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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육체와 영혼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 남자는 누구이며 왜 하필 나여야만 하는가에 의문을 자꾸만 생긴다. '스틸 미싱'의 여주인공 애니 오설리번이 사이코패스에게 어느날 납치되어 오두막이란 좁은 공간에 감금된 상태로 지내면서 끊임없이 자신에게 의문점을 제기한 말이다. 이 책은 저자 체비 스티븐스의 본업이 애니처럼 부동산 중개인이였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인이란 특성상 파는 사는 집을 방문하고 사는 사람을 사고자 하는 집으로 안내를 해야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하는 와중에 혹시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끔찍한 일을 상상하던 중 영감을 얻어 작가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선 사람이라는게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스토리는 납치되어 있다가 탈출한 애니가 극도의 불안증세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게되고 치료와 상담을 받는 와중에 의사의 말은 배제된체 순전히 애니의 이야기로만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방식부터 신선하게 다가 온 책이다.
애니는 화창한 날씨에 한껏 멋을 부리고 출근을 한다. 저녁에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데이트 약속도 있기 때문이다.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 퇴근 준비를 서두르던 그녀에게 40대 중년의 남자가 다가와 집을 보고 싶어한다. 그의 외모만 보고 여유있는 사람이란 판단에 그에게 오픈하우스를 보여 주던 중 갑자기 돌변한 남자가 애니에게 주사한 마취제로 인해 정신을 잃게 된다.
자기식대로 하지 않을 경우 애니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그가 알고 있는 애니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정보 때문에 그녀는 사이코패스의 말을 따르기 시작한다. 그와의 동거가 고통스럽지만 애니는 희망을 놓지 않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와중에 원치 않던 일이 생기고 만다.
이유도 모른체 납치되어 감금되어 생활하는 여성들을 다룬 이야기는 몇 편 있었다. 그녀들이 부딪친 공포와 두려움은 능히 짐작이 가고 자신을 납치한 사이코패스의 정체에 대한 의문과 그들이 왜 자신을 납치, 감금하였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되씹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애니 역시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스릴러 소설이 가지고 있는 반전은 분명 있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범인과 관련된 사람을 떠올리는 생각이 맞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허나 우리는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대상으로부터의 배신감은 결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이나 절망감을 모른다.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대상에게 혹시라도 자신으로 인해 피해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납치범의 요구를 따라해야하는 애니의 깊은 고통과 절망감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하였다.
아직은 자신안에 들어 있는 고통, 슬픔이나 절망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겠지만 애니는 분명 용감한 여성이고 이제서야 비로서 자신이 진정 원했던 것을 찾아갈 수 있는 첫 발을 내딛었으니 앞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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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비치는 대낮의 휴일 어느 미친놈으로부터 납치를 당한 여자 애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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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정말 놀랍네요. 몇년전에 입소문을 듣고 구입한 책인데 구간을 만들어 읽는 능력이라니...! 어쩌다 책장 속 구석진 자리에서 나의 눈에 띄어 집어들었는데 정말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은것 같습니다. 책이 출간될 당시 유괴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꽤 있었던것 같은데, 소재의 참신함이나 독자성을 얘기하자면 흔하디 흔한 소설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내용으로 판단해 보건데 이 책은 너무나 독특하고 재미있는 구성으로 독자들을 단번에 매료시켜버립니다. 이야기는 여주인공인 애니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상담의 내용은...아...한마디로 참혹합니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그 내용들이 불편하게도 느껴집니다. 애니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오픈하우스에서 퇴근직전 데이비드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다가온 호감어린 남자에게 납치를 당하고 맙니다. 어딘지도 모를 산속 오두막으로 끌려간 그녀는 그곳에서 그 남자와의 동거가 시작되는데요. 먹는것, 입는것, 자는것, 심지어는 화장실 가는것 조차 그 남자가 정한 룰대로 해야만 하는 생활들. 수없이 강간을 당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던 중, 그녀에게 아기가 생기고 맙니다. 괴물같은 남자로 인해 생긴 아이, 과연 애니는 이 아기를 사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막상 아기가 태어나고 보니 여자의 본능일지도 모를 모성애가 생겼던거죠. 나에게도 저런 일이 닥친다면 과연 나도 애니처럼 그럴 수 있을까? 괴물로 인해 생긴 아이지만 과연 나에게도 모성애라는 것이 생길까, 생각하면 정말 살떨리는 두려움부터 느껴지지만 잘은 모르겠어요. 가까스로 오두막을 탈출한 애니가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내용이 쭉 이어지는데요. 상담이라고는 하지만 까칠하면서도 담담하게 이어지는 애니의 이야기는 거의 독백에 가깝습니다. 현 시점과 오두막에 감금되어 있던 시점을 오가며 그때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책을 읽는동안 같은 여자로서 너무 무섭고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 많은 분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부분이 반전과 결말인데요. 반전이 정말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읽어서 인지 정말 어마무시한 반전을 기대했는데 말이죠.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사이코패스인줄 몰랐던 부분을 감안하면 절대 그래서는 안되지만 어쩌면 있을법도 한 일이었기에 조금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서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결말이 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려 몸부림 치는 애니를 현실은 가만 놔두질 않습니다. 한 여자에게는 정말 지옥같은 1년이었지만 그 이야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주변사람들을 볼때 인간은 얼마나 더 잔혹해질 수 있나 생각하게 됩니다. 주변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는한 제목처럼 애니는 여전히, 아직도 실종상태이지 않을까요. 1,2초 동안 대답을 기다리다 남자가 너무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뭔가 단단한 것이 등 아래쪽을 누르는 게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려 하자 남자가 한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잡아챘다. 너무 아파 머리 가죽이 다 벗겨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심장이 갈비뼈 밖으로 튀어 나올 것처럼 거칠게 뛰고 온몸의 피가 한꺼번에 머리로 몰렸다. 발로 차고 도망가려 해봤지만 몸을 뜻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본문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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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미싱'은 '체비 스티븐스'의 데뷔작인데요.. 저는 이 작품보다 최근에 나온 '네버 노잉'을 먼저 읽었는데 넘 재미있어서...다른 작품도 찾아보다가... 이 작품이 반전이 너무너무 좋다고 하셔서 구해서 읽었습니다...ㅋㅋㅋㅋ 어떤분은 이책 제목보고 '미싱(mising)'으로 아셨다는데..말이지요...그럼 '미싱을 훔치다'?? 아마 제목번역에 의한 오해인듯 싶은데요..원래는...'스틸 미씽'이 맞는데...말이지요.. 번역하면.. (Still missing) 여전히 실종중이란 의미입니다.. 소설의 시작은 한 여인이 정신과의사와 상담하는 장면입니다.. 그 여인은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되어 일년동안 갇혀있다가...탈출했는데요... 그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앓고 있었지요.. 그 여인은 자신의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고.. 소설은 1인칭과 3인칭을 번갈아가며 진행하게 되는데요.. '네버 노잉'이랑 구성이 비슷하더라구요....ㅋㅋㅋㅋ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애니'는 남친인 '루크'를 기다리다가...'데이비드'란 손님을 맞게 되지만 그는 사실 손님이 아니였지요...그에게 납치당하는 '애나' '데이비드'도 사실 가명이였고..(사실 애니의 아버지 이름입니다) '데이비드'는 '애니'를 납치하여 깊은 산속에 오두막에 가두고... 명령과 복종만을 강요하며 그녀를 학대하고 강간합니다.. 처음에는 반항하고 탈출을 꿈꾸지만.. 그의 폭력과 강압에 지쳐가고... 점점 그의 명령에 익숙해져가는 가운데.. 어린시절 자신때매 아버지와 언니가 죽은 기억에..깊은 상처를 가지던 그녀는 납치범과의 대화중에 '스톡홀름증후군'이 생기게 되는데요. 납치범 역시 상처가 있고..서로에 대한 상처를 이야기하다가..점점 그가 불쌍해지기까지 하지요.. 점점 납치범과의 동화되어 가고, 결국 그의 아기까지 생기는 '애니' 그러나 태어난 아기는 죽게 되고....납치범은 아기를 버려버립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아기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납치범의 말에..그녀는 그를 죽여버리지요.. 그리고 그곳을 탈출합니다. 그러나 돌아온 그녀의 삶도 쉽진 않지요.. 경찰은 그녀의 일년동안의 삶을 떠올리게 만들고... 언론은 그녀에 대한 온갖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는데다가.. 가족들은 그녀가 죽은줄 알고 그녀의 삶을 모두 정리해버렸고 사랑하는 애인인 '루크'는 일년동안 그녀를 찾다가 결국 다른 여자와 함께 있게 되었지요 좁은 방안에서 두려움에 떨며 아직도 공포에 빠져 사는 그녀에게 아직 비극은 남아 있었으니.. 사이코패스에 의한 우발적이 납치인줄 알았던 사건이.. 경찰이 납치범에 대해 수사하면서 엄청난 사실이 밝혀지는데요.. 마지막 반전은....사실.. 주인공 역시 어느정도 눈치를 챘어야 하는가? 아닌지 생각해봤어요 납치범이 단순히 그녀를 스토킹했다고 하기에도.. 너무 많은부분을 그녀에 대해서 알잖아요.. 읽으면서...참 주인공이 그래도 강한 여인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에 아기의 이름도 그렇고...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악몽같은 일년을 겪고도...앞으로도 멋지게 회복해나가리라 믿습니다. 책 표지에 작가분인 '체비 스티븐스'의 사진이 있던데요.. '길리언 플린'도 그랬지만, 이분도 배우인줄 알았어요..ㅋㅋㅋㅋㅋ 완전 미녀 작가신..ㅋㅋㅋ 책을 쓰실때 자신이 그런 상황에 빠진걸로 몰입해서 글을 쓰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단 생각만 들었습니다.... '스틸 미싱'도 '네버 노잉'도 너무너무 잼나게 읽어서리...다른 작품들도 기대해봅니다..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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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트의 <라스트 차일드>를 보고 있던 참이었다. 조니가 앨리사를 찾으러 지도를 보며 마을을 샅샅히 뒤지고 있을 참에 우연찮게 <스틸 미싱>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마음에 쏙 드는 표지에,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는 슬로건에 프롤로그라도 있으면 거기까지만 보겠노라하고 책을 펼쳐든 게 화근이었다. 무턱대고 애니가 상담을 시작한다. 어느새 내가 그 우아하고 패션감각 넘치는 할머니 상담가가 되어 애니의 속내를 잘근잘근 되씹고 있었다. 멈출 수는 없었고 멈추고 싶지도 않았으며 그렇게 조니는 헌트 경찰에게 잠시 맡겨두고 애니와 함께 어느덧 그 오두막집으로 들어가는 내가 있었다. 80페이지 정도 보고 고갤 들어 든 생각은 '데뷔작이 이러해선 안돼'. 만약 체비 스티븐스는 이보다 더 재밌는 후작을 내놓지 않으면, 높혀 둔 기대치를 충족시킬만한 작품이 행여 아니더라면 그녀에게 쉽사리 실망할 것 같기 때문이다. 고맙기도 했지만 질투도 났다. 우선 재밌으니 고맙고, 나도 이런 스토리로 독자를 현혹시키고 싶다는 어디까지나 막연한 질투도 났다. 챕터를 상담 회차로 나눈 아이디어와 그 속에 시간차 배치. 알 수 없는 사이코의 행동과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애니의 상황들.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이후에 변화된 주변인들의 모습까지 어느 하나 감흥에 젖지 않을 수가 없다. 허겁지겁 재빠르게 문단 문단을 넘어서는 두 눈이 아플 정도라 치면 과한 표현일까. 잠 못들게 만들고 책을 든 팔을 저리게 했어도 정말 좋았다. 가속도가 쩔어주니 행복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 일을 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에게 처할 수 있는 최고의 공포를 글로 풀어냈고 독자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일에 성공했다. <스틸 미싱>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텍스트를 영상화 시키는데 초단시간이었다라고 단언한다. 장면이 곧바로 머리속에 그려지는데에 있어서는 으뜸이었단 말이다.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면 절대 영화 영상에 만족할 수 없을 만큼 나는 나에게 최적화된 장면들을 머리속으로 상상했고 한껏 즐겼다. 책을 다 본 후에는 still missing이 여전히 그러한 상태가 아니란 걸 알게 될거다. 마지막 그 한 단어의 뜻이 이렇게나 와닿을 줄은 몰랐다.
글을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 작품이 어찌나 마음에 들어 칭찬 일색이네요..... 체비는 '내 주목할 만한 작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후에 스스럼 없이 그녀의 다른 작품을 접할 내가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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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납치된 후 1년여 동안 악몽 같은 감금의 날들을 보낸 애니 오설리번은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하여 현실로 돌아오지만 그녀의 정신은 여전히 망가져있습니다. 언론은 그녀의 비극을 선정적으로 포장하여 세상에 퍼뜨리는 중이었고,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는 집요하게 그녀의 스토리를 사겠다며 수시로 연락해옵니다. 한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납치 전후의 상황,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를 되짚어가며 애니는 왜 자신이 납치돼야 했는지, 왜 악몽 같은 감금을 당해야 했는지를 반추해봅니다. 모든 정황을 종합해볼 때 분명 자기 주위 사람이 연루됐다는 확신을 갖게 된 애니는 아직도 자신의 사건을 집요하게 수사하는 형사 개리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하지만 개리는 전혀 상상도 못한 수사결과를 애니에게 알려줍니다. ● ● ● 이야기는 크게 두 갈래로 전개됩니다. 고통스런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를 찾은 애니의 진술이 하나이고, 납치 전후의 상황과 1년 동안의 감금 생활에 대한 묘사가 나머지 하나입니다. 탈출에 성공한 후에는 그녀를 향한 언론과 이웃의 횡포, 주변 사람들과의 불안정한 관계, 왜 자신이 납치됐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추리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애니 오설리번은 납치 피해자가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합니다. 폭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인적 없는 깊은 산속에서 그녀의 모든 일상은 범인에게 지배당합니다. 입어야 할 옷, 화장실에 가는 시간, 먹는 음식 등등... 1년 동안 그녀를 지배한 ‘범인의 규칙’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그녀의 의식을 점령했고, 극적으로 탈출하여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고통의 무대였던 침대는 여전히 공포 그 자체여서 애니는 좀처럼 침대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옷장 속에서 겨우 잠을 청하곤 합니다. 사실 납치와 감금이라는 소재는 미스터리 마니아인 저로서도 조금은 불편한 소재입니다. 차라리 피가 난무하는 살육극은 감당할 수 있어도 산 채로 매장당하는 듯한 공포를 안겨주는 납치와 감금은 그것이 아무리 픽션이라도 피하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납치 직전, 납치와 감금 기간, 탈출 후의 패닉 등 애니의 심리를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작가 자신이 여성이라서 그런 묘사가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에 대한 끈질긴 연구와 정교한 설계, 캐릭터와의 동일시의 노력이 없었다면 애니의 불행은 독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픽션 속 이야기에 그쳤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책 읽는 내내 가시를 삼킨 것처럼 불편함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물론 그 덕분에 엔딩의 반전과 충격이 그만큼 크게 다가왔겠지만요. 억지로라도 아쉽게 느껴진 점을 꼽아보자면, 우선은 분량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왜 작가가 사소한 디테일에까지 충실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의 1/4정도는 동어반복 또는 과도한 디테일에 소모됐다는 느낌입니다. 좀더 이야기를 슬림하게 만들었다면 중간중간의 피해갈 수 없는 지루함은 없었을 것입니다. 또 한 가지는 납치 미스터리가 해결되는 과정에서 미약하게 느껴진 작위성인데, 잘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을 조금은 우격다짐으로 맞춰놓은 느낌이랄까요 나름 납득이 가면서도 범인의 의도나 범행 계획이 100% 공감되거나 이해되진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사건보다 심리에 좀더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작품들이 훨씬 더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여운도 짙은 것 같습니다. 체비 스티븐스의 ‘네버 노잉’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스틸 미싱’을 먼저 봐야 된다는 강박에 계속 뒤로 미뤄두고만 있었는데 작가의 필력까지 제대로 확인했으니 조만간 ‘네버 노잉’을 책장에서 꺼내야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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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비스티븐스#스틸미싱 #chevystevens#stillmissing#still_missing “긴장 풀어, 애니. 무서워할 것 없어.” _애니 오설리번은 캐나다 클레이턴폴스의 부동산 중개업자로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사람들의 발길이 유난히 뜸하던 어느 오픈 하우스 날, 퇴근 10분 전 인상 좋은 40대 중년 남자가 찾아왔다. 본인을 데이비드라 소개한 그 남자는 순식간에 총으로 애니를 위협해왔고 그렇게 애니를 납치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끔찍한 감금생활이 시작되었다. 1년간 감금되어 있던 산 속 오두막에서 탈출한 애니는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1년간의 감금생활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어쩌면 내가 광고지를 하나 더 만들어 붙여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여전히 의문의 실종(still missing)‘이라고 써서. 그 웃고 있는 얼굴은 예전의 나였던 여자이지 지금의 내가 아니에요.” _캐나다 체비 스티븐스 작가님의 <스틸 미싱>은 2010년 출간작으로, 데뷔작이자 2011 ITW 국제 스릴러 작가 협회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 외에도 2010년_영국 CrimeSquad.com 선정 Top 10, 커커스 리뷰 선정 베스트 15 미스터리 소설, 그리고 서스펜스 매거진 최고의 데뷔소설 베스트 3 안에 들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국내에는 알에이치코리아를 통해 2012년 출간되었지만 현재는 절판. 2021년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시고 계시지만 국내에는 <스틸 미싱>과 2011년작 <네버 노잉>만 RHK를 통해 출간되었다. 하지만 두 권 다 절판... 생각보다 국내 반응이 좋지 않았던것 같음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하시던 작가님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무섭고 끔찍한 일을 상상하다 쓰신 작품이 <스틸 미싱>.... _책은 총 423페이지로 상담 1회차부터 26회차까지 구성되어 있다. <스틸 미싱>은 사이코패스에게 1년간 감금 당한 여자 애니가 탈출 후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며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본인을 ‘여전히 실종 still missing’이라 이야기하는 애니는 납치 전의 자신을 잃어버린 채 감금되어 있던 1년 동안 ‘길들여진‘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정해진 시간에만 화장실을 갈 수 있었고, 매일 밤 사이코패스와 함께한 끔찍한 샤워시간과 잠자리는 탈출 후에도 그녀를 옥죄어왔다. 소변이 마려워도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변기에 앉아도 소변이 나오지 않았고, 침대가 아닌 옷장 안에 들어가 잠들어야했다. 감금되어 있던 1년동안 출산한 딸을 잃어야 했던 애니는 아이들만 보면 딸 ’Hope'를 떠올리곤 했는데.. 사이코패스의 자식이기도 한 딸을 모순적이지만 무척이나 사랑했다. 1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은 그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릴 만큼 강했고 정신을 지배했는데, 사이코패스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는 애니를 볼때마다 현실이 암담해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 사이코패스와의 만남과 1년간의 동거까지는 나름 스토리 전개가 괜찮았는데, 후반부가 좀 아쉬웠.. 이런 전개...?... 충격적인 진실이 있지만, 초중반에 비해 아쉽고 아쉬운 후반부! 약간 루즈해지는 부분도 있지만 감안할 만 했는데... 후반부 매우 아숩.. - 나는 사이코가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미움, 공포, 증오 외에 내가 그에게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었다. 그것이 무엇보다 가장 무서웠다. - 사람들은 그 남자가 계속 총으로 날 협박했을 거라고 짐작하는데, 전 사실 그 차이를 모르겠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가끔은 그 자 때문에 웃기도 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죠? - “..저한테 웃음이 남아 있었네요. 그러고 나니 왠지 괴로웠어요. 단 몇 분 동안이나마 생각 없이 즐거워하면 아기가 엄마한테 실망하지 않을까요?..” - "아직까지 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죠..나는 절대적으로 안전할 거예요. 이제 제발 내 무의식한테 그렇게 좀 말해주실래요?“ - 어디선가, 새를 새장에 오래 가두어놓으면 새장 문을 열어도 날아가지 않는다는 글을 읽은 것 같다. 그전에는 그 말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추천 ★★★★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rhkorea_books -옮긴이: 노지양 -디자인: RHK 디자인팀 김미성 김여진 -가격: 14,000원 #독서#독서기록#소설#읽고기록하기#기록하는공간#책#책추천#북리뷰#소설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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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와 감금, 사이코패스와의 1년. 차라리 그 곳에서...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대중문화 장르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스릴러 소설이라는 틀에서도 소재의 참신성을 기대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인정하는 것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오랜 역사 속에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공식의 복습에서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관점을 달리한 변용을 선택하는 것만이 작가들의 고육지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납치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심리스릴러는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패턴 중 하나인데 체비 스티븐스의 <스틸 미싱>은 그 패턴에서 일반적으로 놓치기 쉬운 실밥들을 다시 꼼꼼히 꿰매어 물 샐틈없는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킵니다. 그런 점 때문에 여타 동류의 경쟁작들과의 비교우위에서 살아남아 신성으로 각광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소설은 한 여인이 정신과상담의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제목은 상담1회차로 되어있고 이윽고 그녀의 이야기는 과거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과거와 현재, 1인칭과 3인칭으로 교차되는 점이 독특한 느낌이네요. 어느 일요일 아침 강변콘도 분양 건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부동산중개업자 애니는 오픈 하우스에서 퇴근하다 손님으로 가장한 낯선 남자에게 납치당해 산 속 오두막에 감금당하죠. 그리고 이 남자, 즉 사이코패스와의 끔찍한 동거가 1년동안 이루어집니다. 세상 밖으로 탈출에 성공하기 전까지요.
사이코는 애니의 화장실가는 시간, 식사, 외출 등 모든 일상과 자유를 통제하고 지시와 명령을 통한 복종만을 강요합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그 곳에서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애니의 참담한 심경고백이 가학과 피학의 관계에서 비롯된 고통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됩니다. 흔히 인질과 인질범의 관계를 설명하는 심리학적 용어로 "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 이 있는데 애니는 적대감과 공포 때문에 정신적 억압에 의하여 심리적 도피를 시도하다가 인질범이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자기세뇌현상을 잠시나마 갖게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단계를 거칩니다. 극한 상황에 부딪치면 적응기재가 발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 인질범은 강자의 입장에서 애니에게 자신의 어릴 적 신상을 털어놓으면서 애니의 개인사에게 동정을 표하기도 합니다. 바로 "리마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정적으로 일시적인 상호 간의 동화는 성폭행당한 애니가 출산한 아이의 죽음에서 파장을 맞이한 채 현실로 되돌아오는 과정들에서 여성으로서 자존감과 모성애의 절망이라는 눈물만 쏟아내기에 안타까움이 절로 들었던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에 사이코를 죽이고 탈출한 성공한 애니에게는 세상의 무지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2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애니의 사연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대중매체, 그것을 부추기는 가족들과 주위사람들, 아이를 잃은 엄마로서의 절절한 아픔에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면서 세상과 교류하지 못해 어둠속에서 자학합니다. 때마침 알게된 정신상담의와의 만남에서 조금씩 심리회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 탈출 이후 제2의 인생이 이 소설에서 중요한 핵심을 차지하게 되는군요.
그런데 왜 내가 하필이면 그 놈에게 납치된 것일까? 단지 재수없이 걸려던 것일까? 애니의 의문은 "아직도 실중 중(STILL MISSING)"이라는 제목대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의 전모를 파고 들어갑니다. 진실의 배후에는 예상했던 인물대신 진짜 진짜 아니었어야할 인물과 동기가 충격을 몰고와서 처음에는 이건 막장이다 싶었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그 진실이란 놈이 냉정하게도 언론보도를 통해 심심찮게 단골기사처럼 도배되어 우울하게 만드는 현실이란 걸 깨닫도록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더군요. 열등감에서 기인한 몰상식한 판단과 상처입게 될 소중한 영혼을 감안못한 극단적 이기주의가 맞물려 발생한 비극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호불호를 구분짓게 할 논란의 종점입니다. 차라리 탈출과정을 더 드라마틱하고 박진감있게 설명하고 이후 치유과정을 좀 더 설득렸있게 그려내었다면 오히려 전형적인 심리 스릴러가 되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충격효과를 노린 반전이었다면 성공했다고도 보여지지만 그러기에 애니가 치러야했던 댓가가 너무 잔인해서 기분이 찝찝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감동적인 이유는 결말에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작가는 그 이후에 주목하면서 어둠의 동굴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오려는 회복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는데 그것에서 뭉클해집니다. 상처는 골이 깊어 치유하는데 평생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상처는 빠르게 치유되기도 합니다. 용서와 시간이 상처를 치유하고 상처의 치유는 받은 사람의 몫입니다. 상처가 삶의 과정이며 성장의 필수요소가 맞다면 애니의 여생은 쉽지않겠지만 아물고 있다는 긍정의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네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보상받는 것외에는 뽀족한 수가 없다면서 그녀가 마지막에 한 말은 희망(HOPE)였으니까요. 아련한 그 이름, 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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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체비 스티븐스 <스틸 미싱>
잔인하고 끔찍한 사고를 목격하거나 자신이 직접 경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목격보다는 직접 당하는 쪽이 충격과 상처의 강도가 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범에 의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여성이 있다면 그녀는 한동안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밤에 자려고 눈을 감으면 살인범의 공허한 눈동자 또는 광기어린 표정이 떠오를테고 그것은 그녀에게 잊고 싶은 기억을 되살리게 만든다. 살인범을 피해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이런 충격과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정신과에서 상담치료를 받는다. 전문의사와 마주보고 앉아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듣는다. 조언이 어느정도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차분히 앉아서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담치료를 시작하는 여성
체비 스티븐스의 2010년 작품이자 작가의 첫번째 장편인 <스틸 미싱>의 주인공도 상담치료를 위해서 정신과 전문의사를 찾는다. 주인공은 젊은 여성 부동산 중개업자 애니다. 애니는 젊은 여성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을 얼마전에 겪었다.
한 사이코패스에게 납치되어서 감금 당한채 수시로 성폭행 당한 것이다. 그것도 1년 동안이나. 1년 동안 사이코는 원할때마다 애니를 강간하고 그녀의 몸을 만지고 그녀가 말을 듣지 않으면 구타를 반복했다.
애니는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사이코에게 길들여져 갔다. 그가 정해준 시간에만 화장실을 갈 수 있었고 그가 원하는 옷만 입을 수 있었다. 나중에는 달아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다. 폭력적인 남편을 증오하며서도 그 남편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여자처럼.
그 애니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사이코에게서 탈출해 일상으로 돌아왔고 상처의 치유를 위해서 정신과 상담의사를 찾은 것이다. 작품은 애니가 의사와 첫번째 상담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애니는 의사에게 자신이 납치 이전에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떻게 납치당해서 지옥같은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이 납치감금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애니는 상담치료를 통해서 어떻게 변해갈까.
일상에서도 계속되는 악몽
사람들이 상담의사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의사가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당한 일을 누군가에게 속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은데,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게는 왠지 그 일을 말하기가 곤란할 것 같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것은 전문적인 조언이 아니라 값싼 동정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신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질 것이 뻔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았다가 소문이 퍼지기라도하면 한층 더 곤란해진다. 대신 직업윤리가 투철한 의사라면 환자가 자신에게 밝힌 비밀을 외부로 누출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어찌보면 대화의 상대로 적당할 것도 같다.
작가 체비 스티븐스는 <스틸 미싱>을 발표하기 전에 실제로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했었다. 당시에 그녀는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일을 상상했다고 한다. 사이코패스와 1년 동안 동거하는 것도 악몽이지만, 거기서 탈출한 이후에도 그 기억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 역시 무섭게 느껴진다.
어떤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 아무리 전문적인 상담을 받고 본인 스스로 열심히 노력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내면에서 사라진 어떤 것은 여전히 실종상태(스틸 미싱)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 상담치료는 잃어버린 자신을 회복하기 위한 긴 싸움의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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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추리나 스릴러 장르의 글을 쓴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수많은 장소와 수많은 상황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에는 그래도 내가 잘 아는 것들을 배경으로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도달했다. 나 자신에게 가장 두려운 일을 바탕으로 어떤 이야기라도 해야지, 그것을 보는 이들에게도 그런 감정을 보다 선명하게 전달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을 생각에서만 그친 것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있었다. ‘체비 스티븐스’!! 그녀의 데뷔작이 바로 『스틸 미싱』이다. 그냥 데뷔작도 아닌 놀라운 데뷔작! 평범한 부동산 중개업자로 일했다는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무섭고 끔찍한 일을 상상하던 중에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상했기에 나에게도 이토록 그런 감정들이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더 깊게 빠져들 수밖에 없던 책이 『스틸 미싱』이고….
『스틸 미싱』은 밴쿠버 섬의 클레이턴폴스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했던 ‘애니 오설리번’이 정신과 상담의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이미 그 지역에서는 유명한 사람이다. 아쉽게도(?!) 좋은 것으로 인한 유명함이 아니라 납치당했던 이력이 있는 여성으로서 말이다. 그렇다. 그녀는 납치되었다가 살아난 특별한(혹은 무서운) 경험이 있다. 몸은 실종되었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그녀의 정신은 여전히 그 상태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냥 그렇게 아파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결심이 섰고, 상담을 원하게 된 것이다. 상담이라고는 하지만 누군가의 조언 따윈 필요 없는, 그저 그녀의 담담한 어조의 회상이 시작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섭고, 아프고, 슬프고, 그리고 놀라웠다….
어느 날, 애니는 퇴근 무렵에 오픈 하우스에서 한 남성에게 납치되고, 그가 누구인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따위는 전혀 모른 채,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감금당한다. 사이코패스와의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그녀는 -당연하게도!- 그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사이코패스다운 남자만의 방식으로 가하는 성폭행과 모든 것들 통제당하는 매 순간은 공포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그 잃어버린 시간을 그녀 스스로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놓으며, 나름의 치유를 해간다. 하지만 자신의 납치와 감금에 가려져있던-혹은 함께 뒤섞여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스틸 미싱』은 무엇보다도 구성이 참 흥미로운 소설이다. 총 26회의 상담이라는 시공간을 빌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신기하게도 들려오는 목소리는 상담을 받고 있는 애니의 목소리뿐이었다. 상담의가 끼어들 여지도 없이, 오직 그녀의 목소리만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별 생각도 없이 읽어나갔는데, 어느덧 그 목소리가 나를 끌어들이는 힘은 결코 무시 못 할 수준이 되었다. 상담의는 아니지만 마치 내가 그녀 곁에서 그녀의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더군다나 작가 부여한 애니의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이며, 직설적인 언어들은 그 느낌을 한껏 더 실감나게 만들어줬다. 그저 그런 ‘사이코 패스의 납치, 감금’ 스릴러 중 하나가 아닐까 걱정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정도라면 그냥 보통의 그런 이야기였다고 해도 그리 나쁠 건 없다고 생각이 들만큼 그 흡인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스릴러가 그렇듯이- 『스틸 미싱』이 가진 반전이 더해지면서, 만만히 볼 데뷔작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을 굳혔다.
일 년에 몇 번 씩 이런 책을 만난다. 독서의 슬럼프가 찾아올 때쯤, 그 슬럼프를 극복하게 만들어주는 책.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하루에 한 두 페이지 넘기기도 힘들 날들 속에 갑자기 나타나서 밤새 날 옭아매는 책. 밥보다도 우선순위에 두는 잠을 한순간에 밀어낸 책. 그런 나만의 책 목록에 새롭게 올라온 작품 『스틸 미싱』이다. 이런 즐거움-물론 내용상 마냥 즐겁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지만…-을 함께 하고자 한다면, 그대도 『스틸 미싱』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