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그림체의 스페인 만화책 주름은 어른들을 위한 만화책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제목처럼 점점 주름이 깊어가는 노인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지요^^ 주름이라는 책 안에는 두 개의 만화, '주름'과 '등대'라는 두 제목의 만화가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만화가 하나같이 쓸쓸하고 고독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마음을 정말 따뜻하게 만드는 그런 내용이네요^^ <주름> 책 주름은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노인 에밀리오가 아들에 의해 요양원에 들어가서 룸메이트 미겔을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하루 하루 멀어져가는 기억을 지키려는 에밀리오와 자식도 없어서 삶에 대한 미련도 사람에 대한 정도 없는 미겔이 함께 요양원 생활을 시작하지요. 그러면서 요양원의 풍경을 정말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작가의 변처럼, 정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치매 환자분들과 알츠하이머 환자 분들의 모습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지요. 정말 쓸쓸해보이고 외로워 보이며, 24시간 내내 하는 일이라곤 먹고 자고 앉아 있는 것이 전부 같은 그들의 쓸쓸한 요양원에서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치매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모여 있는 그 곳에서, 같은 환자들끼리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은 과연 어떨까요?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문뜩 문뜩 기억을 잃고 똑같은 모습이 되어지는 자신의 모습. 가끔은 가슴에 절망과 분노가 가득 차서 그러한 자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삶의 한 조각'들을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점점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힘 없고 기억 잃은 노인이 되어버리지만, 그들이 잃지 않는 삶의 한 조각. 그리고 그 미소. 그리고 삶의 마지막에 함께 하게 된 노인들 간의 우정. 같은 처지에 있기에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노인들간의 마음이 참 감동적인 만화책이었습니다. 노년의 고독한 삶을 담으면서도, 쓸쓸한 인생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빙긋이 웃음 짓는 노인들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따뜻해오고 뭉클해지는 책 주름이었습니다. <등대> 사실 책 주름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뒤에 나온 '등대'라는 만화였습니다. 등대는 등대지기 텔모가 파시스트와 공화주의자의 전쟁 속에 갑자기 표류해버린 18살의 프란시스코 기라도라는 청년을 바다에서 건져내며 시작됩니다. 어찌보면 자신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이념 간의 전쟁에 휘말려 갈 길을 잃어버린 청년. 어쩔 수 없이 전쟁 속에 표류하게 되어버린 청년은 죽을 위기에서 등대지기 텔모를 만나지요. 전구가 없어서 켜지지도 않는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 텔모. 그러나 그는 언젠간 이 등대를 켤 수 있을 것이라며 날마다 등대를 청소하고, 그러면서도 건너 편에 희미하게 보이는 '라푼젤'이라는 섬에 가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배를 만들어 나가지요. 잡히면 죽는다는 절망 가운데 희망을 잃어버린 청년은, 그 등대지기를 보며 차츰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 나갑니다. 우리 삶에 목표가 사라졌을 때. 우리의 눈 앞에 깜깜해 보이기만 할 때, 우리는 삶 속에 그대로 표류하게 되어버립니다. 목표를 잃고 삶의 방향을 잃고, 그냥 살아지는대로 살아가는 인생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그러나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살 때는, 절망 가운데서도 빛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록 노년이고 삶의 마지막에 다다른 등대지기 텔모이지만, 그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에 오히려 청년보다 부지런하고 희망차게 삶을 살아가지요. 그리고 그 소망은 고스란히 청년 프란시스코 기라도에게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마지막 희망의 불을 등대에 활짝 피우게 되죠^^ 그리고 청년은 그 희망의 불을 이어받게 됩니다. 노년의 희망 없는 삶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가진 희망과 삶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청년에게 전해지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노년의 지혜와는 또 다르게, 그 열정이 청년들에게 전해지는 모습이 정말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책 등대였지요. 쓸쓸하고 고독하지만, 삶에 대한 자그마한 희망과 소망이 있기에 가슴 뭉클해지고 따뜻해지는 책 '주름'과 '등대'. 노년을 향해 달려가는 어른분들 뿐만이 아니라, 20~30대의 청년들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 '주름'이었습니다^^ |
|
주름 스페인에서 날아온 감동의 드라마!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소중한 추억도... 점점 지워져가는 기억 속에서도 '삶'은 조용히 남아 반짝인다. 한 줄 한 줄 깊어가는 '주름'처럼 쌓아온 인생의 마지막 날,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겠습니까.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이 무척 감동적이라서 추천한다는 글을 보고 꼭 읽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이웃님께서 깜짝 선물로 보내주셨다. 그래서 이 책의 느낌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기차를 타고 있는 노인과 젊은 여인의 미소가 보인다. 노인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밖을 내다보며 행복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노인의 머리 위로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한 것 같은 사진들이 창밖으로 날아가고 있다. 노인은 창밖으로 날아가버리고 있는 사진 속 기억들을 추억하고 있은 것일까...
이 책은 주름, 등대라는 두편의 이야기를 만화로 들려주고 있다. 주름은 컬러만화고 등대는 흑백의 느낌을 주는 만화이다.
주름은 치매에 걸린 노인을 아들부부가 요양원에 데려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노인은 자신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시선으로 요양원의 시설과 다른 노인들의 생활을 들려준다. 먹고 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게 없을 것 같은 무료하고 심심하게만 보이는 요양원의 생활. 같은 방을 쓰는 사람은 가족도 없이 홀로 요양원에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자신을 버린 가족도 아픈 배우자를 돌보지 않아도 되서 자신은 편하다는 사람. 그 사람은 철저하게 치매에 걸린 요양원의 노인들 주머니에서 돈을 이리 저리 빼내는 사기꾼 같은 사람이였다.
그 속에서 치매에 걸린 남편을 따라 요양원에 온 부부를 만난다. 남편의 손을 꼭 잡아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특히 식사를 하거나 할때 아내가 남편에게 귓속말을 남기면 웃는데 그 말은 바로 젊은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서 치매에 걸리게되면 어린 아이로 돌아가는 걸지도. 평생에 어린 시절만큼 행복한 시절도 또 있을까!
주인공 노인이 처음에는 초기 치매 증세를 보이다가 점점 심각해져가는 상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 순간마다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은 다름아닌 사기꾼처럼 보였던 같은 방 남자였다. 노인의 양말과 시계가 없어졌을 때. 나는 사기꾼 남자를 의심했었다. 아차! 뒷부분의 진실을 알았을 때는 정말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생각을하게된다.
무료한 요양원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출하려는 장면에서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패로 끝나서 참 안타깝기도 했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마지막 장면같은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전혀 다른 결말로 끝나긴하지만 '주름' 정말 감동적이다라는 말로 표현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처음 식사할때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식탁에 점점 한사람 한사람씩 자리를 비워갔다. 주인공 남자가 그토록 가고 싶지 않았던 요양원의 마지막 장소에도 가게된다. 하지만 그는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사람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요양원 노인에게 줄이 잘 늘어나는 애견자동줄을 준 이유도 아!라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정말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책의 이야기와 감동을 짧은 몇자의 글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꼭 읽어보라는 이 말만 하고 싶다. 역시 읽어보길 잘했다.
|
|
만화책 한 권은 때때로 책 여러 권을 한 권으로 축약시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고, 보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 준다. 그림책과는 달리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듯한 상상력의 유희를 제공하는 것도 만화책이다.
이 책에는 ‘주름’과 ‘등대’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름’은 알츠하이머와 치매로 인해 요양원에서 생을 보내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인 에밀리오는 은행원으로 평생 성실하게 일해 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알츠하이머 초기 증상을 보이고, 결국 아들 부부에게 이끌려 요양원에 입원하게 된다. 에밀리오는 룸메이트인 미겔의 도움으로 낯설고 불편한 요양원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간다.
‘주름’ 에피소드는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이야기다. 스스로는 인정하기 싫지만, 어느새 현실로 다가온 노화현상에 대한 내면의 갈등, 외로움과 그리움, 두려움과 절망감 등을 노인들 각자의 사연과 요양원 이야기, 끔찍한 사고 등을 통해서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등장인물들은 만화적 생동감에 실제 지인들의 가족과 주변인들을 모델로 표현했기 때문에 감정적 느낌이 더 진하게 전해져온다. 덕분에 인간으로서 늙어간다는 의미에서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삶과 나의 삶을 머릿속에서 오가며 가슴 한 구석이 짠해지기도 했다. |
|
두 편의 글이 실려있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인생의 마지막 날들에 대한 기록 '주름'과 스페인 내전이 배경이 된 '등대'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는 읽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그렇지만 스페인 내전에 관한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바람에 덜컥 구입했다. 이 책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 <주름>. 생각했던 것처럼 슬프고 답답했다. 그렇지만 잘 읽었다는 생각도 한편으로 들었다.아직 내가 노인들의 나이 만큼 되지 않았던 것은 저들보다 조금은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거란 생각에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말들에 대해 곱씹어 보는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도 그렇고 가족들과도 종종 치매라든가 알츠하이머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우리는 그렇게 되기 전에 알아서 요양원으로 보내달라고 자식들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덧붙히게 되는 말은 절대 자식들에게 혹은 주변의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순간'은 한 순간에 오고 만다.나도 모르게.내 의지로 자발적으로 알아서 그렇게 될 수 없다.'주름'을 만든 작가의 설명이 눈에 띈다.'자화상'그렇다 노인의 문제는 이제 더이상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노화전쟁'이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노인문제를 선진화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그저 더디게 하는 약을 먹으며 요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은 역시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뭔가를 해야겠어.얼마 안 남은 인생 즐겨야지.잠이나 자고 빙고 게임이나 하면서 죽을 때를 기다려야겠어?"
책을 읽으면서 어떤식으로든 결론을 내려 보지 못한 것도 오랜만인듯 하다. 병의 속도를 완치가 아닌 서서히 진행하게 만든다.에 대한 질문이 복잡하다.
<등대>.읽으면서 울컥 하는 감동이 밀려온다.책속에서만 가능한 우정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스페인 내전이 배경이라 궁금했던 책인데,스페인 내전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결정적으로 스페인 내전이 어린청년에게까지 강요한 이념은? 이란 질문을 던진다.그러나 <등대>는 스페인 내전 보다 그 전쟁 속에서 피어난 진심어린 우정에 관한 이야기였다.재미난 것은 '바다'가 소재가 된 수많은 고전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걸리버 여행기','보물섬',모비딕''헤저 2만리' 등.난파된 바다에서 소년을 끌어 올리며 하얀 고래를 잡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던 텔모아저씨.노인과 바다의 산티아고 어부 같은 느낌의 인상을 받았다.
'어떤 사람의 이루지 못한 꿈이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루게 해준다'는 말에 대해 이 작품을 쓰는 동안 작가는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등대>를 소개하면서 등대지기와 소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조금은 상상할 수 있는 스토리일 거라 예상 했지만,저자의 작품 후기를 읽으면서 우정이란 단 하나의 무엇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말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
|
그림이 계속 머리에 맴돈다. 잘나가던 젊은 시절만 생각나는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모인 요양원. 나는 늙지 않았어 치매에 걸리지 않았어라고 자부하고싶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들..다시 한번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싶은 노인들..어쩌면 내가 늙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렇게 과거 속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두번째 만화 등대는...스페인 내전 중에 갈 곳을 잃어버렸지만 누군가의 긍정적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주인공..그래 맞아..누구든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 |
|
# 자식놈들은 외출할 때나 학교에서 애들 데려올 사람이 없을 때만 우리를 찾아와. 그마저도 못 하게 되면 이런 요양원에 처박아 두고 신경도 안 쓰려고 하고.
# 곧 있으면 화장될 사람들이 하는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루 종일 듣지 않으려면 좀 예의 없이 구는 법도 배워야 할거요.
#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버지를 닮기 시작하면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거라고 한다. 거울 속의 내 모습도 내 아버지를 닮기 시작하고, 내 아버지는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할아버지를 닮아가기 시작하셨다.
![]() ![]()
아들 부부에 이끌려 양로원에 입원하게 된 에밀리오, 치매 걸린 남편 옆을 꿋꿋히 지키고 있는 부인, 언제나 기차를 타고 이스탄불로 향하고 있는 부인. 찾아올 자식이 없고(그래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슬퍼할 부인이 없어 홀가분하다는 미겔이 증세가 심해지면 올라가야하는 2층에 가기 싫다는 에밀리오의 치매 증상을 간호사와 의사에게 감추기 위해 도와주는 모습까지 구구절절하다.
몸은 현재에 있지만 정신은 과거에 멈춰진 채 살아가는 사람들. 누구 하나 안타깝지 않은 사람이 없다. 자기네들을 노인이 아니라 '어르신'이라 불러달라는 조용한 외침.
|
|
유럽의 만화는 좀 생소합니다.
한국이나 일본 만화의 아기자기한 느낌과도 다르고, 미국 만화의 박력있고 재기발랄한
느낌과도 다릅니다.
'유럽' 하면 뭔가 우아하고 예술적인 느낌이 듭니다. 영화도 유럽 영화(특히 프랑스)는
예술 영화라는 인식이 있는 것처럼요.
또 그만큼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도 있습니다. 뭔가 심오하고 철학적인 내용을 추상적이고
복잡하게 그려놓았을 것만 같지요.
하지만 여기, 어렵지 않게 감동과 철학을 담은 유럽 만화 한 편을
소개드립니다.
스페인 작가 파코 로카의 '주름'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아들 내외의 권유로 노인 요양 병원에 오게 된 노인 에밀리오를 중심으로,
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치매에 걸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과거 어느
순간의 기억만을 움켜쥐고 살아가는 노인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비참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노인들의 지금 모습 안에 담긴 그들의 과거 삶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멋지게 고백하는 소년이었고, 용감하고 충성스러운 군인이었고, 은행의 지점장이었고, 호화로운 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던 우아한 마나님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눈으로 보기엔 바보같아 보이지만,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비참하거나
불행하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삶과 우정, 사랑..
조용한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
|
'주름'과 '등대' 두 편의 만화가 한 권에 실려 있습니다. 인생의 가장 무겁고 어두운 단면을 다룬 '주름'의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등대'자체도 그리 편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름'에 비하면 소품이나 '주름'내부 인물의 에피소드나 환상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주름'은 노인요양원을 다룬 내용입니다. 오히려 몸이 아파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불치의 병에 걸린 것이 더 행복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총기를 잃어가서 환상 속에 살거나, 자신을 잃어버리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모면서 가슴 아픔과 더불어 공포, 슬픔 등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고 총기를 잃어버리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남의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입니다. 어찌보면 인생을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에서 성공, 부, 학벌, 용모는 결국 모두 사라지고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합니다. 저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 사회에서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 지 꽤 되었습니다만 항상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겸손한 마음을 유지하면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 책을 보고 한 순간의 감동에 그치지 않고 일생의 교훈으로 삼을 기회로 가져야 할 듯 합니다 |
|
부모님께 바치는 책, 주름
"구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비가 될 뿐이다."
20년넘게 은행에서 근무하며 지점장까지 지낸 한 남자, 그는 여전히 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밥상을 가지고 들어온 자식을 고객으로 착각하고 대출상담을 하고 있다. 그는 똑똑하다 자부하던 남자였지만 현재는 나이들어 늙고 알츠하이머 초기증상으로 병들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를 감당하기 힘들었던 아들은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보내버린다.
처음 만난 노인은미겔이다. 그는 병원의 노인들을 속여 돈을 뜯어내고 있었다. 멋모르던 그도 그에게 약간의 돈을 뜯기고 병원의 내부를 소개받는다. 한 노부인은 멀쩡한 자신이 병원에 있을 수 없다며 자식들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매일 전화기를 찾아다닌다. 한 부인은 창가에 앉아 항상 이스탄불가는 기차를 타고 있는 줄알고, 알츠하이머인 모데스토씨는 언제나 부인과 함께 생활한다 60년전에 처음 만난 후로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는 노부부다.
"전에도 말했지만, 요양원에서는 할 일이 정말 없어. 아침 9시에 밥 먹고, 1시에 점심, 저녁 7시에 또 밥먹고. 여기서는 약이랑 밥 먹는 것밖에 중요한 일이 없어."
먹고 자고 먹고 약에 취해 자고, 어느새 그도 다른 노인들처럼 밥먹고 나면 꾸벅꾸벅 졸면서 똑같아져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에게 뜯은 돈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미겔은 두 노인과 병원을 탈출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등대에 관한 이야기다.
'웅덩이에는 마력이 있다. 가장 얼빠진 사람을 가장 깊은 몽상 상태에 빠뜨린 다음, 그 사람을 일으켜 세워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게 해보라. 그 지역에 물이 있다면, 그 사람은 틀림없이 물이 있는 쪽으로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 - 모비딕
열여섯밖에 안되었지만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잘보이고 싶어 나이를 속이고 국경수비대에 지원했다 전쟁터로 오게된 그는 이제 열여덟이다. 전쟁터에서 낙오된 그는 길을 잃고 헤메다 등대까지 오게 되었고, 그곳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는 그 곳에서 자신을 구해준 등대지기와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집 근처에 기차역이 있어서 항상 기차가 지나가곤 했죠.
"페드로라는 친구와 매일 기차를 따라 달리며 승객들에게 손을 흔들었어요. 기관사가 돼서 페드로와 여행하면서 먼 나라들을 탐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철부지 같은 꿈이죠. 세계에는 국경이 있고, 그것 때문에 사람이 죽기도 해요. 이제 새롭게 탐험할 수 있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 바보같은 꿈 따위 오래전에 버렸어요." p128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등대지기 노인과 청년병사와의 우정을 그린이야기. |
|
앞 표지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주인공인 에밀리오의 머리에서 옛 추억의 사진들이 하나씩 하나씩 날아가고 있다. 차창밖을 보면서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기억은 추억의 사진들과 함께 날아가고 있으므로.. 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옆에 타고 있는 로사리아부인과 이스탄불을 가고 있는 걸까? 이 만화를 보면서 추억을 잃어가는 늙은 중년의 삶은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니 슬프다라는 말이 더 나을 것 같다. 슬픈 그들이 모여있는 요양원이 그들을 더 슬프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아니.. 어쩔수없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외부의 자극을 받더라고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망각해 가기 때문에..
주인공의 물건들이 하나씩 없어지기 시작한다. 정신이 나간 사람들의 돈을 빼앗는 주인공의 룸메이트인 미겔을 보고 주인공은 그가 도벽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은 자신의 소지품들을 박스에 담아뒀었고 박스에 담아두었다는 것조차 깜빡깜빡 잊어버렸던 주인공은 미겔을 의심했던 것이다. 그는 왜 소지품들을 박스에 담아뒀을까? 아마 자신의 추억들이 하나둘씩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의 오래된 소지품들에 더욱 애착을 갖게 됐고 그것이 박스에 담아두게 된 게기가 되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이 악화되었던 주인공을 룸메이트인 미겔은 자신이 이런 수모를 당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쩔수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를 더욱 정성껏 돌보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치매에 걸린 늙은 이의 감정선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보는 내내 집중하게 하는 힘이 느껴졌다. 만화여서 3인칭 관찰자로 볼수밖에 없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