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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박맹호 자서전] 백성의 소리를 짓는 돌올한 지성의 분투기
"[박맹호 자서전] 백성의 소리를 짓는 돌올한 지성의 분투기" 내용보기
평전과 달리 자서전을 대하는 자세는 약간 모호하다. 한 인생의 일대기를 추적하며 느끼는 감동과 경외감이 한 축이라면, 자서전을 쓴 주체(대부분은 Ghost Writer라 불리는 대필작가의 몫이므로)가 본인인지 혹은 대필작가인지에 따라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또 다른 축이다. 잡지 편집자로 일하며 몇 차례 자서전(그룹 회장 혹은 CEO) 작업을 진행했기에 더더욱 그럴 지도 모른
"[박맹호 자서전] 백성의 소리를 짓는 돌올한 지성의 분투기" 내용보기

평전과 달리 자서전을 대하는 자세는 약간 모호하다. 한 인생의 일대기를 추적하며 느끼는 감동과 경외감이 한 축이라면, 자서전을 쓴 주체(대부분은 Ghost Writer라 불리는 대필작가의 몫이므로)가 본인인지 혹은 대필작가인지에 따라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또 다른 축이다. 잡지 편집자로 일하며 몇 차례 자서전(그룹 회장 혹은 CEO) 작업을 진행했기에 더더욱 그럴 지도 모른다. 예상보다 픽션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된다고 할까?

 

자서전을 읽는 이유는 소설 읽기와 다르지 않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인생을, 그것도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삶이란 얼마나 흥미로운가? 내 경우에는 ‘책’ 관련 담론들의 자서전(혹은 평전)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평생 1만 권의 책 읽기와 영혼을 잃지 않는 편집자 되기’란 나름의 화두를 세운 터라, 앞서간 분들의 삶을 통해 흔들림 없는 열정의 근거로 삼을 수 있고,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줄이며 그들이 안내하는 인생의 행로를 미리 따라가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서전은 아니지만, 열린책들 홍기웅 대표의 1년치 일기 모음(2004년?)인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항상 좋은 장정과 기획으로 신뢰할 수 있는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의 ‘편집자 분투기’, 이제 신생을 벗어나 나름의 서고를 쌓아가고 있는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의 ‘편집자란 무엇인가?’ 등 가끔씩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찾아 읽는 책들이다. 인생 선배이자 업계 선배들의 삶 자체가 내겐 좋은 인생 교과서처럼 다가온다.

 

한국 출판계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민음사 박맹호 회장의 자서전 <책>이 얼마 전 출간됐다. 업계의 영향력이나 공로에 비해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 않았던 박맹호 회장의 이야기라 관심이 컸다. 한국 단행본 출판의 현대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민음사가 걸어온 지난 47년은 그야말로 한국 출판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표지는 박맹호 회장이 친히 발굴하여 대한민국 북디자인의 새영역을 개척한 정병규(정디자인) 선생이 맡았다. 크라프트 용지에 ‘책’을 문자도 형태로 표현했는데, 먹박과 은박의 후가공은 물론 ‘박맹호 자서전’이란 세로쓰기가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풍긴다.

 

1933년 출생하여 사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아버지와의 불화, 서울대 진학 후 소설쓰기에 대한 열망 등이 흥미진진하다. 이후 1966년 청진동 옥탑방에서 ‘민음사’ 시대를 연 이래 2013년 현재까지의 삶을 다룬 후반부는 나름나름으로 내게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평생의 지기인 고은 시인과의 인연도 새로웠고, 잠깐이지만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도 눈에 띈다.

 

민음사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우선 얼마 전 세계문학전집 300권을 돌파하며 각종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시인들의 로망이랄 수 있는 김수영 문학상을 처음 만들었고, 1977년 제정된 ‘오늘의 문학상’을 통해 한수산, 이문열을 비롯하여 김혜나와 최민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외에도 ‘오늘의 시인 총서’, ‘대우학술 총서’, ‘이데아 총서’ 등 지난 47년 동안 5,000여 권의 단행본을 만들어내며 한국 출판의 뿌리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세련된 책 장정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그 첫 번째다. 편집디자인회사에서 오래 밥 벌어 먹고 있는 지라 그의 생각에 열렬히 박수를 쳤다. 요즘 대형서점을 나가보면 표지 디자인과 제본 방식에 있어서 시대를 선도하는 단행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박맹호 회장과 홍지웅 대표 등과 같이 인문학적 사고, 디자인적 심미안을 두루 갖춘 출판계 원로들의 노력이 지금의 출판시장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두 번째는 민음사에 대한 그의 비전이다. 민음사를 종합대학만큼의 지적 영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하여 돈 되는 것만 좇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소명의식을 갖고 인문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의 연구를 지원하고, 총서를 내고 있다. 어찌보면 지금의 민음사가 그 정도의 영향력은 충분하지 않나 싶다. 덧붙여 박맹호 회장은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게 일정 부분 1980년대부터 시작된 단행본 업계의 ‘출판운동’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말한다. 맥락을 따지자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책’에 대한 그의 열정이다. 책쟁이들의 삶이 대부분 그렇듯, 그의 책에 대한 운명도 유년시절 결정됐다. 당시 유복한 집안(보은에서 첫 손에 꼽히는)에서 태어나 아버지와의 불화도 겪었지만, 책과 음악을 멘토 삼은 그가 ‘나는 책을 통해 만들어졌고, 따라서 책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었다.”라 술회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최고의 책이라 꼽는 조지 오웰의 <1984>나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로맹 롤랑의 <베토벤의 생애> 등만 보더라도 유년시절의 지적 사유나 책을 통한 인생의 좌표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민음사는 비룡소, 황금가지, 세미콜론, 민음인, 사이언스 북스 등 많은 임프린트를 거느리고 있다. 정확하게는 친족 경영이라 할만한데, 다양한 영역에서 그들이 원하는 출판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늘 부러워하는 부분은, 편집자와 저자와의 만남이다. 뗄래야 뗄 수 없는, 톰과 제리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편집자는 수많은 저자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으며, 저자 또한 편집자를 통해 독자와의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박맹호 회장이 책에서 밝히는 낯익은 이름들에 감회가 새로웠다. 4K로 불리던 김현, 김치수, 김주연, 김병익과의 인연, 이문열을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과의 만남, 1980년대 정권의 탄압으로 폐업 위기에까지 몰렸던 ‘수요회’ 활동,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으로서의 당시 상황 등 어찌 보면 한국 현대사와의 아픔과 희망이 교차했던 사건과 인물들로 가득하다.

 

물론 민음사의 공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산문집 ‘나는 잘 웃지 않는 소년이었다’를 낸 작가 김도언 님은 ‘지금 작가들은 어떤가. 문단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문학 메이저 출판사 ‘빅4’(창작과비평사,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민음사)의 관리 체제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안다.’라고 말한다.

 

출판 업계도 갈수록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시장 논리에 내몰리면서 빈익빈 부익부의 폐해가 눈에 띈다. 거기에 동네책방의 몰락과 대형서점의 횡포, 인터넷 서점의 제살 깎기 경쟁 등 수많은 난제가 산재해 있다. 이런 속에서 민음사의 뚜렷한 상생 혹은 사회적 책임활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출판사한테 사회적 책임활동을 하라면 그게 어불성설일지도... 당장 생존이 급선무인 곳이 대부분이므로)

 

지금 현재도 ‘종이 책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에 대한민국의 출판시장은 어떻게 변모할까? 앞으로 종이 책은 점점 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가면서 하나의 예술 매체로 생명력을 유지하고, 앱과 웹의 획기적인 진화를 통한 e-publishing이 대중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문학 메이저 출판사(열린책들이나 자음과 모음까지 포함해서)들은 오로지 책을 ‘진심으로 짓고’, 다변화되는 트렌드에 부응하되 ‘시대의 소명의식을 잃지 않는’ 온전한 출판을 해야 할 것이다. 점점 독자들은 냉정하고, 까다롭고, 변덕스럽다. 독자의 마음을 남보다 일찍 간파했던 박맹호 회장의 선견지명이 언제까지 유효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책쟁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t******2 2013.01.02. 신고 공감 8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큰 성취를 이룬 훌륭한 인물을 만나다
"큰 성취를 이룬 훌륭한 인물을 만나다" 내용보기
사랑에도 수 많은 종류가 있듯, 책 사랑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여기 책 사랑의 아름다운 삶을 산 성취지향적인 인물의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가 있다. 민음사 대표 박맹호의 80년 출판 인생 이야기가...    만일 그가 출판인의 길을 걷지 않고, 저자의 길을 갔거나 더 불운하게 사업가의 길을 걸었더라면 우리나라 출판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보니, 오싹
"큰 성취를 이룬 훌륭한 인물을 만나다" 내용보기

사랑에도 수 많은 종류가 있듯, 책 사랑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여기 책 사랑의 아름다운 삶을 산 성취지향적인 인물의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가 있다. 민음사 대표 박맹호의 80년 출판 인생 이야기가... 

 

만일 그가 출판인의 길을 걷지 않고, 저자의 길을 갔거나 더 불운하게 사업가의 길을 걸었더라면 우리나라 출판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만약에...라는 생각을 해보니, 오싹하는 기분이 든다.

 

젊어서 한 때 '대망'을 읽고, 나의 좌우명을 '인내'로 삼기까지 했다. 아니, 그것은 여전히 내 인생길의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다. 때 이른 성공보다는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성취의 길을 걷고 싶다.

 

온갖 발빠른 성공들이 부러움이 사는 오늘날, 우리는 진정한 성공의 의미가 무엇이고, 그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모든 '성취인' (성취한 사람들)을 인정한다. 나이, 성취 결과, 사회에 끼진 영향을 따지지 않고, 그 성취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려고 한다. 하지만 무리하게 성공인(성공한 사람)들은 그들이 아무리 크고 높은 성공을 일궜다고 해도 인정하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을 이룬 사람들에게서는 인생에서 향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성공을 위해 악착같이 노력한 사람들에게는 적의의 눈빛을 보낸다.

 

예를 들어, 아무리 거대한 기업의 총수일지라도 그리고 그가 사회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더라고 하더라고 한 사람의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자라면 절대 훌륭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남들이 보내는 존경은커녕 혹독하게 비판하고 비난할 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분야에서건 자신의 성취를 위해 올바르게 살아간 모든 사람들을 인정하고 또 평생에 걸쳐 그렇게 살았다면 존경을 표하려 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아름다운 인간이기 때문이다. 일생에 걸쳐 그렇게 살았다면, 그는 분명 위대한 일을 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인물들의 면면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功)을 지나치게 다툰 사람들이다. 열심히 노력하여 남들에 앞서 높은 지위나 권력을 얻었지만 온갖 편법과 부정을 통해서 무리하게 차지한 업적(業積)에 지나지 않는다. 도덕을 무시하고 양심을 팔며 자신의 공을 위해서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얻은 (남들이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진짜 성공이 아닌) 가짜 성공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온갖 특혜를 누리고 남들의 공을 가로챈 비열한 성공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검증대에 서게 되면 구린내가 진동할 뿐이다. 그런 성공한 인간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하지만 뚜렷한 가치관과 주관을 갖고 공과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사람은 많은 것을 성취해내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고, 남들을 이용하거나, 지위나 권한을 남용하지도 않고, 남들을 핍박하거나 억누르는 등의 비열한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인생길에는 향기가 난다. 진정 아름다운 성취(成就)라고 할 수 있다. 인구에 회자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인물들이  얼마나 적은가는 그런 인생이 쉽지 않다는 것의 증명이기도 하다.

 

나는 성공은 지향하지 않는다. 성취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성공은 공(功)을 다투는 일이다. 개념상 남들과 경쟁해서 이기고 빼앗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내어야만 남들보다 앞서고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이런 인간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니 사회가 혼탁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성취는 자신만의 목표를 정해 그것을 하나하나 이뤄내는 것이다. 그것은 남들과의 경쟁이라기보다 끊임없는 자기와의 경쟁인 것이다. 얻은 결과보다는 그것을 이루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어쩌면 권모술수나 편법을 이용해 얻는 성공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게다. 어제의 바 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위해 갈고닦지 않으면 안 되깐 말이다. 일시적으로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결코 자기를 속일 수는 없는 법. 올바르고 정정당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결코 자기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성취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것이다. 자신만을 위한 성취이냐, 아니면 타인 나아가 사회를 위한 성취이냐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한 개인에게 있어 모든 일이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사회라는 보다 큰 관점에서 볼 때는 의미가 퇴색되고 오히려 사회에 악영항을 끼칠 수도 있다. 개인의 발전과 성장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했을 때 진정 의미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고 함께 행복한 사회을 만드는데 공헌했을 때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개인은 물론 사회를 위해 크게 성취해 낸 사람들에게 우리는 존경을 품게 될 것이다. 또한 감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성공과 성취의 개념에서 감히 인간 박맹호를 평가해 볼 때 나는 그는 위대한 인생을 살아낸 훌륭한 인물이라고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그 분의 선친은 어쩌면 성공지향적인 분이셨던 반면 박맹호는 성취지향적인 인물이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사업을 일구고 정치에 도전을 하셨던 부친에 비해 자기 성품에 맞는 일을 찾아 출판 인생의 길을 평생 걸으며 수 많은 책을 펴내는 크나큰 성취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어찌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수많은 쟁장애와 어려움을 견뎌내고 고심하고 노력하면서 출판인의 인생을 경영하여 마침내 타인도 인정하는 진정한 성공도 일궈낸 것이다. 아름답지 않은가!

 

평범한 하나의 인간으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아내를 평생 사랑하며 사셨다는 점이다. 평생 한 길을 걷는 것도 어렵지만, 한 사람의 아내를 평생 사랑하는 일은 그에 못지 않게 어려운 일이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며, 어디를 가나 늘 아내와 함께 하는 것은 가정을 올바르게 경영했다는 것이다. 수신에 더하여 제가한 것이다.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는 한 사람으로서 평생 충실하고 아름다운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성취이지만 이른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개인적이 성취에서 모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정이 가장 중요한 사회의 기본 단위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이런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면 이는 아름다운 사회 구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때이른 성공에 열광한다. 그것도 경제적인 성공에 환호한다. 모두가 이런 성공을 부러워하고 또 꾀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빠른 성공이 일생에 걸친, 인생 성취를 보장하지는 못 한다. 그런데도 다들 성취 인생의 경영보다는 벼락부자가 되는 빠르고 이른 성공 인생을 원한다. 그래서 타인, 사회를 위한 성취에 눈을 돌리지 못한다. 의미있고 보람있는 가치있는 인생은 백안시 한다. 다들 경제적 성공에 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경제적 성공 지향적인 사회에게 한 길 출판 인생 경영은 얼마나 돋보이는 일인가.

 

나는 박맹호 회장님을 한번이라도 뵙고 싶다.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품고, 그저 만나뵙고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너무 늦지 않게 한번 만나뵈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고서점을 경영하셨던 고 공진석 선생님을 너무 늦게 알게 되어 아쉬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남들은 어찌 볼지 모르지만, 나의 성공 개념에 의하면 그 분 또한 참으로 많은 성취를 이룬 분이기 때문이다. 고서점을 운영하면서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고서점을 잘 운영할까를 고심하며 사셨던 것이다. 단순히 생업을 위해 책만 판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좋은 길을 안내하고 싶어 자체적으로 소책자를 발행하여 배포하기도 하셨고, 일하는 틈틈이 아름다운 글을 쓰시면 사셨던 것이다. 고서를 좋아하실 분들을 위해 참고삼아 소개하고자 한다.

 

옛책, 그 언저리에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그렇게 멋진 인생을 사셨던 분이지만, 후회하는 점도 있으셨고, 또 큰 역경에 처했던 적도 있으시다. 반면 대게 사람들은 가지 않은 길을 선망하며 때로는 후회를 하는데, 박맹호 회장은 샛길로 빠지지 않고 오로지 한길을 걸어오셨다. 추측컨데, 아마도 다시 산다고 해도 출판인의 길을 걸으실 것 같다.

 

만일이라는 질문을 던져 보자. 만일 선친의 뜻에 따라 가업을 잇고 혹은 정치 인생의 길을 걸으셨다면 오늘날과 같은 큰 성취를 이뤄내셨을까?  아마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적성에 가장 잘 맞는 출판이라는 길을 택했기 때문에 큰 성취를 했지, 다른 분야에서라면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셨을 것이리라.

 

글 재주도 상당하셨는데, 불운하게도(?) 소설 자유풍속이 대상이 되어 작가의 길을 걸게 되었으면 또 어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렇게 훌륭한 작가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나는 이 분의 인생을 읽으면서, 평범한 진리를 확인했다.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일을 찾아, 그 일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성공 인생 나아가 행복 인생의 초석임을 믿는다.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점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저마다의 소질과 적정에 맞는 일을 찾아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야 성취를 해낼 수 있고, 그런 성취를 통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교육의 목표를 확 바꿔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대통령상은 경제를 살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깊은 사상과 철학이 있는 지혜로운 인물이다. 지금 세계가 경제, 경제만을 외치고 있는데,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해도 그게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평범함 속에서 가치있는 분야에서 위대한 성취를 이뤄낸 박맹호 회장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깊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 책은 한 평생 출판 인생의 길을 걸어온 성공한 출판인의 인생 회고이다. 자신의 출판 인생 뿐만 아니라 한국 출판계의 역사를 아울러 살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책이다. 이 책의 광고를 보고 바로 리스트에 집어넣었으나 바로 살 수 없어 애석했었다. 주머니 사정으로 좀 뒤늦게 사서 읽게 되었다. 또한 이런 좋은 책에 리뷰가 딸랑 한편이 달려있어 안타까워서 얼른 읽고 리뷰를 올리고 싶은 마음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빠르게 읽었다. 정말 잠시의 틈새시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책을 읽어나갔다. 고이 보관하고자 글자 한자 적지 않고 밑줄 한줄도 치지 않아, 새책과 다름없다.

 

나는 이 책을 소설책보다도 더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책은 여는 순간, 강한 거부감이 먼저 생겼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책의 발문이 내가 읽지 않는 저자의 글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과 저자의 인생을 따로 떼어놓고 평가를 해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지만, 작가 이문열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었는데 그의 추천사(드리는 글)로 첫부분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창피한 - 익히 잘 알려진 작가를 모른다는 점에서 - 일이지만, 나는 그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바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잠사나마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다른 분의 추천사가 그런 마음을 일소해 주었다. 다행이었다.

 

책의 혹은 독서의 세계에서 나는 잃어버린 징검다리가 많다. 어려서는 매우 책을 좋아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대학교를 지나 사회 생활을 하고 37살까지는, 비록 늘 취미란에 독서와 바둑을 적었지만,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아니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문학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 오랜 시간 동안에 책, 문학 그리고 출판 쪽에 대해서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떤 책들이 인기를 끌었고, 출판계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잘 모른다. 37살이 되어서부터 지금까지 책을 가까이 해 왔지만 여전히 20년이라는 시간은 빈공간으로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이후에 책을 가까이 하면서 나름대로의 독서관을 갖게 되었지만 우리 나라 출판계의 흐름은 과문하다. 왜 이문열 등의 작가에게 반감을 갖게 되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깨어있는 의식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다보니 어느 정도 세상에 대한 안목을 갖추게 되었는데 몇몇 작가들은 내게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보수적인 것이 아니라 몰상식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우익꼴통들이 눈에 띄게 되었다. 그들의 사상을 깊이 살펴볼 것 같으면 성공지향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시대 정신은 도외시 하고 민중을 외면한 채 정치 권력에 아부하는 편협한 인물로 비취는 것이었다.

 

한 때 열렬한 진보, 개혁주의자가 극렬한 보수주의자 혹은 권력지향적인 보수적인 인물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싶었다. 어떻게 저런 사고와 철학을 가졌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런 인물들은 아무리 문학적 성공이 크다해도 나는 읽지 않는 저자로 제쳐놓고 있다. 또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어찌어찌 영향력있는 인물이 되었지만 깊이 있는 철학이 없을 때 나는 그들을 경멸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런데 나는 며칠 전에 읽은 장정일의 책에서 그도 그런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만의 편협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김**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는게 아닌가.

 

만일 내가 20여년간 부독서 공백기간이 없었다면, 나는 그들의 책을 어쩌면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참 다행이다, 싶다. 이는 또한 내 독서 인생이 일천하다는 고백이기도 하니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한 일이다.

 

나의 이 부독서의 기간, 그리고 그 이전의 독서, 출판 세계를 들춰내보여주기에 이 책은 나에게는 소설책처럼 재미있었고, 물속에 잠겨있던 징검다리가 하나씩 하나씩 솟아오르는 그래서 과거속으로 되걸어 들어가보고 거기서부터 다시 오늘로 되돌아오는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다시 책을 만든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잘 확인해볼 수 있었다. 박맹호가 출판인의 길을 들어서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어쩌면 필연이 아니었까, 하고 생각케 한다. 조금 내성적이었던 그가 책을 읽으면서 젊은 시절을 견뎌내고 출판인의 길을 걷게 된 준비를 한 대목에서는 역시 하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과는 세월의 격차가 크지만, 그리고 살아온 인생이 많이 다르지만, 그 분이 읽고 감명을 받았던 책이 몇 권은 같았다는데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세대 차이를 책을 통해서 메울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역시 책은 아름다운 소통의 매개체인 것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외롭고 어려운 환경하에서 그를 지켜준 것은 책이었다. 어린 시절을 책과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한 삶인지도 모른다. 중.고교 시절 서울 원효로로 전학하여 학교를 다니면 책과 가까이 지냈다. 책과 음악이 유일한 친구였다고 한다. 책 속에서 인생의 좌표를 찾아나갔던 것이다. 원효로 양산박 시절의 책들 편에서 그 시절 읽은 책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하나를 거론해 보면, 삼국지에서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서양문학에 심취하는 한편 동양 문학을 두루 읽었다.

 

"서양 문학에서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동양 작품에서는 삶의 방법을 배웠다. 경복중학교 시절 '임꺽정'과 '수호지' 그리고 '삼국지'에 푹 빠져 살았다." -20p

 

나도 삼국지에 관한 아름답고 씁쓸한 추억이 있는데, 박맹호 회장도 삼국지를 읽고 많이 감동한 듯 싶었다.

 

"삼국지는 박태원이 번역하다가 다 끝내지 못하고 월북해서 나중에 외솔 최현배의 큰아들인 최영해 정음사 사장 이름으로 나왔다. '삼국지'는, 내 생각에는 역사 소설이라기보다 '인간학'에 가깝다. 삶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이 때 읽은 후 내 인생에서 늘 교과서처럼 존재하며 철학과 행동 양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면서, 난관에 부닥쳤을 때 옛 선이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 21p

 

그리고 전에도 언급했지만 카네기 인간 관계론도 언급되어 있다. 나도 그 책을 읽고 이런 좋은 책을 읽지 못하고 죽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는가, 할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책에 대해 길게 소개하고 있다. 작지만 넓게 공감된 부분들이다. 책의 힘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 이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내 삶의 철학을 이루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어린 시절의 독서는 정말 중요하다. 독서야말로 인격 형성의 기초 공장 역할을 한다. 똑 같은 책이라도 어려서 읽을 때 다르고 청년, 중년, 노년에 읽을 때 다른데, 이것이 책의 고유한 능력일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따라서 내가 읽은 책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었다." - 22p

 

양념삼아 이야기 해보자면,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삼국지를 처음 읽었다. 남의 동네에서 훔쳐온 만화책을 같은 반 친구에서 빌려줬는데 잃어버렸다고 해서, 매일 그 친구를 못살게 굴어 대신 얻은 책이 삼국지 1, 2권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나는 후속편을 읽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 중학교에선가 고등학교에서 정비석의 삼국지를 읽었는데,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모른다. 그 때가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삼국지를 읽고 그 이후 한번 더 읽었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나 아쉽다. 일기를 기록해 두었다면, 독후감을 쓰는 습관을 들여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지금도 아쉽게만 생각이 된다.

 

삼국지에 얽힌 비화

이 책에는 민음사가 발굴한 유명한 작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해서 출판하게 되었고,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대목을 읽는 것은 내게는 책의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를 한개 두개 놓는 일이 된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몇몇 분들만 거론해 보면,,

 

시인 고은, 문학평론가 김현, 소설가 이문열, 장정일 작가 등등.

 

이 책을 통해 한국 출판.문학 발전사의 한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이점은 내게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책들이 참 많은데, 이 책 속의 책을 전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시간이 여유 있다면 언제가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 은퇴하여 심심파적으로 해보아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개인적인 성공을 이루 이야기만도 흥미롭다. 한길을 외길로 줄기차게 걸으면서 성취의 길을 걷는다. 그더다보니 세상적인 성공을 이루게 된다.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책을 많이 펴내게 되었다. 이런 일은 개인에게는 도전하고 꿈을 이루는 성취의 길이다. 그 가운데 고뇌와 번민도 있으리라. 그러나 시도하고 부딪혀 성취하게 되었고 베스트를 셀러를 만들어내는 성공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기본은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도전의 길 곧 성취의 길이었다.

 

그의 인생이 가치가 있었던 것은, 자연스러운 발로였지만 자신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해 나갔던 것이다. 출판의 발전과 독서문화의 보급을 위해 단체의 장을 맡아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훌륭한 점이 바로 꾸준하게 성취의 길을 걸어온 결과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아서 협회 등을 일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성공욕에서 자신이 공을 도모한 것이 아니라 주의의 추대와 또 헌신, 봉사하기로 맡아서 책임감을 갖고 일을 잘 맡아서 처리해냈던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진정한 성취, 그리고 진정한 성공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쯤에서 사족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다음, 참 멋진 리뷰를 써보고 싶었다. 욕심이 있는 곳에 화가 있다고 했나, 책을 읽고 난 직후에는 책에 대한 자세한 그림이 그려졌었는데, 한 두주 지나다 보니 그 그림이 희미해졌다. 박맹호 회장이 믿음사에서 이룬 성취를 잘 요약할 수 있었는데, 벌써 지금 기억이 매우 흐려졌다. 믿음사에서 펴낸 시리즈물을 잘 요약해서 기록해 두고 싶었다. 다음으로 기약해야할 것 같다. 역시 머리보다는 기록이 훌륭하다 할 수 있다.

 

개인적 성취를 이룬다음 자연스럽게 협회의 일을 할 즈음에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다. 회장에 선출되고 일을 열심히 하실 때 큰 수술을 하게 되었으나 잘 회복하시어 무사히 잘 처리를 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성취에 머물지 않고 단체와 사회와 위해 헌신한 삶이 진정 가치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아름다운 인생을 경영한 훌륭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 분께서 출판 인생의 길을 걷으신 게 우리에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한 사람의 인생이 개인적 성취에 머물지 않고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책이라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아름답고 풍요롭게 이끌어 줄 수 있는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케 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찬사를 바치고 싶다. 일생을 귀감되게 사신 인간으로서 흠모하고, 큰 성취를 이뤄낸 출판인으로서 존경하고, 사회에 아름다운 영향을 끼친 기업가로서 찬양하고 싶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내의 전화가 와 서둘러 독후감을 마무리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앞서 읽지 않는 저자가 있다고 했다. 내가 그 범주에 포함시키려 했던 작가 한분이 있는데, 나름대로 그 삶을 깊이 들여다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되어 전작까지 하며 즐겁게 책으로나마 만나고 있는데, 위에 언급한 분도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의하면 이 세상 누구도 비판할 수는 없다. 그의 세계가 비록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도 그의 삶은 자신에게는 참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허물이 클까 두렵다.

 

나도 그분을 본받아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떳떳한 인생을 경영해나가고 싶다. 내 나이 80이 되거나 그 이후에라도 이런 훌륭한 자서전을 쓸 수 있도록 가치있는 인생을 경영하고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아름다운 삶을 영위해나가고 싶다.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13. 2. 2.

19;14

 

 

아름다운 인생의 경영한 분께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는

고서 김선욱

 

* 덧글) 이 책을 읽고, 다른 출판인은 어떤 삶을 영위하였는지 살펴보기 위해 책의 길 나의 길을 읽게 되었다.

 



s******n 2013.02.02.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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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맹호 | 자서전 | 책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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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에 있는 텍스트의 전부다. 이 네 단어가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박맹호 회장 본인의 분신과도 같은 민음사, 그리고 박맹호 본인의 자서전, 마지막으로 책과 함께해온 지난 인생의 여정까지. 박맹호 회장은 어렸을 적 부터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런 박맹호 회장의 자서전에 다른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는 건, 평생 스스로의 교만과 자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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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에 있는 텍스트의 전부다. 이 네 단어가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박맹호 회장 본인의 분신과도 같은 민음사, 그리고 박맹호 본인의 자서전, 마지막으로 과 함께해온 지난 인생의 여정까지. 박맹호 회장은 어렸을 적 부터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조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그런 박맹호 회장의 자서전에 다른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는 건, 평생 스스로의 교만과 자랑을 경계했을 그의 인생에 디룩디룩 살을 덧 찌우는 것에 지나지 않겠다.


1966년 첫 번째 책 『요가』의 출간을 시작으로 박맹호 회장과 민음사는 지금까지 5,000종이 넘는 양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 출판 역사의 산 증인이자 출판 역사와 함께 해온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 시인선'과 '오늘의 시인 총서'를 출간해 국내 출판계에 시집 출판 붐을 일으켰다. 그가 편집한 국판 30절의 시집은 오늘 날 시집의 표준 판형이 되었을 만큼 당시로는 획기적인 장정이었다. 또 시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김수영 문학상을 처음 만들었고 한수산, 이문열, 최승호 같은 대형 신인을 발굴해 낸 '오늘의 작가상' 또한 만들었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당시의 문학작가들이 이제는 우리나라 문학계의 중심을 잡아주는 큰 어른으로 성장했다.


박맹호, 그는 오늘 보다 내일을 볼 줄 아는 출판인이었다. 그는 출판을 시작할 때부터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적, 시중에 나온 책을 보고 본인이 더 책을 잘 만들 것 같았다는 고백도 나온다. 그의 이런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 최초의 북 디자이너 정병규를 발굴해 냈다. 또한 그 당시만 해도 출판사의 편집 주간은 보통 문학 작가나 언론 기자를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그는 민음사 편집부 직원이었던 이영준을 편집 주간으로 발탁해 편집자가 출판을 주도하는 '전문 편집자 시대'를 열었다. 현 민음사 대표인 장은수 대표도 민음사 편집부 막내로 일을 시작했다. 박맹호 회장은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신문에 실릴 책 광고를 직접 검토했다. 아침마다 4대 일간지를 정독하며 세상의 흐름을 읽었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스마트폰을 사 공부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그의 출판 인생에 있어 인상적인 부분은 (내가 평가하기에는 너무도 높은 분이지만) 편집자의 역할, 출판사가 짊어져야 할 사명과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봤다는 점이다. 사람의 그릇을 짐작할 때 그 사람이 꾸는 꿈을 통해서도 그 그릇을 엿볼 수 있다. 박맹호 회장은 민음사가 종합 대학만큼의 지적 영향력을 갖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대우 그룹과 함께 '대우학술 총서'의 출간을 진행했다. 뻔히 손해가 날 줄 알면서도 400권이 넘는 총서를 출간했다. 이밖에도 '이데아 총서', '일본의 현대 지성', '현대 사상의 모험' 등의 총서를 출간했는데, 모두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같은 국내 기초 학문의 뿌리가 되어준 책들이었다. 모든 책에 그와 민음사의 땀과 노력이 담겼다.


책의 세상은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조금 별난 세상이다. 내가 몸 담고 있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익만을 쫒는 사람들이 아니다. 책의 기준, 가치를 판매부수와 매출액에만 두지 않는다. 어떤 책은 적자가 날 것이 예상되면서도 정성껏 만든다. 그렇게 출간된 책은 한 해 300권이 채 나가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이 한 권 한 권 쌓여 하나의 총서로, 한 작가의 전집으로 세상에 나왔을 때 출판인들은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낀다. 한 시대의 지식을, 한 작가의 인생을 세상에 남겼다는 마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책의 원고를 오늘도 보고 또 보고 있는 것이다.


책은 자서전답게 책에 대한 그의 사색과 사유뿐만 아니라 소소한 인생의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한다. 대학생 시절, 《한국일보》에서 주최한 제1회 신춘문예에 그는 <자유 풍속>이란 풍자 소설을 냈다. 1등으로 당선됐으나 당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풍자한 소설은 당선이 취소되고 만다. 이 이야기는 청춘 박맹호를 엿볼 수 있는 일화 중 하나였다. 평생지기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고은 시인과의 미담은 책 곳곳에 등장한다. 간 이식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아무도 면회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고은 시인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버선발로 뛰어와 그를 간호했다. 이외에도 문학과 지성의 4K로 불렸던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 김현과의 이야기, 정병규 디자이너와의 만남, 출판 세상의 변화를 가져온 금요회와 수요회, 그리고 직접 출마한 출판 협회 회장 선거와 회장 당선 후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을 준비하던 에피소드들은 그가 출판인으로서 참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살아왔구나 하는 존경심을 넘어 약간의 부러움마저 들게 한다.


지난번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책을 볼 때도 그랬는데, 이렇게 책과 함께한 인생을 살아온 분들의 삶이 참 부럽다. 북에디터란 사이트가 있다. 편집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같은 곳인데 그 사이트의 자유 게시판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편집자로서 자신의 처지를 비난하다 못해 자학 자조의 단계에 이른, 자조섞인 글들을 보다보면 내 미래도 그들처럼 암울해질 것 같았다. 김언호 대표나 박맹호 회장처럼 자서전까지 낸 사람들은 출판 세상에서 극히 드문, 성공한 소수에 불과할 지 모른다. 어쩌면 북에디터에 글을 올린 편집자들의 모습이 출판 세상을 견디는 편집자의 현실일 수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으며 인생의 행복은 남과 비교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누가 더 빨리 산티아고에 도착했는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자의 페이스대로, 짊어진 배낭의 무게만큼 체력을 안배해 걸을 뿐이다. 산티아고를 향한 1,000km의 기나긴 여정에 1등과 꼴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티아고에 도착한 모두가 1등이었고 각자의 인생의 승리자였다. 성공한 출판인들의 자서전과 푸념글 가득한 북에디터의 게시글이 내 모습이 되지 않도록, 내게 주어진 인생만 보고 나아갈 것이다. 고된 순례 길을 걸었던 것처럼 어려운 출판 현실에 낙담하고 좌절하기보단, 목표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되고 힘들었던 순례 길이었지만 길을 걷는 하루 하루 속에 행복이 숨어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 길을 같이 걸은 순례자들과 마신 와인 한 잔이, 너넉하게 구워 먹은 삼겹살이, 순례 길을 걸으며 마주한 자연이 주었던 행복처럼 인생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 과정 속에 숨은 행복을 느끼고 싶다.


YES마니아 : 로얄 k********4 2015.05.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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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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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내가 공부한 교과서는 따로 있었다. 창작과비평사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세 곳에서 발행하는 책들이 실질적인 교과서였다. 세 출판사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랐고 시대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러나 세 출판사 전체를 놓고 보면 조화를 이루며 완전함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어느 한 출판사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기보다는 골고루 섭취했다. 시대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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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내가 공부한 교과서는 따로 있었다. 창작과비평사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세 곳에서 발행하는 책들이 실질적인 교과서였다. 세 출판사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랐고 시대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랐다. 그러나 세 출판사 전체를 놓고 보면 조화를 이루며 완전함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어느 한 출판사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기보다는 골고루 섭취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창작과비평사 책을 가장 많이 보았지만 문학과지성사와 민음사 책들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참으로 행복한 시절이었다.


박맹호 선생이 만든 민음사 책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저절로 내 독서 경향이 된다. 1973년에 첫 선을 보인 ‘세계 시인선’을 통해 세계의 시를 만났다. 랭보․보들레르․말라르메․타고르 같은 시인의 시는 물론 『죽음의 배』(1977년)를 통해 D. H. 로렌스가 뛰어난 시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1974년에 선보인 ‘오늘의 시인 총서’를 통해 우리 나라 시의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특히 곽재구의『전장포 아리랑』(1985년)과 안도현의 『서울로 가는 全琫準』(1985년)은 가장 아끼는 시집이었다. 1977년에 발간하기 시작한 ‘이데아 총서’는 내가 문학의 범위를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쟝 그르니에의 『섬』(1980년),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1979년),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1990년)은 의식의 지평을 넓힌 책들이다. 바슐라르와의 만남은 너무 깊은 영향을 미쳐 내가 나중에 대학원 석사논문을 쓸 때 바슐라르의 방법론을 원용해서 이상화 시를 분석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1977년부터 시작한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들은 소설의 재미를 담뿍 안겨줬다. 한수산의『浮草』(1977년),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 강』(1978년), 이문열의『사람의 아들』(1979년)로 이어지는 수상작들은 수상 작가들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했다. 특히 이문열은, 지금은 그의 작품을 전혀 읽지 않지만, 작품이 나올 때마다 열광했다. 제1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나온 강석경의 『숲속의 방』(1986년)은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지금도 주인공 이름이며 내용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8년)은 저자의 작품이란 작품은 다 찾아보게 했으며 프라하를 꿈꾸게 했다. 1998년에 시작한 ‘세계 문학 전집’은 지금도 간간히 구입해서 들춰보는데 고등학생인 딸도 선호하는 시리즈이다.

 

내가 교과서라고 생각하며 읽은 책들을 펴낸 박맹호 선생은 내가 다닌 대학의 교과서 발행인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40대 후반이 된 지금도 나는 민음사에서 내는 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전히 박맹호 선생은 여든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역으로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데서 늘 즐거움을 찾던 버릇대로 지금도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반 발자국 앞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다음과 같은 말은 출판 불황이 깊어가는 지금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출판은 어떤 어려움도 책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 출판 인생을 돌이켜보면,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들은 더 책을 찾았다. 책은 위기를 맞은 인간에게 가장 값싸면서도 가장 유익한 재생의 도구요, 즐거움의 원천이다. 역사의 새로운 국면에서는 대중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책이 필요했다.(214쪽)


확실히 박맹호 선생은 우리의 출판 역사를 새로 쓴 어른이 분명하다. 아무리 칭송해도 아깝지 않다. 다만 자신의 업적을 대놓고 자랑하는 것은 낯 뜨겁다. 또한 선생이 우리의 출판 역사에 좋은 흐름만 남겨 놓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자서전에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인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 빠져 있다. 가장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책을 공공재로 보는 시각의 불구성이다. 아시다시피 책은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 문화상품이다.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 공공재인 것이다. 그런데 박맹호 선생은 자신에게 이로울 때는 책을 공공재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상품으로 취급한다. 민음사와 계열사의 경영을 가족들로 채우고 있는데 출판에 뜻이 없는 아들과 며느리에게까지 맡기고 있다. 자신이 일군 출판사를 가업으로 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다만 사회의 혜택 속에 성장한 주식회사를 아무런 성찰 없이 가족들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은 공공재에 대한 시각이 건강하지 못함을 말한다. 선생과 함께한 ‘수요회’ 몇 사람들도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선생은 책을 헐값에 팔아넘겨 건강한 출판유통을 흐리기까지 했다. 도서정가제가 출판계 화두로 떠오른 지금도 선생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경우이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3.03.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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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술·족벌’ 빼고는 이야기가 없을까 (책, 박맹호 자서전)
"‘서울대·술·족벌’ 빼고는 이야기가 없을까 (책, 박맹호 자서전)" 내용보기
책읽기 삶읽기 267‘서울대·술·족벌’ 빼고는 이야기가 없을까― 책, 박맹호 자서전 박맹호 글 민음사 펴냄, 2012.12.7. 18000원  민음사라는 출판사를 연 박맹호 님이 쓴 《책, 박맹호 자서전》(민음사,2012)을 읽었습니다. 출판사를 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곁님이 얼마나 알뜰히 살림을 도와서 출판사를 버틸 수 있었으며, 첫 책을 내고 새로운 책을 꾸준히 내는 동안 둘레에서 얼
"‘서울대·술·족벌’ 빼고는 이야기가 없을까 (책, 박맹호 자서전)" 내용보기

책읽기 삶읽기 267



‘서울대·술·족벌’ 빼고는 이야기가 없을까

― 책, 박맹호 자서전

 박맹호 글

 민음사 펴냄, 2012.12.7. 18000원



  민음사라는 출판사를 연 박맹호 님이 쓴 《책, 박맹호 자서전》(민음사,2012)을 읽었습니다. 출판사를 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곁님이 얼마나 알뜰히 살림을 도와서 출판사를 버틸 수 있었으며, 첫 책을 내고 새로운 책을 꾸준히 내는 동안 둘레에서 얼마나 따스히 돕는 손길이 있었는가를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비룡소’가 성장해 감에 따라 이제 비룡소라는 보은의 작은 마을은 전국 단위 혹은 글로벌 차원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셈이다. (7쪽)


후일 출판사 이름을 ‘백성의 소리’라는 뜻의 ‘민음사’로 지은 것도 《수호지》의 영향이 컸다. (21쪽)



  《책》을 읽으면서 ‘비룡소’라고 하는 이름을 어린이책 출판사 이름으로 붙인 까닭도 헤아려 봅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못이었다고 하니 ‘비룡못’이었을까요. 《책》이라고 하는 책은 ‘책’ 만드는 일을 하던 한 사람이 걸어온 발자국을 보여준다고 할 만할 텐데, 다른 분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그리 재미나게 읽지는 못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책을 짓는 보람’이나 ‘책에 깃든 이야기’보다는 ‘책을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 같은 이야기가 이 《책》을 거의 다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요가》로 얼마간 모아 놓은 돈까지 모두 날려 버렸다. 다시 신동문의 소개로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다는 5권짜리 《서유기》를 무단으로 번역해 출간했지만 그것마저 나가지 않았다. (62쪽)


좋은 책은 언젠가 독자들이 알아줄 것이고 반드시 팔리게 마련이라는 소극적 사고방식으로는 격류를 헤쳐 나갈 수 없었다. 좋은 책을 출판하는 것은 훌륭한 출판사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그 책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충분조건을 채우지 않으면 출판사는 좋은 책을 출판하고도 오히려 쇠퇴하기 쉽다. (119쪽)



  박맹호 님은 ‘좋은 책 내기’보다는 ‘책을 널리 팔기’에 더 무게를 둡니다. 아무래도 이런 생각으로 그동안 ‘책 짓기’ 아닌 ‘책 만들기’를 한 터라, ‘엄청난 선인세’를 내놓는 다툼을 벌이기까지 하고 말았을 테지요. 바깥으로 알려지기는 ‘엄청난 선인세’ 몇 가지일 터이나, ‘엄청나지 않아도 대단한 선인세’를 치르고서 ‘선인세 값을 거두어들이려’고 광고를 얼마나 많이 해야 했을까요.



그때 민음사에 들어와서 나를 경영 면에서 돕고 있던 장남 근섭이 대표를 맡아서 두 해 동안 운영했는데, 전문가들의 평은 좋았으나 시장에서 독자를 설득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고급 아동 도서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209쪽)


근섭은 민음사의 현대화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황금가지를 맡아 몇 해 동안 계속해서 밀리언셀러를 쏟아내 민음사 출판 그룹의 재정을 탄탄하게 받쳐 주었다. (213쪽)


사이언스북스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한 막내 상준이 맡아서 의욕적으로 일들을 벌여 나가고 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민음사 총괄 사장으로 임명되어 민음사 사업도 함께 돌보고 있다. (221쪽)



  박맹호 님은 이녁 아이들한테 출판사를 ‘물려주었다’는 이야기를 《책》 곳곳에 적습니다. 그리고 박맹호 님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대목을 너무 자주 되풀이해서 밝힙니다. 더욱이 ‘서울대 불문과’가 아닌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라고 따로 ‘문리대’라는 이름을 더 넣어서 이녁 학력을 적어요.


  《책》이라고 하는 책은 ‘어떤 책을 만든 발자국’을 적바림했다고 할 만할까요. 이 책은 앞으로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물려줄 만하다고 할 만할까요.


  책 한 권을 알뜰히 사랑하면서 독자와 만나는 이야기는 《책》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책 한 권을 가슴으로 사랑하면서 작가와 어울리는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기 어렵습니다. 이름난 몇몇 작가나 정치인하고 어울리던 술자리 이야기는 《책》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둘러싼 인맥과 학맥 이야기는 《책》에서 퍽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내놓은 책으로 목록을 꾸며도 낱권책 하나가 나올 만큼 되는데,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걸어온 길에서 ‘책’을 말하는 일이란, ‘회장’이라는 이름과 ‘출판 재벌’이 되고팠던 마음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았네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책을 둘러싼 이야기는 그야말로 아주 많고 넘칠 텐데요. 2016.8.2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h*******e 2016.08.29.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