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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연인과의 데이트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찾아든 어둠은 약간의 불안감과 함께 조심스레 상대방의 손을 잡을 수 있고 이것을 계기로 만남은 급속도를 내며 지속될 수 있다. 젊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삶의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영화는 기분 전환을 위한 벗으로 다가온다. 한 사람을 새로 알아간다는 것도 버겁고 또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도 시들할 때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통한 즐거움을 누린다. 이때의 장르는 남녀 간의 사랑을 아름답게 표현한 로맨스나 지난 시절을 돌이키며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청춘영화다. 너무 무겁게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보다는 가벼운 터치로 젊음을 노래하며 깔깔거리며 웃는 저들의 청춘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영화는 어줍은 인간관계보다 훨씬 기분 좋은 만남을 갖게 한다.
‘스윙 걸스’는 딱 그런 영화다. 혼자 낄낄 거리며 웃으며 들을 수 있는 영화 속 연주들은 어린 시절부터 들었기에 너무 익숙해진 고전들이다. 트럼펫과 트롬본 소리로부터 시작되는 글렌 밀러의 ‘In the mood’ 는 손뼉을 치며 발을 구르게 하는 충동을 일으키고, 스윙의 왕이라고 불리는 베니 굿맨의 ‘Sing sing sing’ 은 스윙 리듬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Over The Rainbow’ 등 때문에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10대지만 정작 이 연주를 즐겨 들었던 층은 어느덧 환갑이 지난 노인이 되고 말았다. 영화는 일생을 대충살기로 작정한 찌질한 소녀들이 주인공이지만 나 같은 늙다리 아저씨는 소녀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들으며 저들을 통해 10대 시절의 자신을 발견한다. 왜? 자신도 저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으니까…….ㅠㅠ 무더운 여름 교실은 선풍기 하나 없는 찜통이다. 수학 낙제생인 13명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1학년 수학1 보충수업 시간, 그를 볼 때마다 배우 오달수를 생각나게 하는 타케나카 나오토는 이제 친근감을 갖는 배우로 다가왔다. 등을 돌리며 열심히 칠판에 적고 있는 교사 오자와(타케나카 나오토) 와는 달리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핸드폰을 보고 눈 화장을 하는 둥 수업은 영 관심이 없다. 이렇게 따분하고 재미없는 일상이 아니라 무언가 가슴 뛰고 미친 듯한 청춘의 열기로 가득 차길 기대하는 그녀들에게 우연히 일탈이 시작된다. 실수로 도시락을 챙기지 못한 밴드부에게 도시락 배달을 해주겠다는 핑계를 대고 13명의 아이들은 수업을 땡땡이 치고 교실 밖으로 나간다.
졸다가 내릴 역을 지나친 아이들은 걷고 넘어지고 빠지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도시락 배달에 성공하지만 쉰 도시락 때문에 밴드부 아이들은 단체로 식중독에 걸리고 만다. 병원에 입원한 이들을 대신해 전격적으로 밴드부를 결성하며 재즈에 입문하는 소녀들. 그러나 악기를 전혀 다루지 못하기에 벌어지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화면을 채운다. 어쩜 만화처럼 비현실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공감대가 있는 것은 이 찌질한 아이들에게 꿈이 생긴 것이다. 음악이 좋아진 아이들은 악기를 사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불법 송이채취를 하며 드디어 스윙걸즈라는 재즈 빅밴드를 결성 한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동경 학생 음악제에 참가한다. 폭설로 인해 고생고생 끝에 간신히 음악제에 도착한 아이들 몰골은 거지가 따로 없다. 그녀들을 보고 웃는 관객들. 그러나 그들의 연주 실력에 관객들은 감동하고 드디어 마지막 ‘sing sing sing’을 연주할 때는 모두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감동적인 장면 하나는 재즈의 ‘ㅈ’자도 모르던 허세 오자와 선생이 관객석에서 저들을 지휘하며 좋아하는 모습에 가슴이 짠하다. “정녕 저 아이들을 내가 가르쳤다는 말입니까?” 이런 자아도취 때문이다.
삶이 칙칙하고 재미없을 때가 있다. 가까이 있는 블로그 친구와 통화할 때 마다 “사는 것이 재미없어”라고 하소연 하면 딸내미 같은 이 친구, 나를 위로하기 위해 수많은 말들을 속사포로 쏴대는데 싫지 않다. 그녀의 마음을 읽기 때문이다. 삶이 재미없는 이유는 딱 하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을 대충살기로 했던 찌질한 아이들이 재즈를 만나고 악기를 연주할 때 그녀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왜냐하면 삶을 놀이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감춰져있던 열정이 살아나며 아이들은 변한다. 무엇인가 시도한다는 것 인생이 변하는 계기가 된다. 흥겨운 스윙 재즈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sing sing sing” 노래할 수 있다면 삶은 꽃처럼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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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스윙 걸즈’는 2004년에 제작되어 국내에선 2006년초 개봉한 작품이다. 언뜻 보면 일본 특유의 명랑만화같지만 제법 생각할 점이 많은 성장영화이자 음악영화다.
토모코(우에노 주리)는 ‘야마카와 고교’의 학생으로 여름방학을 맞아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이 영화 속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데 그렇다고 불량학생인 것도 아니다. 배경인 곳이 도쿄가 아니라 시골인 점도 평범한 학생들과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다카무라는 밴드부 소속 남학생인데 그는 음악에 열정이 있지만 야구부를 응원하는 데 주력하는 학교 분위기에 불만을 갖고 있다. 야구 경기가 있던 어느날 밴드가 먹을 도시락이 늦게 학교에 오고, 토모코는 이 사실을 알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학선생님(다케나카 나오토)께 말해 수업을 땡땡이친다. 그런데 기차를 타고 가던 도중에 졸다가 한 정거장을 놓치고 땡볕이 내려쬐는 길을 걸어 간 결과 김밥이 상하고 이걸 먹은 밴드부원들이 모두 식중독에 걸린다. 식사를 못한 다카무라만 병원행을 면한다. 이 일로 밴드부에 장기공석이 생기고 다카무라가 혼자 전전긍긍할 즈음 토모코는 이 때가 수학보충을 음악연습으로 떼울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리코오더밖에 못불지만 나름 열성이 있는 세키구치 등이 가담하여 새 밴드부가 생긴다. 하지만 전문적인 다카무라가 보기에 요시에는 트럼펫으로 비누방울을 만들고 있고 타나카는 드럼으로 다이어트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이들은 오합지졸 연주단이다.
연습이 시작되고 브라스는 폐활량이 중요했어서 체력 훈련을 하자 엄살을 부리는 토모코와 그의 친구들. 하지만 점차 순수하게 경쟁의식이 생겨서 창문에 크리넥스 불기와 페트병 불기에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그녀들에게 관객은 점차 몰입하게 된다.
영화가 기승전결이 있다고 할 때 <스윙 걸즈>는 기(起)가 약한 편. 그런데 범생이로 보였던 세키구치가 가장 악기(트럼본)연주에 재능이 있자 필자도 놀랐지만 옆에서 이를 죽 지켜봐온 영화속 녀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 빅 밴드(Big band)의 수장(首長)인 다카무라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우리가 어떻게 연주를 할 수 있겠냐며 도중 하차를 하려고 하는 토모코와 친구들에게, 세키구치는 하는데 너희들은 왜 못하냐는 말로 자존감에 불을 붙인 것이다.
이때쯤 영화는 또 하나의 반전으로 더욱 흥미로워지는데, 악기에 익숙해 지고 이제 겨우 하모니도 맞춰갈 수준이 되었는데 전(前) 밴드부원들이 컴백한 것이다! ‘그동안 수고했어’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선생님 뒤로 세키구치는 악기를 꼭 안고 놓지를 않아서 토모코가 겨우 말려서 인수인계를 하게 되고. 나오는 길, 토모코가 왈칵 울음을 터트리자 설움이 동시에 북받친 친구들도 따라 운다.
여기까지 토모코와 주변 동무들은 단지 지루한 학교 생활을 이겨보기 위해 밴드를 시작했고, 도중에도 그저 또래와 어울리는 도구로써 음악을 해 왔다. 하지만 재즈를 배우면서 그것의 매력에 푹 빠졌고 결국 이 합주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악기부터 구입해야 했는데 너무 비쌌고 중고를 사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바로 대형할인점 알바.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10대들에게 노동의 세계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식코너에서 화재를 일으켜서 쫒겨나자 내분이 일어나고 대다수 학생들이 밴드를 떠나고 이제 남은 건 토모코, 세키구치, 요시에, 타나카, 그리고 다카무라 뿐. 세키구치의 제보 덕분에 산으로 간 그들은 열심히 송이버섯을 따는데 아뿔싸 그만 야생 멧돼지를 만나고 만다. 위험천만한 순간, 하늘의 도움으로 멧돼지를 잡은 토모코 일당은 지역 어른들로부터 ‘농사를 망친 주범을 해치운 공로’로 거액의 장학금을 받는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아마 이런 상황을 가리킬 듯.
택배로 도착한 중고 악기들은 약간씩 고장이 나 있는 상태였다. 이 때 기타 세션을 맡고 있는 ‘불량 소녀들’의 남친들이 마침 수리를 해주고 이들은 ‘스윙 걸즈 앤 어 보이’(Swing Girls and a boy)로 탄생, 동네의 각종 행사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이를 본 예전 친구들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각자의 명품 악세서리들을 팔아 악기를 사 동참하고 명실상부한 빅 브라스 밴드로 주인공들은 거듭난다.
이 영화에는 일본 사회의 고질적인 현상이라는 ‘이지메’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초반부, 조금 특이한 안경을 쓰고 나오는 세키구치가 왠지 따돌림을 당할 것도 같았지만, 오히려 월등한 연주실력으로 아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음악’이란 것이 개개인을 그 자신의 모습으로 보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이 청춘영화가 여타의 비슷한 청소년물과 다른 점은, 재즈밴드를 결성하는 동기가 확실하게 학생들 스스로에 의해서였다는 점. 또한 그네들의 지도를 맡게 된 선생님의 캐릭터 또한 남다르다. 그 자신, 열렬한 재즈 애호가이면서도 섹소폰 불기는 기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쩌다보니 그 사실을 숨긴 채 지휘를 하게 되니 말이다. 결국 그 어떠한 거창하거나 숭고한 목적없이 밴드를 시작하고, 자질도 없는(!) 교사 밑이지만 맹연습한 끝에 ‘스윙 걸즈’팀은 청소년음악제에 참석하게 되는데.
이 작품의 힘은 단연 주연 ‘스즈키 토모코’역의 우에노 주리(上野樹里)에 있지 않나 싶다. 제작 당시 나이도 실제 19살로 주인공과 동일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테너 섹소폰을 맡아 친구들을 리드해가며 하루하루 성장해가고, 어쩔땐 행사 개최측에 보낼 데모테입을 깜박하는 덜렁거림을 우에노 주리는 재치있게 표현했다. 일본 영화는 우리 나라 관객이 보기에 좀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소재로 아기자기하게 영화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최근 그 대표적인 예가 <스윙 걸즈>로 대중적인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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