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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하)
"중고교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하)" 내용보기
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상)권을 재미있게 읽고, 더 큰 기대를 갖고 (하)권도 펼쳤다. 박완서 작가의 원작 자체가 명작인데다 김광성 화백의 그림도 수작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러면서도 지난 세월에 고생을 하신 어르신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뭉클한 마음도 느꼈다. 추억을 더듬 듯이 그리움에 잠기며 떠오른 생각을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친일 청산을
"중고교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하)" 내용보기

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상)권을 재미있게 읽고, 더 큰 기대를 갖고 (하)권도 펼쳤다. 박완서 작가의 원작 자체가 명작인데다 김광성 화백의 그림도 수작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러면서도 지난 세월에 고생을 하신 어르신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뭉클한 마음도 느꼈다. 추억을 더듬 듯이 그리움에 잠기며 떠오른 생각을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친일 청산을 못한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이승만 씨에 대한 분노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작가는 1931년생이니 해방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시기는 20대에 접어들 무렵이다. 작중 화자는 초등학생, 중학생(지금의 중, 고교), 대학 신입생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있으니 정치적인 색깔은 없다. 그 나이에 민족의식이 있을 리도 없고, 남북의 사상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했을 리도 없을 것이다.

 

해방이 되자 마을의 젊은이들이 친일파의 집을 습격해서 대문과 집을 파손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숙부가 면사무소에서 일했던 작가의 집도 청년들의 습격으로 파손이 되었다. 시골의 이웃사촌이니 사람을 해치지는 않았지만 대문이나 살림 등은 파손된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작가의 고향은 개성 부근이니 삼팔선 이북이다. 당시 여운형 선생의 건국준비위원회가 조직되었으나 삼팔 이남에 진주한 미군은 건준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북의 소련군은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건준의 하부 조직이 북에서는 친일파들에 대한 응징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김일성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그것이 강화되었으나, 남에서는 미군은 물론이고 이승만 정권조차도 친일파에 대해 관대했다. 해방 이후 건준 자체가 와해되었으므로 남한에서는 이렇다 할 활동을 못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설명이 없었으나, 그런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저자의 고향에서는 친일파에 대한 응징이 가능했던 듯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이승만 씨에 대해 분노가 치솟은 내가 비정상인지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탈인지 모르겠다.

 

둘째, 한국전쟁 때의 이승만 씨의 무능과 국민을 버린 그의 행위에 분노가 치솟았다. 전쟁이 일어나자 이승만 씨는 서울을 사수한다고 공언한 뒤에 누구보다 먼저 탈주를 했다. 이어서 북한군의 남침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한강 다리를 폭파한 것이다. 작가의 가족은 의용군으로 끌려간 오빠를 기다리다 늦게서야 피난길에 올랐고, 다리가 끊겼으니 피난을 갈 수 없었다. 작가의 오빠는 해방 직전 잠시 좌익 운동을 했으나 곧 전향했지만, 인민군들은 오빠네 가족을 영웅처럼 받들어주었다. 서울이 수복되자 작가의 숙부는 좌익으로 몰려서 처형되었고, 작가의 가족들은 빨갱이 취급을 받으며 곤욕을 치렀다. 무능하게 대처하다 서울을 뺏기고, 자신만 살겠다고 국민을 팽개치고 도주한 이승만 정권이 피난 못 간 국민들을 이적행위자 취급을 한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그런 배경 설명이 없이 가족들의 고통만 묘사했지만, 그 시대 상황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승만 씨에 대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셋째, 크게 어긋나는 것은 아니지만, 원작의 내용과 약간 다른 듯하다. 나의 기억으로 전쟁이 나자 피난을 못 간 작가의 가족은 살기 위해서 빈집을 털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집을 찾아서 먹거리를 들고 왔고, 차차 먼 곳까지 원정을 갔다. 이 책에서는 아직 빈집털이를 시작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아마 후속 작품인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서 펼쳐질 듯하다.

 

내가 원작과 다르다고 느낀 것은 빈집털이의 주체였다. 원작에서는 올케가 그것을 주도해서 작가에게 함께 하기를 요구했고, 작가도 살기 위해서 동참을 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원작에서 올케의 모습은 그야말로 강인한 민중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가의 가족이 혼란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해방 직후에는 어머니의 강인함, 한국 전쟁 초기에는 올케의 과감함, 휴전 전후에는 작중화자(작가)의 강인함 덕분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올케의 역할까지 작가가 실행하는 것으로 표현되는 듯하다. 다음은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이다.

 

"조금밖에 없는 실량도 걱정이 안 됐다. 다닥다닥 붙은 빈 집들이 식량으로 보였다. 집집마다 설마 밀구 몇 줌, 보리쌀 한두 됫박쯤 없을라구. 나는 벌써 빈집을 털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도 겁나지 않았다.(210~211쪽, 작중화자의 독백)"

 

즉, 원작에서의 올케의 역할이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역할로 바뀐 듯하다. 후속작인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를 통해서 확인하고 싶지만, 강림도서관에 그 책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한국인의 필독서라고 할 명작이다. 누구나 읽어야 할 작품들이지만, 중학생이나 고교생들에게는 학습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교실에서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울림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듣기 힘든 한국 현대사(해방전후~한국전쟁)를 사실적으로 기록하고 있어서, 문학의 감동과 역사의 기록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명작이다.

y******3 2021.04.14.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