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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후지이 다케시는 여러 모로 특별한 사람이다. 그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인들처럼 한국 내에서 벌어진 일들에만 집착하지 않고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잡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게 바로 역사를 읽는 재미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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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이후 한국현대사 속에서 ‘파시즘’을 주창한 세력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모두가 믿지 못할 것이고, 그런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파시즘이라고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그리고 일제 정도니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때의 파시즘은 단순히 ‘국가주의적 전체주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한국 현대사 연구자인 후지이 다케시의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에서는 1945년에서 1953년까지 지속되었던 해방 8년사 속에서 ‘족청계’라는 그룹의 역사를 정치사적으로, 사상사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족청’은 조선민족청년단의 줄임말이다. 조선민족청년단은 독립운동가로 유명했던 이범석이 1946년 설립해 1949년까지 운영했던 단체로, 이 단체 출신 혹은 관련된 인물들은 ‘족청계’라는 그룹으로 1953년까지 남한 정치계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이들은 홀로 유유히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국부’이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활동했다. 그러한 족청계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뉴라이트 학자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해 건국된 나라라는 주장이 횡행하고 있는데, 해방이후 남한 사회를 이렇듯 단선적으로 이해하는 인식을 배격할 수 있는 매개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이들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후지이 다케시가 밝히고 있는 족청계의 사상,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일민주의’(이승만 정권의 국시)은 ‘자유민주주의’라기 보다는 1930년대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파시즘’ 혹은 ‘국가사회주의’(혹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의 영향 속에 발생한 사상인 것이다. 히틀러의 나치가 ‘국가사회주의’라는 용어로 번역되는 것은 파시즘이 단순히 국가주의나 전체주의 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일정한 지향을 지녔던 운동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저자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에 기반한)자본주의 둘 모두를 배격하고 출현한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범석이 주도했던 족청계의 주요인사들은 식민지 시기에 사회주의 운동을 전향한 그룹이거나, 독일 유학파 출신, 또는 장개석이 추구했던 파시즘으로부터 여러모로 배운 그룹(이범석 자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1930년대의 경험을 1945년 해방 이후 족청이라는 단체를 매개로 실현해 나갔던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중요시한 것은 족청계가 보였던 모습은 ‘반공’과 ‘냉전’으로 점철되어갔던 정세 속에서 ‘반공적이면서도 미국적이지 않았던’ 족청계의 사상적 근거를 밝히는 것이었다. 이는 해방 8년사 속에서 대한민국 역사가 가졌던 또다른 가능성을 밝힘과 동시에,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신자유주의에 기반한)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는 오늘날,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하는 우리들에게 또다시 또다른 위기(파시즘?) 혹은 방향에 대해서 생각할 것을 제기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물론 저자 자신이 단순히 파시즘의 재래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무엇이 파시즘을 세계적으로, 또 대한민국에서도 가능케 했는지 살피는 것은, 다시 그런 우를 범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데 큰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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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청계. 상당히 낯선 집단의 이름이다.
일단 제목에 담긴 저자의 문제의식부터 보면, 족청계라는 집단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성격이 어떠했는가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그 성격이 곧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스승인 서중석은 '한국적 파시즘'에 대하여 언급하였고, 그것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가 가진 문제의식의 시작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존재하였던 사람들의 사상과 활동을 통해 그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이범석, 양우정, 안호상. 이승만의 가장 곁에서 사상가로서 정치가로서 활동했던 이들의 사상적 계보는 각기 다르고 그것이 융합되어 나타난 것이 바로 족청계였다.
따라서 파시즘적 성격을 가지기도 하고 가족주의적 성격을 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족청계의 기본훈련과 활동 등을 통해서 보았을 때도 이러한 성격이 잘 드러난다.
저자는 일본인임에도 한국인보다 더 뛰어난 문체로, 더 엄밀한 실증으로 족청계라는 집단의 활동과 몰락과정을 상세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읽기에도 어렵지 않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족청계에 대하여 아직 세 지도자에만 집중하여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대통령의 측근에서 활동하였던, 그리고 민족의식을 훈련받았던 지식인계층은 대통령과 독립된 하나의 집단, 주체로 볼 수 있다.
정부 외에 정치적 주체가 존재했는가, 그것이 언제부터 존재했는가를 밝히는 것은 한국시민사회의 발전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인 듯 한데 지도자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어 조금 아쉽다.
일단은 족청계를 통해 초기 대한민국의 성격이 얼마나 복잡했는지, 그리고 세계사적 사상의 계보 속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저작이라고 생각된다.
책은 저자의 박사논문을 수정,보완하여 출간된 것인지라 일반대중들이 보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역사적 서술도 그렇고, 분량도 그렇고..
하지만 1950년대가 어떠한 시대였는지, 그리고 그간 이승만에 대해 갖고 있던 대중적 편견-박정희의 그늘에 완전히 가려진, 혹은 건국의 아버지가 되고자 했던 독재자?라는 단순한 틀로만 보여져왔던-을 좀 더 깨줄 수 있는 저작이라고 생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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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이 분단되는 과정은 미소의 분할 진주와 민족 내부의 좌우 대립의 산물이었다. 전쟁 후 분단체제의 형성은 이념과 사상적으로 양 극단으로 분열하는 과정이었고, 그 사이의 제3의 길 또는 상호 협동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은 배제되고 말았다. 후지이 다케시의 저서는 대한민국이라는 신생국가가 탄생되고, 분단체제가 성립되는 와중에서 또 다른 길을 모색해갔던 그룹과 그 사상에 주목한 것이다. 초점은 일제시기 항일무장투쟁에 투신하고 광복군을 이끌었던 인물인 이범석과 그를 중심으로 한 조선민족청년단(족청) 계열에 있다. 그들 족청계열의 사상과 활동은 반공적이면서도 민족주의적이었으며, 포퓰리즘적인 대중민주주의를 구사했다. 족청계열을 검토함으로써 저자는 대한민국 초기 국가의 성격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이범석은 일제시기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민족주의·군사화·지도자 숭배’로 요약되는 장제스식의 파시즘 사상을 익혔다. 또한 족청계의 대표적 이데올로그였던 안호상은 독일에서 인종주의적인 경향을 띤 철학자의 지도를 받으며, 헤겔식의 민족의 절대적 규정성을 중요시하였다. 한편 양우정은 사회주의운동에 참여했다가 1930년대에 전향하고 가족을 중시하였다. 이들이 결합되어 족청계의 사상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그들의 이념은 파시즘이 저항민족주의와 결합한 형태였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되는 경향 속에서 계급투쟁에 강경하게 대처하려 할 때, 파시즘이 참고할 만한 사조로 존재하고 있었던 점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족청계는 이승만이 한민당과의 동맹관계를 깨면서 새롭게 파트너로서 선택된다. 그 결과 이범석이 국무총리 겸 국방부 장관으로, 안호상이 문교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하지만 족청계는 반공주의를 취했음에도 인종주의적인 민족주의를 고취하면서 미국과도 대립하였고, 그들의 대중동원형 정치 형태 역시 한국의 내정 안정을 원했던 미국의 입장과 배치되었다. 이런 가운데 족청계와 이승만 지지 세력은 갈등을 빚었고, 족청계는 미국의 견제와 이승만의 제거 명령으로 권력의 중앙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반공주의를 취하면서도 민족주의적이었던 족청계의 몰락은 이제 더 이상 남한사회에서 민족주의를 표방하기 어렵게 된, 반공 일변도의 사회로 진행되는 냉전체제의 완성으로 귀결되었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 국민당과 관련 자료에서 미군정 및 미 대사관 자료, 서구사회의 이론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자료를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가 언급한 자료도 일본어와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등에 걸쳐 있어, 그 지적 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족청계의 활동과정과 한계를 그 중심세력의 이념과 사상으로부터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몇 가지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족청계가 조직력을 자랑하면서 원외 자유당 세력을 거의 포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미국의 공작과 이승만의 제거 명령에 의해 쉽게 몰락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그 점이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권력의 언저리에서 족청계는 계속해서 이승만의 의사에 좌지우지되었다. 그 이유가 좀 더 명확하게 설명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 점은 이승만의 영향력뿐만 아니라, 리더 중심의 세력화와 대중 동원형 정치의 특징과 한계라는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 책의 제목이 ‘파시즘과 제3세계주의 사이에서’이다. 족청계가 파시즘에 공명했던 부분은 상당히 비중있게 설명되고 있지만, 제3세계주의라는 측면은 그다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장제스식의 파시즘을 받아들이면서 민족 지상주의를 택했던 점이 나치 등의 파시즘과는 차이일 것인데, 그것이 갖는 제3세계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는 분명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향후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 아닐까 한다. |