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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베리아 이야기를 소박하게 풀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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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시베리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19년 전. 가기 전에 두달간 러시아어를 배우고, 론리 플래닛을 든 채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었고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깊은 이해 보다는 여행 자체, 생존했다는 자체에 대해 만족을 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32일 동안 가면서, 중간중간 주요 도시를 들렀고, 투바 공화국도 갔었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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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시베리아 여행을 한 적이 있다. 19년 전. 

가기 전에 두달간 러시아어를 배우고, 론리 플래닛을 든 채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러시아, 시베리아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었고 정보도 없었다. 그래서 깊은 이해 보다는 여행 자체, 생존했다는 자체에 대해 만족을 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32일 동안 가면서, 중간중간 주요 도시를 들렀고, 투바 공화국도 갔었다. 무작정 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정태언 작가님의 '시베리아 이야기'를 보면서 예전의 나는 정말 수박 겉핥기 여행을 '부분적으로' 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전체 시베리아를 다룬다. 시베리아 주요 도시, 투바공화국도 있지만 하카시아 공화국, 알타이 공화국이 나오고, 아무르, 극동, 사할린도 나온다. 그러니까 전체 시베리아를 다 품고 있다.


정태언 작가님은 소설가며 학자다. 작가 소개에 잘 나와 있지만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러시아, 시베리아를 폭넓게 경험한 분이다.  


약 1주일간 조금씩 음미하며 책을 보았다. 너무 가볍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아서 내가 읽기에는 딱 좋았다. 섬세한 관찰과 묘사는 기본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주관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객관적 경험을 담담하게 표현해 낯선 현지 사정과 인물들에 몰입이 더 잘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 혹은 시베리아에 대한 지적 욕구가 강한 분들이 좋아할만한 책인데 작가가 이미 말했듯이 '소박한 책'이다. 더 깊은 내용을 학술서처럼 풀 수도 있었겠지만 소박한 여행자들, 소박한 독자들을 위해 소박한 마음으로 쓴 책같다. 

시베리아의 민속, 문화, 역사 등이 어렵지 않게 펼쳐지는데 가이드북이나 문학 서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현지의 학자, 샤먼 등을 직접 만나 러시아어로 대화하는 가운데 얻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것은 저자가 러시아어가 능통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수십년 전부터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시베리아 여행을 광범위하게 하면서 얻은 지식과 체험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다. 

시베리아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사 둘만 하다. 집에서 읽고, 가서 읽고, 돌아와서도 읽을 만하다. 이책에는 흔히 여행기에 나타나는 '호들갑'이 없다. 깊은 강물처럼 조용히 흘러가지만 많은 것을 품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19년 전의 시베리아 여행을 떠올렸고, 언젠가 다시 시베리아로 가고 싶어졌다. 특히 하카시아 공화국의 수도 아바칸. 

그곳은 투바 공화국에 갈 때 잠깐 들른 도시인데 아주 재미있는 곳 같다. 수많은 인종이 섞여 있다. 또 투바 공화국도 매력적인 곳이다.거기서 만난 샤먼들의 이야기...내가 아는 곳이 나오면 반가웠고, 모르는 곳들은 상상을 불러 일으켰다. 


초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시베리아(러시아어로 시비르)란 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 엣날에 '시비르 한국'이란 나라가 이 지역에 존재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베리아는 이 '시비르 한국'에서 온 것은 분명한데 '시비르'의 뜻은 무엇일까? 시비르란 '잠자는 땅의 의미의 타타르어에서 왔다는 주장, 또 나무가 울창한 습지 정도의 의미를 가진 몽골어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작가는 그런 부정적인 뜻, 즉 별 쓸모없는 땅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를 국호로 삼는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만난 시베리아 지역의 원주민 학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시비르란 말은 그게 아니에요. 시비르는 '문화를 바탕으로 잘 가꿔졌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결국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질서잡힌 곳이 '시비르'의 뜻이며 시비르의 반대는 툰드라라는 것이다. 그러니 시베리아는 광활한 나무들이 펼쳐진 원시의 땅에서 인간들이 가꿔 놓은 '질서 있는 문화의 땅'이란 뜻인가 보다.


세상에는 수많은 여행지가 있다. 요즘엔 블라디보스토크도 많이 가나 보다. 이미 대중화된 관광지다. 더 관심이 있다면 과감하게 시베리아에 가보시라. 특히 중부 시베리아...투바 공화국, 하카시아 공화국, 알타이 공화국...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이 살고 문화와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다. 이책을 읽으면 여행과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즐거움을 맛보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태언 작가님의 소설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셩벽 앞에서 -소설가 G의 하루' 등이 있다. 소설도 재미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고 같은 서울 토박이라서 그런지 소설이면서도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시대 풍경, 고민이 펼쳐져서 많이 공감했다. 옛날 서울, 러시아, 시베리아, 사할린을 넘나드는 체험이 있어서 여행기 읽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물론, 여행기가 아니다. 내가 소설에 문외한이다 보니 함부로 평을 할 수 없는데, 독자로서 나는 '다른 세계'를 여행하듯이 읽었다. 약간의 현실을 바탕으로 정교한 상징과 의미, 그리고 작가의 메시지와 고민과 감성들이 배치된 작품들이다.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지만 소설이라는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사실 내가 여행하는 이유도 '다른 세계'를 맛보기 위함이었다.그런데 여행이 너무 보편화되고, 많이 가고, 정보가 많다보니 이제 웬만한 여행지는 가도 '다른 세계'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 소설에 끌리는지도 모른다. '다른 세계'를 보여주기에. 물론 모든 소설이 다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군대에서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가 고골의 소설을 읽고 나서 전공을 바꿔 버린 작가의 작품을 읽는데 문득 고골이 생각났다. 나는 고골의 단편 외투, 코를 학창시절에 읽은 적이 있을 뿐 고골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다만 스토리가 좀 이상하고 환상적이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무엇을 할 것인가'에 실린 '고골리'린 작품에서 작가가 러시아 유학 중 이빨(틀니)를 성당에서 잃고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고골의 작품 '코'에서 코를 잃고 찾아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너무 안되었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작가는 틀니를 했고, 그 이유가 스킨헤드들에게 공격을 당해서 이빨이 부러져서였다는 이야기를 직접 전해들었을 때, 스킨헤드에게 공격 당한 경험을 한 나로서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그 상황이 위험한가를 알기 때문이다.)


내가 소설에 밝다면 여러 관점에서 접근하겠지만 소설의 세계를 잘 모르다보니 더 길게 이야기는 못하겠는데 독자로서, 현실적이면서도 다른 세계를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꼭 러시아라는 다른 나라가 배경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관심있는 분들은 소설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r****8 2019.11.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