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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잡지 편집장이 서문에 적은 폴 스미스에 대한 글이 재미있다.
폴 스미스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히지 않은 드문 디자이너다. 그는 동료들에게 괴팍하거나 신경질적이지도 않다. 중독 치료를 받은 적도 없고,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지도 않으며, 같은 여자와 40년째 살고 있다.
디자이너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특이하길래... 피식 웃음이 난다.
편집장은 그러면서도 그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고 말한다.
런던에 있는 그의 사무실 -수천 권의 책과 로봇, 색 자전거가 들어찬 카오스적 공간-은 주부의 눈엔 악몽과도 같은 곳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는 짝짝이 양말을 신고 등장하기 일쑤다.
정말 그렇다. 내가 읽은 폴 스미스는 디자이너로서 지극히 보통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경영인으로서 평범하지 않은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난독증이라는 고백이나 열다섯살에 학교를 떠났다는 것보다 컴퓨터나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자신이 아는 휴대폰 번호가 여덟 명뿐이라는 점이 더 괴짜인 듯 보인다.
폴 스미스는 그동안 찍은 사진과 단편적인 생각들을 A에서 Z까지의 순서대로 배열해 놓았다.
난독증에 여러가지 일을 한번에 처리하는 과잉활동 장애를 겪고 있다는 그는, 아마도 알파벳 순서에 기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 철자만 순서대로지, 내용은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마구 섞여 있고 쌓아올린 모습이 마치 그의 작업실과도 닮았다.
그런데 그 안에 폴 스미스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정도의 성과를 거둔 디자이너가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는 것 치고는 텍스트의 분량이 너무나도 적다.
다시 말해서, 그는 단 수십장의 사진과 한 주제마다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편집으로 일생을 정리한 걸 보면 편집 능력은 프로 중 프로다.
이 남자, 스타일이 확실하다. 그래서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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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전히 울긋 불긋한 그의 시계들은 가끔 내가 아이쇼핑할 때 눈여겨 보는 아이템 중에 하나이다. 물론 이제는 다른 시계를 손에 차고 있지만, 폴 스미스 스타일이란 책은 바로 분홍색이였다. 그리고 아련히 예전 기억이 생각났다.
유명 디자이너의 책은 유명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작품인 것이다. 특별히 그가 손수 찍은 사진들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 책을 보면서 생각을 풍성하게 만든다. 다시 잡다한 생각들을 클리어하는 용도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직원이 영국에 천명, 일본에 이천명 일본에서 특히나 인기가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나 또한 일본성향이 강한 것인가 생각도 해 보았다.
A부터 Z까지의 나열은 어쩌면 너무 일상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구성을 하고 누가 이야기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의 낙서도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다.
O는 Office사무실 2003년 2월 처음 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이곳은 텅 비어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의식적으로 이 공간을 내게 말을 거는 것들로 채워나갔다. 나는 각각의 물건, 각각의 도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휴가에서 돌아왔을 때만 빼고). 만약 누가 여기 있는 뭔가를 치워버리면 곧바로 문제가 생기고 나는 길을 잃는다.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세상에 이런 카오스가 어디 있냐고 말하지만, 내게는 더없는 질서가 잡힌 공간이다.
이것이 바로 폴스미스 스타일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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