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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 엄연한 강호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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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정통 사회의 바깥의 사회구조를 통칭한다. 강호는 병리적인 사회구조에 해당한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동맹을 맺는 비밀결사 유형의 단체 구조와 동맹을 맺지 않는 인맥집단 유형의 네트워크 구조가 있다. 간단히 말해서 강호는 '패거리 형식'과 '네트워크 형식'으로 구분된다. 패거리 형식은 비밀사회, 항방(상방), 관료사회 붕당으로 구분되고, 비밀사회는 다시 종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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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정통 사회의 바깥의 사회구조를 통칭한다. 강호는 병리적인 사회구조에 해당한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동맹을 맺는 비밀결사 유형의 단체 구조와 동맹을 맺지 않는 인맥집단 유형의 네트워크 구조가 있다. 간단히 말해서 강호는 '패거리 형식'과 '네트워크 형식'으로 구분된다. 패거리 형식은 비밀사회, 항방(상방), 관료사회 붕당으로 구분되고, 비밀사회는 다시 종교결사와 비밀단체로 나눌 수 있다. 네트워크 형식은 체면과 인정에 근거한 인맥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사회에서 강호의 형성은 명나라 때로 간주하고, 강호의 전성기는 청대 말기에서 중화민국 초기로 잡는다. 중국 사회의 연줄을 상징하는 '꽌시'라는 표현이 바로 청대 말에 등장하고, 중화민국 시기 이후부터 점점 빈번하게 사용되었던 것도 청대 말기부터 중화민국 시기까지가 '인맥집단의 성숙기'라는 역사적 물증이 된다. '꽌시'의 최초의 실례는 『관장현형기官場現形記』에 등장한다. '과반(過班)'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를 '꽌시(關係)를 통해 벼슬이 오르는 것'이라는 주석을 붙였다.

 

"명대 유교의 쇠락으로 체제 밖의 강호는 새롭게 변화했는데, 이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이 지경에 이르자 유교 체제 안팎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상호 침투하기 시작했다. 유교 문화가 체제 밖으로 흘러들어가 범가족적인 종교결사, 비밀단체, 상방이 형성되도록 도왔으며, 체제 밖의 강호는 관계에 진출해 당파와 파벌을 만드는 에 일익을 담당했다. 강호가 유교화되자 조정은 강호화되었다. 내외가 한통속이 되면서 체제 안 사회가 강호화되었던 것이다."(74-5쪽)

 

최초의 근대적 비밀종교결사는 명대 나몽홍(羅夢鴻)의 나교(羅教)다. 민간결사의 단체로는 청대 말기의 홍문 천지회, 청방, 홍방, 가로회가 유명하다. 상방은 중국 상인 조직을 가리키는데 이미 춘추전국시대의 범여나 여불위가 그 선구자에 해당한다. 상인과 수공업자가 대거 출현한 명대에 후이저우방徽州幫, 산산방山陝幫, 광둥방廣東幫, 장시방江西幫, 둥팅방洞庭幫 등 비공식 상인집단이 발전했다. 정계의 붕당은 명대의 환관 위충현의 엄당(閹黨)이 유명하다. 환관들은 서로 결탁하여 파당을 만들고 국정을 통제하며 부당 이익을 취했는데, 위충현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엄당의 괴수 위충현을 섬기는 정계의 핵심 패거리는 70여 명이나 되었으며, 당시에 이들을 오호(五虎), 오표(五彪), 십구(十狗), 십해아(十孩兒), 사십손(四十孫)이라고 불렀다.

 

저자 위양은  '강호'라는 개념을 통해 중국 사회의 연줄과 처세, 체면을 고찰한다. 강호는 인맥 네트워크의 발전, 인정의 만연과 인맥 경제, '혼세(混世)' 유행, 친분 중시, 연면히 이어지는 파벌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한 사회의 강호화는 그 사회의 노쇠를 증명하는 상징이다. 흔히들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을 중국에서는 '노강호'라고 부른다. 노강호는 책이나 학교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내용을 배운 사람이다. 가령 , 노강호는 사회에 정의의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강호는 인맥관리에 무척 탁월한 사람이다. 여기서 인맥이나 꽌시란 말은 모두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일처리를 부탁할 수 있다는 심리적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 

 

"인정의 제도는 일종의 심리적인 동의다. 서로가 상대방을 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 일 처리를 부탁할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친척이나 친구, 스승과 제자, 동료 등의 인맥이 정을 나누는 관계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협력 관계로 발전해 이익을 주고받으며 인정의 규칙을 준수하면 강호적 의미의 꽌시가 형성된 것이다. "(125쪽; 번역 수정)

 

결국, 인정은 강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사적인 관계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관행에 따라 이익을 교환하는 매개체다. 넓은 의미에서 인정은 거래 관행을 가리킨다. 저자는 중국 사회의 17가지 인맥 자원을 언급하는데 친척, 친구, 동창, 동문, 이웃, 옆집, 동료, 스승, 제자, 전우, 상사, 부하, 동향인, 패거리, 양부모, 의형제, 세교(世交)가 그러하다. 저자는 인맥(인정 혹은 꽌시 등)이 전통과 현대 제도의 단절로 인한 근대성의 산물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인맥의 효용성이 가장 높은 곳은 도시일까 향촌일까? 저자는 소도시가 시골이나 대도시보다도 인맥 사회 형성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고 해석한다. 소도시에서 꽌시가 생필품이라면 대도시에서 꽌시는 호사품 정도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인구 50만 명 미만의 도시를 소도시라고 한다. 저자의 이런 해석은 꽤 흥미롭다. 하지만, 한국의 일반적인 사정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다. 서울은 인구가 이미 천만 명이 넘는 메타도시다. 그런데 인맥과 연줄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서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울도 엄연한 강호 사회다. 강호 사회란 체면이 자본화·신용화되어 권력과 돈을 교환하는 사회를 뜻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강호 사회는 동시에 무척 타율적인 사회다. 개인의 존엄성과 체면을 구분하는 기준은 자율과 타율의 메커니즘 차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예리하다.

z***a 2013.09.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