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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라스트 러브/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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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들 그렇겠지. 어쩌면 짐작하고 있지 않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모르는 척하고 있어도.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5년차 걸그룹 제로캐럿 멤버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콘서트가 끝나면 제로캐럿도, 제로캐럿 누구라는 존재도 사라지게 된다. 몇몇 멤버들의 계약은 만료돼 연장되지 않고, 제로캐럿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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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들 그렇겠지. 어쩌면 짐작하고 있지 않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렇게 모르는 척하고 있어도.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5년차 걸그룹 제로캐럿 멤버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콘서트가 끝나면 제로캐럿도, 제로캐럿 누구라는 존재도 사라지게 된다. 몇몇 멤버들의 계약은 만료돼 연장되지 않고, 제로캐럿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것도 끝이다. 몇몇 멤버들은 본명 석자로 재계약한다. 제로캐럿의 누구가 아닌, 누구로. 아무도 모르게 끝은 올 것이다, “이제 기다리지 말아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라고. 라스트 러브는 제로캐럿의 데뷔곡이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콘서트의 제목이기도 했다. 제로캐럿으로 서는 마지막 콘서트의 마지막 노래는 라스트 러브였다.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웠어요. 이제는 기다리지 말아요. 이게 제로캐럿 멤버들이 그동안 함께해준 팬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다인, 루비나, 지유, 재키, 준, 다섯명의 제로캐럿이 다시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그려진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라스트 러브>는 해체를 앞둔 걸그룹 제로캐럿 멤버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이돌을 소비하지 않기에 책에 나온 팬덤 문화와 다양한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은 겪었지만, 팬들의 감정에 몰입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언제나 마음속 품고 있는 선망의 대상이자 밝게 빛나는 존재들을 대표한 게 아이돌이었으니까. 그들도 인간이고 사람이기에, 아무리 선망의 대상이라 해도 모든 것은 다 직업이자 일의 일부였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만 같았던 그룹에 해체되고 멤버들이 제각기 흩어질 것을 예감한 팬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무한도전>이 종영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절망한, 마지막 회가 방영될 때 찔끔 흘렸던 눈물 같은 것이었겠지. 


언제나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었다. 보고 있으면 괜히 웃음이 나고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던 얼굴들. 누군가요? 당신만의 추억의 아이돌은. 다시 그때의 모습을 볼 수 없어 더욱 더 소중하고 그리운 당신만의 아이돌은 누구인가요? 몇 달 전 큰 인기를 끈 핑클의 <캠핑클럽>을 떠올렸다. 추억 속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이 오랜 시간 지난 이후에 만나 여행을 떠나는 모습 속에서 그들과 웃고 울었던 젊은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시청자도, 핑클도 모두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지켜보는 내가 다 애틋할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얼굴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얼굴들.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얼굴들. 저마다 마지막으로 좋아하게 된 그룹이 있을지 모른다. 나의 라스트 러브는 현재까진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또 모른다. 제로캐럿의 이야기는 막을 내리지만, 그 이후 본인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혹은 평범하게 살아가면서 여전히 응원해주는 팬들과 다른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도 있으니. 그 짧은 순간, 그래서 너무나 생생한 순간, 그때의 마음. 과거형은 언제나 애틋하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니. 


그건 너무 가혹해. 가혹하고 잔인한 일이야.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돌아올 수 없는 사람에게도, 그리고 결국은 잊고 잊히는 사람들 모두에게. 멤버 한 명 한 명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탈퇴한 두 멤버의 시점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조금 신경이 쓰였다. 탈퇴한 멤버를 가장 좋아했으며 동시에 제로캐럿을 여전히 응원했던 팬의 이야기와 그의 희생은 슬펐다. 그 팬에게 있어서 라스트 러브 대상은 제로캐럿이었지만 그들은 곧 추억 속의 걸그룹이 될 거였고,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운 걸그룹을 소비하게 될 것이었으니. 팬 본인도 그렇게 될 것이었다. 각자 저마다의 라스트 러브를 향해, 또다시 발걸음을 옮길 것이었다. 


끝은 또 새로운 시작이기에 해체된 그 이후, 멤버들의 행보에 집중할 수도 있었다. 연기자, 솔로 가수, 혹은 연예계를 떠나거나. 제로캐럿으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들로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부분을 조명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조성하며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라스트 러브>는 현재에만 집중했다. 해체 이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배제했고 지금 멤버들과 팬들이 느끼는 감정과 행동에 대해 얘기했다. 밝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현재 빛나고 있는 제로캐럿에 대해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 그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지금도 밝게 빛날 순간을 위해 연습하고 있을 수많은 다이아몬드 원석들을 떠올렸다. 그런 의미에서 제로캐럿은 아주 훌륭한 이름이다. 다이아몬드로 밝게 빛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응원할 마음을 주었으므로. 


k*******0 2019.11.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