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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의 성격 ‘편찬자 서문’에서 “저는 우리 민족의 모든 덕성스러운 어머니들과 사랑스러운 어린 딸들에게 이 작품을 선물해야겠다는 열망을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보기에, 지혜와 미덕을 당신들 여성 사이에서 또 우리 남성 사이에서조차도 장려하는 데 적합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 수백 군데에서 제 딸들도 조피 슈테른하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1)라고 언급한 부분을 보면서 나는 조선의 <내훈(內訓)2)>을 떠올랐다. 그런 생각은 이 책이 “오랫동안 딸들과 헤어져 살아서 교육도 직접 시키지 않게 되고 유모나 기숙학교에 맡겨 자신의 딸들이 더 이상 옆에 없게 되자, 대신 ‘종이로 만든 딸’을 만들어내서 교육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왔다.3)”는 언급에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내훈(內訓)>은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 다르면서도 닮았다. 특히 그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부부(夫婦)’의 장(章)은 “그 남편에게 오로지 순종하고 시집 가족들에게 헌신하라는 말은 궁극적으로 가부장적 가족구조 속의 모든 며느리를 향한 ‘말씀’이지만 새로운 며느리를 선발해야 했던 그녀의 욕망이기도 하다.4)”라는 해설처럼 그 당시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女性像)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여자 – 행복했을까? 자,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조피 폰 슈테른하임(Sophie von Sternheim; 이하 슈테른하임 아씨)이 어떤 여자이기에 18세기 독일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여성으로 제시되었을까? 먼저 슈테른하임 아씨가 자신의 이모이자 후견인인 뢰바우 백작부인이 왜 자신을 D시로 데려와 사교계에 “출현”시켰는지 깨달았을 때의 반응부터 살펴보자. 뢰바우 백작부인이 굳이 고아인 슈테른하임 아씨를 데려온 것은 현재 진행중인 소송사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 대가로 조카를 영주(領主)의 애첩(愛妾)으로 바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골에서 자라 궁중의 암투에 대해 잘 모르는 슈테른하임 아씨는 F백작의 축제 – 가면무도회 – 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시모어 경으로부터 “(그녀가) 모든 명예와 미덕의 규칙을 짓밟고, 그녀의 미덕의 대가가 되는 의상을 입고 장식품을 달고 나타난 것이 아니냐5)”는 경멸 섞인 비난을 받을 때까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스페인 악단을 선보인다는 멋진 발상에 참여해서 부른 아리아는 영주(領主)를 기리기 위해 부른 노래로, 우연히 영주(領主)와 같은 색이었다고 생각한 옷과 장신구는 영주(領主)가 정부(情婦)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그녀가 이미 영주(領主)의 애첩이 된 것으로 인식되었음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무도회장에서 “바로 머리장식의 모든 보석을 떼어내어 모멸감과 고통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닥으로 팽개치고, 가까이 다가오는 이모부를 거부하는 눈으로 쳐다보며 탄식의 목소리로 “이모부께서 영주의 가증스러운 정열을 위해 저의 명예를 희생시키고 제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서,) 떨리는 손으로 그녀는 자신의 가면을 벗었고, 목둘레의 레이스를 떼어내고, 소맷부리 장식도 떼서는 조각조각 찢어 앞에다 내던(지는 것 밖에 없었다.)6)”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 대한 루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자신의 명예와 정절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발버둥이었다. 이처럼 슈테른하임 아씨가 조선의 <내훈(內訓)>에서 제시하는 모범적인 현모양처(賢母良妻) 스타일의 여성이었지만, 아직은 젊기 때문에 경험부족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더비 경의 비밀결혼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독특히 치렀다. 더비 경이 그녀가 싫어하는 “자신의 ‘순간’적인 유흥에 참여하기 위하여 저[슈테른하임 아씨]를 ‘필요’로 하는 궁정의 낯선 사람7)”이었기에 그녀의 짧은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렸다. 게다가, 그녀에게 싫증이 난 더비 경이 그들의 결혼이 가짜 결혼식에 근거했기에 무효라는 점을 폭로하여, 그녀가 지키고자 했던 미덕의 일부를 스스로 허물어트렸음을 심리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대신 파엘스로 떠나가 마담 라이덴스(Leiden)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처녀들에게 일하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굳센 의지는 그 지역의 부유한 부인인 마담 힐스의 눈에 들어 고용인학교를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삶의 자세는 더비 경의 사주로 영국 공사 C경의 제 2비서였던 존에 의해 그녀가 스코틀랜드 산중 흡튼 농장으로 끌고 가서도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쓰레기 더미와 진흙으로 가득 찬, 오래된 탑에 감금되면서도 더비 경이 건네는 유혹의 손을 잡지 않았다. 그 보답일까? 우리 전래동화 속의 권선징악(勸善懲惡) 법칙을 따르듯, 스코틀랜드의 납 광산촌에서 이미 죽은 것으로 보고 되었던 슈테른하임 아씨는 그 곳 사람들의 도움으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그녀를 사모해왔던 시모어 경 일행이 스코틀랜드의 납 광산촌으로 찾아와 그녀를 구출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슈테른하임 아씨는 시모어 경과 결혼에 골인하여 해피엔딩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오랜 고생 끝에 행복을 찾은 것처럼 보이는 그녀는 진짜 행복했을까? 그 남자 – 그녀를 사랑했을까? 시모어 경의 사촌인 더비 경은 육체적 사랑을 신봉하는 바람둥이였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고고한 정신과 선한 정신의 소유자인 슈테른하임 아씨를 보고 반해, 그녀를 소유해서 자신만의 사랑, 즉 육체적 사랑으로 길들이고자 했다. 처음에는 그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보였던 슈테른하임 아씨가 그의 비밀결혼 제안을 수용하여, 그와 함께 D시를 떠났으니까. 하지만 그는 곧 깨달았다. 슈테른하임 아씨가 그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의) 위트와 호의에 대한 약간의 존중, 영국으로 간다는 기쁨, 그녀를 그 친척들과 영주로부터 구출해낸 것에 대한 냉랭한 감사8)”밖에 없다는 것을. 그가 슈테른하임 아씨와 합류하기 위해 Z마을로 갔을 때, 지난 다섯 달 동안 그가 정신을 잃도록 열렬히 사랑했던 여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있는 마을을 보았을 때 내 심장과 맥박은 기쁨으로 쿵쿵거렸고, 하인이 마차 문을 빨리 열지 못했을 땐 난 참지 못하고 그 녀석을 향해 권총이라도 당길 뻔했네. 다섯 걸음 만에 계단을 뛰어 올라갔지. 기쁨에 들뜬 내가 그녀를 팔에 안자 그녀는 더듬거리며 환영 인사를 했는데, 얼굴이 붉어졌다가 창백해졌다가 했다네. 그녀가 한 번만이라도 사랑을 애타게 기다렸다는 표정을 지었다면 그 의기소침한 표정도 나를 행복하게 했을지 모르네만, 그녀의 모든 표정은 두려움과 압박감을 나타내고 있었네. 요컨대, 말없는 절망의 형상이었다네!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했겠나?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웠을까 고통과 분노가 나를 사로잡았다네.9)” 다른 사랑의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그는 좌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가 열등감을 느끼는 자신의 사촌 시모어 경을 좋아하고 있음을 당당하게 밝히고 있으니…… 그렇기에 후회하면서 또 그녀를 괴롭힐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또 다른 남자 – 그와 결혼해도 후회하지 않을까? 피렌체에 있는 슈테른하임 아씨의 숙부 R백작이 “여성의 세계를 잘 알고 있었을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탁월한 처녀를 잘못 보고, 또 일반적인 척도를 들이대고 그 미덕을 시험해볼 수가 있단 말이요 10)”라고 타박했을 만큼 시모어 경의 사랑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에 대한 루머를 듣고, 운명의 F백작의 축제에서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그의 고백에 따르면 “저는 서둘러 두 번째 가면을 쓰고 그녀에게 가까이 가서 그녀가 수치스럽게 치장하고 우스꽝스러운 짓을 보인다고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온 세상이 숭배하던 그녀를 경멸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제가 처음 말을 걸자 그녀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손을 가슴에 올리고는 “저는…… 저는……”하고 더듬거렸고, 다른 한 손으로 저를 잡으려고 했지요. 하지만 불행한 저는 제 말이 끼친 영향을 보려고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습니다.11)” 하지만 그의 어리석은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중에 사정을 알고 F백작의 가면무도회에서의 성급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였지만, 이번에는 사촌인 더피 경의 계략에 빠져 그녀가 숙부인 영국 공사의 2급 비서인, 비열한 존과 결혼했다고 확신하여 그녀의 정신과 성품에 대한 존경심을 버렸던 것이다. 그녀를 “한 여인의 교육과 행동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우아함이 그녀 안에서 합일되어 있다는 말은 믿으셔도 좋습니다. 그 얼굴에 나타나는 아름다움과 진지함, 그 행동에서 보이는 고상하고 예의 바른 공손함, 친구에게 대하는 그 다정함, 숭배할 만한 선한 마음, 그리고 영혼의 섬세한 감성, 이런 것이 그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영국 유산의 강한 힘이 아닐까요? 일말의 선입견 없는 학문과 올바른 생각을 갖춘 정신, 원칙을 보여주고 주장하는 남자 같은 용기, 모든 재능이 사랑스러운 정숙함과 결합된 모습12)”이라고 격찬을 해놓고도 말이다. 결국, 더비 경이 죽기 직전에 슈테른하임 아씨와 관련된 사실을 고백하여 비로서 진실을 깨달게 된 그는 스코틀랜드의 납 광산촌에서 그녀를 구출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청혼, 드디어 결혼에 도달한다. 하지만, 그 결혼은 그녀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의무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수 차례 그녀를 오해하고 그녀가 절망적인 결정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옥의 티 책에서 곳곳에 영국 ‘공사(관)’와 영국 ‘대사(관)’가 혼용되어 있다. 어느 쪽이 원문에 따른 번역인지 몰라도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p. 76 한 사람은 C경이라고 영국 공사이고, 또 한 사람은 시모어 경이라고 공사관에 근무하는 신사인데, 공사인 숙부를 도와 업무를 ~ p. 100 C경은 숙부이며 부자로, 전 그의 상속인이 되어야 하고, 장관으로서나 공사관 참사관으로서의 제 지위는~ p. 215 우리를 결혼시켜줄 대사관 소속 신부를 구했노라고, ~ p. 231 대사관의 비서인 존은 ~
* 이 글은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에 대한 리뷰입니다.
1) 조피 폰 라 로슈(Sophie von La Roche), <슈테른하임 아씨 이야기>, 김미란 옮김, (시공사, 2012), pp. 8~10 2) 내훈(內訓)은 조선 성종 6년(1475년) 왕의 어머니인 소혜왕후(昭惠王后; 1437~1504)가 부녀자의 훈육을 위하여 편찬한 책 3)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 400 4) 정용화, <한국의 고전을 읽는다> 5, (휴머니스트, 2006), p. 30 5)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 209 6)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p. 205~206 7)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 117 8)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 244 9)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p. 244~245 10)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 295 11)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 225 12) 조피 폰 라 로슈, 앞의 책, p. 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