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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 세계를 지배했던 대국이 있다. 말을 타고 세상을 호령했던 그들의 위풍당당함은 서구 사회에 많은 공포와 불안을 낳았다. 하지만 이 대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언젠가는 소멸하기 마련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스러졌다. 스텝지대를 끊임없이 옮겨 다니던 유목 습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다른 지역의 국가들이 그러했듯 과도한 분쟁과 권력 투쟁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쨌건 그들은 거대한 영토만큼이나 거대한 영향력을 세상에 행사했다. 이 대륙을 가능하게 만든 인물 ‘칭기즈 칸’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싶다. 하지만 안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는 이 국가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언어를 해석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쪽 끝은 유럽에 다른 끝은 동아시아에 닿아 있는 이 국가에서 단일 언어가 사용되었을 리는 없다. 위구르의 문자를 차용해 사용했다고는 하는데, 지배층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아마도 우리가 이해치 못할 다른 언어가 사용되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아예 해석이 불가능한 언어도 있을 것이다. 중국어와 페르시아 어는 기본이요, 최소한 10개의 언어는 알아야 몽골족의 역사를 제대로 훑어볼 수 있다고 저자는 보았다. 그런데 그토록 박학다식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언어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는 존재한다. 동양 혹은 서양 편향적인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와 우리는 한때 악연이라면 악연일 수도 있는 관계를 맺었다. 그들은 고려 후기의 왕들 이름에 ‘충’ 자가 들어가게끔 만들었다. 고려양이라 하여 원나라에서도 고려의 풍습이 유행했다고는 한다. 그렇지만 내 생각엔 지배당한 이의 문화를 지배자가 숭배하는 것보다는 반대의 경향이 더 큰 힘을 발휘했을 것 같다. 아마도 당시로서는 원나라의 유행을 따르는 것이 첨단의 길을 걷는 것과 같은 의미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각별(?)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지식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몽골족의 나라는 단일하지 않았다. 워낙에 영토가 거대했기에 여러 개의 칸국으로 나뉘었다. 그들은 점차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되었으며, 선의의 경쟁자, 때론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며 서로를 견제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일칸국, 킵차크칸국, 차가타이칸국 등 그 명칭부터가 참으로 낯설게 느껴졌다. 제대로 그리고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반면 서양인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위협을 가한 게 비단 몽골족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정통 이슬람 국가들이야말로 기독교세계를 위협하는 주된 집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골족의 진격 앞에서 유럽대륙은 속수무책이었다. 마치 유럽인들이 남미 대륙에 진출해 원주민들을 너무도 쉽게 쓰러뜨린 것처럼 말이다. 혹 몽골족들이 유럽인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정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심조차 간다. 다행스러운 점은 양자 모두가 잠들어 있는 칭기즈 칸의 후예들에게 악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시선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으며, 몽골제국이 지녔던 문명에 대한 호기심과 긍정적인 시각이 그 자리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몽골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얻은 부수적(?)인 수익이 있다면 바로 송나라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문화적으로는 강성했지만 군사적으로는 너무도 나약했다는 것이 이 나라를 언급할 때마다 내 머릿속에 떠오르곤 했다. 실제로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시간에 송나라를 다룰 때마다 이 두 요소가 비교되고는 했었다. 그런데 송나라는 저력이 있었다. 무차별 폭격이었다고도 하지만, 어느 정도 유럽지역까지 진출한 몽골제국으로서는 여느 지역보다도 송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땅에 대한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약탈 이상이었다. 그들이 세운 것은 나라였고, 그 나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신들보다 체계적인 형태의 나라를 건립해본 송나라 인들의 경험은 필수적이었다. 그렇지만 몽골제국은 ‘제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허약한 송나라를 무너뜨리는 데 실패하고야 만다. 이 책에는 그에 관한 흥미로운 해석도 등장한다. 약자로 불리는 세력이 결코 약자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지배자가 원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조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경제력과 지역에 대한 통제력이 필수다. 이와 같은 시선을 하고 바라보니 조선이라는 나라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