에 이겼다고 여길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을 도와준 주위 사람들이 있어서 이겼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믿고 따라준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이겨 보이겠다는 마음이 물론 중요하긴 합니다만, 승리한 이후 전리품을 나눠 갖는 과정에서 믿음을 주고 도와준 사람들에게 보답해야만할 때, 그때 저지르게 되는 밥그릇 싸움에서 온갖 비리가 생겨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어쩔 수 없는 세상입니다. 착했던 게가 시간이 지나자 교활한 원숭이가 되고, 원숭이의 새끼들이 다시 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략을 세우기도 할 것이고. 아무튼 이런 전쟁은 돌고 도는 복수전의 양상을 띨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소설은 우리에게 묘한 긍정의 기운을 전합니다. 이점이 정말로 희한합니다. 정말로…….
전체적인 이미지는 이미 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 세부를 결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이미 정했지만 나에게 그것을 그려 낼 힘이 있을까? 나에게 과연 그것을 그릴 용기가 있을까 없을까? 있니? 하고 도모카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있어’라고 대답하는 내면의 목소리와 ‘무리야’라고 대답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123쪽)
아빠가 실제로는 교도소 생활에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딸의 눈에도 훤히 보였고 안심시키려고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짓는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단 하나 위로가 되었다면 된장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들려주는 아빠의 말투만은 어렴풋이, 정말로 어렴풋하긴 하지만 희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미량의 색채가 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166쪽)
한동안 못 만나는 사이 머리가 꽤 많이 자랐네. 머리가 기니까 곱슬머리가 드러나는구나. 그나저나 늘 느끼는 거지만, 소타에게는 왜 이렇게 아무 냄새도 안 나는 걸까.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정말 아무 냄새가 안 나. 물론 향수 같은 건 안 뿌리지만, 남자애들은 뭔가 독특한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소타에게는 그런 게 전혀 없어. 침대에서 안을 때도 그랬어. 그렇지만 그게 싫은 건 아니야. 그래서 소타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지. (442쪽)
그나저나 정치가 되기도 힘드네요. 자기 엉덩이 걱정하면서 지방 재생에 관한 얘기를 떠들어야 한다니. 설마 정치가가 다 이런 건 아니겠죠? (481쪽)
전 그렇게 생각해요. 남을 속이는 인간에게도 그 인간 나름의 논리가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남을 속일 수 있는 거라고. 결국 남을 속이는 인간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반대로 속아 넘어간 쪽은 자기가 정말로 옳은지 늘 의심해 볼 수 있는 인간인 거죠. 본래는 그쪽이 인간으로서 더 옳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세상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인간은 아주 쉽게 내동댕이쳐요. 금세 발목이 잡히는 거죠. 옳다고 주장하는 자만이 옳다고 착각하는 거예요. (5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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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두께에 끌렸던 <원숭이와 게의 전쟁>!! 그전의 요시다 슈이치님의 책들은 감성적이면서도 은은한 느낌의 책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제목도 그렇고, 전에 책들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이번에는 어떠한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 설레임 한가득안고 드디어 책을 펼쳤다. 이야기의 배경은 번화가인 도쿄의 어느 건물들 사이의 좁은 골목길. 그곳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기의 칭얼댐이 들린다. 어린 갓난 아기를 안고 연락이 두절된 남편 도모키를 찾아 무턱대고 시골에서 도쿄로 올라온 미쓰키는 물어물어 남편이 옴겼다는 술집으로 찾아오지만, 그곳에서도 남편을 만날수가 없어 좁은 골목길 사이에 앉아 낙담 중이었다. 그러던 중 다행히 남편이 일하는동안 약간의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던 남편의 친구 준페이를 만나게 되고, 그가 친절히 아기와 그녀를 자신의 집에서 돌봐준다. 그 후 도모키와 미쓰키, 준페이 셋은 함께 친해지고되고, 우연히 뺑소니 사건을 목격한 준페이는 범인이 자백하여 사건이 마무리되어간다고 생각했지만~ 범인의 얼굴을 본 준페이는 그가 진짜 범인이 아니라 범인의 형인 사실을 알아내고 도모키와 함께 실제 범인인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나토에게 협박하여 돈을 뜯어낼려고 하는데.. 이야기 초반 부분에서는 도모키와 준페이, 그리고 미쓰키가 주인공인가 했지만, 뺑소니를 했던 진범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나토의 등장과 함께 현재 그녀의 매니져이자 비서인 유코 등의 제 3의 인물들이 우수수 등장하게 되면서 이야기의 스펙와 범위는 훨씬 늘어나게 되고 장대하고 방대하게 커진다. 도대체 엔딩이 어떻게 나려고 하는지 - 약간의 스포일러를 하자면 - 여러저러한 사건들을 거쳐 처음에는 술집에서 일하던 준페이가 뺑소니 사건을 목격 후에 협박범이 되었다가, 납치도 되었다가, 고향에서 조용히 살아가다가, 결국에는 국회위원 선거에까지 출마하게 된다는 것이 그전의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참신하면서도 기발하다는 사실이다. 어떻게보면 말도안돼!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바로 그점이 요시다 슈이치만의 쓸 수 있는 그만의 특화된 장점, 특별화된 소설이 아닐까? 요시다 슈이치를 좋아한다면~ 지금 당장 읽어볼 것! 그의 새로운 이야기의 매력에 신나게 빠질테니까^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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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新宿)하면 도쿄도 신청사 등 고층빌딩군의 업무지구 보다는 유흥가를 떠올릴 만큼 밤의 거리로서 낯익은 지명이고, 특히 가부키초는 각양각색의 유흥업소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소설은 바로 이렇게 조금은 어둡고, 향락적인 지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곳에서 삶을 일궈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순진하다 못해 어수룩하기 조차한 인물들의 소박한 일상은 대비되어 더욱 맑고 밝은 이야기가 되어 다가온다.
특히 제목처럼 비열한 권력자와 약자의 교전(交戰)이라는 생각만으로도 피곤을 몰고 오는 외면하고픈 주제에도 불구하고, 거짓이나 위선, 기만적 행위를 하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는 정직한 사람들, 야비하고 저열한 사회에서도 용기와 자존감을 잃지 않는 사람들, 작은 기쁨과 은혜에 고마워하고 행복해 하는 사람들, 약자를 위해 배려하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하고픈 일을 위해 정말의 노력을 다할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작은 너울만큼의 소탈하고 수수한 전개로 편안하게 조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일 것이다.
일할 터전이 없는 섬과 쇠락한 소도시인 고향을 떠난 젊은이들, 그리고 형제와 가족에 헌신하고 희생하는 중년의 남자, 비굴하지 않기 위해 혹은 억울함을 강요한 세상에 대항하기 위해 자기 삶에 전념하는 여자가 있다. 이들의 그 순수한 삶의 기억과 모습을 투영하는 에피소드들이 신주쿠의 유흥주점 ‘란(蘭)’의 바텐더인 스물여덟 살 청년‘준페이’를 중심으로 모여든다. 자동차 뺑소니 사건이 발생하고, 정작 가해 운전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수하면서 이를 목격한 두 청년의 어설픈 공갈의 시도를 시작으로 실제 가해자인 유명 첼리스트와 여성 매니저, 가해자를 대신해서 구속된 남자와 그 가족들의 사연, 그리고 야쿠자의 개입까지 웃음과 슬픔,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을 교차시키면서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인다.
한편, 대중적 인기를 지닌 첼리스트 동생을 위해 구속을 자처한 형의 사랑, 섬에서 상경한 젊은 부부와 그네들의 아기, 이들의 자립 기반을 위해 마음을 쓰는 중년 마담의 사랑, 아흔이 넘은 고령의 할머니가 그녀의 자손들을 위해 기도하는 무조건의 사랑, 할머니를 돌보는 자원봉사 도우미와 이웃들의 관심어린 사랑, 고향의 진정한 일꾼이 되기 위해 젊음을 태우는 청년의 사랑, 그리고 풋풋한 미술대 여대생의 사랑, 비록 야쿠자이지만 젊음의 열정과 정직함의 응원을 위해 보내는 의리의 사랑이 소설의 저변을 꽉 채우고 흐르기에 용렬하고 비겁하며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의 추악한 위협과 위해(危害)를 뚫고 소설은 따뜻한 감동으로 충만해진다.
이처럼 약자이고 경시되지만 사랑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소설은 그들을 옥죄고, 핍박하며, 겁박하는 자들이 지니지 못한, 아니 깨닫지 못하는 덕목을 일깨운다. 자기 의심의 미덕이다. 자신들이 행하는 행위에 대한 시비(是非)의 인식이다. 악행을 하는 자들이 반복해서 악덕을 저지르는 것은 자기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력이 마비되어 있거나,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를 의심하고 도덕이라는 보편성을 끊임없이 자문함으로써만 비로소 바로 설 수 있음을.
아마 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비록 더러운 인간들의 허위와 야비함에 신경이 경직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훈훈하고 유쾌함의 기운에 휩싸이는 것은 이들 약자의 정의(正義)가 악덕과의 승부에서 정정당당하고 멋지게 이겨내는 바텐더와 노회한 정치인과의 선거대결 장면일 것이다. 작가의 역량이 이 승리를 향한 이야기의 전개에 모두 결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중의원(국회의원) 후보자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 저마다의 자기 들여다보기를 통해 완성해가는 삶의 희망을 향한 다채로운 감동의 모습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소수자들이 쟁취하는 해피엔딩이 위축된 정신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선악(善惡)의 규명에 몰입하던‘요시다 슈이치’가 시비(是非)라는 삶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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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낯설지 않을 이름인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 국내에 번역 출간된 스무 권 남짓의 그의 작품들 중 <퍼레이드>, <동경만경>, <악인>, <요노스케 이야기>, <일요일들> 등 다섯 권을 읽었으니 나에게도 꽤나 익숙한 일본 작가들 중 한 명에 속할 것 같다. 그의 작품들 중 추리소설인 <악인>을 제외한 네 권은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것을 보면 나는 그를 추리소설 작가로 기억하고 있는 듯 하다. 이번에 그를 “일반소설”로 다시 만났다. 일본 전래 동화인 “원숭이와 게의 이야기”를 빗대어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원숭이와 게의 전쟁(은행나무/2012년 12월)>이 바로 그 소설이다.
나가사키의 외딴 섬 “후쿠에지마”에 있는 술집 “주얼”에서 호스티스를 하던 “미쓰키”는 돈을 벌겠다며 뭍으로 나간 남편 “도모키”가 한달 넘게 감감무소식이자 그를 찾기 위해갓난 아기를 들춰 업고 물어물어 도쿄까지 찾아온다. 남편이 호스트로 일했다는 클럽을 찾아갔지만 남편은 이미 그곳을 그만두었고, 막막해하던 참에 남편이 근무한 클럽과 같은 건물에 있는 한국식 술집 “란(蘭)”의 바텐더이자 몇 번인가 남편을 자신의 집에 재워졌을 정도로 친분이 있던 “준페이”를 만나 하룻밤 그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준페이는 미쓰키에게 남편의 집이 자신의 집에 있으니 언제고 자신에게 다시 연락을 해올 것이며 연락이 오면 미쓰키에게 꼭 연락하라고 하겠다며 미쓰키 모자(母子)를 섬에 돌려보낸다. 며칠 후 준페이의 집에 돌아온 도모키는 준페이의 말대로 섬으로 돌아간 미쓰키에게 연락을 한다. 그런데 준페이와 도모키는 무슨 일인가를 꾸미고 있다. 준페이가 얼마전 뺑소니 사건을 목격했는데, 범인이라고 자수한 사람이 자기가 사건 당시 본 사람이 아닌, 말그대로 누군가가 진짜 범인을 대신해 거짓 자수를 한 것이다. 조사를 해보니 뺑소니 사건을 저지른 장본인은 거짓 자수한 사람의 동생이자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미나토”였고 준페이와 도모키는 그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협박에는 영 초짜인 이 둘의 협박은 영 어설프기만 하고, 미나토의 행동을 의심쩍어하는 그의 매니저 “유코”가 이 일을 알게 되고 해결사로 나서면서 일은 점점 꼬이게 된다. 여기에 미나토를 대신해 감방에 들어간 형의 가족들과 미나토의 고령(高齡)의 할머니, 준페이가 근무하는 술집의 마담과 주변인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이 연이어 등장하고 그 시점에서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된다. 원래 정치인 비서였던 유코가 술집 바텐더이자 어설픈 협박범에 불과한 준페이를 국회의원 후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5선(選) 의원인 거물 정치인과의 격돌이라니. 이 불가능할 것 같은 해프닝에 대한 결말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만 줄이기로 하자.
초중반까지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 도시로 상경한 남편을 찾아오는 아내, 도시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 등 - 를 그리고 있겠거니 하고 사실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 - 자리에 누워서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 했다. 뺑소니 사고가 나오고 준페이와 도모코가 어설프게 협박하는 장면에서도 결국 이 두 친구, 호되게 당하고 삶의 무상함을 깨닫고 끝맺겠군 싶었고 준페이와 도모코, 두 인물 위주로 진행된 이야기가 점점 주변 사람들로 확대될 때도 물론 저마다의 사연이 꽤나 짜임새있게 그려져 읽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지만 그냥 분량을 채우려는 것이겠니 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초반 주인공인 준페이와 도모코, 미쓰키에 이어 가장 유력(?)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유코가 등장하면서 초반의 다소 지루한 전개가 막을 내리고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저 도시 어두운 곳에 살고 있는 실패한 청춘들의 삶의 단편들 쯤으로 여겨졌던 이야기가 뺑소니 사건으로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어우러짐이 전혀 이야기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특히 바텐더에 단순 협박범에 불과했던 준페이가 엉뚱하게도 정치인으로 나선다는 설정은 처음에는 일견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는데, 이미 일본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다는 작가의 명성답게 치밀하면서도 개연성있는 글솜씨는 비현실적인 설정에 따른 위화감이 아니라 오히려 이런 상황이라면 실제에서도 가능할 법도 하겠구나 하고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어느새 준페이와 그의 무리(?)들을 응원하게 만들 정도로 절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때부터 느슨했던 책읽기는 바짝 탄력이 붙었고, 어떻게 결말이 날까 하는 궁금증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만들었으며, 만족스러운 결말에 기분 좋은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미나토의 할머니인 96세 고령의 “사와” 할머니가 유치원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이 책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의 마지막 장면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 소설의 메시지를 찾고자 한다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원숭이와 게의 이야기”의 교훈처럼 보잘 것 없는 약자들이 한데 힘을 합쳐 통쾌한 승리를 거둔다는 면에서 “희망”의 메세지 쯤으로 요약해볼 수 있겠지만 굳이 이런 메시지를 염두해 두지 않더라도 이야기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아뭏튼 이 소설은 이제 “요시다 슈이치”를 추리소설 작가로만 여긴 나의 오해를 한 번에 불식(拂拭)시켜준, 아니 글 참 잘 쓰는 작가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 소설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요시다 슈이치, 앞으로 계속 만나봐야 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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