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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보다 지금이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책이다. 내 학창시절엔 내가 책을 사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살 수 없었다. 엄마의 허락보다 중요한 게 바로 돈이었으니까. 그래서 자주 갔던 곳은 헌책방과 도서관이었는데, 지금은 소장하고 싶은 책은 가능하면 살 수 있어 좋다. 그것보다 더 좋은 건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형태의 책이 무궁무진하다는 것. 특히나 역사와 관련된 책은 학창시절에 배우지 않았던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어 좋다. 이번에 만난 책 역시 내가 알지 못했던 인물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꾸며낸 소설 같은 이야기 인데 역사서에 이름도 남겨져 있으니 생존 인물이라서 더 재미있다.
조선 시대 한양의 책장수 조생. 그는 언제나 옷 속에 책을 넣고 한양을 뛰어다녔고, 밥을 먹지 않고 세월이 지나도 늙지 않아 사람들이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생은 현대의 책장수인 서점 영업인이나 출판 마케터들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어떤 책을 누가 지었고 몇 권 몇 책으로 되어 있는지 어디에 사는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 잘 알았다고 한다. 또한 원하는 책은 어떻게든 구해주는 능력자였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 땅에서 나보다 책을 많이 아는 자도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다니, 그 시대 최고의 책장수였음에 틀림이 없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실존 인물이었던 추재를 만나고, 금서를 읽고 싶어 했던 간서치 유만주의 이야기와, 조선시대의 서점, 그리고 책 출판과정, 종이 만드는 공장의 이야기와, 도서 대여점 세책가, 금서를 파는 책장수 배경도, 명기집략으로 인한 책장수 탄압사건까지. 그 당시를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지금이야 내가 원하면 책을 구할 수 있고 언제든지 읽을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엔 책이 권력이었음을 알게 된다.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던 책이 한글소설로 인해 더 대중화 하고, 그로 인해 다양한 소설들이 서민들의 생활을 웃고 울리기도 했다니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는 정약용 같은 사람이 한글 소설을 평하는 글에는 묘한 거부감도 느껴진다. 아무리 깨여 있는 양반이라고는 하나 가부장적인 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역사를 흔히들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그 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다양한 역사의 다른 이면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그 방법이, 그 여운이 더 길게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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