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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의 슬픈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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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의 2012 마지막 선물 <1/10> 앨범을 들으면 먹먹하다. 이 먹먹함은 읊조리는 덕원의 보컬도, 담백한 밴드의 음악도, 서글픈 그들의 노랫말도 아니다. 그저 살을 에는 동장군과 그에 못지않은 칼바람으로 우리네 가슴 속을 강타하는 현실 속에서,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뿐이다. 그래서 <1/10>를 듣는 지금 이 순간도 먹먹하다.  더도 덜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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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의 2012 마지막 선물 <1/10> 앨범을 들으면 먹먹하다. 이 먹먹함은 읊조리는 덕원의 보컬도, 담백한 밴드의 음악도, 서글픈 그들의 노랫말도 아니다. 그저 살을 에는 동장군과 그에 못지않은 칼바람으로 우리네 가슴 속을 강타하는 현실 속에서,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뿐이다. 그래서 <1/10>를 듣는 지금 이 순간도 먹먹하다. 

 

더도 덜도 말고 열에 하나만 기억해달라는 의미의 <1/10>이 수록곡 '1/10'을 들으면 더욱 애잔하다. 비록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힘들고 아픈 기억은 자신들이 짊어지고 가겠다는 가사에 온몸의 힘이 빠진다. 이 앨범을 유난히 곁에 둔 계기는 마치 친구의 매세지같았던 그런 부분들 때문이었다. 

 

'막차'에서 하루의 끝을 매듭짓는 아쉬움과 서운함의 감성에 공감한다. '숨바꼭질'에서 혼자 남은 외로움의 감성에 괜시리 이입된다. '1/10'에서 외롭지 않게 해주는 친구 같은 감성에 위로 된다. '손편지'에서 남아있는 미련으로 괴로워하는 감성에 무너진다. 하나의 트랙이 순환하면 겹겹이 둘러 쌓여있는 내 안의 장막이 걷혀 버린다.

 

가녀리고 애달픈 노래들이지만, 내공이 만만찮은 앨범이다. 폭발적이고 화려하지 않은, 정반대의 아우라가 있듯 말이다.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은 어느덧 하나의 고유 명수가 됐다. 2012년의 마지막 달에 나온 EP 앨범은 기록적인 한파 속 한줄기 꽃과 같았다. 슬픈 추억을 머금은 한 떨기 할미꽃.



i***h 2013.01.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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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봄으로 가는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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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어디로 가는지 나는 또 어디에 있는지 ('숨바꼭질' 중에서)     가사는 '숨바꼭질'에서 뽑고 영상은 '손편지'에서 골랐지만 '1/10'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볼까. 브로콜리너마저는 1/10만을 기억해 달라지만 나는 1/10의 기억을 다시 심어두고픈 욕망에 시달린다. 열정이라면 좋을, 회한이라면 미울.   추억이 많아야 부자라지만 생전 처음 티끌만한 희망을 빼앗기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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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어디로 가는지

나는 또 어디에 있는지 ('숨바꼭질' 중에서)

 

 

가사는 '숨바꼭질'에서 뽑고 영상은 '손편지'에서 골랐지만 '1/10'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볼까. 브로콜리너마저는 1/10만을 기억해 달라지만 나는 1/10의 기억을 다시 심어두고픈 욕망에 시달린다. 열정이라면 좋을, 회한이라면 미울.

 

추억이 많아야 부자라지만 생전 처음 티끌만한 희망을 빼앗기고 내 것이었던 추억마저 털어내고 싶은 계절이다. 후회와 독기는 아무 것도 제자리로 돌려주지 않는다. 되려 앗아가거나 호통칠 뿐이다. 한기에 시린 손을 부비며 너와 하나가 되어야 하는, 봄으로 가는 기차. 한꺼번에 달려드는 상념들을 제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맞바꾸는 일이다. 대체 브로콜리너마저가 해줄 수 있는 미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래는 불안하고, 사랑은 흔들리고, 추억은 아무 것도 일으켜세우지 못한다. 무언가를 열망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겨울, 지독한 상실을 겪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에 코끝이 시큰해지면 냉장고로 가서 케잌을 꺼내 잘라 가장 예쁜 접시에 담는다. 매일 한 번씩 큰 냄비뚜껑을 열어 꽁꽁 언 떡과 오뎅을 녹여 눈이 시리고 혀끝이 얼얼할 만큼 맵고 얼큰한 오뎅탕을 끓인다. 울지는 않았다. 허무와 권태, 무능력과 무감각이 한번에 찾아와 괴롭히고 있었다. 손발 꼼짝하기 싫지만 움직여야 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얼 할 수 있는가. 수첩을 꺼냈고, 시간을 갈랐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대신, 어제는 못했지만 앞으로는 해야 할 일에 대해 써내려갔다. 빽빽해져 더이상 공간이 없을 때까지, 여백조차 남기지 않도록. 과잉된 시간과 너무 많이 주어진 시간을 소진하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맑아졌다. 그때마다 브로콜리너마저를 들었다.

 

나는 아무 곳에나 있는데 나는 어디에서도 걸어오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해오던 대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너를 지키기 위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살찌지 않기 위해 조금 덜 먹으면서 시간을 손가락 틈새로 천천히 날려보내면 조금씩 달라질 줄 알았다. 시간은 멀어지고 기억은 잊혀지기 마련, 우린 그것에서 멀어지기 위해 하루하루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존재들이라는 걸 아무 것도 버리지 못한 채 낑낑대며 깨달았다. 쥐고만 있는 건 지키는 것일 수도, 버리는 것일 수도 없다. 감금이나 회피일 따름,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까지도. 새가 갈라진 제 몸을 핥으며 울듯, 누군가는 그렇게 울었고, 희망을 놓아버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게 날 미치게 했다.

 

언젠가 손편지는 마음 전부였다. 그걸 믿던 순진한 날들이 있었다. 울퉁불퉁한 모양새의 손편지는 눈물겹고 아름다웠다. 어둔 불빛에 낑낑대며 펜을 잡은 손에 힘을 주는 네 표정까지 생생할 만큼. 삐뚤빼뚤한 글씨는 보이지 않는 마음과 우리의 거리를 능가할 시공간의 공백을 담고 있었다. 너는 주었고 나는 받았다. 그게 다였다. 그후 편지는 서랍 속에 방치되었다. 편지는 사라졌거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들을 쏟아질 듯 토해놓고 있었다. 잊지 말자고, 고맙다고, 사랑한다는, 어쩌면 미워졌다는 말까지 모조리. 두려워서 도로 봉해버릴까 백 번쯤 생각했을 때 행복해 죽을 것 같던, 슬프면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던, 찬란한 동시에 두려운 순간조차도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다시 몸서리쳐야 했다. 시간은 신비로운 대신 야박한 오류를 갖고 있던 게 틀림없다. 서로를 위로할 수 없는 밤과 열에 하나만 기억하라는 말을 바꾸어 갔다. 과거와 미래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 하얀 눈밭에 또각또각 발자국을 만들며 내게로 오고 있다. 오늘 밤만 지나면 한 살 더 먹는다. 모든 것을 가지고 가야겠지.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테니까. 많은 것을 버리기도 해야 할 것이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니고, 겨울은 결코 봄이 아니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엉켜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얹혀갈 수는 없는 것들. 나는 그 조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이 앨범 안에 이 시절을 고스란히 봉인한다.

 

우리가 살아 있던 날들의

열에 하나만 기억해 줄래 ('1/10' 중에서)



s*****d 2012.12.31.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