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작년에 처음 읽었는데 당시 수상작은 한강 작가의 [작별]이었다. 아마 한강 작가에 대한 관심과 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는 호기심이 그 책을 읽게 만들었지 싶다. 올해도 편혜영이라는 작가의 작품이 수상작이라기에 선뜻 읽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읽으려하니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다른 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들어있는 작품은 읽은 기억은 있지만 제목조차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잘 아는 작가처럼 기억되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당혹스럽기조차 했다.
수상작이자 표제작인 [호텔 창문]은 19년 전 일어난 사촌형의 죽음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공의 죄의식을 다룬 작품이다. 형편상 어려서부터 큰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윤오는 어느 날 사촌형과 그 친구들을 따라 강변에서 열리는 노래대회 구경을 간다. 자신을 못마땅해 하며 괴롭히는 형들과 멀찍이 떨어져 따라가던 윤오가 강물에 발을 담근다. 그러다 조금씩 강물을 밀고 나아가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허공으로 떠올라 허우적거렸다. 간신히 바위를 밟고 물에서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밟은 것은 바위가 아니었다. 정신을 잃은 윤오를 형이 끌어올리고 자신은 죽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윤오의 삶은 달라졌다. 형의 기일이 되면 어려서는 아버지와 함께, 그리고 성장한 후에는 혼자서 제사를 지내러 갔다. 큰어머니는 기회가 될 때마다 윤오에게 그 일을 상기시켰다. ‘네가 누구 덕에 산 줄 알아야 한다.’ 지금껏 성장한 것도, 취직을 한 것도 모두 사촌형 덕이다. 회사로 찾아와 점심을 같이 하면서도 그 말만은 빠트리지 않았고 제사에 늦는다 싶으면 전화와 문자가 빗발친다. 형의 부재에 대한 책임을 떠안으며 자신의 삶이 아닌 형의 삶을 대신 살아야했다. 19번째 기일 날, 그는 고향마을에 왔지만 제사에 갈 마음이 없다.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역 뒤편 공사로 비어있는 호텔에서 불이 난 것을 목격한다. 옆 호텔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순간 5층 끝방 창문으로 누가 어른거리는 것을 얼핏 본 윤오는 그곳에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 사람을 구하러 올라간 소방관이 혹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윤오는 그곳을 빠져나와 술집으로 간다. 우연히 술집에서 형의 무리중 한명이었던 형의 친구를 만나지만 그는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은 없다. 호텔화재에 대한 이야기 끝에 그가 다니던 수도관 보온재 공장에서 불이 났고, 자신은 그 후 직장에서 해고되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원인은 자연발화로 결론이 났지만 그는 자신의 실수로 인한 실화였는지 혹은 자신이 저지른 방화였는지 알지 못하겠다고 토로한다. 호텔화재로 죽은 사람이 있는지 신경을 쓰던 윤오는 죽은 사람이 없다고 하자 돌아갈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휴대폰을 켠다. 부재중 전화가 몇 차례 걸려왔었고 문자도 들어와 있다. 어려서 자신은 살고 형은 죽었다는 사실 하나로 멍에처럼 지게 된 죄의식과 그것을 강요하는 사람들. 윤오의 모습은 우리들의 삶속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가족 혹은 집단이 일방적으로 정한 규율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려는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아왔는지.. [호텔 창문]은 우리에게 부조리한 죄의식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드는 것 같다.
책에는 수상작 이외에도 수상후보작으로 선정된 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조남주, 최은미 여섯 작가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 김금희와 김혜진은 그녀들의 작품을 이미 읽어본 적이 있는지라 반가웠다. 작년에는 수상작가를 제외하곤 전부 모르는 작가들이었던 것에 비하면 일년동안 소설을 제법 읽은 것 같다. 김금희는 [기괴의 탄생]에서 대학시절 자신을 귀여워해주던 선생님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학원생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하고 학교를 관두는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위로와 비난을 하는 모순된 감정을 그리고 있다. 김혜진의 [자정 무렵]은 ‘너’와 함께 살고 있는 ‘나’가, ‘너’와 함께 산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발생하는 껄끄러운 상황에 대한 마음의 변화를 다룬다. 자신의 친구에게 함께 살다보면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고 설명하는 ‘너’를 보면서, ‘너’는 ‘나’와 살면서 포기하고 양보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은 그러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에겐 공자님 말씀 같은 충고를 쉽게 한다. 읽으면서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말의 공허함과 그것을 느끼는 사람의 마음을 다룬 것으로 이해했는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능하면 소설을 자주 접하려고 하지만 그래도 요즘의 단편소설들은 이해하기 힘든 작품들이 많다. 읽으면서는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는데 작가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아마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닌지, 혹은 나의 고정관념 탓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래도 계속 읽다보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또 다른 단편소설집을 기웃거린다. |
|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단편 여러작품이 실려있는 책이다. 대체로 단편들로 이루어진 책은 구매하지 않는 편이나 궁금하기도 하고 구매해보고 싶어져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더 좋은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표제작인 편혜영 작가님의 호텔 창문은 죄의식에 대한 내용으로 내가 짓지 않은 죄에 대한 부채감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같은 상황에 처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인공에게 공감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다. |
| 단편집(단편이 여러가지 실려있는)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편혜영 작가님의 작품이 궁금해서 구매하게 되었어요 정말 공감이 많이 되었고 작가님 덕분에 다른 좋은 작가님들도 많이 알게 된 거 같아요 각각의 작품들의 메세지나 내용이 짧은 소설임에도 크게 와닿았어요 이젠 다른 작가님들의 다른 소설들을 찾아보려교 해요 아 그리고 김지영 영화 보는데 이 책의 내용이 나와서 무척이나 반가웠어요 |
|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하나하나 설명하자니 귀찮기 짝이 없다. 그냥. 다 좋다. 잔잔하고 짜-안하고 답답하고 먹먹한 이야기들. 누군가는 사서 하는 고생처럼 이렇게 답 없는(고구마같은) 소설을 왜 읽을까 싶을테고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인데 나같은 사람은 이런 소설에서 생각이 깊어진다. 소설에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자기계발서가 아닌 이상. 달콤하고 통쾌한 이야기나 교훈적인 사설만 가득한 글만 읽을 수도 없고... 우울한 기질탓인가. |
|
호텔 창문은 죄의식에 시달리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 드라마에도 자주 나오는 설정인데 친척집에 신세지고 눈치를 보는 남/녀 주인공과 비슷한 설정. 사실 강물에서 사촌형을 밟고 나온다는 묘사가 그리 리얼리즘적으로는 느껴지지 않아서 여기서부터도 이 죄의식이란 주제에 그다지 몰입하긴 어려웠다. 물론 픽션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의 죄의식을 느낄 것인가 하는 가상의 사고 실험 정도로는 느껴졌지만. 이 소설은 그 죄가 존재하지 않는데 죄의식을 느낄 수 있다는 정서 자체가 없는 독자라면 좀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됐다. |
|
편혜영 「호텔 창문」
편혜영, 김금희, 김사과, 김혜진, 이주란, 조남주, 최은미 / 제13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 은행나무 / 220쪽 / 2019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