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을 위로하는 밥과 영혼을 위로하는 시의 만남. 김연수 시인을 만나다.
가정을 키우기도 전에 나눔을 먼저 시작한 나눔 원조 커플이 있다. 그것도 자신들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감사하게 살자는 마음이 아닌 길가에 쓰러져 핀 꽃 한 송이를 지나치지 못하고 하느님의 목소리로 받아 섬기는 커플. 지금은 다일공동체 상임이사로 재직 중인 김연수 시인과 최일도 목사의 이야기이다.그들을 나눔과 사랑에 혼신하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
최근 YTN과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주최하는 창작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뮤지컬화 한다는 것 자체가 뮤지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살 연하의 전도사에게 자신의 운명을 내어준 로즈 수녀
![]()
김연수 시인은 원래 수도여자사범대학의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 교사의 삶이 아닌 샬르트 성바오르 수녀회에 입회하여 수도자의 삶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타고난 꽃과 같은 감성으로 시의 언어에 눈을 떴지만 자신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11년 간 아네스 로즈 수녀로 살아 온 김연수 시인은 하느님을 위해 기도하며 청빈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그녀에게 당시 신학생이었던 최일도 목사가 다가왔다. 수녀인 그녀와 목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 그가 만나기까지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보다 자신이 가진 열정과 사랑을 어떻게 보듬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훨씬 컸을 것이다. 특히 김연수 시인은 그를 사랑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꽤 많이 괴로워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타인을 향한 사랑 또한 하느님이 주신 운명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여느 사람들과 같이 가정을 꾸리는 일. 수녀의 길을 걸으며 함께 해낼 수 없기에 그녀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접었다. 새로운 삶을 향한 동반자를 얻고 김연수 시인과 최일도 목사는 뜻을 모았다. 김연수 시인은 남편 최일도 목사가 작은 도시에서 목회 일을 하기 바랐었다. 자신은 교회 마당에 꽃을 심고, 글을 쓰기를. 나이가 들면 가톨릭의 피정센터 같이 여럿이 함께 사는 작은 공동체를 꿈꾸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는 생활은 현실이었다. 그녀는 교사 생활로 생계를 책임졌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화장품 판매원까지 해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밥벌이의 고단함보다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것은 자신의 영혼을 위로해주던 기도들이었다.
KBS-TV 뉴스 제작팀이 인터뷰를 마친후 아내에게 다가와서 조용히 묻더군요. "김연수 사모님은 독신수도생활을 십일년이나 하셨는데 혹시 수녀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으시나요? 결혼하시길 여전히 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영혼을 위로하는 시에 간절히 기대었던 날
그녀는 2011년 <꽃心>,마음의숲 이라는 책도 낸 적이 있듯이 그녀는 "한 줄 읽고 눈 감으면 가슴 가득 맑은 노래 고이는 향기로운 시를 쓰게 해주소서"라고 기도하고 "한 줄 읽고 이웃을 보면 아름다운 마음 훤히 열려 손과 손 마주 잡는 따뜻한 시를 쓰게 해 주소서"라고 시 쓰고 싶은 시인의 마음과 달리 그녀의 일상은 남보다 고되었다. 매일 같이 청량리에 나가는 남편을 바라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 셋을 키우며 길거리 가난한 사람에게 모든걸 바치는 남편을 도우는 일. 다일공동체가, 지금의 최일도 목사가 자리 잡기까지 그녀의 남모르는 희생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수녀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삶을 보살피는 삶이 고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세상 어떤 꽃보다 흔들리며 피고지는 꽃과 같다는 말. 최일도 목사가 그녀를 곁에 두고도 건네지 못한 말이었을 것이다.
세상 어떤 시보다 어떤 꽃보다 흔들리며 피어난 시인의 기도시
![]()
밥퍼 사옥이 한국 내에 자리 잡자, 다일 공동체는 네팔, 캄보디아, 중국 등의 굶주린 사람들과 미주 지역에까지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을 모았다. 청량리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웃을 향한 움직임이 세계에 닿은 것이다. 그녀 역시 다일공동체 상임이사로서 일이 많아졌다. 지금에 와서야 그녀는 전한다. "수도원에서 사는 삶은 세상에서 보면 묻혀 있는 뿌리로서의 삶이죠. 드러나지는 않지만 영양을 공급하는. 그런데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들이 아침에 출근하고 등교하고 난 뒤의 전쟁터 같은 자리를 치우면서 이것도 뿌리의 삶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드러나고 빛나 보이는 삶은 아니지만 지극히 중요한 삶이지요."라고. 그리고 그녀가 뿌리로서의 삶을 살 때 그녀 곁을 지켜주었던 건 다름 아닌 누군가의 마음에서 쏟아져나오는 기도시들이었다고.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리는 소원과 간절한 기도가 있습니다. 신앙인든 아니든 누구나 기도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을 때, 고요한 성당이나 예배당에서, 겸허히 무릎을 꿇었을 때,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어려움이나 아픔과 만났을 때, 이제 막 피어난 어여쁜 꽃송이 앞에 섰을 때, 깊은 밤 촛불을 밝히고 홀로 앉았을 때... -<이루어지게 하소서 머리말> 중에서
끝으로 그녀가 이번에 출간한 <이루어지게 하소서> 중 '사랑을 위한 기도'를 전한다. 그녀와 최일도 목사의 큰 사랑 만큼이나 이웃에게도 그 사랑을 기도하는 그녀의 마음이 향기롭다. 이 향기가 퍼져 누군가에게 따뜻한 연말이 되기를.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세상을 위해 불 밝히는 시가 되기를.
사랑을 위한 기도 -김연수 이 땅의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두르고 왔습니다. 시시로 눈물겹고 저며드는 가슴 한끝 붙들고 여기 엎드렸습니다. 절망을 절망으로 앓는 일은 빛을 빛으로 살지 못하는 그늘이거늘 사랑으로 얻은 아픔 더욱 사랑함으로 치유하라 이르십니까. 사랑은 퍼 줄수록 깊어지는 물이라 말씀하시옵니까. 꿈 서린 가슴가슴에서 고운 빛깔 실을 뽑아 생명의 뜻 짜고 또 짜며 걸어 온 삶의 뒤안길에서 잠시 멈추어 선 내 사랑은 아파도 주고 또 주어서 맑아지는 샘이게 하소서.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깊어지고 높아지는 물이게 하소서. 아, 내 사랑은 이제 아무도 모르게 땅속 깊이 스며 흐르다 때 가려 꽃을 피워 내는 살아 있는 물이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