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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은 대교출판의 '다시 읽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1권이다. 아이들에게 고전소설이 딱딱하고 재미없기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홍길동전>은 이미 집에 다른 책이 있어서 기왕이면 아이들이 읽지 않은 새로운 책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해 이 책을 골랐다. <박씨전>은 도술을 써서 적군을 무찌르는 등 영웅의 활약이 펼쳐지는 이야기라 아이들이 더 좋아할 듯한 것도 한 이유였고….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열광하는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가 우리 고전에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깨닫게 된다면 무척 좋은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책의 서두를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함게 하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판타지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에게도 도술을 부리는 탁월한 주인공이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는 의도를 털어 놓는다. 게다가 병자호란이라는 우리 민족 비극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여 민족적 자존심을 한껏 세운 여성 영웅의 이야기라는 것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고전 소설의 대부분이 비현실적이고 즉흥적인 면이 강하여 청소년들에게 다가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사구조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이야기의 필연성을 높였다는 것을 밝혀 놓았다. 그러기 위해 여러 판본을 비교하며 흥미를 끌 만한 부분을 취하고, ‘명심보감’을 인용하여 사대부 집안의 품격을 살렸으며, 과거 장면은 조선시대의 과거자료와 민화를 참고해 구체적으로 되살리고, 작품 후반의 병자호란은 ‘산성일기’를 빗대어 쓰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우리는 총 60여 본의 이본 외에,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박씨전>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면 과장이 심한 것일까? 한양 안국방에 있는 이공의 집에 차림은 남루하지만 안색이 온화하고 눈빛이 형형한 나그네 박 처사가 찾아온다. 이공은 박 처사의 사람됨이 고결하다고 판단하고 그와 우의를 나누고 자녀의 혼약을 맺는다. 마침내 이공의 아들 시백과 박 처사의 딸 월영은 혼인을 하는데, 시백은 신부의 추한 용모를 보고는 소박을 놓는다. 신랑이 출입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눈 밖에 나 구박을 받던 박씨는 몸종 계화만을 데리고 후원에 지은 초당으로 거처를 옮긴다. 그러면서도 시중에서 비루먹은 망아지를 삼백 냥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와서는, 잘 키운 뒤에 명나라 칙사에게 삼만 냥을 받고 파는 선견지명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편인 시백의 장원급제를 돕고도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없던 박씨는, 출가한 지 4년이 되어 마침내 추한 허물을 벗고 절세의 미녀로 변신한다. 그제서야 잘못을 뉘우친 시백과 화목한 가정을 이루지만, 조선을 노리던 청나라가 대군을 몰고 쳐들어와 급기야 임금이 몽진한 남한산성을 포위하는 지경에 이른다. 한편 박씨는 조선의 운수를 돌리지는 못하지만 청나라 장수 용골대의 아우 용울대의 목을 베고, 청으로 끌려가는 왕비를 구하는 등의 활약으로 충렬부인에 봉해진다. 내가 처음 만났던 <박씨전>은 책이 아닌 드라마 <별당 아씨>였다. 1976~77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는 당시 무척 인기를 끌었는데, 나중에야 그 드라마의 원작이 <박씨전>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보면 어설프기 짝이 없겠지만 당시에는 마치 지금의 <해리포터>를 보는 듯 신기하고 놀랍기 짝이 없었다. 고전을 그대로 즐기는 것은 당연하고도 무척이나 필요한 일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원작을 충실하게 번역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새롭게 바꾸어낼 필요도 있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목표로, 누구를 대상으로 글을 쓰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교출판에서 새롭게 펴낸 <박씨전>은 원작의 큰 틀을 지키면서 여러 이본과 참고할 만한 서적들을 통해서 인물의 성격이 생생히 살아나고 사건이 흥미롭게 전개되는 21세기 고전으로 멋진 변신을 이루어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