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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아니 인간뿐만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진화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지구역사 46억년에서, 38억년 전 비로소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그리고 가장 단순한 세균에서부터 지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형태들은 모두 하나의 기원으로부터 파생되었다. 이는 모든 생물의 유전적 암호와 세포의 수많은 특성들이 가장 단순한 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에서 동일하다는 사실로 미루어 명백하다. 화석으로 남겨진 최초 생명의 흔적은 35억년 전 세균과 비슷한 원핵생물로, 이는 오늘날 존재하는 세균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이어 생식이 가능해지면서 진핵생물이 탄생하였다. 생식은 생명의 기본적인 특성이자 생물을 무생물과 구분 지어주는 특성이기도 하다. 생식은 같은 것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진화와 구분되어질 수도 있지만, 그러한 생식 역시 진화의 결과일 뿐이다. 생식과 진화는 단지 적용되는 시간단위가 다를 뿐, 유전과 관련된 동일한 메커니즘을 가지기 때문이다. 생식을 가능케 하는 성性이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를 거쳐 진화했는지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전자에 담긴 정보를 유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의 부수적인 결과로 암수 성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리고 유전자 손상을 가끔 보수해야만 하는 필요성이 원시 박테리아의 생활사 어느 단계에서 유전자마다 두 개의 사본을 갖게 했고, 그리고 그런 유전자 교정을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복사된 사본이 필요했기에 유성생식이 생겨 났다. 다시 말해 DNA 손상을 복구하는 메커니즘이 우연히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유성생식의 독특한 특성을 만들어 냈으며, 이러한 성의 진화는 새로운 두 개의 유전자 형을 생산함으로써 자손을 다양하게 했다. 이처럼 인간을 비롯한 생물은 언제나 더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러면 이와 같은 진화를 결정하는 인자는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바로 유전자라고 말한다. 그는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유전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며, 그 유전자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문제를 과학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볼 때, 이 책 [인간의 유전자는 어떻게 진화하는가]는 어찌 보면 진화에 대한 개념과 그 개념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용어들을 정리해 놓은 학습서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진화에 관한 유전자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용어가 게놈(genome)이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생물체가 지닌 모든 유전정보 다시 말해 유전체를 말한다. 유전자는 유전물질의 기능적 단위로 생물의 특성과 생장을 결정지으며, 서열을 형성한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염색체내에 들어있는 유전자들의 순서를 재현해 놓은 것을 유전자지도라고 한다. 따라서 게놈이란 염색체내 유전자들의 서열 즉, 유전자지도를 말하지만, 이들 유전자가 뉴클레오티드의 서열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결국 뉴클레오티드의 서열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인간의 게놈을 구성하는 뉴클레오티드는 약 31억개 가량 있지만, 이 가운데 염색체내에 존재하는 핵산(DNA)과 그 산물(RNA)의 구조를 결정하는데 직접 관여하는 것은 5% 미만이라고 한다. 이런 게놈은 세포 각각의 차원에서 작용하여 체세포분열이나 감수분열을 통한 DNA와 RNA의 복제로 개체의 생명과 발달을 결정지으며, 그 복제된 유전자들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어 종을 보존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종의 게놈, 즉 유전자의 서열은 이전에 이루어진 게놈 진화의 결과인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진화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각각의 게놈에 대해 저자는 진화 역사의 한 순간을 담은 스냅사진이라고 말한다. 진화의 주된 요인은 게놈 서열상의 문제, 즉 분화나 중복, 소실과 획득으로 인해 발생된다. DNA 복제과정에서 게놈 서열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면 세대가 진행될수록 서열차이가 커져 이로 인해 개체군내 유전적 다양성이 생겨나고, 우연히 한 세포 내에서 게놈의 전체 혹은 일부에 대한 정상 개수 이상의 사본이 만들어지는 서열의 중복은 분화를 통해 진화적인 혁신과 개선을 부른다고 한다. 이처럼 유전자와 게놈의 진화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복제상의 문제이지만, 게놈에 대한 연구는 결국 진화의 문제를 푸는 핵심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다시 말해 진화의 주요과정을 알아내려면 많은 게놈을 연구해야 하고, 게놈 진화의 원인이 되는 분자 메커니즘을 파악하려면 유전물질의 구조와 기능에 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과학자들은 인간 게놈의 서열을 파악하여 유전자지도를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들은 유전자지도가 완성되면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심지어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게놈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유전자에 대해 품고 있는 오해와 궁금증을 게놈의 메커니즘과 유전물질의 개념을 통해 풀어준다. 인간의 진화, 혹은 생물의 진화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그것이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 책에서 하나하나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진화 혹은 유전자에 대한 개론서라고 할 수 있지만, 학습서로도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