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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나 막연한 직관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경영에 임하고 객관적 지표를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유독 스포츠 구단의 운영 실태에만은 깊숙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이런 분위기를 빌리 빈 단장의 과감한 혁신이 시원히 걷어치우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는 게 어쩌면 미디어가 확산시킨 시대의 믿음이다. 허나 과연 그랬는지는 더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고, 이 영화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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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나 막연한 직관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으로 경영에 임하고 객관적 지표를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은 유독 스포츠 구단의 운영 실태에만은 깊숙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이런 분위기를 빌리 빈 단장의 과감한 혁신이 시원히 걷어치우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는 게 어쩌면 미디어가 확산시킨 시대의 믿음이다. 허나 과연 그랬는지는 더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고, 이 영화가 그런 믿음에 대해서나마 올바른 묘사를 했는지도 좀 생각을 더 해 봐야 한다.

브래드 피트는 외모 때문에 그 연기 역량이 오히려 과소평가되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미 <12 몽키스>에서도 마치 최고 엘리트들의 졸업 작품 무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우아하고 깔끔한 고급 연기를 선보였고, <파이트 클럽>도 간간이 내가 보고 있지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정교한 실력이다. 이 사람이 여기서 빌리 빈 단장 역인데, 정열은 속에서 끓어넘치는 듯하지만 성깔대로 매사를 처리하지 않고 참고 또 참으며, 그 이성적 절제 속에 자기 인격의 가치가 증명된다는 듯 안간힘을 쓰는 태도를 멋지게 잘 표현했다. 영화(라기보다 피트의 연기) 때문에 빌리 빈 단장 자체가 실물보다 더 커 보이는(larger than life) 느낌마저 받는다.

영화는 오로지 출루율 팩터 하나에 주목해 라인업을 전면 쇄신하고 이름값이나 지명도, 경력, 인망(?) 따위는 모조리 무시하는 결단을 내리는 단장의 고독한 투쟁에 초점을 맞춘다. '야구는 숫자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그 무엇이야.' 본래는 이처럼 감성에 호소하는 주제로 영화의 줄기를 박아야 흥행이 되는 게 지난시대의 공식이었는데, 트렌드가 돌고돌다 보니 이처럼 '감성팔이보다는 숫자로 증명되는 실속'을 강조하는 정반대 기조의 스토리가 대중에게 호응을 얻는 현실이 재미있다. 물론 '실화의 힘'이 받쳐 주는 강력한 설득력이 이 시대 대세 중하나인 것도 무시 못할 측면이다. 빌리 빈 단장이 '사람들이 열광하지는 않아도 결국 가장 중요한 지표는 출루율'임을 간파하여 성공한 건 맞으나, 세이버매트릭스의 묘미와 힘이 그 한 가지 스탯에 다 몰리는 게 아니라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만약 출루율 하나에만 주목하는 단세포 방식으로 저 영세한 구단을 경영했다면 빈 단장에 대해 대중이 그 이름을 기억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퇴물 포수 스캇 헤티버그를 놓고 '1루수 수비는 가르치면 돼.'를 되뇌며 하우 감독(故 필립 시모어 호프먼 扮)과 대립하는 설정(사실이기도 함)은 물론 재밌지만 행여 1루 수비가 정말 아무 포지션 출신에게나 가르치기만 하면 다 되는가보다 하고 여겨서는 안 되겠다. 그건 헤티버그에게 각별한 모티베이션을 행했기에 통했을 뿐(이 역시 빈 단장의 능력), 심지어 태어나서 1루 수비밖에 안 해 본 인간이 결정적인 순간 저지르는 실책으로 경기를 망치는 게 또 얼마나 잦은가.

영화 도중 나오는

 아마 a+b를 하면 시즌 총 소화 경기 수이겠고, 이 식은 지난시즌의 승률을 기준으로 몇 승 몇 패를 이 팀이 거둘지 확률을 뽑는 것이지 싶다.


영화 속에서 세이버매트릭스 실력을 과시하며 화면에 담는 게 고작 피타고라스 승률인데 이 지표는 그 타당성이 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어찌보면 세이버매트릭스 안에서 가장 비 적통스러운 스탯일 뿐이다. 영화에 전문적인 내용을 일일이 담을 수야 없어도, 야구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보면 다소 지루할 수 있고, 좀 아는 축에서 보면 떨어지는 설득력에 불만이 튀어나올 수 있는, 한계가 뚜렷한 영화이며 그렇다고 드라마가 아주 탁월하지도 않다.

s****o 2023.02.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