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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는 ‘우리’가 되어 시인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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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책을 읽고서 리뷰를 남기는 것과는 별개로 시집을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어떻게라도 후기를 남겨야 비로소 읽은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여간해서는 그러질 않는데 시집만은 예외로 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시와 친해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이다. 때론 책장에 늘어만 가는 시집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간혹 한,두 권에 대해서는 리뷰를 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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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책을 읽고서 리뷰를 남기는 것과는 별개로 시집을 꾸준히 구매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어떻게라도 후기를 남겨야 비로소 읽은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여간해서는 그러질 않는데 시집만은 예외로 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시와 친해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서이다. 때론 책장에 늘어만 가는 시집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간혹 한,두 권에 대해서는 리뷰를 쓸 수 있어 나름대로 괜찮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열심히 주입중이다. 행여 시집마저도 나의 독서습관대로 흐르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최영미 시인의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역시 다른 시집들처럼 읽고서 무언가를 쓴다는 것이 어렵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이렇게 주절주절 하는 것은 시를 읽으면서 시인의 분노를 느꼈고, 그 분노에 나 역시 적극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타내고 싶어서다. 그게 시인 혹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위로받고 싶을 때만

누군가를 찾아가,

위로하는 척했다

                      - ‘예정에 없던 음주’ 전문 -

 

내 얘기를 하고 것 같아 시를 읽는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웃을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이 시가 ‘2부 지리멸렬한 고통’의 첫 번째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 역시 많은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럴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무력감 때문에라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래서 술을 끊지 못하고 있다. 예정에도 없던 음주가 너무나 많아서..

 

내가 정말 여, 여류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

                                                - ‘등단소감’ 부분 -

 

시인은 등단 직후인 1993년에 이 시를 써두었다고 한다. 모든 시인 지망생들이 원하는 등단을 하고도 시인은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나 보다. 이미 그때부터 괴물은 자라고 있었으니까, 아니 그 훨씬 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커온 괴물이기에 시인의 고통도 깊어졌을 것이다. 괴물을 잡아야 하지만 여린 손으로 잡을 수 없어서 시인의 예정에 없던 음주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괴물을 잡아야 하나’(괴물_부분) 아마 시인의 생각은 등단 이후부터 줄곧 여기에 머물렀지 싶다.

 

‘그가 아무리 자유와 평등을 외쳐도/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짓밟는다면/그의 자유는 공허한 말잔치//그가 아무리 인류를 노래해도/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비하한다면/그의 휴머니즘은 가짜다//휴머니즘을 포장해 팔아먹는 문학은 이제 그만!’(거룩한 문학_전문) 괴물이 외치는 자유와 평등, 그리고 휴머니즘에 대한 설교를 들을 때마다 시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위선과 거짓에 마음속은 얼마나 새까매졌을까? 그러나 시인은 마음을 다 잡는다. 괴물을 잡기 위해 한발을 내 딛는다. ‘싸움이 시작 되었으니/밥부터 먹어야겠다’(독이 묻은 종이_부분)

 

괴물과 싸우는 시인은 그들에게 다른 의미의 괴물이 되었다. 얼핏 들으니 어느 출판사에서도 시인의 시집 출간을 거부했다고 한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사람들, 관습적으로 용인됐던 행동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지금까지 그래왔다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그들은 눈을 감는다. 괴물은 그렇게 살아남는다. 그럼에도 ‘나’와 ‘너’는 ‘우리’가 되어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함께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인의 가슴속에 담긴 고통이 더 이상 지리멸렬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늘 밤 난 또 다시 예정에 없던 음주를 해야 할까 보다.

 

내게 칼을 겨눈 그들은

내 영혼의 한 터럭도 건드리지 못했어

 

피를 흘리지는 않았지만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리멸렬한 고통이 제일 참기 힘들지

                                                   - ‘지리멸렬한 고통’ 전문 -

k*****1 2019.07.05. 신고 공감 12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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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삶의냄새가...
"처절한 삶의냄새가..." 내용보기
시인이 모두 다 처절한 삶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인이 모두 다 삶을 보는 관점이 전투적일 필요는없다고생각한다.시인이 모두 다 독자로 하여금 삶의 강한 냄새를 맡게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시엔, 어쩔 수 없이 작가의 개인적인 삶이 녹아드는게 당연한 것이지...비단 시 뿐이겠는가? 인간이 내 놓는 모든잉여물들이 그리할 것이다. 최영미의다시 오지 않는것들에 실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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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모두 다 처절한 삶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인이 모두 다 삶을 보는 관점이 전투적일 필요는없다고생각한다.

시인이 모두 다 독자로 하여금 삶의 강한 냄새를 맡게 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시엔, 어쩔 수 없이 작가의 개인적인 삶이 녹아드는게 당연한 것이지...

비단 시 뿐이겠는가? 인간이 내 놓는 모든잉여물들이 그리할 것이다.

 

최영미의다시 오지 않는것들에 실린 시들은 거의 모두 진한 삶의 피곤함과 힘듦과 땀과 배신과 후회와 아픔을담고 있는 것 같다.

시인의 삶이 그많큼 곡절이 많았다는 반증이리라.

 

그러하니... 읽는이도 몹시 힘들다. 무겁다. 고되다. 눈물난다....

몹시 불친절하다.

 

좀 더 친절한 시도 있었으면 좋겠다.

m******1 2019.07.04. 신고 공감 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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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의 시집을 읽다 [시집-다시 오지 않는 것들]
"최영미의 시집을 읽다 [시집-다시 오지 않는 것들]" 내용보기
시를 읽는 마음이 무겁다. 짐작은 했지만 짐작보다 더하다. 읽기만 해도 이런 마음인데, 쓰는 마음은 어떠했을까? 세상에 온통 내 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외로움과 현재의 답답한 처지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득함 속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보다 내가 먼저 무너져 내린다.  온통 어려운 생이다. 사랑도 어렵고 관계도 어렵고 어머니마저 병실에 계신다. 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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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마음이 무겁다. 짐작은 했지만 짐작보다 더하다. 읽기만 해도 이런 마음인데, 쓰는 마음은 어떠했을까? 세상에 온통 내 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외로움과 현재의 답답한 처지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득함 속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보다 내가 먼저 무너져 내린다.

 

온통 어려운 생이다. 사랑도 어렵고 관계도 어렵고 어머니마저 병실에 계신다. 화려했던 기억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고, 오히려 맥빠지게 만드는 것 같다. 언제쯤 괜찮아질까? 괜찮은 날은 올까? 괜찮은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올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내뻗었는데도 알아차릴 만큼의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는 울지도 않는 것 같아 위험해 보일 지경이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느낀다는 감정은 정녕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그게 서로를 아끼고 도움이 되는 데에 어떻게 작용한다는 것일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오늘만큼은 이런 서글픈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구나.

 

 

YES마니아 : 로얄 j***6 2019.08.09.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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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7(오늘은 두 편의 시 아니 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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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7(오늘은 두 편의 시 아니 세 편)   원고 청탁                                       최영미 시인   시 2편 달라는 메일을 받고 세수도 하지 않고 세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고 계량기 교체하느라 단수한다는 안내방송도 듣지 못하고   시간의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겨 이미 여러 번 우려먹은 기억을 재활용하느라 새벽부터 엉덩이 붙이고 앉아 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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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7(오늘은 두 편의 시 아니 세 편)

 

원고 청탁                                       최영미 시인

 

시 2편 달라는 메일을 받고

세수도 하지 않고

세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고

계량기 교체하느라 단수한다는 안내방송도 듣지 못하고

 

시간의 마우스를 이리저리 옮겨

이미 여러 번 우려먹은 기억을 재활용하느라

새벽부터 엉덩이 붙이고 앉아

브런치를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는데, 10분 전인데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어떤 사랑의 묘약이 이보다 독하랴

 

 

 데이트 약속만 떠올려도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그녀를 만난다는 것이 꿈만 같다. 독사진이 없어 무리 속에 찍힌 사진을 보며 흐릿한 얼굴을 보정한다. 너무 예쁘다. 예쁜 이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에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고, 운동하지 않아도 심장이 고동친다. 사랑은 묘약이었다. 그것도 독한 묘약이었다. 시인은 시 2편 달라는 메일에 들떠 사랑의 묘약이 이럴 것이다고 설명한다. 난 시가 사랑의 묘약이란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의 입장에서는 시는 시인 개인의 감흥이라고 단정했다. 그만큼 공감을 한 시가 없었다. 시를 적게 읽고 건방지게도 가진 선입관인지, 감흥 없는 시가 시를 읽지 않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시에서는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을 흔들어 첫 데이트 기억에 아직도 가슴이 쿵쿵 뛰더라.

 

 

 

등단 소감                              최영미 시인

 

내가 정말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아무도 읽어주지 않아도

멀쩡한 종이를 더럽혀야 하는

 

내가 정말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신문 월평 스크랩하며

비평가 한마디에 죽고 사는

 

내가 정말 썩을 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안 해도 뭔가 하는 중인

건달 면허증을 땄단 말인가

 

내가 정말 여, 여류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

 

 

 시 2편 달라는 메일에, 매일 밥 먹는 것보다 먼저 하던 세수도 않고, 머릿속, 가슴속, 마음속 기억을 우리고 있는데, 곧 물이 끊어져 시 쓰고 나면 밥 먹는 것보다 먼저 하던 세수를 못 하는데, 그래도 새벽부터 엉덩이 붙이고 앉아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는데, 이 일을 하려고 시인이 되었던가? 건달 면허증을 딴 것인가? 밥도 되고 꽃도 되는 고급 거시기라도 되는 그런 시인이 되었던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설마 자랑일까? 그래도 마시는 묘약이 시라면 시인은 시를 사랑이라고 부른다.

 

 시를 쓰는 시인은 낙원에 사는 모양이다. 매일 독한 사랑의 묘약을 마시니까. ‘싫은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하는 낙원’(시, 낙원 중에서) 부디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을 잘 다루시길…

 

이렇게 시가 이어지니 이 시인 소설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s*****m 2022.0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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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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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6   죽음은 연습할 수 없다                           최영미 시인 -그해 여름의 문자메시지   아버지 위독하시대 아버지 운명하셧다 (맞춤법이 틀려도 그냥 넘어갔다) 영정사진 갖고 병원 장례식장으로 와 아버지 주민등록 주소 좀 알려줘 빨리   엄마랑 통화했어 아버지 세례명 요한 천주교 식으로 장례 치르지 말래   안치료 20만 입관료 20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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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6

 

죽음은 연습할 수 없다                           최영미 시인

-그해 여름의 문자메시지

 

아버지 위독하시대

아버지 운명하셧다

(맞춤법이 틀려도 그냥 넘어갔다)

영정사진 갖고 병원 장례식장으로 와

아버지 주민등록 주소 좀 알려줘 빨리

 

엄마랑 통화했어

아버지 세례명 요한

천주교 식으로 장례 치르지 말래

 

안치료 20만

입관료 20만

음식값 기본 50만

상복 대여비 2만

수의 38만

관 25만

운구비 40만(기사 팁 포함)

화장비 10만

유골함 3만

 

꽃값은?

계산은 나중에 하자

 

아무도 원하지 않는 아버지의 피 묻은 틀니를

가져가려는 자식이 없어

무슨 전염병 만지듯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80이 되도록 젊은이처럼 단단하던,

당신의 자랑이던 몸이 뜨거운 재가 되기까지

40분도 걸리지 않았다

 

상속포기 서류를 법원에 접수하고

하우스 와인을 한 잔 마신 뒤에

성가신 여름이 끝났다

 

 

“난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매일을 죽기 하루 전날 같이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자연히 애정을 갖고 애착을 가지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저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

자식을 키우고, 아내를 보호하는 것이

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아내도 아이도 모두 늙고 컸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주말이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나에겐 웃음 아끼던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면 웃음이 헤프다.

서운한 마음이 생기더라.

아이들과 내일 헤어진다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 날이 잦다.

‘-그해 여름의 문자메시지’를 받던 내가 아니게 되면서

난 내일 죽으면 아이들이 보고 싶지 않을까?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40분 뒤면 뜨거운 재가 될 자리가 바로 옆에 있는데, 혹 미련이 남은 건 아닐까?

s*****m 2022.0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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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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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5   괴물                                                  최영미 시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나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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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5

 

괴물                                                  최영미 시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나는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30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 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미투운동 확산에 불을 댕긴 총구 중 하나로 평가되는 원로시인 고은 씨의 성추행 의혹이 2심 재판부에서도 고은 시인 패소로 결판났다. 1,2심 모두 이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 완승이다. 이로 보아 대법원으로 설혹 이 사건이 간다 해도, 1,2심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2019년 11월 8일 구글뉴스)

 

 우리 사회는 지금도 잔재가 남았지만, 학벌과 인맥으로 능력을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게 잘 통하지 않는 곳이 충무로라 해서 난 영화인들을 좋아한다. 영화 잘 만들면 되지, 무슨 학력이 중요하랴. 아이들 보조강사 하려고 해도 석사니 박사니 스펙을 강조하는 곳이 학교다. 학사보다는 석사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석사보다는 박사가 낫다는 편견이 생긴다. 그러니 너도 나도 간판 하나 걸려고 대학원에 들락거린다. 스펙 좋은 선생은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자신을 자랑하지 않더라.

 

 시는 시인의 정신이다. 정신이 썩었는데, 그 시가 정상일리 있을까? 딸랑거린 사람들은 훌륭한 시와 음탕한 시인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었을까? 혹 원로라서, 노털상 후보라도 된다고 해서?

 

 우리는 먹고살려고 눈치 보고, 슬쩍 손모가지를 내주는 경우도 있다. 주물덩거려도 한두 번은 참는다. 참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끝내 소화시키지는 못한다. 술 한 잔 거나하게 하면 터지기도 하니까.

 

 시인은 손모가지 잠깐 내주다, 뒤집혔다.

시인의 편에 서겠다는 사람들은 아마도 긴 소송전에서는 숨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시인은 외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치열하게 싸움을 준비했을 것이다. 구겨진 실크 정장 상의 같은 인생을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게 하는 시다.

s*****m 2022.0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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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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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4   마법의 시간                             최영미 시인   사랑의 말은 유치할수록 좋다 유치할수록 진실에 가깝다 기다려찌 어서와찌 만져줘찌 뜨거워찌 행복해찌   유치해지지 못해 충분히 유치해지지 못해 너를 잡지 못했지 너밖에 없찌, 그 말을 못해 너를 보내고 바디버터를 덕지덕지 바른다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마법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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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4

 

마법의 시간                             최영미 시인

 

사랑의 말은 유치할수록 좋다

유치할수록 진실에 가깝다

기다려찌

어서와찌

만져줘찌

뜨거워찌

행복해찌

 

유치해지지 못해

충분히 유치해지지 못해

너를 잡지 못했지

너밖에 없찌,

그 말을 못해 너를 보내고

바디버터를 덕지덕지 바른다

너와 내가 함께 했던

마법의 시간으로 돌아가고파

 

망고와 파파야 즙을 머리에 바르고

올리브오일로 마사지하고

싱그러운 페퍼민트와 장미꽃 향으로

중년의 냄새를 덮고

어미의 병실에서 묻은 기저귀 냄새도 지우고

기다려찌

너밖에 없찌

 

 

 

젊은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러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남들이 “미친 놈”하고 조롱했다. 조롱이 무서워 개그 프로그램에서만 즐겼다.

나 예쁘찌?

나 좋찌?

실실 조롱하듯 웃으면서 속으로는 부러웠다.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었을 것을, 말 못하고 ‘난 원래 그래’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자격도 없는 것이.

중년을 넘어 노년을 바라보는 오늘도 아직 그러지 못한다.

사랑하찌. 아이들이 나에게 유치해지면

뭐찌? 고맙찌 정도는 되었는데…

소파에 다리 접어 텔레비전 소음 속에서 잠 든 아내에게 아직도 말 못한다.

미안하찌

사랑하찌

고맙찌

충분히 유치해지지 못해, 늘 아내의 마음에 구멍을 내지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를 떠나지 않은 아내의 진지함이다.

떠나지 않을꺼찌? 속으로 묻는 말에

'씰 데 없는 소리하고 있네.' 아내의 예상 대답이 가슴을 쓰다듬는다.

s*****m 2022.01.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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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장원에서 만난 그녀의 인터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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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에 한 번 가는 미장원이지만, 최소 두 시간 가만히 앉아서 남의 손에 머리를 맡기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힘듭니다.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여성성의 상징이라는데, 머리 다듬는 그 시간이은 왜 그리 힘들고 어색하고 지겨운지 모르겠습니다.  "읽을 것좀 드릴까요?"라고 물어서 "네"하니 무릎에 얹어준 여성 월간지에서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어요.  최영미 시인, 사실 잘 몰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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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에 한 번 가는 미장원이지만, 최소 두 시간 가만히 앉아서 남의 손에 머리를 맡기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힘듭니다.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여성성의 상징이라는데, 머리 다듬는 그 시간이은 왜 그리 힘들고 어색하고 지겨운지 모르겠습니다.  

"읽을 것좀 드릴까요?"라고 물어서 "네"하니 무릎에 얹어준 여성 월간지에서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어요.  최영미 시인, 사실 잘 몰랐습니다.  "괴물"이란 시로 풍파를 일으키고 그 여파로 되려 법원을 오가며 (피해자임에도) 피해의 진실성을 답하느라 고생했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알았습니다.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뉴스에서만 간간히 접했던 그 시인은, 뉴스에 나오지 않는 보통 사람의 생활, 딸의 생활로도 바빴구나 싶었습니다.  

그 시인의 언어는 평소 내가 쓰는 언어와 그닥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시인의 일상도 내가 사는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그의 시를 읽고 있자니 깊은 한숨이 나오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매일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는 지나간 사랑과, 일상 곳곳에 스며든 투쟁과, 평상시 대화로 전달하지 못한 혈육에 대한 애틋함에 자꾸 가슴이 내려앉는 듯 했습니다. 

아는 것이 적어 세련된 말로 깊이 해부하고 해석은 못합니다.  다만 그 시인의 언어가 자꾸 마음에 와 박혀서 자꾸 명치가 저릿거립니다.  

c*****2 2019.09.1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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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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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밥을 지으며부터 좋았다 되는대로대강, 대충 살아왔어요대충 사는 것도 힘들었어요전쟁만큼 힘들었어요 그래대충 사는 것도 힘들지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연달아 읽었다 *사는 게 피곤해서인가. 너무 피곤해도 시가 달아난다. 생각하면 할수록 시가 도망간다. 생각하지 않고, 만들지 말고, 받아 적어야 좋은 시가 나오는데. 만들어지면 그래도 다행이다. 언젠가 아무것도 끄적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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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시

밥을 지으며

부터 좋았다

 

되는대로

대강, 대충 살아왔어요

대충 사는 것도 힘들었어요

전쟁만큼 힘들었어요

 

그래

대충 사는 것도 힘들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연달아 읽었다

 

*

사는 게 피곤해서인가. 너무 피곤해도 시가 달아난다. 생각하면 할수록 시가 도망간다. 생각하지 않고, 만들지 말고, 받아 적어야 좋은 시가 나오는데. 만들어지면 그래도 다행이다. 언젠가 아무것도 끄적거리고 싶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니.

 

*

시인을 응원한다

나도 시인처럼 용감하고 씩씩한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YES마니아 : 플래티넘 c*******l 2019.07.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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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 다시 오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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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거 아닌 말들이 시가 된다. 그걸 잘 보여주는 시집이었다.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샀고 읽었다. 책의 편찬 과정을 애인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들었다.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이 싸움이 얼마나 지겹고 힘들지 가늠이 되진 않지만, 도움이 되려는 이들이 있으니 기운 잃지 마세요. *병간호 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나의 입장과 처신과 삶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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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거 아닌 말들이 시가 된다. 그걸 잘 보여주는 시집이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샀고 읽었다.

책의 편찬 과정을 애인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들었다.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이 싸움이 얼마나 지겹고 힘들지 가늠이 되진 않지만,

도움이 되려는 이들이 있으니 기운 잃지 마세요.

 

*

병간호 하는 장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나의 입장과 처신과 삶을 두고 그랬다.

솔직해서 좋았다.

 

YES마니아 : 로얄 t****j 2019.07.1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