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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소설, 1981-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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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소설>이란 시리즈의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워낙 시리즈로 된 책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설을 통해 시대상을 읽는다는 시리즈의 목적이 마음에 들어 찬찬히 살펴본다. 헌데 네 번째 편인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은 2012년이고 세 번째 편이 올해 출간되었다고 나온다. 근 10년 사이에 고작 두 편이 출간되었고, 그것도 순서대로가 아니다. 지금 읽어야할지 아니면 나중
"그때 그 소설, 1981-1984" 내용보기

<그때 그 소설>이란 시리즈의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워낙 시리즈로 된 책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설을 통해 시대상을 읽는다는 시리즈의 목적이 마음에 들어 찬찬히 살펴본다. 헌데 네 번째 편인 이 책이 출간된 시점은 2012년이고 세 번째 편이 올해 출간되었다고 나온다. 근 10년 사이에 고작 두 편이 출간되었고, 그것도 순서대로가 아니다. 지금 읽어야할지 아니면 나중에 시리즈가 완간되면 그 때가서 읽을 것인지 순간 고민을 하였지만 일단은 출간된 두 권을 읽기로 마음먹는다.

 

21세기에는 지식콘텐츠, 문화콘텐츠가 가장 위력적인 키워드가 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출판문화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삶의 지혜와 시대상을 반영한 정통문학작품들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출판사 편집부에서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작품들, 즉 한국을 대표하는 3대 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의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그때 그 시절>이란 시리즈로 한자리에 모았다고 한다. 시리즈는 1950년대 손창섭의 [잉여인간]부터 1990년대 박완서의 [꿈꾸는 인큐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전7권으로 기획되었고, 이 책은 그 중 네 번째 편으로 1981년에서 1984년까지의 수상작 중 표제작을 포함한 8편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표제작인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2]는 1981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눈에 넘어져 다친 친정어머니가 수술을 하고난 후 헛것을 보기 시작하는데, 그 기저에 자리한 것은 전쟁 중 죽은 아들, 즉 화자의 오빠 모습이다. 말뚝은 자식의 죽음을 보면서 엄마의 가슴에 박힌 한이며, 작가는 그런 엄마의 말뚝을 분단으로 인해 생긴 민족의 말뚝으로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자신의 오빠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지 싶다. 같은 해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조정래의 [유형의 땅] 역시 한국전쟁과 관련이 있다.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난 만석은 전쟁의 와중에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감투를 쓰고 동네의 대지주였던 최씨 문중 사람들을 처형하는데 앞장선다. 그러다 분주소장과 아내의 간통을 목격한 후 그들을 죽이고 도망길에 오른다. 그 이후의 생활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혹 아는 사람을 만날까 피해 사는 유형생활이나 다름없다. 결국 늙어 고향마을 다리아래서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는 만석을 통해 작가는, 분단된 조국에서 이데올로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황폐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84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김원일의 [환멸을 찾아서]는 실향민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어부인 아버지가 바다에서 노트 한 권을 걷어 올린다. 북한에서 떠내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노트에는 북한으로 간 한 사회주의자가 고향의 처자식에게 보내는 회고록과 유서의 성격을 띤 비망록이었다. 윤기는 그 노트에 적힌 그 사람의 고향 영덕으로가 가족들을 만난다. 작품 속 주인공인 윤기의 아버지도, 애인인 문미의 아버지도 전쟁 중 남쪽으로 내려온 실향민이었다.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을 시리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이균영의 [어두운 기억의 저편]은 198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이다. 전날 술에 취해 은행네고서류가 든 가방을 잊어버린 화자는 가방을 찾아 나선다. 전날 술을 마셨던 술집들을 차례로 돌아보고, 택시운전사, 자신이 술에 취해 잠을 잤던 이문동 여관, 그리고 술집에서 자신의 파트너였던 아가씨를 찾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내면속에 잠재해있던 아픔을 발견하게 된다. 전쟁의 와중에서 어머니는 죽어가면서도 동생의 손을 놓지 말고 꼭 잡고 있으라고 했다. 고아원에서 동생이 입양된 후 원장아버지를 졸라 동생이 입양된 곳이 이문동 박치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오래된 기억이 그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련하면서도 가슴 아픈 과거가 현재의 그를 무의식속에서 지배하고 있었다.

 

1982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최인호의 [깊고 푸른 밤]은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다. 분노의 일상생활에서 도망치듯 미국으로 여행을 온 화자는 역시 대마초가수로 낙인이 찍혀 처자식을 한국에 버려둔 채 미국에 눌러앉기 위해 여행을 온 준호를 만난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왕복하는 자동차여행에 나선다.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서 정신적으로 황폐해져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에서, 작가는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 끝에 희미하게 드러난 분노의 실체를 발견하는 두 사람이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밖에도 늙은 노부부의 고독감을 그린 1982년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오정희의 [동경], 스승과 제자의 갈등을 통해 예술가의 삶을 그린 이문열의 [금시조], 그리고 맹목적으로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삶을 그린 198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서영은의 [먼 그대]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 작품들이 발표되던 시기는 내가 군대에 있던 시절이었다. 당연하게도 이들 소설을 당시에는 읽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들을 제대를 하고 복학을 하면서 혹은 사회에 나와서 한번쯤은 읽었던 것 같다. 그때 소설을 읽고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마 지금 읽으면서 든 생각과 큰 차이가 없지 않았나 싶다. 암울했던 그 시기에 다양한 시각으로 분단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어찌 보면 희한했다는 생각도 들고,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이전이었음에도 미국여행을 소재를 삼았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리송해진다.

 

흔히 문학은 시대의 모순과 아픔을 반영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문학이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시대에 쓰인 문학작품을 읽으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멀리는 60년 전, 가깝게는 30년 전에 쓰인 작품들을 읽는다는 것은 소설을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읽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마 <그때 그 소설>이란 시리즈의 이름에 마음이 끌렸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소설을 읽으며 나의 젊은 날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시리즈의 다음 편들이 빠른 시간 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k*****1 2020.11.01. 신고 공감 21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