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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척 ]
인기척은 골목에서 녹으면서 쌓인다 거리를 걸으며 집들을 어루만지는 것일 수 있다
내려오며 허공을 다 어루만진 눈 처럼 기념사진 속으로 사라지는 벽화
살림살이가 아무렇지 않게 새어 나왔다 희망이거나 슬픔이 현재를 방치하듯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현 위치에서 출발했다 마을 안내지도는 1코스 2코스 3코스가 다시 만난다고 한다
빈집을 어루만지는 과거를 나와 미래의 빈집을 걸었다
잠잠한 집들이 문 닫힌 냉장고 같아서 열어보고 다 런닝구만 걸친 사내가 인기척에 젖어 의자에 앉는다
냉장고 안의 음식처럼 이 골목은 체온이 낮다
[ 아직 걸어야 할 아침 ]
그럴 것이다
길 끝에는 한쪽 날개만 달고 있어 날아갈 수 없는 천사
펄펄 끓는 토마토를 움켜쥔 것 같은 파도
빙하가 떨어지는 해안과 구름의 떨림
악어의 이빨 속으로 춤추는 폭포 햇살이 부서지는 설산의 캐럴
그럴 것이다
젖은 땅 발꿈치 들고 춤추는 천사
얼굴만 늙고 아직 어린이들인 사람들의 웃음
[ 커튼 ]
계절을 닫고 새들이 날았다 일제히 날아오르는 새떼 허공에 커튼을 친다
한 뼘씩 계절을 가리면서 날아간다
보였다가 보이지 않는 너는 닫히고 나는 커튼을 연다 커튼 뒤에 너는 없다
커튼 뒤에 계절을 남겨두고 새들이 난다
나는 나를 닫 닫고 커튼을 닫는다
닫힌 방 뒤에 닫힌 방 작아지는 방 뒤에 작아지는 방이 있다
커튼을 열자 나는 없다
계절을 닫고 새들이 날았다
하드커버가 조금씩 닳아 간다
[ 온 세상이 하얗다 ]
구두 짝을 찾다가 눈이 내린다
이른 아침 눈은 내리고 현관이 하옇고 거실이 하얗다 온 세상이 눈은 내리고
눈이 내린다 몸 안에서 눈물은 이미 흐르고 세상은 축축하다 만지는 것마다 젖는다 눈은 내리고 신발은 흥건하다 눈물은 나오지 않고 손바닥이 축축하다
구두 짝을 찾다가 끓은 무릎
끙, 가볍게 일어날 수 없는 무거운 눈물
한 방울 눈물의 둥근 뒷모습
[ 아침에 거미 ]
착각처럼 방향은 바뀐다
바뀐 방향으로 걷는다 제자리를 뱅뱅
무릎을 끓을 게
카시오페이아를 향해 이 여행은 낯설지 않아
착각처럼 아름다운 실패 방향은 바뀐다 동그라미를 그려줄게
환한 집을 서로 바꾸자 몇년째 같은 자리 제자리를 뱅뱅
[ 나무를 안았다 ]
한 그루 나무를 안았다 발레리나처럼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처럼 안았다
둥글게 두 팔 뻗어 살짝 발꿈치를 올려 한 번 두 번 세 번 나무를 안았다
안고 또 안았다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나무는 서 있다
한 그루 나무를 안았다 맨발을 하고 발레리나처럼 발꿈치를 들고 위로 위로 나무를 안는다
등을 곧추세우고 둥글게 뻗은 두 팔로 한 번 두 번 세 번 나무를 안으면 한그루의 나무는 그곳에 가만히 서 있다
안아보면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운 자세로 나무는 서 있다
... 소/라/향/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